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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Lukas Boysen - Siren Songs (Erased Tapes, 2021) 독일 작곡가 겸 전자음악가 Ben Lukas Boysen의 게임 오리지널 스코어 앨범. 게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가상의 디스토피아를 다룬 어드벤처 물이라는 설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짐작만 할 뿐이라 달리 할 이야기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를 끌었던 것은 스코어에서 다루고 있는 음악의 주제에 관한 것이다. 벤은 자신의 개인 작업과 별도로 영화 OST를 비롯해 게임 관련 음악에도 관여한 경험이 있는데, Sebastian Plano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Everything (2017)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작업 작업들은 주로 모던 클래시컬 특유의 표현을 중심으로 완성된 일련의 경향적 특징을 강하게 반영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이러한 음악적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다크 앰비언트 계열의 사운드를 중..
Rohne - Forms (self-released, 2021) Rohn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미국 전자음악가 Keenan Branch의 앨범. 몇 년 전, 자주배급으로 발표한 론의 데뷔 앨범 Meredian (2018)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물론 이를 접한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우스, 다운템포, 칠웨이브, IDM, 트립합 등 감각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일렉트로닉 특유의 몰입과 더불어 앰비언트적인 사색의 공간까지 경험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다면적이지만 명료한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테마는 신인의 작업이라고 보이게 너무나도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3년 만에 선보인 이번 두 번째 앨범은 기존의 성과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론의 음악은 오랜 기간의 경험과 성찰이 반영된 것..
Cesare Picco - The Last Gate (Decca, 2021)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Cesare Picco의 앨범. 지금까지 체사레가 들려줬던 음악적 테마는 폭넓었다. 한때는 즉흥적 표현을 활용한 서정적인 재즈 솔로가 국내 팬들에게 시선을 끌기도 했으며 때로는 대중적인 취향이 반영된 곡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늘 일정한 방향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곤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터득했던 클래식적인 정서가 그 요인이 아닐까 싶다. 그는 바로크에서부터 현대 고전에 이르는 다양한 양식의 클래식에 대한 음악적 관심을 표출하면서도, 이를 자신의 언어로 내재화하여 작곡과 연주에 반영한다. 이를 통해 체사레는 최근 10년 이상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을 보여주는 곡들을 선보였다. 이번 앨..
Beyond the Ghost - The Desolation Age (Cryo Chamber, 2021) Beyond the Ghost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프랑스 전자음악가 Pierre Laplace의 앨범. 피에르가 이전까지의 음악 활동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듯한 스텐스로 BtG라는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Cryo Chamber 레이블이 지향하는 다크 앰비언트 계열의 기존 작업과 비교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고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고, 인상적인 내러티브와 그 구성을 구체화하는 세밀한 사운드는 그의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올해 초에 발표한 The Last Resort (2021)는 마치 음악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스토리와 그 세계관을 전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번 작업은 전작의 연장에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를 본격적으로..
Catherine Graindorge - Eldorado (tak:til, 2021) 벨기에 바이올린 연주자 겸 작곡가 Catherine Graindorge의 앨범. 캐서린의 음악은 장르적 경계의 미묘한 긴장 위에서 연출되는 에너지의 충돌이 매력적이다. 바이올린이 지닌 현의 질감은 고전적인 미적 영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그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사운드의 조합은 다분히 실험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록 특유의 강한 디스토션을 동반하기도 한다. 여기에 마치 이야기를 전달하는 듯한 구성과 진행은 그녀의 음악이 지닌 매력이기도 하는데, 잘 짜인 극본에 따라 치밀하게 전개되는 내러티브 속에는 긴장으로 이어지는 몰입은 물론 극적 반전 또한 포함하고 있어 곡에 따라서는 단편 뮤직 드라마를 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녀의 첫 솔로 The Secret of Us All (2012)과의 이번 앨범..
Monoglot - Resonance (Hout, 2021)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5인조 Monoglot의 앨범. 2014년 데뷔작을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통산 4번째 정규 앨범인 이번 녹음에는 원년 멤버인 두 명의 색소폰 연주자 Fabian Willmann과 Sebastian Von Keler를 비롯해 기타 Kristinn Kristinsson이 참여하고 있고, 베이스 Valentin Link와 드럼 Michael Heidepriem도 함께하고 있다. '단일 언어주의'라는 독특한 팀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멤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위스, 독일, 아이슬란드 등의 다양한 국적으로 이루어진 팀이며, 이들의 음악에 내포된 장르적 특성 또한 재즈의 임프로바이징을 비롯해 아방가르드 한 록의 그루브는 물론 실험적인 미니멀리즘 등을 포..
