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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erson - Between Two Worlds (Jazzland, 2021) 노르웨이 기타리스트 Jon Eberson과 키보드/피아니스트 Marte Eberson이 주축이 된 밴드 Eberson의 앨범. 욘은 노르딕 재즈계의 전설로 불리는 Leif Eberson의 아들로 197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현재는 이미 아버지의 반열에 올라선 기타리스트이며, 그의 딸인 마르테는 2010년대 초반부터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며 3대에 걸친 재즈 가문의 계보를 이어가게 된다. 마르테는 독립된 음악적 행보를 펼치면서도 아버지와 함께 Eberson Funk Ensemble의 이름으로 Do the Dance (2014) 앨범을 발표하여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후에도 각자 자신의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이와 별개로 이들 부녀는 간헐적으로 공동 작업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Eberson의 타이틀로 발..
.foundation - mountain ambient III (Stereoscenic, 2021) 미국 전자음악가 Jake Carter의 솔로 프로젝트 .foundation의 앨범. 드론을 기반으로 하는 사운드 스케이프와 이를 통해 묘사되는 독특한 앰비언트는 잭의 파운데이션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시그널과도 같다. 지금까지 잭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장르적 경향성을 대표하는 여러 뮤지션들과의 차별점을 조금씩 구체화하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번 앨범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한다는 측면은 물론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과 큐레이팅을 통해 그 전개를 자연스럽고 치밀하게 구성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잭의 데뷔 앨범인 mountain ambient (2018)로부터 이어진 시리즈 타이틀을 달고 있어 '산'으로 상징되는 공간적 의미와 그 안에서 구성되는 ..
Stephan Moccio - Lionheart (Decca, 2021) 캐나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Stephan Moccio의 피아노 솔로 앨범. 1990년대부터 이미 대중음악계에서는 플레티넘 넘버의 제작자로 이름을 떨쳤고, 밴쿠버 동계 올림픽과 같은 굵직한 국제 행사에서 그의 음악이 사용되는 등 북미는 물론 세계적으로 작곡가 및 프로듀서로서 상당한 인지도를 지닌 음악가이다. 2019년 Decca 레이블과 월드 와이드 공급 계약을 맺은 이후 스테판이 처음 선보였던 앨범이 Tales Of Solace (2020)였는데, 단출한 피아노 구성의 솔로 앨범이라 전혀 의외의 놀라움을 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앨범은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와 그에 따른 일상 폐쇄에 지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여, 소박한 표현을 통한 음악적 전략이 유효했음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번 녹음은 전작..
Hermon Mehari & Alessandro Lanzoni - Arc Fiction (MiRR, 2021)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미국 트럼펫 연주자 Hermon Mehari와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Alessandro Lanzoni의 듀엣 앨범. 재즈라는 공통의 언어를 기반으로 음악 활동을 한다는 점 외에는 이렇다 할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뮤지션이 듀오 녹음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이들이 공통의 공간에서 들려주는 합의적 창의는 무척 흥미롭다. 이들은 재즈 내의 다양한 장르적 표현들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포스트-밥, 프리, 모던 크리에이티브 등 전통과 현대의 표현은 물론 오소독스 한 펜타토닉에서부터 온음계의 구성을 지닌 고전적인 연주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을 어느 특정 양식에 제한을 두지 않는 개방성을 전제하고 있다. 그만큼 둘 사이에는 다양한 음악적 조합의 가..
Stimming x Lambert - Positive (XXIM, 2021) 독일에서 활동 중인 스웨덴 전자음악가 겸 프로듀서 Martin Stimming과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Paul Lambert의 듀엣 앨범. 서로 다른 장르적 기반에서 활동 중인 스티밍과 람베르트는 이미 미니 앨범 Exodus (2018)를 통해 음악적 합의의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각자가 지닌 고유한 표현들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는 상대와의 공간적 공유를 시도하기 위한 다양한 작법들을 선보였다. 어떻게 보면 서로 한 발씩 물러서서 더 넓은 공간을 활용한 듯한 협업 방식은 웹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들 만큼 놀라운 시너지를 완성했다. 이후 이들은 이 과정을 "미학과 취향의 공유"라고 불렀고 그 핵심을 "오르가닉 사운드"라 정의한다. 사운드에 대한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단지 서로 각자 자신의 방식..
