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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ambert - Open (Mercury KX, 2022)

Lambert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독일 피아노 및 멀티 악기 연주자 겸 작곡가 Paul Lambert의 앨범. 데뷔 10년 차에 이르렀어도 람베르트는 여전히 자기 얼굴을 숨긴 채 신비주의를 콘셉트로 하는 퍼포먼스를 고수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분위기의 탁월함은 차츰 정교한 음악적 양식으로 분화 발전해갔고, 그 내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솔직히 이제는 가면 뒤 그의 모습에 대한 호기심을 잊은 지 오래다. 지금까지 람베르트는 자신의 음악적 공간 외에도 다른 뮤지션과의 관계를 통해 내용과 표현을 발전시키며 다면성을 지닌 독특한 양식으로 진화하게 되는데, 모던 고전적이 경향적 특성을 기본으로 일렉트로닉의 특징을 수용하는 것이 최근 그의 음악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였다. 하지만 얼마 전 인터뷰에서 람베르트는 이와 같은 분류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히게 되는데, 정의 그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자신의 음악이 한정적인 기술적 규범으로 제한되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경계가 아닐까 싶은 인상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작업은 그 타이틀에서부터 담고 있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많은 흥미로운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당연하게도 지난 2년 동안 인류가 경험한 단절에 대한 경험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간절한 갈망을 앨범 제목에 드러내고 있다. 고립과 단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앨범이지만, 그 내용은 마치 지금까지 자신이 이룬 음악적 진화의 핵심을 요약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위한 형식으로 10년 전 데뷔 시절의 양식을 복원하고 활용하고 있다. 이번 작업에서 람베르트는 피아노, 신서사이저, 일렉트로닉은 물론 기타, 베이스, 드럼 같은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있지만 그 표현에서는 복합적인 레이어링보다 라인 위주의 명료한 구성을 통해 멜로디를 부각하고, 이를 통해 음악적인 메시지 혹은 이미지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듯한 단출한 양식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비록 이번 작업에서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의 대비와 그에 따른 극적 효과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와 같은 소박함에서 오히려 그동안 감춰져 있던 그의 음악의 다면성이, 비록 은유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클래식 외에도 재즈, 포크, 팝 등의 유형적 특징들이 전에 비해 비교적 진솔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고, 이는 복합적인 하모니와 텍스쳐의 조합으로 람베르트만의 고유한 표현으로 완성된다. 여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재즈와 관련한 여러 특징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으로,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에 의해 확장되는 음악적 진술을 복합적인 양식과 요소로 덧입혀 은유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이는 어쩌면 그의 데뷔 시절 앨범은 물론 Excess (2016)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보여줬던 특징 중 하나였고, 최근 False (2021)에서도 극적인 방식으로 드러났던 내용의 일부였음에도, 당시에는 정확하게 포착하기 힘들었던 그 요소를, 이번 앨범을 통해 새롭게 확인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명료함이 자신의 음악적 내용과 핵심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어, ‘오픈'이라는 앨범 제목이 지닌 의미를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는 듯하다.

 

20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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