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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rad Mehldau - Jacob's Ladder (Nonesuch, 2022)

미국 피아니스트 Brad Mehldau의 앨범. 기억을 더듬어 보면 데뷔 직후 단숨에 스타덤으로 떠오를 만큼 커다란 임팩트를 남기며 재즈 신에 등장한 뮤지션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은데, 브래드는 분명 그런 인물 중 하나였다. 물론 지금도 오늘날의 재즈에서 절대 우회하기 힘든 하나의 현상이며 그의 음악 자체가 역사를 갱신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브래드는 자신의 트리오를 통해 재즈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으며, 수많은 동료들과의 협연을 기록으로 남길 때마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동시에 그는 재즈와 그 주변 장르와의 접점에 대한 다양한 탐색을 펼치기도 했는데, 이번 작업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일렉트로닉, 클래식 등과 관련한 그의 기존 작업에서 보여주는 명확한 특징은 재즈의 관점에서 해당 장르를 조망하고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할 방법을 모색한다는 특징을 보여주는데, 이는 이번 앨범에서도 동일하다. 이번 녹음은 브래드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음악적 경험과 관련한 프로그레시브 록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 종교라는 테마를 더해 독특한 음악적 콘셉트를 완성하고 있다. 초등학교 대신 국민학교를 다녔고 중학교 때까지 교복을 입었던 세대 중 음악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기억할 성시완의 ‘음악이 흐르는 밤에’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프로그레시브 혹은 아트 록 등으로 소개된 많은 음악 중에는 Miles Davis의 후기 작업이나 Weather Report와 Mahavishnu Orchestra 등이 포함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유형의 선곡은 자연스럽게 재즈에 입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브래드는 이와 같은 연주들은 “재즈를 발견하기 전 어린 시절의 음악”이었고 이후 “더 많은 재즈를 향한 관문”이었다고 전하며, 이번 작업에 대한 모티브를 밝히고 있다. 브래드는 피아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키보드와 아날로그 및 모듈러 신서사이저 등을 프로그레시브 록 특유의 음악적 질감을 완성하기 위해 활용하며, 작곡에서도 테마에 의해 구성되는 암시적인 모티브를 다양하고 복합적인 편성을 통해 확장하거나 구체화한다. 이번 앨범에서 브래드가 말한 프로그레시브 록이 정확히 특정한 장르적 의미보다는 다분히 포괄적인 경향적 특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그 안에는 비교적 다양한 스펙트럼과 양식이 공존을 이루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복합적인 양식의 일부처럼 활용되는 재즈적인 개입은 초기 재즈-록의 실험과 연관해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동시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프로그레시브 록이 보여준 광범위한 시대적 문제의식을 생각한다면, 이번 앨범에 종교와 관련된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 대해 의문이 들면서도 수긍이 되기도 하지만, 이를 단순히 음악적 테마와 관련한 콘셉트 혹은 브래드 자신의 세계관 반영으로 생각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듯싶다. 거듭 말하지만 브래드는 무엇을 해도 옳다.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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