Hania Rani & Dobrawa Czocher - Inner Symphonies (Deutsche Grammophon, 2021) 폴란드 피아니스트 Hania Rani와 첼리스트 Dobrawa Czocher의 듀오 앨범. 폴란드는 물론 오늘날을 대표하는 젊은 여성 현대 작곡가들인 하니아와 도브라와는 10대인 그단스크 Feliks Nowowiejski 음악학교 시절부터 1살 터울 자매처럼 친하게 지냈고 이후에도 바르샤바 Fryderyk Shopin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들은 로컬 발매를 통해 폴란드 작곡가이자 록 밴드 Republika의 창립 멤버인 Grzegorz Ciechowski의 곡들을 모던 클래시컬의 언어로 재구성한 Biała Flaga (2015)를 선보이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후 도브라는 Szczecin Philharmonic Orchestra의 솔로이스트는 물론 여러 작곡가들의 작업에 참여..
Zacc Harris Group - Small Wonders (Shifting Paradigm, 2021) 미국 재즈 기타리스트 Zacc Harris의 리드 앨범. 2000년대 중반 데뷔 이후 여러 밴드와 뮤지션들의 세션은 물론 현재 대학에서 후배 연주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반으로 Shifting Paradigm 레이블을 통해 ZHG의 타이틀로 발매한 The Garden (2012)이 그 첫 앨범인데, 이후 트리오에서 쿼텟에 이르기까지 매번 편성을 바꿔가며 녹음을 진행하면서도 현재의 그룹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색소폰 Brandon Wozniak, 피아노 Bryan Nichols, 베이스 Chris Bates, 드럼 JT Bates 등 이전 데뷔 앨범의 멤버들이 오랜만에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고 여기에 트럼펫/플루겔호른 John Ra..
Saycet - Layers (Météores, 2021) Saycet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프랑스 전자음악가 겸 프로듀서 Pierre Lefeuvre의 앨범. 오늘날 유럽 전자음악의 예술 및 대중적 영향력과 관련해 과연 피에르의 존재를 우회해서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00년대 중반에 데뷔해 세계 각국의 투어를 통해 인지도를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수들을 위한 제작자로서의 작업은 물론 영화나 광고와 같은 분야에서도 그의 입지는 음악적 역량과 더불어 차츰 진화를 거듭한다. 유명 패션 위크에서 그의 음악은 주요 레퍼토리로 활용되기도 하고 Centre Pompidou의 큐레이팅을 위한 요소로 피에르의 작업이 등장하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예술적 가치 또한 인정받고 있다. 실제 피에르는 뛰어난 기타와 피아노 연주 실력을 바탕에 둔 연주자이면서 사운드 ..
Filip Żółtowski Quartet - Humanity (self-released, 2021) 폴란드의 신예 트럼펫 연주자 Filip Żółtowski의 쿼텟 앨범. 색소폰 Szymon Zawodny, 키보드/피아노 Wojciech Wojda, 드럼 Mikołaj Stańko 등으로 이루어진 쿼텟은 Akademia Muzyczna w Gdańsku (그단스크 음악 아카데미) 졸업생들로, 2020년 8월에 결성되어 여러 페스티벌은 물론 경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큰 주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FŻQ가 선보인 이번 데뷔작은 고전적인 어법과 현대적인 젊은 감각은 물론, 재즈와 그 주변 다양한 장르적 표현들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훌륭하게 이루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연주가 재즈가 지닌 고유한 구성과 형식을 벗어난 과감함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드나 스케일, ..
André Barros - Vivid (Omnichord, 2021) 포르투갈 작곡가 André Barros의 앨범. 1984년생인 안드레는 법학을 전공하고 이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만학과 현장 경험을 통해 음악 작법과 언어를 탐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국에서 발매된 그의 데뷔작 Circustances (2013)는 피아노와 현악을 중심으로 한 실내악 형식의 구성을 통해 시적인 멜로디와 이미지너리 한 내러티브를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명료한 특징 덕분에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여러 장단편에서 작업했고, 더불어 글로벌 브랜드의 커머셜 뮤직에도 협력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은 In between (2016)과 Reasons (2017) 이후 오랜만에 발표한 개인 작업이면서 동시에 몇몇 단편 영화에 수록되었던 오리지널 스코어 4편도 ..
Stray Theories - This Light (n5MD, 2021) Stray Theories라는 이름으로 뉴질랜드에서 활동 중인 호주 출신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Micah Templeton-Wolfe의 앨범. ST의 음악은 앰비언트의 공간 속에 포스트-록이나 슈게이즈 특유의 관조적인 분위기를 담아내면서도 따듯한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일렉트로닉의 감각적인 사운드를 감성적인 분위기로 내면화하여 깊이 있는 사색적 공간을 개방하기도 하는데, 특히 n5MD에서 발매한 그의 전작 All That Was Lost (2018)는 이와 같은 특징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된다. 3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은 ST의 통산 네 번째 풀타임 리코딩으로, 15년이 넘어가는 그의 음악 커리어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은 타이틀 수를 생각하면 무척 반가..
