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ker Bertelmann - Stowaway (Lakeshore, 2021)

Hauschka라는 활동명으로 유명한 독일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Volker Bertelmann의 앨범. 이 앨범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Stowaway (2021)을 수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영화라 음악 때문에 감상했지만,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존엄과 헌신에 관한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어 예상외로 몰입하면서 보게 되었다. 기존의 우주 물이나 재난 영화를 생각하고 본다면 다소 맥 빠지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위기의 상황을 마주한 극 중 인물 각자의 캐릭터에 집중한다면 의외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최근 The Old Guard (2020)에서 다소 과장된 사운드와 표현을 선보여 이번 작업에서도 그와 유사한 방식의 음악을 들려주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이번 영화가 거대한 우주 속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을 마주한 인간들과 그 내면을 다루고 있어 폴커 특유의 내밀한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앨범의 흐름에 따라 각 신을 묘사하고 있으며, 곡의 제목 또한 극 중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표제를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음악은 광활한 우주와 고립된 화성행 셔틀 등의 배경은 물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 등 묘사하는 한편 그 안에서 생존을 강구해야 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내면의 갈등을 드러내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오케스트레이션이나 개별 악기의 연주를 부각하고, 그 특징에 맞는 다양한 효과를 활용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고전적인 질감의 균일한 사운드를 통해 나름의 일관적인 정서적 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스트링과 브라스 계열의 다양한 사운드를 조합해 그 하모니가 이루는 텍스쳐를 기본으로 여러 개별 악기들을 통해 구체적 표현을 완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피치 밴드를 이용해 사운드를 굴곡시켜 우주에서 여행자들이 경험하는 긴장을 표현하는가 하면, 리버브를 활용해 공간적 고립감을 그려내는 등, 마치 영화의 내용을 음악으로 전달해주는 듯한 세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음악만으로도 영화의 내용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앨범이다.

2021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