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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da Leen - Sea Tales (self-released, 2021) 스페인 전자음악가 Arda Leen의 미니 앨범. 여섯 트랙 30여 분 분량의 이 EP에는 아르다가 지금까지 표방해온 음악적 특징들이 잘 녹아들어 있다. 본인 스스로 '고요한 순간과 비 오는 날을 위한 음악'이라고 소개하고 있듯이 특정한 TPO에 어울리는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꼭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정서적으로 휴식과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요소도 다분하다.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어쿠스틱에 가까운 소박한 음향에, 화려한 배음보다는 꾸밈없는 단순한 사운드를 이용한 레이어링으로 자신이 언급한 상황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악기의 사운드는 선명함이나 명징함과는 거리를 둔 팰트 한 느낌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라이트 사운드의 피아노는 일상성에..
SiJ & Textere Oris - Reflections At The Sea (Cryo Chamber, 2021) SiJ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러시아 전자음악가 Vladislav Sikach와 Textere Oris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일렉트로닉 뮤직 프로듀서 Ilya Fursov의 협업 앨범. 일리야는 주로 협업의 공간에서 자신의 음악적 상상력을 관철하는 뮤지션으로도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블라디슬라프와의 공동 작업은 독특한 분위기의 사운드 텍스쳐는 물론 내러티브가 구성하는 인상적인 시네마틱 한 묘사로 기억된다. 두 사람의 여러 컬래버레이션 작업 중, 이 앨범은 커버 아트와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Reflections Under The Sky (2016)의 후속 작업으로 제작되었다. 5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번 앨범은 그 성격에 맞게 전작의 사운드 특성은 물론 그 묘사의 방식에..
Sumrrá - 7 Visións (Clermont, 2021) 스페인 피아노 Manuel Gutiérrez, 베이스 Xacobe Martínez Antelo, 드럼 Lar Legido 등으로 이루어진 트리오 Sumrrá의 일곱 번째 앨범. 자코브의 주도로 2000년에 결성되었으며 이들의 활동 본고장인 갈리시아에서는 지역 명물로 통한다고 한다. 자코브가 주도한 여러 트리오 프로젝트 중에서 숨라는 피아노-베이스-드럼에 일렉트릭을 배제한 고전적인 포맷이지만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그 어떤 그룹보다 혁신의 선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음악에서는 정형화된 틀을 발견하기 힘들다. 매번 발표하는 작업마다 전에 없던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기존의 보폭보다 한 발 더 나간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전작 6 Mulleres (..
Isfar Sarabski - Planet (Warner, 2021) 아제르바이잔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Isfar Sarabski의 앨범. 1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는 이자파의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이번 앨범이 그의 첫 공식 데뷔작이라는 사실은 놀라울 뿐이다. 물론 모두가 기억할 Rain Sultanov와의 색소폰-오르간 듀엣 녹음도 존재하긴 하지만, 이번 앨범은 피아니스트로서의 재능은 물론 작곡 및 편곡에 이르는 포괄적인 음악적 재능을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첫 계기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러한 점을 의식하기라도 하듯 이자파는 이번 앨범에 총력을 쏟은 듯한 인상을 준다. 기본적으로는 베이스 Alan Hampton과 드럼 Mark Guiliana와의 트리오 포맷에 기반한 연주를 들려주고, Lev Trofimov가 지휘하는 Main Strings Ensembl..
Innesti - Filament and Place (Dronarivm, 2021) 미국 전자음악가 Innesti의 앨범. 최근 3-4년 전부터 꾸준히 자주 발매 작업을 선보였던 인네스티의 첫 레이블 발표 앨범이기도 하다. 덕분에 그동안 유지해온 독특한 솔리튜드가 느껴졌던 칼라 커버 아트와는 다른 흑백에 프레이밍 된 표지를 선보이고 있는데, 묘하게도 그 이미지에는 여전히 인네스티의 감성이 느껴지고 있어 나름의 개인적 일관성은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그의 음악 또한 여전한 한결같은 특징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음악은 화려함이나 실험적 표현은 배제하는 대신 미니멀한 공간 구성 내에서의 지속적 변화를 감지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그의 음악에서 부각되는 특징 중 하나가 공간감인데, 다양한 소스의 사운드를 밀도 있게 배치한 이미지너리 한 묘사가 뛰어나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은 포..
