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1894)
Loscil - Clara (Kranky, 2021) Losci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캐나다 작곡가 겸 전자음악가 Scott Morgan의 앨범. 명상적 공간 속에서 미묘한 의식의 흐름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스콧의 음악은 그 무게에 비례하는 중력을 지니고 있어 예상외의 강한 몰입을 유도한다. 22인조 현악 오케스트라의 3분짜리 연주를 모티브로 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앨범은 디지털 오케스트레이션을 보는 듯한 밀집된 사운드가 특히 인상적이다. 일련의 미니멀한 단순한 패턴의 라인들이 각자의 웨이브에 따라 흐르면서 전체적인 중첩을 이루고, 상호 관련 속에서 스스로를 전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미세한 움직임을 끊임없이 펼친다. 사운드의 텍스쳐와 세추레이션은 끊임없이 동요하며, 이에 따라 각 사운드와의 관계 또한 지속해서 변화하는데, 이는 마치 깊이를 더해가며 ..
Yom - Celebration (Komos, 2021) Yom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유대계 프랑스 클라리넷 연주자 겸 작곡가 Guillaume Humery의 앨범. 이번 녹음에서 욤은 클라리넷 외에도 피아노와 퍼커션 등을 연주하고 있으며, 피아니스트 Léo Jassef 또한 상당한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앨범에서 이들이 함께 전작 You Will Never Die! (2018)에서 보여준 일렉트로닉을 우위에 둔 감각적 표현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접근을 보여주고 있어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첫 트랙부터 귀를 사로잡는 것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펠트 한 업라이트 스타일의 피아노 연주인데, 이는 기존에 욤이 선보였던 다양한 양식의 여러 형태의 크로스오버에서도 관찰하기 힘들었던 모습이라 무척 흥미롭다. 물론..
Girls In Airports - Leap (Kaja, 2021) 덴마크의 재즈 그룹 Girls In Airports의 앨범. 이번 앨범에서는 지금까지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연주했던 Lars Greve 대신 바이올린 Nils Gröndahl이 참여하고 있고 그 외 색소폰 Martin Stender, 키보드 Mathias Holm, 퍼커션 Victor Dybbroe, 드럼 Anders Vestergaard 등의 기존 멤버들과 더불어 Aarhus Jazz Orchestra와의 협연을 담고 있어 조금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사운드의 규모나 새로운 편곡에 따른 재해석 등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GIA가 지향하는 음악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재즈를 기반으로 월드 뮤직, 포크, 앰비언트 등의 음악적 요소들..
Ilugdin Trio - My Story (Jazzist, 2021) 러시아 재즈 피아니스트 Dmitry Ilugdin의 트리오 앨범. 낯선 뮤지션일 수 있지만 25년 이상의 음악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며, 자국의 ArtBeat 레이블에서 발매된 Reflection (2017)이 노르웨이 Losen을 통해 2019년에 재발매가 이루어지면서 우리에게도 소개된 적이 있다. 이번 앨범은 드미트리의 통산 세 번째 앨범이며 전작과 같이 베이스 Victor Shestak와 드럼 Petr Ivshin이 참여하고 있다. 프로듀서의 개인적인 취향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앨범은 전작 트리오 녹음에 비해 확실히 풍부하게 활용되는 공간적 이미지가 눈에 띈다. 이는 단지 음향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트리오 그 자체를 구성하는 방식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피아노의 주도적 역할이 강조되면서도 개별적 ..
Dave Holland - Another Land (Edition, 2021) 영국 베이시스트 Dave Holland의 앨범. 이번 앨범은 기타 Kevin Eubanks와 드럼 Obed Calvaire이 참여하고 있어, 인적 구성만 보더라도 대충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레이블의 지난 Good Hope (2019)는 물론 그 전후로 거의 매년 발매된 여러 작업들을 보더라도 어느 하나 공통점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적 표현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쯤 되면 이제는 노장께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여생 음악과 즐겁게 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엿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케빈과 오베드의 조합이면 당연히 그루브 가득한 음악을 연상하게 될 텐데,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데이브는 더블베이스는 물론 베이스 기타까지 연주하며 이번 조합을 통해 표현 가능한 거의..
Portico Quartet - Terrain (Gondwana, 2021) 영국의 창의적인 음악 그룹 Portico Quartet의 앨범. 쿼텟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에서는 Duncan Bellamy와 Jack Wyllie만 참여하여 녹음이 진행된 점은 이례적이다. 예전에는 쿼텟이라는 명칭을 제외한 작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룹의 형식적 구성보다는 PQ라는 이름 그 자체가 지니는 음악적 상징성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본인들 스스로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데뷔 초기 단순한 이종 장르의 접합이라는 소박한 언어에서 시작한 이들의 음악은 시간을 거치면서 차츰 진화를 이루게 된다. 이제는 더는 재즈나 민속 음악이라는 규범적 준칙에 머무르지 않는, 이를 넘어서 포괄적 장르를 어우르는 무척 복합적인 시퀀스의 연속을 보여준다. 단 두 사람의 연주와 시퀀싱에 의..
