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Jan Gunnar Hoff - HOME (2L, 2022)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Jan Gunnar Hoff의 앨범. 차가운 북유럽적인 서정에도 힘이 담겨 있고, 그 안에는 인간과 환경을 향한 따듯한 마음이 담겨있음을 느끼게 해 준 뮤지션 중 한 명이 바로 얀이다. 그래서 번거롭더라도 그의 음악은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여전히 CD나 Blu-Ray 등으로 소장하고, 별도의 음원 감상의 경우에도 추가 비용을 지불해 가장 높은 해상도의 파일로 감상하려 하고 있다. 음원의 해상도에 따른 차이도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에 대한 나름의 예의라는 생각 때문이다.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무손실과 공간 음향을 지원하고 있어 큰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지만, 2L 레이블에서 제공하는 음원과 비교하면 솔직히 조금은 난감하다. 피아노 솔로로 녹음한 이번 앨범은 Gershwin과 Mancini 등의 스탠더드 넘버를 포함, Terje Nilsen, Johan A. Aronsen, Adolf Thomsen과 같은 노르웨이의 대중 및 전통과 고전 음악가의 곡을 비롯해, 얀의 오랜 동료이기도 한 Mike Stern의 최근 곡에 대한 커버도 수록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형식으로 녹음되었던 얀 자신의 기존 곡을 새롭게 연주한 트랙도 포함하고 있는데, 앨범의 제목에서 풍기는 중의적인 의미까지 더해지며 다분히 회고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업이기도 하다. “Summertime”이나 “Moon River”와 같이 익숙한 곡에서는 감정을 몰입하는 서로 다른 방식의 접근을 보여주고 있어, 경쾌함과 섬세함이 이루는 대비에서도 강하게 드러나는 얀 특유의 감수성을 경험할 수 있다. 노르웨이 뮤지션들의 곡을 연주한 트랙들에서, 앨범의 타이틀이 지닌 여러 의미들 중 하나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있는 듯한데, 그중에서도 북부 노르웨이의 국가로도 불리는 “Barndomsminne fra Nordland (Å eg veit meg eit land)”에서 전해지는 웅장한 감동의 깊이는, 이미 10여 년 전에도 그의 다른 솔로 앨범을 통해 경험한 적이 있지만, 나에게는 남의 나리인 그의 나라에 대한 애정이 생기게 할 만큼 남다르다. 마이크 스턴의 “What Might Have Been”에서 볼드 한 분위기의 여성 보이스를 대신하는 얀의 투명한 피아노 라인은, 마치 원곡이 지닌 핵심만을 남겨놓음으로써 오히려 더 강한 정서적 반영을 이루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기타리스트와 함께 녹음했던 “Magma”의 재구성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라 흥미롭기도 하다. 이처럼 각각의 곡에 따라 섬세한 감성을 덧입히는 얀의 해석과 재연은 자신의 원곡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듯하다. “Meditatus”나 “Magma”와 같이 다른 형식으로 녹음된 기존 곡을 솔로 공간에 재구성하면서 오리지널과는 조금은 거리를 둔 듯한 새로운 해석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원곡이 지닌 체계화된 구조와 구성에서 벗어나 멜로디와 리듬 및 템포에서 보다 유연한 개입을 허용하고 임프로바이징을 위한 모티브를 확장하면서 새로운 분위기의 솔로 연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기존 곡들이지만 이번 솔로 연주만을 위해 새롭게 재구성함으로써 전혀 다른 의미와 뉘앙스를 지닌 연주처럼 들리는데, 각기 다른 시기와 배경을 두고 작곡된 원곡임에도 앨범 전체의 일관된 분위기와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이 지닌 고유한 의의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는 이번 앨범에서 선보인 곡들에서 즉흥의 모티브를 자유롭게 확장하여 표현을 이어가는 부분과 자연스러운 연관을 이루기도 하는데, “Hope”와 “Survival”은 물론 “Free Flow”가 그 예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얀의 오랜 팬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에게 기대하거나 바라는 것은 전혀 없다. 이미 그 자체로 모든 것이 온전한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콘서트홀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얀의 솔로 연주를 감상하는 듯한 1시간의 황홀한 경험만으로도 이 앨범의 존재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20220523

 

 

 

related with Jan Gunnar Hoff (as Bodø Domkor, Hoff Ensemble et al.)

- Bodø Domkor - Meditatus (Grappa, 2007)

- Alex Acuña, Jan Gunnar Hoff & Per Mathisen - Barxeta (Losen, 2012)

- Jan Gunnar Hoff - Living (2L, 2013)

- Jan Gunnar Hoff - Fly North! (Losen, 2014)

- Hoff Ensemble - Polarity (2L, 2018)

- Per Mathisen & Jan Gunnar Hoff with Gary Novak - Gladiator (Losen,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