Thierry Maillard Trio - Ballades (NoMad, 2021)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Thierry Maillard의 트리오 앨범. 대편성과 소편성을 오가며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선보였던 피아니스트에게 트리오는 익숙한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에서는 드럼 André Ceccarelli와 베이스 Thomas Bramerie가 녹음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독특한 점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오리지널 중에서 낭만적 취향을 반영한 선곡으로 평소에 비해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비교적 전통적인 스텐스에서 트리오 구성을 이끌고 있으며, 과감한 표출보다는 적절하고 균형 잡힌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앨범의 분위기가 말랑말랑하게 톤 다운된 작업용 연주를 들려준다는 것은 아니다. 티에리 특유의 비장함은 물론 공간 구성을..
Gary Brunton - Second Trip (Juste Une Trace, 2021) 영국 베이스 연주자 Gary Brunton의 트리오 앨범. 이번 녹음에는 피아노/키보드 Bojan Z와 드럼 Simon Goubert가 참여하고 있어, 앨범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전작 Night Bus (2019)의 후속 성격을 강하게 암시한다. 물론 그 음악적인 내용에서도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 정통적인 트리오의 형식에 그 문법과 표현에서도 모던한 감각을 수용한 포스트-밥의 경향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들의 음악은 라이브적인 성격을 고스란히 살린 강한 에너지의 응집을 보여주고 있으며, 고전과 현대적 양식을 아우르는 넓은 영역의 음악적 표현을 선보인다. 이들의 음악은 정통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 표현에서는 다양성과 개방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단순..
Greg Lamy - Observe the Silence (Igloo, 2021) 미국에서 태어나 룩셈부르크에서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 Greg Lamy의 쿼텟 앨범. 과거 색소폰이 포함된 쿼텟 포맷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그 자리에 피아노/키보드 Bojan Z가 참여하고 있고 베이스 Gautier Laurent와 드럼 Jean-Marc Robin은 15년 가까운 오랜 인연을 함께 이어오고 있다. 이전 쿼텟 앨범과의 비교가 큰 의미는 없겠지만 확실히 이번 작업에서는 게리가 내뿜는 고유의 온화함과 차분한 열정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다. 강한 개성을 지닌 보얀이 피아노와 키보드로 참여하고 있지만 그의 사운드는 게리의 톤에 맞춰져 있고 펜더 로드의 배음 또한 기타리스트의 음색과 닮아 있어 리더의 공간을 더욱 풍부하게 연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 쿼텟의 경우 게리-고티에-장 마..
lazy day #20210502
Dictaphone - Goats & Distortions 5 (Denovali, 2021) 벨기에 전자음악가 겸 베이스 연주자 Oliver Doerell, 독일 색소폰 및 클라리넷 Roger Döring, 바이올린 Alex Stolze 등으로 구성된 Dictaphone의 앨범. 인물들 각자 하나하나 모두 뚜렷한 음악적 특징을 지니고 있어 이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연주한다는 점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쩌면 이러한 다양한 음악적 지향점을 지녔다는 점이 딕터폰의 가장 큰 장점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들이 20년 가까이 활동을 이어오면서 앨범의 성격에 따라 그에 맞는 연주자들을 게스트로 포함하는가 하면 형식적 구성에 얽매이지 않은 유연함을 통해 멤버 각자는 물론 그룹의 음악적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한 측면도 존재한다. 이들의 음악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
LTO - Daear (Denovali, 2021) 영국 전자음악가 Stephen Packe의 솔로 프로젝트 LTO의 앨범. 전설적인 Old Apparatus의 일원이었으며 5-6년 전부터 LTO라는 솔로 프로젝트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스토리 텔링 구조에 기반을 두고 내러티브의 형식적 구성을 이어가는 그의 음악은 마치 일렉트릭 시네마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번 앨범 또한 중세 웨일스의 신화와 화성에 대한 SF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웅장한 음악적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풍부한 사운드와 효과에 있다. 신서사이저를 기본으로 활용하면서도 그 질감은 마치 전통 악기의 모습에 근접한 사운드를 재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연주 악기의 소리를 대체하기 위해 전자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 톤을 따라 하지만 일..
