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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en Vitiello - Soundtracks For Lynne Sachs Vols. 1 & 2 (Room40, 2021) 미국 시각 및 음향 예술가 Stephen Vitiello의 사운드 트랙 앨범 두 장. 거의 동시에 발매된 이 앨범들은 미국 영화감독 Lynne Sachs의 작품을 위해 작곡된 곡을 비롯해 영화에서 발췌한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백남준의 조력자로도 유명한 스테판은 현대 설치 예술 분야에서 성공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작업의 연장에서 음악도 함께 다루고 있다. 린 또한 198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실험적이고 사회성 강한 영화를 다사 발표했다. 린의 제안으로 2013년부터 스테판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번 앨범들은 Your Day Is My Night (2013), Tip of My Tongue (2017), The Washing Society (2017), Film About..
God Body Disconnect - The Wanderer's Dream (Cryo Chamber, 2021) 미국 전자음악가 Bruce Moallem의 다크 앰비언트 프로젝트 God Body Disconnect의 앨범. 최근 5-6년 동안 브루스는 거의 매년 GBD의 타이틀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데, 과거 데스 메탈 밴드의 드러머로 활동했던 그의 경력을 생각하면 조금은 이례적이다. 결과적으로 브루스는 지금의 GBD에 안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또한 자신만의 색을 지닌 앰비언트 음악으로 나름의 입지도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다크 앰비언트라고 부르는 경향 속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GBD는 인간 내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그의 음악에는 장엄한 서사나 초현실적 담론 등은 존재하지 않는 대신, 정서와 감정 이면의 다양한 욕망, 갈등, 불안, 공허 등을 다루고 있다. 그..
Cecilie Strange - Blikan (April, 2021) 덴마크 색소폰 연주자 Cecilie Strange의 앨범. 이번 녹음에는 전작 Blue (2020)에 참여했던 피아노 Peter Rosendal, 베이스 Thommy Andersson, 드럼 Jakob Høyer 등이 함께하고 있으며, 분위기나 내용에서도 상당히 유사하여 연작의 성격도 강하게 느껴진다. 쿼텟에서는 주로 안정적이고 차분한 연주를 통해 정서의 내면에 근접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최근에 발매된 기타리스트 Anna Roemer와의 듀오 Kaleiido의 앨범에서는 다분히 실험적인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접근을 취하고 있어 상당히 대비적인 매력을 지닌 뮤지션이다. 세실리에의 쿼텟 연주는 비교적 느린 템포에서 사색적 공간을 넓게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입의 순간에서부터..
Rich Pellegrin - Solitude: Solo Improvisations (OA2, 2021)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Rich Pellegrin의 솔로 앨범. 교육자이며 동시에 연주자로 지난 10년 동안 3장의 퀸텟 앨범을 발표했다. 플로리다에서 수업이 없을 때는 주로 시애틀 근교에 있는 휘드비섬에서 머문다는 리처드는 그곳에 있는 교회에서 이번 앨범을 녹음한 것으로 전해진다. 1915년에 제작된 에버렛 콘서트 그랜드지만 연식에 비해 비교적 잘 다듬어진 소리를 들려준다. 그렇다고 정교하거나 섬세한 소리를 내주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인 사운드에서도 약간의 착색이 느껴지는 듯한 미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어쩌면 이와 같은 피아노의 특성 때문인지 리치의 연주는 화려한 기교나 속도가 있는 프레이즈보다는 정서나 감정의 이면을 드러내는 듯한 분위기의 연주를 들려준다. 특별한 제목 없이 25개 전곡에 "Improv..
Jon Hopkins - Piano Versions (Domino, 2021) 영국 프로듀서 겸 전자음악가 Jon Hopkins의 미니 앨범. 이번 EP는 존의 지난 작업과 비교하면 확실히 이례적이다. 일렉트로닉 계열의 하우스 음악을 주로 선보였던 전력을 생각한다면 피아노가 전면에 부각된 녹음은 분명 낯설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서 멜로디의 역할이 강조되고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성하는 요소에서 코드의 진행이 엿보였던 점을 기억한다면 어쩌면 이번 작업은 충분히 그의 커리어 영역 내에 있음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의 일부 작업에서 모던 클래시컬한 면모를 선보였던 점이나, 일상적 묘사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사실 또한 이번 녹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앨범이 본격적인 피아노 연주 그 자체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우선 EP에 수록곡들은 평소 존이 좋..
