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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heruleus - Canvas Homes + Supplémentaires (Whitelabrecs, 2021) 영국 기타리스트 겸 전자음악가 Harry Towell이 자신의 레이블 Whitelabrecs에서 발매한 앨범. 이번 앨범은 정확히 작년에 발매된 Home Diaries: Canvas Homes (2020)의 12곡에 '여분'으로 녹음된 6개의 트랙을 더해 발표한 것이다. 앞 12곡은 펜데믹으로 인한 봉쇄가 발표된 직후 녹음된 것으로 집에 머물며 아이폰으로 녹화한 딸을 일상 속 음원에서 첫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연스럽게 앨범은 산책이나 주변 생활에서 얻은 필드 리코딩, 자신의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전자 음향 등의 요소로 이루어진 소박한 표현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후 11월에 또다시 봉쇄조치가 발령되면서 관련된 추가 작업을 기획하게 되는데, 딸의 방에 배치할 조립 가구에 동봉된 여분의 부품..
Amulets - Blooming (Flenser, 2021) 미국 오디오 및 비주얼 아티스트 Randall Taylor의 프로젝트 Amulets의 앨범. 애뮬리츠의 음악은 얼핏 듣기만 해도 기존 전자 악기를 이용해 만들어진 사운드와는 다른 독특한 텍스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그의 사운드는 말 그대로 손발이 고생해서 완성된 것으로, 카세트 릴을 가위로 오리고 붙여서 루프 테이프를 만들고 이를 기타 딜레이 페달이나 다른 이펙터에 연결해 노브로 원하는 음원을 만든 뒤 TE의 OP-1 소형 신서사이저를 이용해 샘플링하고 시퀀싱 해서 사운드와 음악을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운드가 색다르거나 이질적인 것은 아니다. 대신 디지털 장치를 이용해 후처리 된 음색에서도 낮게 깔리는 듯한 깊은 톤과 무거운 질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애뮬리츠의 고유한 아날로..
Simon Goff - Vale (7K!, 2021) 독일에서 활동 중인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Simon Goff의 앨범. 뮤지션이면서 동시에 그래미상을 수상한 사운드 엔지니어로서의 그의 커리어 중에는 작고한 Jóhann Jóhannsson은 물론 Hildur Guðnadóttir, Dustin O'Halloran, Peter Broderick 등과 같이 오늘날을 대표하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경력은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음향 공간 구성에 대한 남다른 이해를 제공하는데, 특히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과 같이 고전적인 음악적 정위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사고해야 하는 뮤지션에게는 큰 자산임이 분명하다. 음악인으로서의 사이먼의 경력은 일렉트로닉을 바탕에 두고 있으면서도 현대 작곡의 특징을 반영한 특징을 보여준다..
Misleading Structures - Outer (Archives, 2021) 리투아니아 전자음악가 Dovydas Vasiliauskas의 앰비언트 프로젝트 Misleading Structures의 앨범. 10년 가까운 음악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도비다스의 이전 작업들이 최근 다시 복원되어 재발매가 이루어졌고, 더불어 그의 또 다른 음악 프로젝트인 Sole Massif도 주목을 받는다. 두 프로젝트 모두 앰비언트라는 기본적인 바탕 위에서 진행되면서도 서로 유사한 사운드의 텍스쳐를 지닌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SM의 경우보다 실험적인 표현과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면 MS는 그보다 조금은 더 묵시적이면서도 사색의 공간을 개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감상에서의 느낌은 미묘하게 다르다. 이번 앨범 역시 ..
Eydís Evensen - Bylur (XXIM, 2021)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Eydís Evensen의 첫 정규 앨범. 작년 말부터 인상적인 싱글 몇 편을 연이어 발표하더니 마침내 에이디스의 지난 작업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앨범을 접하게 된다. 마케팅에서 스토리 텔링의 역할이 중요성과 한계에 대해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데, 첫 데뷔 앨범을 발표하는 에이디스를 위해 Sony 방계 레이블인 XXIM에서는 지금까지 그녀의 삶을 마치 드라마처럼 들려준다. 어린 시절 '눈보라'(Bylur)로 인한 고립 속에서 곡을 쓴 이야기, 불안과 방황으로 음악원 진학을 포기한 이야기, 모델로 활동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 다시 음악과 조우한 이야기 등... 프레스를 위해 배포된 친절한 자료일지는 몰라도 청자에게..