Philipp Schiepek & Walter Lang - Cathedral (ACT, 2021) 독일 기타리스트 Philipp Schiepek와 미국 피아니스트 Walter Lang의 듀엣 앨범. 20대 중후반의 젊은 기타리스트와 60을 바라보는 노련한 관록의 파이니스트라는 나이에 따른 대비는 적어도 이 앨범에서는 통하지 않을 듯싶다. 두 사람은 서로의 호흡을 바라보고 상대의 깊이를 가늠하면서 그 어떤 음악에서도 쉽게 경험하기 힘든 뛰어난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일체감이 목적으로 하는 것은 화려한 기량이나 현란한 표현이 아니라 교감 그 자체가 이루는 아름다움을 향해있어 첫 느낌부터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마음마저 포근해진다. 필립이 자신의 데뷔작에서 전자 기타 연주를 들려줬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앨범에서는 나이론 스트링을 들고 나왔고, 발터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다양한 표현 중에서도 ..
Marius Neset - A New Dawn (ACT, 2021) 노르웨이 색소폰 연주자 Marius Neset의 솔로 앨범. 지금까지 마리우스가 발표한 여러 장의 앨범들과 각 작업들이 이룬 놀라운 성과를 생각한다면 그가 이제 겨우 30대 중반이라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설레게 하고, 음악적 창의에 있어 그 누구 못지않게 뛰어나다는 사실이 흥분하게 만든다.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인 이번 녹음에서 마리우스는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작곡가로서의 풍부한 상상력은 물론 연주자로서의 뛰어난 기량을 이번 작업에 오롯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솔로 연주에 사용한 곡들 중 상당수는 이미 기존에 밴드나 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을 위해 쓰인 것들이다. 하지만 마리우스의 설명에 의하면 그..
Michael Wollny, Emile Parisien, Tim Lefebvre, Christian Lillinger - XXXX (ACT, 2021) 신서사이저/로드/피아노 Michael Wollny, 색소폰 Emile Parisien, 베이스/일렉트로닉 Tim Lefebvre, 드럼/퍼커션 Christian Lillinger 등이 모여 쿼텟으로 녹음한 앨범. 슈퍼 쿼텟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닌 이런 라인-업으로 녹음을 한 것도 놀랍지만, 이들이 모여 우리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이들이 예전에 들려줬던 음악을 상상한다면 이번 앨범의 첫 트랙을 듣는 순간부터 놀라움을 넘어서 당혹스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가장 큰 당혹스러움은 사운드 그 자체에 있다. 미하엘이 신서사이저나 로드 연주를 선보인 적은 예전에도 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그 사운드가 전면에 나섰고 상당히 공격적인 톤으로 연주되고 있다. 에밀의 색소폰은 마치..
Robin & The Wood - Moonfall (Grain(s) de Riz, 2021) 프랑스 재즈-록 그룹 Robin & The Wood의 앨범. 2015년 기타 Robin Jolivet와 색소폰 Jérôme Masco가 보르도 음악원 재즈 수업에서 만나 듀엣을 통해 다양한 음악적 교류를 나눈 이후 2017년 플루트 Alexandre Aguilera, 베이스 Alexis Cadeillan, 드럼 Nicolas Girardi 등과 함께 현재의 라인-업을 완성한다. 자신을 프로그레시브 록 재즈 그룹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70년대의 진보적 음악과 컨템퍼러리 계열의 재즈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혼용한 스타일의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미니 앨범 Dark Water Falls (2019)를 선보인 적이 있으며, 이번 작업은 공식적인 퀸텟의 첫 풀-타임 리코딩이다. 이들이 자신을 정의하고 설명한 내용만..
Masabumi Kikuchi - Hanamichi: The Final Studio Recording (Red Hook, 2021) 2015년 세상을 떠난 일본 피아니스트 Masabumi Kikuchi의 유작. 일본 가부키에서 객석을 가로질러 무대로 연결된 하나미치(花道)는 배우들이 드나드는 통로로 이용되는데, 퇴장하는 등장인물들에게 꽃을 전달하기도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러한 타이틀의 의미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앨범은 'The Final Studio Recording'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고인의 최종 리코딩이라는 의미 외에도 이 앨범은 평소 키쿠치의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의외성이 담겨있다. 실험적인 공간 속에서 기존 언어의 해체적 표현에 집중했던 지난날과 달리 이번 녹음에서는 추상과 구체의 경계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 날 확신에 가득 찬 과감한 타건 대신 음과 음 사이에 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