øjeRum - Spor Af Intet (Vaknar, 2021) 덴마크 전자음악가 Paw Grabowski의 솔로 프로젝트 øjeRum의 앨범. 포는 청자들이 자신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매번 다른 태도를 가져주기를 요구하는 듯하다. 바꿔 말하면 그는 매번 다른 접근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 낸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몇몇 앨범들에서 보이는 형식적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이한 음악적 내용을 전달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의 음악에 접근하기 위한 가이드도 없으며 텍스트로 이루어진 설명도 극히 제한적이다. 오직 그가 제공하는 힌트는 커버 아트와 앨범의 타이틀뿐이다. 어찌 보면 불친절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감상과 해석을 오롯이 청자들의 몫으로 돌리는 당연한 태도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때문에 그의 음악은 모든 것을 개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이번 ..
Alaskan Tapes - For Us Alone (Nettwerk, 2021) 캐나다 작곡가 Brady Kendall의 프로젝트 Alaskan Tapes의 앨범. 영화와 시각 매체를 위한 작업 외에도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일 또한 게을리하지 않는다. 두 가지 작업 영역 사이에는 큰 거리감이 존재하지 않으며 앰비언트라는 경향적 특성에 기반하여 범용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이미지너리 한 여러 장르의 표현들을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점이 AT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러한 장르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일렉트로닉, 드론, 모던 클래시컬, 포스트-록 등의 다양한 언어들이 여러 트랙에서 개별적 특징을 드러내는가 하면, 몇몇 곡에서는 다양한 경향적 특징들이 대면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각 트랙 고유의 성격이 두드러지게 ..
Rouge - Derrière les paupières (Laborie Jazz, 2021) 프랑스 피아니스트 Madeleine Cazenave가 리드하고 베이스 Sylvain Didou와 드럼 Boris Louvet가 참여한 트리오 Rouge의 첫 앨범. 피아니스트 마들린에게 존재하는 이국적 감성과 재즈의 에너지는 이번 앨범에서도 잘 표현되고 있다. 트리오의 고전적 문법을 해체하여 새로운 표현을 위한 접근을 시도한다는 점에서는 E.S.T.의 영향력이 엿보이고, 여기에 민속적 요소를 활용해 그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는 측면에서는 Tigran Hamasyan이 연상되기도 한다. 어쩌면 그 둘 사이의 접점 어디에선가 귀를 매혹하는 음악이 존재한다면 마들린의 루주 트리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고전적인 트리오의 악기를 사용해 만들어내는 다양한 기악적 사운드는 민속적인 느낌을 강하게 반영하기도 한다. 현..
François Bourassa - L'impact du silence (Effendi, 2021)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François Bourassa의 솔로 앨범. 오랜 음악 경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프랑수아는 자신의 쿼텟에서 벗어난 활동을 펼친 경우는 흔치 않았다.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솔로 앨범을 녹음하는 것은 그 과정의 일부"라고 말했던 프랑수아에게 있어 이번 앨범이 그의 첫 독주 녹음을 담고 있다는 점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평소 그가 자주 선보였던 고전적인 낭만주의의 표현들이 이번 작업에서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섬세한 기교를 바탕에 둔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도 엿볼 수 있다. 5년 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솔로 작업을 실현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감염병 사태로 인한 펜데믹이었다. 봉쇄로 인해 더는 쿼텟 활동을 이어갈 수 없게 되고 스튜디오의 일정까지 취소되..
Enzo Carniel & Filippo Vignato as Silent Room - Aria (Menace, 2021) 프랑스 피아니스트 Enzo Carniel와 이탈리아 트롬본 연주자 Filippo Vignato의 듀오 프로젝트 Silent Room의 앨범. 평소 엔조와 필리포가 들려줬던 음색이나 활동을 생각해보면 '조용한 방'이라는 듀오의 이름을 쉽게 납득할 수 있다. 특히 이들이 그려낼 분위기에 대해서도 짐작 가능한데, 앨범은 그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이미 밝혔듯이 듀오 프로젝트의 핵심은 관계에 있으며 이는 공간의 자율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둘의 음악적 관계는 2014년 Albert Mangelsdorff의 헌정 공연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다양한 협연의 기회를 통해 공통의 문법과 표현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덕분에 앨범에서 드러나는 자율적 공간에 대한 합의는 자연스러운 인..
Taylor Deupree - Mur (Dauw, 2021) 미국 전자음악가 겸 사운드 엔지니어 Taylor Deupree의 앨범. 자신의 12K 레이블 대신 Dauw에서 발매된 이례적인 앨범이지만 그래픽 디자이너 Femke Strijbol의 수재 커버 아트와 함께 제공되는 작업과 함께 감상하는 느낌은 나쁘지 않다. 그의 음악은 늘 주류 주변 경계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한 외로운 느낌을 들게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내면으로 향하는 소리의 방향은 자기 성찰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그러한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레이블에서 기획했던 프로젝트가 감염병 사태로 인해 가족을 잃는 불행한 상황에 의해 폐기된 이후, 이번 앨범의 곡들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음악적 중얼거림"이라고 설명한 앨범과 각 곡의 타이틀은 다섯 모음이 일으키는 ..