Andreas Ulvo - Trust (SoundCanBeSeen, 2021) 노르웨이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Andreas Ulvo의 솔로 앨범. 북유럽 특유의 관조적인 싸늘함과 멤버들 상호 간의 반응을 통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절묘한 조합을 이룬 Eple Trio를 기억한다면 안드레아스가 누구인지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유명 뮤지션들을 위한 세션으로도 참여했는데, 비교적 최근의 경우만 하더라도 ECM에서 발매된 Mathias Eick의 사색적 공간을 완성한 피아니스트로도 그를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온전한 그의 개인 작업은 의외로 쉽게 접하기 어려우며 그나마 솔로작 Unchangeable Seasons (2016)의 경우도 자신의 작곡이 바탕이 된 녹음이라기보다는 기존 클래식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접근을 특징으로 한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Light & Lo..
Geir Sundstøl - St. Hanshaugen Steel (Hubro, 2021) 노르웨이 기타리스트 Geir Sundstøl의 앨범. 1969년생으로 30년 넘는 음악 생활 중에 400여 편 가까운 세션 및 그룹 녹음에 참여했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된 리드작을 발표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게이르는 Furulund (2015)의 발매를 시작으로 2년 간격으로 Langen Ro (2017)와 Brødløs (2019)를 연이어 선보이며 그동안 축적된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쏟아붓는 듯한 창의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 일련의 작업에는 지금까지 게이르와 함께 활동을 펼쳤던 노르웨이의 수많은 대표적인 뮤지션들이 참여하여 그의 음악적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이번 작업 또한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세 편의 연작에 함께 했던 드럼/퍼커션 Erland Dahlen과 키보드 David Wallu..
Christer Fredriksen - Mauve (monovision, 2021) 노르웨이 기타리스트 Christer Fredriksen의 앨범. 올해로 데뷔 10년 차인 크리스테르는 지금까지 자신의 음악적 지향을 담은 많은 레퍼런스를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발표한 앨범 하나하나를 통해 확고한 진화의 의지를 선보인 것은 분명하다. Losen을 통해 발매한 Urban Country (2011)와 Trademark (2014)에서는 재즈의 전통적인 언어에 바탕을 두면서도 흔히들 말하는 북유럽적인 정서가 담긴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데, 그 분위기나 공간 표현은 다분히 ECM의 작업들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이에 비해 Vit (2017)에서는 일련의 음악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뮤지션들 사이의 인터플레이에 의해 구성되던 공간의 역할을 전위시켜, 그 안을 앰비언트적인 표현으로 대체하는 한편 필드 ..
Carlos Ferreira & Deer Meadow - In a sad red dusk, we were finally leaving (Faint, 2021) 브라질의 기타리스트 겸 사운드 아티스트 Carlos Ferreira와 전자음악가 Deer Meadow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카를로스와 DM은 서로 미묘한 음악적 차이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의외로 이들 둘이 이루는 음악적 합은 무척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각자가 지닌 특징들이 잘 반영할 수 있는 공통점이 많다는 점에서 놀랍기도 하다. 티니 한 기타 톤을 중심으로 차분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들어내는 카를로스의 음색은 사색적인 앰비언스와 공간감을 연출하는 DM의 드론과 절묘한 공존을 이루며 독특한 시너지를 완성하고 있다. 이들은 DM의 최근 작인 all is empty and awake (2021)의 일부 트랙과 몇몇 싱글을 통해 음악적인 협업을 시도한 경험이 있으며, 이번 앨범은 그 작업의 성과를 계기로..
Loess - Totems (n5MD, 2021) 미국 전자음악가 Clay Emerson와 Ian Pullman의 듀오 프로젝트 Loess의 앨범. 20년 넘는 활동 내력을 지닌 프로젝트임에도 그동안 이들이 선보인 앨범은 이번 작업을 포함해 단 4편에 불과하다. 간헐적인 싱글이나 컴필레이션 작업도 있었지만, 그 기간에는 10년 이상의 공백도 존재하며 그렇다고 이렇다 할만한 개인적인 활동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로스 듀오는 IDM 계열의 사운드가 들려줄 수 있는 멜로딕 한 텍스트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며 레이블의 실험적인 전자음악의 경향적 특징 속에서도 비교적 대중적으로도 설득력이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IDM이라는 기본적인 장르적 룰을 따르면서도 세월의 변화에 따른 감각의 변화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더브, ..
