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c Mo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독일 전자음악가 Tobias Lorsbach와 스웨덴 첼로 연주자 Henrik Meierkord의 협업 앨범. 토비아스는 2000년대 초에 데뷔하며 미니멀 테크노 씬에서 경력을 쌓았고 이후 필드 리코딩 작업을 확장하면서 앰비언트 계열의 드론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접근을 선보이며 LM이라는 이름으로 일련의 릴리즈를 발매한다. 헨리크는 오랜 기간 첼리스트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레이터와 작곡가로 활동했고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 앰비언트의 언어와 표현을 접목한 일련의 작업을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게 된다.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지닌 이들 두 뮤지션의 협업은, 어쩌면 작년에 발매된 Ambientologist의 레이블 컴필레이션 Sustain Series, Vol. 2 (2021)에 기고한 공동 트랙 “Skogsfolk”를 통해 어느 정도 예견되었는지도 모른다. 해당 싱글의 경우 비교적 단순한 공간 구성 속에서 일렉트로닉과 첼로의 라인이 서로 일대일로 대면하는 방식의, 협연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면,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서로가 지닌 표현의 다양한 모티브를 서로 중첩하여 보다 다면화된 양식의 작업을 선보이게 된다. 이번 앨범에서도 각자가 지닌 고유한 표현이 비교적 진솔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다층적인 레이어의 구성을 통해 서로의 공간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며 상대의 특성을 흐리게 하거나 보완하며 보다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이미지를 완성하게 된다. 토비아스는 신서사이저, 피아노, 필드 리코딩 등을 활용해 복합적인 층위의 음향 공간과 사운드스케이프를 연출하고 있으며, 헨리크 역시 첼로, 비올라, 더블베이스 등 여러 스트링의 롱 레카토를 레이어링 하여 미묘한 질감의 대비를 지닌 폴리포닉 한 드론을 완성하기도 한다. 때문에 두 뮤지션 사이에 이루어진 역할의 분담은 기능적이라기보다는, 상호 간의 유기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능동적 개입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악과 기술의 결합을 통해 완성할 수 있는 음악적 합의의 인상적인 예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 방식은 마치 피아노와 현악기로 이루어진 고전적인 실내악의 공간을 해체하고, 사운드스케이프, 드론, 필드 리코딩, 스텝 시퀀싱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개념과 구성 양식을 제안하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하여, 기존의 일렉트로-어쿠스틱 계열의 연주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통합적인 유기성을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들의 연주가 드러내는 독특한 분위기와 이미지너리 한 상상력에 있다. 잔잔한 파도와도 같은 미세한 노이즈 패턴의 연출은 연주 공간의 밀도를 더하면서 기악과 라인의 공간을 선명하게 부각하는 동시에 몽환적인 부피감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연주 악기들의 다층적인 위상과 배열을 통해 가상적인 이미지의 묘사를 구체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등, 풍부하면서도 복합적인 정서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미적 서정을 바탕에 두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20710
related with Logic Moon
- Sven Laux & Logic Moon - The Unavoidable Death of Loneliness (Ambientologist, 2022)
- Logic Moon - Moonchild (Archives, 2023)
related with Henrik Meierkord
- Henrik Meierkord - Kval (Ambientologist, 2021)
- Henrik Meierkord & Sole Gipp Ossler - Lära (Ambientologist, 2022)
- Henrik Meierkord, Pawel Kobak, Marco Lucchi, Rocco Saviano - Venusia (Ambientologist, 2022)
- Henrik Meierkord - Geschichten (Audiobulb,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