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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x Richter - Exiles (Deutsche Grammophon, 2021)

독일 출신 영국 작곡가 Max Richter의 앨범. 막스는 보편적인 인류 문제와 본인이 속한 공동체 주변의 비극에 관심을 기울이며 음악을 통한 발언을 꾸준히 이어왔다. '망명(자)' 혹은 '도피'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번 앨범은 몇 년 전부터 유럽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난민들의 이주 위기와 비극에 대해 다루고 있다. 발레를 위한 안무곡으로 의뢰를 받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한 토론 과정을 통해 여행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주목하고 이를 현실 문제와 결부시켜 생각을 발전시키게 된다. 앨범의 녹음은 2019년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Kristjan Järvi가 지휘하는 Baltic Sea Philharmonic의 연주로 진행되었다. 오래전부터 여러 나라에 의해 점령된 역사를 지닌 도시에서, 독일에서부터 러시아에 이르는 발틱 연안 동서 여러 나라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다국적 오케스트라가, 소련-에스토니아-미국 등 국적을 전전해야 했던 지휘자에 의해, 독일 출신 영국 작곡가의 녹음이 완성되었다는 점은,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다분히 상징적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앨범에는 "Flowers Of Herself"와 18부작으로 이루어진 "Exiles" 외에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음악적 문제 제기를 담은 The Blue Notebooks (2004)의 수록곡 "On The Nature Of Daylight", 레바논 전쟁을 다른 애니메이션 영화 사운드 트랙 Valse Avec Bachir (2008)의 "The Haunted Ocean", 런던 테러 사건을 다룬 Infra (2010)의 "Infra 5", 그리고 Songs From Before (2006)의 "Sunlight" 등 막스의 이전 작업들을 오케스트라를 위해 새롭게 편곡한 작업을 포함하고 있다.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면서도 원곡이 지닌 의미를 보다 극적으로 표현한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은 이후에 이어질 "Exiles" 시리즈를 위한 서곡 혹은 도입의 역할을 하는 듯하다. "Exiles" 18부작은 미니멀한 테마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진행을 통해 서서히 더해가는 편성의 규모와 사운드의 부피는 마치 작은 발걸음이 이어지며 큰길을 만드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앨범의 주제이기도 한 이동의 자유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앨범 마지막 두 편의 "Short Edit"은 이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듯한 강한 힘을 전하고 있어 훌륭한 마무리로 전혀 손색이 없다.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예술가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막스가 위대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음악적 실천에 뛰어난 미적 소신도 함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202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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