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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Volker Bertelmann - Beyond the Sea (Netflix, 2023)

 

Netflix 오리지널 Black Mirror 6번째 시리즈 중 “Beyond the Sea” 에피소드의 OST 앨범.

 

최근 Netflix가 공개한 시리즈의 해당 에피소드에서, 개인적으로는 Aaron Paul이 시즌 4의 “USS Callister” (2017)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등장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1969년을 배경으로 장기 우주 임무와 인간 레플리카에 관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장면도 등장한다. 단 두 명의 우주인이 우주선에서 단순 반복적인 장기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본인과 그 가족을 위해 당국은 지구에 이들을 대신할 복제를 만들고, 주인공들은 장치를 통해 자신의 의식을 레플리카에 전송해 정기적으로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정이다.

 

육체와 정신의 분리를 다루지만, 정신은 육체의 산물로 정의하여 종교적인 이원론은 비껴가고 있으며, 의식이 전송된 복제 인간이 과연 본인인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과연 의식만으로 자신의 정체를 정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또한 자신의 의식이 타인의 레플리카에 전송되었을 때, 그 형체의 괴리와 이중성에서 발생하는 본인과 주변의 혼란이 에피소드 갈등의 주요 요인이며, 이와 같은 복제인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속에서, 맨슨 패밀리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이는 1969년이라는 극의 배경을 떠올린다면 작가의 의도된 설정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공상과학과 시대물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현실에 대한 여러 쟁점을 은유적으로 다루는 복잡 장르적 특징을 지닌 에피소드에서, 독일 작곡가 Volker Bertelmann의 음악은 가장 전통적인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외적인 사례도 존재하지만, 작곡가의 개인적인 음악적 특징을 기반으로 학제 간의 다양성을 반영한 작품에서는 주로 Hauschka라는 활동명을 사용하고 있고, 영화적인 작법에 기반한 작업에서는 자신의 본명을 스코어에 올리고 있는데, 이는 마치 정신과 육체의 문제를 소재로 하는 이번 에피소드와 미묘한 중첩을 느끼게 한다.

 

전자 음향에 기반한 소스에서부터 시니마틱한 배경을 연출할 때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현악과 브라스 등의 고전적인 사운드를 조합해 영화 속 배경에 어울리는 오케스트레이션과 앙상블을 완성하고 있다. 기존 기악 사운드를 트윅해서 독특한 효과를 연출하는 폴커 특유의 표현 방법은, 이번 작업 속에서 때로는 퍼커시브한 요소를 대신해 긴장의 연속성을 반영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간헐적인 동요와 갈등을 조심스럽게 표면화하는 장치로 이용하는 등, 묘사의 구체성을 위한 적절한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배경 묘사와 심리적 반영을 구분해 각기 다른 사운드의 조합을 활용하며 영화 속 흐름을 온전히 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화면의 내용에 풍부한 뉘앙스를 더하는 스코어로서의 기능적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번 OST를 들으면서, 영화 음악가로서 폴커가 자기 나름의 영화적 작법과 표현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인상울 줄 만큼, 에피소드의 내용에 안정적으로 녹아들었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Hauschka의 이름으로 새로운 릴리즈를 기다리는 팬의 입장에서는, 종종 선보이는 볼커의 스코어 작업들은 반가울 따름이며, 그 영상들 대부분이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어 큰 위안이 되기도 한다.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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