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ker Bertelmann - Wild Republic (Needlewood, 2021)

Hauschka라는 활동명은 물론 최근 자신의 이름으로 여러 편의 영상 관련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독일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Volker Bertelmann의 앨범. 이번 앨범은 독일 드라마 Wild Republic (2021)의 수록곡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 드라마를 관람할 기회가 없어 일부 트레일러나 참고 영상만을 봤을 뿐인데, 이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곡들이 등장하여 조금은 혼란스럽기는 하다. 드라마의 내용은 범죄를 저지른 어린 청소년들이 재활을 위해 알프스 훈련 캠프로 보내지는데, 그곳에서 보호 관찰자가 살해되면서 전개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범죄 일탈 및 조직 생존이라는 대비적인 상황을 폴커는 특유의 내밀한 표현을 사용해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번 앨범에서는 개별 악기들이 지닌 텍스쳐를 충분히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볼륨감이 큰 오케스트레이션도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개별 악기들의 라인을 중첩시켜 실내악적 하모니를 구성하는 연주들이 주를 이룬다. 개별 곡들은 미니멀한 테마가 전경을 이루지만 세분된 각 악기의 공간들은 단순한 하모니의 구성을 위한 배경으로 그 역할을 제한하지 않는다. 물론 기본 코드나 하모닉스에 기반을 두고 배경의 개별적인 라인들이 진행되어 전체적인 균형에서는 전혀 이질감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그 하모니 속에서 전개되는 다면적인 움직임들은 다양한 정서적 느낌을 전해준다. 때문에 2-3분 내외의 짧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트랙이 지닌 느낌은 무척 생동감이 넘쳐, 마치 하나의 정서나 상황을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달한다. 피아노와 여러 현악의 사운드가 주를 이루면서도 개별곡의 특성에 따라 미세한 일렉트로닉의 텍스쳐와 이펙트도 포함하고 있어 묘사의 디테일을 완성하고 있다. 24개의 트랙 중에 인상적인 곡들이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슈베르트의 "Ave Maria"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면서도 폴커 특유의 내밀함을 포함한 편곡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2021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