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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uschka - Philanthropy (City Slang, 2023)

komeda 2023. 10. 20. 20:35

 

Hauschka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Volker Bertelmann의 앨범.

 

최근에는 주로 영화나 TV 시리즈의 음악 작업에 전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고, 해당 분야에서의 입지 또한 무척 굳건하기에, 내심 폴커가 하우슈카의 이름으로 새로운 작품을 발매했으면 하는 기대를 자주 가졌다. 그나마 최근 Upstream (2021)을 활동명으로 공개하기는 했지만, 개인 작업과 영화 음악이라는 절충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앨범의 성격 상, 일부 협업의 과정을 반영하고 있었기에, 우리가 흔히 기대하고 예상하는 하우슈카의 모습과는 살짝 다른 경험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A Different Forest (2019)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온전한 개인 작업을 담은 하우슈카의 타이틀로, 초기부터 이어진 그의 독특한 피아노 사운드를 반영하고 있으며, 최근의 영화 작법에서는 미묘한 형태로 드러났던 특유의 심미적 묘사를 더욱 심화한 성과를 담고 있다.

 

하우슈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흔히들 준비된 피아노라고 부르는 것으로, Spitfire Audio에서는 이를 샘플링하여 VST로 발매할 만큼, 그의 독특함을 상징하는 사운드로 여겨지는데, 이번 앨범에서도 이와 같은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많은 연주자들 또한 악기의 기본적인 구조를 변형하거나, 스트링이나 해머에 다른 장치나 재료를 덧붙이기도 하고, 뮤트 장치의 소제를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고유의 피아노 사운드와는 다른 독특한 음향적 효과를 활용하는데, 하우슈카는 이와 같은 모든 소리의 변형을 철저히 기악적인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작곡과 편곡에 따라 마치 악기의 편성을 기획하는 방식으로 준비된 피아노 사운드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는 음악적 흐름 속에서 독특한 효과처럼 작용하기도 하지만, 노트 하나하나는 물론 섬세한 벨로시티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기악적 활용을 보여주고 있다. 오리지널 소스를 모듈레이션 해서 변형한 듯한 느낌을 줄 만큼, 피아노 사운드와의 밀접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음향이 지닌 독특한 분절성 혹은 분화 가능성은 주변의 다른 음향과의 관계를 구성하는 역할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사운드의 캐릭터 그 자체로, 하우슈카의 음악이 지닌 다면성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주변 다른 음향과의 연관성은 장르적 복합성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그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이루기도 한다. 하우슈카의 음악적 다면성은 일렉트로닉과 클래식의 관계에 대한 복합적인 사고를 반영하고 있는데, 단순히 서로에 대한 기능적인 접근을 넘어선, 통합적인 언어라는 접근을 기반으로 하는 듯하다. 이는 일렉트로-어쿠스틱이라는 통상적인 절충과도 구분되며, 사운드의 근원에는 구분을 두지 않는 최종적인 음악적 활용에만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변형을 통해 완성한 어쿠스틱 소스의 사운드나 장치의 신서사이저의 모듈레이션을 이용해 연출한 음향 등은 그 조합의 방식에 따라 해당 곡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이루기도 하는데, 이번 작업의 경우 실내악적인 정합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음악적 의지를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첼로 Laura Wiek 및 바올린 Karina Buschinger를 비롯해 드럼 Samuli Kosminen의 참여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재현을 구체화하는가 하면, 미니멀한 테마를 중심으로 전개가 이루어지는 내밀한 곡부터 여러 편의 영화 작업을 통해 보여준 내러티브에 기반한 진행에 이르기까지 그 양식은 다양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사운드와 그 통합을 보여주며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육체와 정서가 암울한 시기를 겪어왔고 현재에도 불안으로부터 고통을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하우슈카는 막연한 희망이나 추상적 당위가 아닌, 일종의 보편적 행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단순한 인류애도 아니고 ‘자선’ 혹은 ‘자비로움을 행하는 관행’ 등으로 읽을 수 있는 앨범의 타이틀은 물론, 음악을 통해 우리 자신은 물론 주변을 둘러보도록 우리의 시선을 유도하는 개별 곡의 제목과 그 내용 또한 인상적이다. 폴커가 오랜만에 하우슈카로 돌아왔고, 그 이름에 합당한 성과를 담고 있는 반가운 앨범이다.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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