Moby - Reprise (Deutsche Grammophon, 2021) 우리에게는 Moby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알려진 미국 뮤지션 Richard Melville Hall의 앨범. 최근 몇 년 동안 Deutsche Grammophon이 모던 클래시컬 혹은 일렉트로닉 계열 뮤지션들의 앨범을 릴리스하면서 현대 고전음악의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개방하는 일련의 작업을 이어온 점을 기억한다면, 어쩌면 이번 모비의 앨범은 그 과정에서 가장 상징적인 성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많은 뮤지션들은 DG를 통해 앨범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지향을 보다 명확히 하거나 혹은 레이블의 성격에 맞게 그 방향성을 선회하는 등 일정 부분 수용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때문에 DG에서 모비의 새 앨범이 발표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그의 음악적 변신에 대한 기대감과 더..
Vincent Meissner Trio - Bewegtes Feld (ACT, 2021) 독일 재즈 피아니스트 Vincent Meissner의 트리오 앨범. 2000년 생에 아직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빈센트는 독일 재즈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손꼽힌다. 젊은 독일 재즈 뮤지션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레이블의 후원은 물론, 실제 빈센트의 라이프치히 국립 음대 스승이기도 한 Michael Wollny가 제작을 맡아 이번 앨범의 발매가 이루어졌다. 이번 트리오 녹음에는 신예 베이스 Josef Zeimetz를 비롯해 빈센트의 5년 지기 음악 동료이면서도 아직 10대에 불과한 드럼 Henri Reichmann이 함께하고 있어 젊은 독일 재즈라는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인적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젊은 음악적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아니 그들 경력을 의식하지 않고 오늘날 재즈 트리오..
Lars Danielsson Liberetto - Cloudland (ACT, 2021) 스웨덴 재즈 베이시스트 Lars Danielsson의 쿼텟 Liberetto의 앨범. 2012년부 2017년에 걸쳐 지금까지 3장의 앨범을 Liberetto I, II, III 등의 타이틀로 발매한 이후, 많은 사람이 이들을 통칭해 리베레또 쿼텟으로 불렀던 것에서 이제는 아예 팀 이름으로 공식화한 모양이다. 멤버는 역시 지난 2017년 작업과 동일한 피아노 Grégory Privat, 기타 John Parricelli, 드럼/퍼커션 Magnus Öström 등이 참여하고 있고, 여기에 게스트로 트럼펫 Arve Henriksen과 클라리넷 Kinan Azmeh이 함께하고 있다. 앨범은 작년 발매를 예정으로 2019년에 첫 녹음이 이루어졌지만, 모두 다 알고 있는 보건 위기 덕분에 추가 일정이 미뤄지며 결국..
Erot - Gneiss (Ultimae, 2021) Erot이라는 활동명으로 알려진 덴마크 전자음악가 Tore Kofod Hyldahl의 미니 앨범. 10대 시절부터 본격적인 음악 활동에 뛰어들었고 20세가 되던 해에 이미 유럽에서 이름을 떨친 공연 뮤지션이었던 사실에 비해 정작 음반으로 그의 음악을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Erot이라는 프로젝트는 그의 음악이 지닌 수용적 태도는 물론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과 표현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일련의 지속된 실험을 보여주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Erot의 초기 싱글이나 작업을 연대기 순으로 이어서 듣다 보면 마치 진화하는 하나의 생명체가 자신의 내부에 기능들을 장착하고 외형에 디테일을 추가하며 완성형을 향하는 듯한 역동성이 느껴지게 된다. 물론 이번 EP도 그 진화의 한 과정이겠지만 이미 그 ..
Ecovillage - New Reality (Constellation Tatsu, 2021) 스웨덴 전자음악가 Emil Holmstrom과 Peter Wikstrom의 듀오 프로젝트 Ecovillage의 앨범. 2006년 결성 이후 한동안은 거의 명맥만을 유지하는 정도의 활동을 보였다면 최근 2-3년 전부터는 마치 본격적인 영업 시작을 알리기라도 하듯 비교적 활발하게 여러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앰비언트와 일렉트로닉 계열의 주요 레이블을 두루 거치며 앨범을 연이어 발매하는가 하면 그 발표 주기 또한 점차 짧아지고 있어 이들의 작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다분히 명상적 분위기에 사색적 공간을 개방하는 듯한 일련의 연속성을 보여주면서도 각각의 앨범마다 미묘한 차별점을 두어 자신들의 음악적 메시지를 강화하는데, 이를 위해 때로는 외부 연주자들을 참여시켜 보다 완성도 있는 성과를 ..
