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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ko.m.trio. - True (self-released, 2021) 폴란드 피아노 Aleksandra Mularczyk, 베이스 기타 Konrad Żołnierek, 드럼 Adam Golicki로 이루어진 olko.m.trio.의 첫 앨범. 트리오의 이름에 등장하는 olko.m.은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라의 활동명이라고 한다. 일면식도 없고 그 어떤 정보도 전무한 상태에서 무심코 앨범을 스트리밍 했다가 이들의 밀도 있고 매력적인 연주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감상하게 된다. 재즈 트리오의 기본 형식을 갖추고 그 공간의 개방적 성격을 활용하여 각 멤버들의 능동적 자율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면서 동시에 긴밀하고 유기적인 인터플레이의 계기들을 지속하는 이들의 연주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멤버 각자의 라인을 따라가도 하나 같이 아름답고 수려하며, 하나의 공간 속에서 이들이 이루는..
Angelo Mastronardi - Moba (GleAM, 2021) 이탈리아 재즈 키보드 연주자 Angelo Mastronardi의 앨범. 안젤로는 피아노뿐만 아니라 여러 키보드나 펜더 로드를 활용해 재즈의 전통적 문법과 표현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듀오부터 대편성에 이르는 다양한 포맷을 선보이며 다양한 음악적 합을 펼쳤는데, 이번 앨범은 특별한 형식을 갖추지 않는 대신 곡의 분위기나 성격에 따라 솔로에서 퀸텟에 이르는 여러 편성의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색소폰 Emanuele Coluccia, 트럼펫 Marco Gianfreda, 신서사이저 Bonbooze, 전자 베이스 Paolo Romano, 세미-어쿠스틱 베이스 Gianluca Aceto, 드럼 Paolo Colazzo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1-2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이번 앨범..
Taennya - Natural Serenity (Stereoscenic, 2021) Taennya라는 활동명을 사용하는 러시아 전자음악가 Tatyana Maslova의 첫 앨범. 이번 그녀의 데뷔작을 들어보면 앨범의 타이틀 '자연스러운 평온'은 물론, 네거티브 필름을 스캔한 듯한 커버 아트의 사진이 절묘한 일체감을 준다는 점을 쉽게 느끼게 될 것이다. 앰비언트 계열의 문법적 표현을 사용하여 정서적 평온을 경험하게 하는 타티아나의 음악은 파도, 바람, 새 울음, 비 등 주변 환경의 리듬에 맞춰 진행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매력이다. 바쁜 도시의 일상을 묘사한 듯한 곡에서조차 이러한 흐름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일관성을 보여준다. 극적인 전개나 빌드-업보다는 지속성을 강조하는 듯한 흐름을 강조하며, 세밀하고 섬세한 텍스쳐를 지닌 여러 결의 사운드들이 서로 얽히듯 이어가는 레이어링을 이..
Alphaxone & ProtoU - Back To Beyond (Cryo Chamber, 2021) Alphaxon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이란 전자음악가 Mehdi Saleh와 활동명 ProtoU라는 우크라이나 뮤지션 Sasha Cats의 협업 앨범. 가상의 현실을 가정하고 그 속에서의 구체적 상황을 상상한 다음 그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가는 능력에 있어 메니와 사샤는 탁월함을 보여준다. 최근 이들은 Onasander (a.k.a. Abiura Fatima)와 셋이서 해양 판타지를 소재로 한 Shadows Of Forgotten Legends (2020)을 공동 제작하기도 했고, 그전에 둘은 Stardust (2017)이라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공동 작업은 내용이나 형식에서 2017년 앨범의 연장 혹은 후속 성격이 강하다. 미래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
FOARM - Traitor (Ezhevika, 2021) 러시아 뮤지션 Max Kubbe와 Alexander Lvov의 듀오 프로젝트 FOARM의 앨범. 막스와 알렉산더는 KIROV라는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에서 기타와 드럼을 연주하던 동료로, 밴드와는 별개로 앰비언트 계열의 일렉트로닉을 지향하는 듀오 FOARM을 결성한다. 작년에 선보인 Midlife Regrets Sessions (2020)에서 듀오는 새로운 장르에서의 음악적 가능성은 물론 자신만의 독창성까지 함께 증명하게 되는데, 이번 앨범은 그 두 번째 작업이다. 이들의 음악은 서사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듯한 긴 플로우를 지니지만 공간의 볼륨을 키워 채우는 방식 대신 그 안을 섬세한 사운드의 배치를 통해 정서적 밀도를 축적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진행에서는 특정한 형식적 양식을 취하지 않는 대신 이야기의..