Deborah Martin & Jill Haley - The Silence of Grace (Spotted Peccary, 2021) 미국 전자음악가 Deborah Martin과 관악 연주자 Jill Haley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데보라는 앰비언트 뮤지션이자 독립 레이블 Spotted Peccary의 공동 설립자이며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여행가이기도 하다. 그녀와 함께 앨범을 녹음한 질은 잉글리시 호른, 오보에, 피아노 등을 연주하며 미국의 여러 자연환경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음악가다. 이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음악 활동을 해왔지만, 이번 작업 이전에 이미 공통된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었으며, 둘의 첫 협업인 이번 앨범은 자연과 환경에 대한 서로의 공통분모를 반영한 주제로 녹음으로 완성하게 된다. 이들은 북서 태평양 인근의 다양한 장소를 여행한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평온함을 음악으로 담아내고 있다. 데..
Simon Denizart feat. Elli Miller Maboungou - Nomad (Laborie Jazz, 2021) 프랑스 피아니스트 Simon Denizart의 앨범. 듀엣 형식으로 녹음된 앨범에는 캐나다 드러머 Elli Miller Maboungou가 피처링을 하고 있다. 듀엣 리코딩이면서도 앨범은 포맷의 형식을 지우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무척 흥미롭다. 피아노는 좌우의 넓은 스테레오 이미지를 점유하고 드럼은 중앙에 있으면서도 뒤로 한발 물러선 듯한 곳에 위치함으로써 협업 관계의 리드를 누가 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피아노와 작곡의 역할이 강조되는 앨범이지만 만약 감상 중에 드럼을 지우고 듣는다면 그 느낌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를 보여줄 것은 분명하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듀엣이면서도 앨범 전체에서 느껴지는 사운드의 볼륨감은 마치 트리오의 연주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
Ralph Heidel - Relief (Kryptox, 2021) 독일 색소폰 연주자 겸 전자음악가 Ralph Heidel의 미니 앨범. 랄프의 음악에 대한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자료라고는 Homo Ludens 그룹의 이름으로 발표한 Moments Of Resonance (2019)가 유일하다. 일렉트로닉을 바탕으로 그 위에 재즈와 현대 작곡의 특징적 요소를 결합했고 이를 실험적 구성 속에서 접근하지만, 그 표현에 있어서는 다분히 감각적인 자세를 취하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악을 경험할 수 있다. 이번 EP 또한 랄프의 이와 같은 관능적인 진지함을 감상할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랄프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운드 그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어쿠스틱 악기의 사운드는 채널 믹스를 통해..
Secret of Elements - Chronos (InFiné, 2021) 독일 작곡가 겸 프로듀서 Johann Pätzold의 프로젝트 Secret of Elements의 앨범. 피아노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를 독학으로 터득했고, 작곡 또한 자신의 노력으로 재능을 축적했다. 일렉트로닉을 바탕에 두었던 초기 음악에도 피아노와 같은 연주 악기의 비중을 높게 두었으며, 혼자서 본격적으로 SoE의 이름으로 활동을 진행할 무렵에는 클래식적 요소를 반영하고 현악과 앙상블에 이르는 기악적 특성을 수용하는 자신만의 독창적 영역을 선보이게 된다. 오랜 기간 동안 정신과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았고, 또한 사회 활동가로 활약하며 잠시 음악인의 생활을 멈추기도 했지만, 요한은 이러한 개인사를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는 진솔함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InFiné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작업들에서는 신화적 메..
Patrick Shiroishi - I Shouldn't Have to Worry When My Parents Go Outside (self-released, 2021) 일본계 미국 색소폰 연주자 겸 작곡가 Patrick Shiroishi의 앨범. 색소폰 연주자이면서 독특하게 앰비언트나 일렉트로닉 계열의 뮤지션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과거 프로그래시브 록 밴드 출신이라는 이력과 더불어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멀티 인스트루먼트 플레이어로도 유명하다. 이번 앨범은 그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최근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적 폭력 사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차별은 불안정한 사회 시스템을 반영하는 현상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현실의 불만으로부터 대중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조장되는 비열한 정치 행위의 일부다. 차별 구조를 보면 그 사회의 불평등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는데, 아이러니는 차별을 행하는 그 집단은 어느 누..