State Azure - Modular Works V (self-released, 2021) 영국 프로듀서 겸 전자음악가 State Azure의 앨범. 10여 년 전부터 앰비언트와 실험적인 성향의 전자음악을 꾸준하고 활발하게 선보이는 스테이트의 작업 중, 2018년부터 발매해온 Modular Works 시리즈는 라이브 형식의 퍼포먼스를 수록하고 있어 창의적 순수함으로 가득 찬 그의 의식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연작이다. 이번 앨범은 그 다섯 번째 모음집으로 2020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이브로 스트리밍 된 연주들을 연대기 순으로 수록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25개 트랙에 총 6시간 10분이 넘어가고 있어, 이전 시리즈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러닝타임을 들려주고 있는데, 감염병 사태로 인한 봉쇄 조치의 결과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짧은 곡이라고 ..
Yiannis Papadopoulos - Mirrorself (Puzzlemusik, 2021) 그리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Yiannis Papadopoulos의 앨범. 공교롭게도 같은 그리스 출신에 이름까지 같은 뮤지션들이 여럿 있는데, 이번 앨범의 주인공 이아니스는 재즈 그룹 The Next Step의 피아니스트를 지칭한다. 이번 녹음은 이아니스의 이름으로 발매된 첫 번째 타이틀로 The Next Step 시절부터 함께 활동한 베이스 Ntinos Manos와 드럼 Vassilis Podaras가 참여한 트리오에 현악 사중주가 더해진 연주를 담고 있다. 때문에 트리오의 연주 부분을 듣고 있으면 마치 기존 쿼텟/퀸텟에서 세 명의 파트만을 따로 추려서 정리한 듯한 인상이 강하게 드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 중 상당수는 이미 기존 밴드에서 발표된 것들로 트리오와 현악을 위해 새..
Desertion Trio - Numbers Maker (Cuneiform, 2021) 미국 재즈 기타리스트 Nick Millevoi가 주축이 된 Desertion Trio의 앨범. 지금까지 드럼을 맡았던 Kevin Shea 대신 Jason Nazary가 새롭게 참여했고 베이스에는 여전히 Johnny DeBlase가 함께하고 있다. 트리오의 이름으로 발매한 통산 세 번째 작업이며, 이번 앨범에서는 게스트 없이 순수한 트리오 포맷으로 녹음을 완성하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게스트 뮤지션의 톤에 의해 덧입혀졌던 연주가 아닌 트리오 고유의 색을 느낄 수 있는 녹음을 담고 있다. 트리오는 이와 같은 의미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 청중들을 수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 내에서 리코딩을 진행한다. 녹음본은 오버더빙이나 리테이크 없이 라이브 그대로 앨범에 수록되었고 결과적으로 기존과는 다른 형식의 에너지 넘치는 ..
Christophe Beck & Leo Birenberg - Helter Skelter: An American Myth (WaterTower, 2021) 캐나다 작곡가 Christophe Beck과 미국 Leo Birenberg의 사운드트랙 앨범. Helter Skelter: An American Myth (2020)라는 이름으로 방영된 6부작 다큐멘터리는 Charles Manson 사건을 다루고 있다. 끔찍한 살인의 희생자 대부분이 유명인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사건 초기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 만했고, 이후 검거와 제판 과정에서 보여준 피의자들의 기이한 행동은 물론 이들의 생활과 사고가 당대의 반문화를 상징하던 흐름의 극단에 위치했던 탓에 맨슨은 단숨에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등장한다. 독특한 점은 맨슨의 영향력은 범죄 혹은 사회학과 같은 관련 학문의 연구뿐만 아니라 음악과 예술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최근까지도 그와 관련한 소재의 드라마..
Pieter de Graaf - Equinox (Masterworks, 2021)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Pieter de Graaf의 앨범. 전작 Fermata (2019)가 피에트르에게 어느 정도의 대중적 인지도를 보장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한 듯싶다. 어느 정도는 마케팅의 힘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고, 또 한 편에서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성공 루틴을 따라가며 이를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 적용한 이유도 존재할 수 있을 듯싶다. 그의 음악에서는 해장 장르 혹은 계열에서 입지를 쌓은 여러 뮤지션들의 모습이 종종 오버랩되기도 하는데, 어쩌면 이와 같은 미묘한 기시감을 자신의 로맨틱한 표현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피에트르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러한 피에트르에 대한 인상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지속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잔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