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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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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d Gustavsen Quartet – Extended Circle (ECM, 2014) 2년만에 발매된 구스타브센의 신보이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테너 섹소폰이 참여한 쿼텟 포멧으로 녹음되었다. 내적 구성력이 강한 긴밀한 인터플레이로 감정의 고조를 향해 진행되는 특유의 몰입 역시 이번 앨범에서도 유효하다. 피아노의 섬세한 타건으로 각 세션의 연관들을 조율해내고 있다면, 리듬과 라인의 유연한 유기성은 아일에르스텐의 역할이 크다. 리듬이며 그 자체가 라인이 되기도 하는 베이스는 구스타브센에게 보다 여유로운 공간과 진행을 개방하고 있다. 그 공간 속에서 피아노는 자신의 심미적 발성들을 차분하게 표현하고, 전체적인 구성에서 쿼텟(단순한 트리오의 연장이 아닌)의 음악을 완성하는 계기들을 마련하게 된다. 테너가 배제된 트리오만의 연주에서 세 악기가 점하는 위치와 쿼텟 진행에서 보여주는 각 파트별 위상의 ..
V.A. – La Grande Bellezza OST (EMI, 2013) 영화에 사용된 음악들을 엮은 앨범은 마치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잘 차려진 음악 세트들이 좋은 영화와 만났을 때 온전하게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 이번 앨범을 영화와의 관계 속에서 본다면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서) 준수한 점수를 받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지지부진한 일상에서 순간순간 빛을 발하는 듯한 대화와 대사들, 억지스럽게 무엇을 강요하지 않고 던져진 상황에 대처하는 현실적인 자세, 그리고 그에 대한 내 자신의 암묵적인 공감.. 이 영화에서 음악들은 적재적소에 캐스팅된 연기자들처럼 등장한다. 때로는 단순한 배경을 제공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씬을 이끌어가는 스틸러의 역할까지 소화한다. 특히 앤딩 크레딧에서 강물을 따라 흐르던 Vladimir Martynov의 “The Beatit..
David Darling – Journal October (ECM, 1979) 달링이 발표한 지금까지의 앨범들 중 그의 음악이 보여준 다양성과 실험성이 집약된 대표적인 앨범으로 손꼽을 수 있을 듯. 현대음악 이후에 변모된 음악 언어의 여러 경향성은 물론 재즈라는 범주의 경계적 특성들 중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에게서 멜랑콜리한 연주를 기대했다면 “Minor Blue” 한 곡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지만 위에서 서술한 사항들에 주목한다면 보다 많은 점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솔로 앨범이긴 하지만 마치 수 많은 자신의 내면들을 반영하듯, 자신의 연주 위에 라인을 더하는 녹음들도 인상적이다. 20140123
Amos Lee – Mountains of Sorrow, Rivers of Song (Blue Note, 2013) 칠봉이 궁상 떨던 1990년대 훌쩍 지나 존 뎀버 소몰이 하던 197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성인 취향의 올드 스타일 뮤직은 절대 아니다. K-Pop Star에서 그의 노래가 오디션 곡으로 불렸을 만큼 유명한 사람이니 잡설은 생략.. 뭐 이러한 음악적 전통들이 많은 뮤지션들의 연주 속에서 우회적으로 계속 이어져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씨의 더스키한 쏘울 보이스는 그 특징들을 조금 더 직설적인 언어에 진부하지 않은 표현들로 재현하는 능력이 있는 듯 하다. 직원들을 신나게 갈군 뒤 의기소침한 아랫것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상사의 배려용 드립 음악으로도 적당한 듯.. 20131212
Esbjörn Svensson Trio – 301 (ACT, 2012) 폴 워커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떠오른 앨범.. 스벤손이 다이빙 사고로 사망하기 1년 전 스튜디오 301에서 녹음한, 소위 말하는 유작 앨범. 공기 반, 소리 반이 흔하디 흔한 북유럽 뮤지션들의 연주 중에서도 EST의 음악은 강한 분자진동을 이용해 공기의 밀도를 극한으로 높이는 듯한 긴장감이 매력이다. 냉철함 속에서도 튀는 듯한 불꽃은 이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흔하디 흔한 구성의 트리오 포멧으로 성원들의 뽕끼를 최대한 발산하면서 동시에 팀의 유기적 조합을 극적으로 이끌어내는 음악적 구성력 역시 이 앨범에서도 여전히 돋보인다. 이러한 음악을 다시 접할 수 없다는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20131206
Giya Kancheli [performed Dino Saluzzi, Gidon Kremer, Andrei Pushkarev] – Themes From The Songbook (ECM, 2010) Dino Saluzzi, Gidon Kremer, Andrei Pushkarev 세 사람의 협연 만큼이나 기야 칸첼리에 대한 헌정과 그의 음악에 대한 재해석 사이의 묘한 긴장이 앨범 전체를 더 크게 압도하는 듯. 오묘한 이 트리오의 구성에서 재해석의 방향을 이미 충분히 짐작(결코 뻔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엄청나게 기대된다는 말씀!)할 수 있지만 각자의 악기는 자신의 개입을 절제하며, 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칸젤리의 음악 위에 마치 살짝 물감 몇 방울 풀며 색을 입히는 듯한 진행은 차분하면서도 인상적이다. 뭐, 촉촉한 날에 들어도 어울리겠지만 미세먼지 가득한 오늘 같은 날에 분위기 맞춰가며 궁상떨기에도 좋은 듯.. 201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