Wordclock - A Greater Bliss (Cryo Chamber, 2021) 영국에서 Wordclock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포르투갈 출신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Pedro Pimentel의 앨범. 다크 앰비언트를 표방하는 Cryo Chamber의 뮤지션들 중에서도 워드클락은 차별화되는 음악적 결을 보여주는 듯하다. 저역에 낮게 깔리는 거친 질감의 드론을 중심으로 어둡고 음침한 이미지를 구성하는 다수의 작업과 달리 페드로의 연주는 일렉트로닉은 물론 익숙한 연주 악기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각각의 사운드가 지닌 라인들의 관계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앰비언스와 내러티브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작업은 레이블이 지향하는 음악적 방향성과도 상당한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어 개인적으로 페드로의 콘텐츠는 흥미로움을 자극하는 요소로 가득하다. 4년 만에 발매된 워드칼락의 레이블 네 번째..
Carlos Cippelletti - Hybrid / C (OutNote, 2021) 스페인 출생 아프로-쿠반 재즈 피아니스트 Carlos Cippelletti의 앨범. 이 낯선 젊은 피아니스트가 들려주는 음악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하다. 스페인에서 쿠바 출신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지는 카를로스는 마치 자신의 기원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면서도 다양한 문화적 접합을 이루고 있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을 음악으로 풀어내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흔히들 아프로-쿠반의 전통적인 구성이라고 하는 트럼펫, 색소폰, 피아노, 베이스, 드럼, 콩가 등의 기본 세트업에 신서사이저, 키보드를 비롯한 일렉트로닉을 더해 새로운 감각적 융합을 시도한다. 이와 같은 전통과 현대의 접합점은 단순히 기존의 아프로-쿠반 음악을 모던한 감각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재즈, 네오 소울..
Daniel García Trio - Vía de la Plata (ACT, 2021) 스페인 재즈 피아니스트 겸 키보드 연주자 Daniel García의 트리오 앨범. 이번 녹음에도 베이스 Reinier Elizarde "El Negrón"과 드럼 Michael Olivera이 참여하고 있어 전작 Travesuras (2019)와의 연속성을 엿볼 수 있다. 그 내용에서도 자신의 모국 스페인의 정서적 분위기를 반영한 독특한 트리오의 언어를 바탕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여유로운 서정을 표현했는데, 이번 작업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이번 녹음에는 트럼펫 Ibrahim Maalouf, 기타 Gerardo Núñez, 클라리넷 Anat Cohen 등이 참여하고 있어 라틴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주변 문화의 에스닉한 표현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는 민속적인 테마를 바탕으로 하는..
Eivind Aarset - Phantasmagoria, or a Different Kind of Journey (Jazzland, 2021) 노르웨이 재즈 기타리스트 Eivind Aarset의 앨범. 에이빈을 단순히 록 스타일의 재즈 기타리스트라고 단정하기에는 그의 연주 속에 담긴 수많은 섬세함은 물론 다양한 양식들로 드러나는 풍부한 표현들을 간과하는 것이다. 그의 음악과 깊이 연관된 일렉트로닉이나 평소 함께 협업했던 뮤지션들과의 관계 때문에 누-재즈 계열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사이드맨이나 자신의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였던 음악들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와 같은 사정들은 에이빈의 독보적인 위상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쿼텟으로 녹음된 이번 앨범에는 드럼/퍼커션/프로그래밍 Wetle Holte, 드럼/퍼커션/비브라폰 Erland Dahlen, 베이스 Audun Erlien 등이 참여한 ..
Mathias Eick - When We Leave (ECM, 2021) 노르웨이 재즈 트럼펫 연주자 Mathias Eick의 앨범. 마티아스의 사색적이면서도 강한 호소력을 지닌 명료한 트럼펫의 톤은 솔로이스트로서 그가 지닌 재능을 대변해주고 있으며,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들 속에서 구성한 농밀한 앙상블은 밴드 리더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어떻게 완수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북유럽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스토리 텔링은 솔로와 앙상블의 균형 속에서 꾸준하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에는 마티아스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뮤지션들과의 호흡 속에서 새로운 서사적 모티브를 사고하는 접근도 큰 몫을 했음은 분명하다. 이번 앨범은 바이올린 Håkon Aase, 피아노 Andreas Ulvo, 베이스 Audun Erlien, 드럼 Torstein Loft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