Sean La'Brooy - Out Moving Windows (Analogue Attic, 2021) 미국에서 활동 중인 호주 전자음악가 Sean La'Brooy의 앨범. 얼마 전까지 션은 Alex Albrecht와 듀오로 Albrecht La'Brooy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오케스트럴 패드를 이용한 사운드 스케이프에 다운템포와 하우스 계열의 현대 작곡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이후 미국으로 이주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게 된다. 공식적인 첫 결과물이 이번 앨범으로 션은 기존 활동을 통해 선보인 기본적인 언어를 바탕으로 연주 악기를 참여시키고 그 특성을 부각하여 새로운 표현과 접근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예전 듀오 프로젝트에도 함께 했던 기타 Oliver Paterson을 비롯해 트럼펫 Fernando Ferrarone이나 트롬본 Kalia Vandever와 같은 젊은 미국 재즈 뮤..
BadBadNotGood - Talk Memory (XL, 2021) 캐나다 연주 그룹 BadBadNotGood의 앨범. 2010년 키보드 Matthew A. Tavares, 베이스 Chester Hansen, 드럼 Alex Sowinski 등 세 명의 뮤지션으로 결성된 BBNG는 이후 2016년 투어 객원 연주자로 함께했던 색소폰 Leland Whitty가 정식 멤버로 합류하면서 쿼텟으로 IV (2016) 앨범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후 2019년 원년 멤버인 매튜가 떠나고 공연 일정조차 감염병 사태로 취소되면서, 남은 구성원들은 BBNG의 새로운 음악적 방향성을 모색하면서 오랜 암중에 들어가게 된다. 얼마 전 이들은 두 편의 싱글을 연이어 발표하며 재기를 알리게 되는데, 이번 앨범은 5년 만에 공개되는 BBNG의 신보이며 매튜 없이 녹음된 첫 릴리즈이기도 하다. 이번 작..
Édouard Ferlet - Pianoïd (Mélisse, 2021)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Édouard Ferlet의 앨범. 에두아르가 들려주는 음악과 관련한 진지한 대화는 확고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담고 있어 때로는 집요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고, 또 때로는 새롭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그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작업들의 궤적 속에서는 새로운 음악적 고민을 담고 있어 신선하며, 이번 녹음과 유사성을 보여주는 동시대 재즈를 포함한 다른 장르의 성과들과 비교해도 에두아르의 독창성은 단연 두드러진다. 지난 10년 가까이 Bach와 고전 음악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언어와 표현을 완성했다면, 이번 녹음은 그동안의 성과를 전위시키며 새로운 음악적 접근에 도달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솔로 작업으로 완성된 이번 앨범은 '피아노이..
Craig Taborn - Shadow Plays (ECM, 2021)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Craig Taborn의 솔로 라이브 앨범. 1990년대 후반 ECM과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작업을 이어오면서도 여러 레이블들을 통해 다양한 녹음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피아노 외에도 신서사이저나 오르간 등을 이용해 확장된 표현을 보여주는가 하면, 실험적인 앰비언트나 감각적인 테크노와 같은 전혀 의외의 장르적 표출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음악적 표현과 표출 속에서도 그는 임프로바이저라는 본연의 음악적 본능을 내재하고 있었으며, 이는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연에서도 훌륭하게 드러난다. 이와 같은 크레이그의 재능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순간은 그의 첫 솔로 녹음인 Avenging Angel (2011)이 아닐까 싶은데, 온전한 자신의 언어와 목소리를 통해 창의적인..
Jung Jaeil, 23, Park Min Ju - Squid Game (Netflix, 2021)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OST. 음악 작업에는 영화는 물론 폭넓은 활동 영역을 자랑하는 작곡가 정재일, 국내 다수의 뮤지컬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23, 가요와 더불어 드라마 분야에서도 활동 중인 작곡가 박민주가 함께 완성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넷플릭스 시리즈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욕망'이라는 개념을 확장해 거대한 이야기의 구조를 완성하고, 그 안에 인간 개인의 구체적 삶까지 녹여냈다는 점이다. 극 중 황준호가 실종된 친형의 고시원을 찾아갔을 때 벽과 책장 그리고 책상 위에 가지런히 배치된 다양한 욕망의 상징 속에 자크 라캉의 '욕망 이론'은 고스란히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타인의 욕망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단순히 광고나 마케팅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456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