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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x Richter - The New Four Seasons: Vivaldi Recomposed (Deutsche Grammophon, 2022)

영국에서 활동 중인 독일 출신 작곡가 Max Richter의 앨범. 수많은 막스의 작업 중, 그의 음악적 성과를 대표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 The Four Seasons (2012)가 아닐까 싶다. 일상의 음악으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지만 정작 그 음악의 핵심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했던 원곡에 대해, 막스는 자신의 방식으로 이를 재구성하여 현대적인 의의를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가치의 진정성을 우회적인 방식으로 복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스는 비발디를 단순히 재해석하거나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재현하는 것이 아닌, 현대적인 음악적 프리즘을 적용해 원곡 안에 존재했던 가치를 발견하고, 비발디의 규칙적인 프레임을 현대 미니멀리즘의 관점에서 주목하여, 이를 자신의 언어를 통해 새롭게 재구성한 작곡을 제안하고 있다. 엄격함을 강조했던 기존의 청자는 물론 새로운 관객도 포용하는 폭넓은 대중적인 성공은 물론, 막스의 사계는 그 자체로 현대 고전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되기도 한다. 첫 번째 녹음에는 바이올리니스트 Daniel Hope와 André de Ridder가 지휘하는 Konzerthaus Kammerorchester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완성되었고, 이후 여러 뮤지션이 참여한 리믹스 및 막스 자신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스케이프 버전 “Shadow 1-5” 시리즈를 포함한 확장판이 2014년에 선보였고, 베를린 라이브의 일부 트랙도 추가하게 된다. 초판 발매 10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은 오리지널 음반에 수록된 13개의 트랙을 새롭게 녹음한 것으로, 신예 Elena Urioste의 바이올린과 더불어, 막스의 여러 작품에서 협연한 경험이 있는 Chineke! Orchestra와 함께 완성하고 있다. 막스는 이번 새로운 녹음에 대해 “거트 스트링과 빈티지 신서사이저를 사용하여 보다 거친 펑크 록 사운드”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그와 같은 극적인 장르적 연출을 하겠다는 의도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시대의 텍스쳐를 비대시키고 이를 통해 이전 녹음과는 다른 분위기의 변화를 염두에 두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듯싶다. 비발디 시대에 사용했을 스트링과 1970년대 초에 제작된 초기 무그의 사운드는 펄스 자체의 특성이 지닌 고유한 울림이 대비를 이루면서도, 실제 그 텍스쳐에서는 마치 서로 마주 보는 듯한 대칭적인 인상을 주고 있어 묘한 앙상블을 이루기도 한다. 이번 작업 역시 비발디를 염두에 두고 진행될 수밖에 없겠지만, 이미 10년 전의 완성된 전작의 예 또한 일정한 거리에서 연관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작업이 더 좋고 어떤 연주가 더 뛰어나다고 말하는 것은 힘들다. 기존 작업이 지닌 엄밀함과 새로운 녹음이 전하는 경쾌함은, 서로 다른 부피와 질량의 균형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총량에 온전한 동량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마치 동일한 원본을 공유하는 서로 다른 두 개의 판본이라고 해도 무관할 듯싶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고전의 가치를 자신의 관점에서 새롭게 발견하고, 시대를 넘어선 새로운 클래식을 완성한 것만으로도, 막스는 우리 시대의 훌륭한 음악적 자신임이 분명하다. 이번 앨범 역시 이를 증명하고 있다.

 

20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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