Matthew Pusti - A Good Woman is Hard to Find (Lakeshore, 2021) 미국 작곡가 Matthew Pusti의 OST 앨범. 최근 10여 년 가까이 영상 음악 분야에 재직한 매튜는 여러 기업의 글로벌 커머셜을 비롯한 텔레비전 시리즈와 영화 음악 등으로 알게 모르게 우리와도 무척 친숙한 인물이다. 이번 앨범은 "굿 우먼"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스릴러 A Good Woman is Hard to Find (2019)의 영화 음악을 담고 있다. 90년대부터 Makeup and Vanity Set이라는 이름으로 일렉트로닉 신에서 이름을 떨친 그의 음악적 활동은 영상 작업에서도 일정 부분 그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VST와 전자 악기를 활용해 서스펜션에 어울리는 오케스트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앨범에서 매튜는 스트링과 브라스 계열의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적..
Juanjo Javierre - Armugán (Plaza Mayor Company, 2021) 스페인 작곡가 겸 프로듀서 Juanjo Javierre의 OST 앨범. 후안호의 이번 작업은 Jo Sol 감독의 영화 Armugán (2020)에 삽입된 곡들로, 영화는 안첼의 등에 업혀 계곡을 오고 가며 비밀스럽고 끔찍한 직업에 전념하는 주인공 아르무간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와 같은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존엄한 죽음과 삶의 윤리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영화의 음악 또한 그 주제에 알맞은 텍스쳐를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 그림 같은 경관과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묘사까지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영화에 삽입되는 음악의 경우 요소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OST의 경우 하나의 완결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하며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작업의 가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VST ..
Jonas Kopp - Technocracia (Osmosis, 2021) 아르헨티나 DJ 겸 프로듀서 Jonas Kopp의 앨범. Technocracia라는 앨범 타이틀을 보고 혹시 조나스가 기존 작업으로 돌아간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 예상과는 달리 이번 작업 또한 조나스가 '단절'(una pausa)이라는 표현을 통해 기존 활동과 차별화된 음악을 선보이면서 제시했던 일련의 작업 중 Exploraciones Internas (2021)와의 연속성이 강조된 듯한 인상을 준다. 앰비언트의 경향적 특징을 강조하면서 기존 자신의 신서사이저 사운드를 새로운 공간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보다 한층 느려진 BPM에 비트 시퀀싱을 대신하는 듯한 아르페지에이터의 활용은 지난달 전작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암시한다. 대신 전작에서는 밝은 톤의 ..
Sufjan Stevens - Convocations (Asthmatic Kitty, 2021) 미국 싱어송라이터 겸 멀티 인스트루먼트 뮤지션 Sufjan Stevens의 앨범 모음. 작년 수프얀의 정규 앨범 The Ascension (2020) 발매 직후 그는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 그는 자신의 상실과 아버지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은 앨범을 기획하는데 그 결과가 이번에 완결된 일련의 작업이다. 이 시리즈는 올 4월 초 Meditations 발표 이후, 1주일 간격으로 Lamentations, Revelations, Celebrations를 선보이고 최근 Incantations를 통해 Convocations라는 전체 연작의 완성을 이룬다. 이 시리즈는 이전 수프얀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발표했던 Carrie & Lowell (2015)과 비교해도 많은 차이를 보여주는데, ..
Ryan Crosson - Notes From Isolation Parts I & 2 (NFI, 2021) 미국 DJ 겸 프로듀서 Ryan Crosson의 앨범들. 이번 작업들은 라이언이 올해 초 설립한 NFI 레이블의 첫 시리즈 중 일부로 발표되었다. 이 두 장의 앨범 사이에는 지난 작업들 중 일부를 발췌해 EP 형식으로 발매한 Monoceros (2021)도 존재하는데, 이 미니 앨범의 경우 Part I과 II 사이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립된 작업으로도 인상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이 3개의 작업을 3부작으로 명명하고 있어 Parts I & II와 더불어 감상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번 앨범들은 확실히 이전 라이언의 작업들과는 일정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라이언 자신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로 인해 사람들 가득 찬 댄스 플로어 대신 텅 빈..
Diptych - Dichotomy (TheRedBox, 2021) 프랑스 기타/키보드 연주자 Jeremy Tordjman과 드럼 Stef Roul의 듀오 프로젝트 Diptych의 앨범. 이번 녹음은 두 사람의 공동 협업으로 작년에 발표한 Nothing Lasts Forever (2020)의 후속 작업이면서 공식적으로 딥틱이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첫 작업이기도 하다. 한 쌍을 이루는 두 개의 평판이나 두폭화를 의미하는 딥틱은 이들 듀오의 음악적 특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프리 임프로바이징을 바탕에 둔 협연이지만 이들이 연출하는 분위기는 다분히 이미지너리 한 탓에 딥틱이라는 회화적 표현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레미는 기타와 건반 등의 연주 악기 외에도 프로그래밍이나 디지털 음향 효과를 활용하고 있으며, 스티프 또한 ..