Wladimir Schall - Platzkart (Simphonic Silence Inside, 2021) 프랑스 작곡가 Wladimir Schall의 앨범. 블라디미르는 지휘와 오케스트라 편곡을 전공한 후 Jeanne-Marie Conquer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했고, 자신의 디자인 브랜드를 론칭한 뒤 그 오브제를 사운드 인테리어와 결합한 독특한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복합적인 예술 활동을 이어왔다. 물론 음악가로서 작곡과 편곡은 물론 사운드 디자이너와 DJ로도 활약 중이다. 디지털 음원으로 접할 수 있는 그의 작업은 제한적인데, 대체로 하나의 주제에 근거해 마치 일상을 기록하거나 일기를 써 내려가는 방식과 유사한 일련의 의식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어 타이틀 'Platzkart'를 우리말로 하면 3등 객차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데, 앨범은 블라디미르가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
July In January - In Memory For Everyone Who Disappeared (Simphonic Silence Inside, 2021) 신예 전자음악가 July In January의 앨범. 활동명 외에 뮤지션의 프로필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없지만 작년부터 러시아 군소 레이블들을 통해 일련의 작업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러시아 Simphonic Silence Inside에서 발매된 작업으로 15년 가까운 기간 동안 앰비언트와 일렉트로닉 관련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한, 자국 내에서는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 알려진 레이블이다. JIJ의 지난 작업들은 주로 곡당 10분이 넘어가는 긴 러닝타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긴 호흡의 라이브 녹음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특징을 지닌다. 이번 앨범에서는 더욱더 강박적인 작업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데, 6개 트랙 모두 짧은 마디 구조로 이루어진 테마 라인에 루프를 걸어 길게 연장하고 모두 동일한 BPM에서..
Page McConnell - Maybe We're The Visitors (Keyed, 2021) 미국 록 그룹 Phish의 키보드 연주자로 활동 중인 Page McConnell의 앨범. 2000년대 중반부터 간헐적인 솔로 작업을 통해 밴드의 음악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곤 한다. 그래도 지난 앨범들이 어느 정도 록을 기반에 둔 작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녹음은 과감한 장르적 이탈을 감행한 새로운 시도처럼 느껴진다. 전곡을 그동안 자신이 수집했던 신서사이저로 녹음했고 장르적으로도 일렉트로닉에 가까운 경향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다분히 페이지의 개인적 열망과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개인적인 아이슬란드 체류 일정 중에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를 마주했고 이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타국에서 경험한 서사적인 풍경과 그에 대한 인상을 음악으로 기록하게..
Jean-Michel Jarre - Amazônia (Columbia Local, 2021) 프랑스 전자음악가 Jean-Michel Jarre의 앨범. 밀레니엄 이전에 청춘의 일부를 걸치고 있었던 현재의 중장년이라면 장 미셸의 음악이 전한 강한 감동을 온몸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이텔 시절 전자음악에 관심이 있던 소모임에서 장 미셸은 늘 뜨거운 논쟁거리의 하나였고 세월이 지닌 오늘날에도 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인물로 남아 있다. 7-8년의 공백 이후 2015년부터 거의 매년 한 장 이상의 앨범을 발표하고 있고, 작년만 해도 화재로 탄 노트르담 성당 건축 모금을 위한 버추얼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번 앨범은 브라질 출신의 전설적인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Sebastião Salgado의 전시 프로그램 'Amazônia'를 위해 작곡된 것이다. 때문에 앨범은 원시 밀림의 현장감을 반영한..
Christine Ott - Time to Die (Gizeh, 2021) 프랑스 작곡가 겸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Christine Ott의 앨범. 크리스틴의 오랜 음악 경력에 비해 그녀의 솔로 작업은 무척 드물다. 그나마 최근 들어 Gizeh 레이블을 통해 일련의 작업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어 그녀만의 창의적인 음악 세계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 반가울 따름이다. 이 앨범의 녹음은 2012에서 2019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때문에 Only Silence Remains (2016)의 후속이라는 느낌은 물론 Chimères (2020)의 연장이라는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다. 크리스틴의 음악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텍스트 3개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막상 우리는 그녀의 음악을 단정해서 말할 수 있는 핵심에는 쉽게 도달하지 못한다. 다만 그 독창적 창의에 놀라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