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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 Mehldau - Your Mother Should Know: Brad Mehldau Plays The Beatles (Nonesuch, 2023)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Brad Mehldau의 비틀스 커버 피아노 솔로 라이브 앨범.

 

1990년대 초, 브래드가 재즈계에 처음 등장했을 때 전했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대 최고로 손꼽히는 뮤지션들 속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Introducing (1995)를 시작으로, 거장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자신의 창의적 표현을 이어간 Alone Together (1997)을 선보이고, 마침내 자신의 트리오로 녹음한 The Art Of The Trio 시리즈를 연이어 발표는 짧은 일련의 과정에서, 마치 새로운 황제의 화려한 등극식을 보는 듯한 흥분을 느끼게 했다. 브래드는 자신의 오리지널 외에도 기존 스탠더드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통해 자신만의 창의적 표현을 표출했으며, 때로는 기존 재즈 뮤지션들이 다루지 않았던 넘버들까지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The Art Of The Trio, Vo. 3 (1998)에 수록한 Radiohead의 “Exit Music (For A Film)”을 비롯해 이후 Soundgarden, Massive Attack 등과 같은 록이나 일렉트로닉 등을 자신의 레퍼토리에 포함하기도 한다.

 

그리고 브래드가 자주 다뤘던 레퍼토리 중에는 비틀스도 존재한다. The Art Of The Trio, Vo. 1 (1997)에서 “Blackbird”를 커버한 이후, "And I Love Her”, “Martha My Dear”, "Mother Nature's Son”과 같은 고전을 비롯해, 비틀스의 여러 곡은 공연이나 음반을 통해 오랜 기간 브래드의 연주를 통해 새롭게 재현되었다. 브래드는 비틀스의 음악에 대해 “문화와 세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청취자들이 계속 발굴”하는 “명확한 보편성”이 있다고 밝히며, 그 영향력은 자신이 하는 지금의 일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특히 “Rubber Soul에서 Let It Be에 이르는, 판도를 바꾼 일련의 앨범에는 많은 음악이 낯설게” 다가오는데, 동화되기 어려워 보이는 이러한 “낯섦을 더 이상 낯설게 보이지 않게 만드는” 위대한 독창성을 비틀스에게서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2000년대 초, Nonesuch 이적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던 브래드는 매번 새로운 음악적 창의를 선보이며, 때로는 실험적인 담론을 조직하는 과감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때문에 비틀스 커버라는 이번 앨범에 조금은 “낯섦”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피아노 솔로 라이브라는 반가움이 동시에 교차하기도 한다. 2018년 브래드의 바흐 솔로 공연이 있었던 Philharmonie of Paris에서, 봉쇄가 한창이던 2020년 9월에 객석 공연과 녹음이 진행되었고, 레퍼토리는 브래드가 지금까지 한 번도 연주하거나 소개한 적이 없는 비틀스의 원곡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존과 폴의 오리지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조지의 “If I Needed Someone” 한 곡도 포함하고 있다. 타이틀 곡 “Your Mother Should Know”와 같이 잘 알려진 곡을 비롯해 “She Said She Said”나 “Baby’s in Black”과 같이 비교적 덜 알려진 곡 등에 이르는 다양한 선곡을 포함한다. 앨범의 마지막은 비틀스와 그 이후의 음악을 상징적으로 매개하는 David Bowie의 “Life On Mars?”가 자리한다.

 

브래드의 커버 작업은, 지금까지 피아니스트가 선보인 다양한 재해석의 유형을 모두 포괄하는 듯한 폭넓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원곡의 추상을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라인을 구체화하는 접근에서부터 오리지널리티에 비교적 충실한 재현 과정에서 개인적 해석을 덧붙이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앨범에서 브래드가 원곡을 마주하는 태도들은, 때로는 상반되며 때로는 절충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만큼 해석에서 순간의 즉흥적 창의를 반영했다는 이야기도 가능하며, 오히려 이와 같은 다양함은 브래드의 음악적 표현을 제한 없이 개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비틀스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재구성’이든 ‘재해석’이든 ‘재현’이든, 이 모든 방식에 있어서만큼은, 우리가 브래드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그 수많은 창의적 표현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때로는 북미의 전통 양식을 복원한 듯한 영가나 고전 시대의 재즈를 연상하게 하는 홈 노트 혹은 모드를 중심으로 멜로디를 펼치는 방식을 비롯해, 기존 멜로디에 화성의 구조를 바꿔 새로운 음악적 진행을 만들거나, 최근 선보인 바흐의 무반주 클라비어서 요구하는 왼손의 기능적 역할에 이르기까지, 스타일이나 연주 방식 등 그 모든 면에서 브래드 자신을 총체적으로 집약하는 놀라운 결과를 담아내고 있다.

 

이 과정이 기교를 통해 완성했다는 느낌보다는, 자신의 연주에 숨결을 더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감동과 몰입은 그 어느 때보다 가득하다. 이번 3월에는 브래드의 회고록 Formation: Building a Personal Canon, Part I (2023)의 출판이 예고되어 있다. 책에는 어린 시절의 입양, 교사로부터의 성추행과 이후 겪은 성적 정체성의 혼란, 친구들로부터의 따돌림, 약물 중독 등, 불행했던 자신의 과거와 이후의 음악적 성장에 대한 기록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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