Whatever Happens Don't Be Yourself! - Simple Thoughts for a Troubled Mind (Lekrofon, 2021) 노르웨이 드러머 Nils Are Drønen이 이끄는 Whatever Happens Don't Be Yourself! 밴드의 두 번째 앨범. 전작 Whatever Happens Don't Be Yourself! (2016)에서 보여준 분방 하면서도 창의적인 집단적 합의는 이번 작업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이번 녹음에는 색소폰 Aksel Røed, 피아노 Isach Skeidsvoll, 노이즈 Lasse Marhaug, 퍼커션 Snorre Bjerck, 보컬 Nelly Moar, 베이스 Nils Henrik Sagvåg, 기타 Mads Berven, 트럼펫 Audun Waage 등, 인적 구성에서도 신구의 고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들 밴드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과거 Charlie Haden..
Graham Costello's STRATA - Second Lives (Gearbox, 2021) 영국 드러머 Graham Costello와 그의 밴드 STRATA의 두 번째 앨범. 2016년에 결성된 밴드는 그레이엄의 개인적인 음악 취향을 총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대학에서 재즈를 전공했고 이후 뮤지션으로 포스트-록이나 일렉트로닉 신에서 협연하는 등의 활동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밴드 결성 이후 소소한 구성원의 변화는 있었지만 이번 녹음에는 색소폰 Harry Weir, 트롬본 Liam Shortall, 피아노 Fergus McCreadie, 기타 Joe Williamson, 베이스 Mark Hendry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미니 앨범 Strata (2016) 이후 첫 정규 리코딩인 Obelisk (2019)에 이은 이번이 이번 작업 역시 자신들의 기본 스타일을 지속하고 있다. 재즈의 공간 ..
Danielle de Gruttola, Henry Kaiser, Benedicte Maurseth, Stein Urheim - Be Here Whenever (Jazzland, 2021) 첼로 Danielle de Gruttola, 전자 기타 Henry Kaiser, 노르웨이 전통 현악기 피들 Benedicte Maurseth, 기타 Stein Urheim의 협연을 담고 있는 앨범. 현악기로만 이루어졌지만 그 면면을 보면 전통과 현대, 일렉트릭과 어쿠스틱이 결합한 독특한 구성임을 알 수 있다. 이보다 독특한 것은 앨범 전체는 어느 특정한 장르적 지향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임프로바이징을 바탕에 두고 있지만 그 표출 양식은 민속음악에서부터 앰비언트에 이르는 다양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악기가 전면에 나서느냐에 따라 블루지한 느낌에서부터 모던 클래시컬한 경향성까지 그 분위기 또한 다채롭다. 그만큼 공간적 자율성을 어떻게 구성하고 개별 모멘텀의 리드를 누가 하느냐에 ..
GoGo Penguin - GGP/RMX (Blue Note, 2021) 영국 피아노 Chris Illingworth, 베이스 Nick Blacka, 드럼 Rob Turner로 구성된 트리로 GoGo Penguin의 새 타이틀. 이번 앨범은 전작 GoGo Penguin (2020)에 수록된 9곡과 Live from Studio 2 (2020)의 1곡을 Cornelius, Machinedrum, Yosi Horikawa, Rone, Squarepusher, Nathan Fake, 808 State, James Holden, Shunya, Clark, Portico Quartet 등 11명의 뮤지션들이 리믹스한 앨범이다. GGP는 탄생한 그 순간부터 재즈가 지닌 개방적 성격을 적극 활용하여 그 표현의 확장성을 극대화하는 혁신을 보여줬기 때문에 EST 이후의 재즈 트리오의 변화를 ..
Jacob David - Mursejler (Moderna, 2021) 덴마크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Jacob David의 앨범. 이번 녹음은 Omkuld (2015)에 이은 두 번째 풀타임 리코딩으로, 전작에서 바이올린-첼로 등의 현악을 부분적으로 활용해 공간을 구성한 것에 비하면 더욱더 소박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예전보다 더 수수한 공간 구성임에도 멜로디와 그 진행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둠으로써 오히려 분위기는 전작보다 더 풍부한 느낌을 준다. 피아노의 사운드는 여전히 펠트 한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힘을 거의 들이지 않으면서 최대한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타건을 이어가는 탓에 나긋하게 속삭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뒤로 들려오는 업라이트의 메커니컬 사운드도 피아노 소리와 함께 수음되어 있어 일상 거리에서의 평온함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 때문에 조금 더 멜로디에 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