Alfa Mist - Bring Backs (Anti-, 2021) Alfa Mist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영국 재즈 뮤지션 및 프로듀서 Alfa Sekitoleko가 자신의 레이블 Anti-에서 발매한 첫 앨범. 이 앨범을 들어보면 이제 알파 미스트라는 이름은 하나의 음악 브랜드로 자리 잡은 듯한 인상을 준다. 작년 말 Spitfire Audio의 동영상 클립을 통해 공개된 AM와 London Contemporary Orchestra의 공동 작업 영상은 그의 음악적 창의가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어 충분했다. 스스로 비트 만드는 법을 배우고 유명 프로듀서들의 힙합 샘플을 보면서 재즈를 터득하고 화성학을 이해하기 위해 피아노를 익힌다. 데뷔 앨범 Antiphon (2017)에서의 라우한 진솔함 이면에 번뜩이는 천재성은 단숨에 많은 사람을 그의 팬..
Cymin Samawatie & Ketan Bhatti - Trickster Orchestra (ECM, 2021) 보컬 Cymin Samawatie와 드럼/퍼커션 Ketan Bhatti이 공동 결성한 Trickster Orchestra의 앨범. 시민과 케탄은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Cyminology의 멤버로, 그룹 활동과는 별개로 베를린 필 하모닉의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Trickster Orchestra를 결성하는데, 이후 오케스트라는 독립적인 프로그램으로 고유의 음악적 영역을 구축하게 된다. 시미놀로지가 이란과 독일 가정에서 태어난 시민의 다문화적 특성을 반영한다면 TO는 문화적 다양성의 영역을 더욱 넓게 확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룹이 보여준 재즈와 민속의 경계를 넘어서 고전적인 오케스트라의 전통은 물론 현대음악적 특징까지 수용하는 복합성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TO의 음악은 무척 다면적이면서도 ..
Steve Moore - Analog Sensitivity (KPM, 2021) 미국 전자음악가 겸 프로듀서 Steve Moore의 앨범. 최근 몇 년 동안 영화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오랜만에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했다.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의외의 앨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스티브의 음악을 조금이라도 들었던 청자라면 그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듯싶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통적인 연주 악기들의 사운드와는 무관하다. 기존 악기의 텍스쳐를 재현하거나 음향적 특징을 담아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앨범을 들었다면, 시종일관 지속하는 전자음에 분명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일렉트로닉과 아날로그라는 어울리지 않는 어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앨범에는 고전적인 방식의 신서사이저에서 만들어지는 고유의 소리를 이용해 제작되었다. 랩톱에 저장된 여..
Hannu Karjalainen - Railo (Signature Dark, 2021) 핀란드 시각예술가 및 작곡가 Hannu Karjalainen의 앨범. 사진 및 영상 관련 작업으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바 있는 한누는 리코딩 뮤지션으로서도 나름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누의 음악은 자신의 시각 예술 작업과도 암묵적인 연관을 지니게 되는데, 이번 앨범에 수록된 3개의 트랙 "Railo", "Musta Jää", "Sula" 등은 비디오 영상과 함께 제공되고 있다. 2019년부터 약 2년여에 걸쳐 완성된 이번 앨범은 핀란드의 싸늘한 기후적 풍경을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기후 변화에 따른 위협을 다루고 있다. 공식 비디오 아트를 보더라도 이와 관련한 주제를 정적인 영상을 통해 드러내고 있으며, 타이틀을 비롯한 각 곡의 제목 또한 '바람', '균열', 검은 걸음', '녹은' 등과 같이 직..
Jonas Kopp - Exploraciones Internas (Osmosis, 2021) 아르헨티나 DJ 겸 프로듀서 Jonas Kopp의 앨범.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축적해오던 중에 돌연 자신과의 단절을 선언한 이후, 약 1년간의 침묵 끝에 Pleiadian Key Tones (2020)을 선보인다. 하지만 이 앨범은 기존 자신의 영향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일련의 탐색 작업이라는 성격이 강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앨범은 확실히 그가 말한 '단절'(una pausa)의 의미에 조금은 더 근접한 작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하다. 감각적인 BPM의 속도를 한층 느리게 가져가고 비트를 축약하거나 생략함으로써 사운드의 이미지를 형상화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하고 있다. 테크노 계열의 감각적인 댄스 음악에서 한참을 물러서 있으며 앰비언트..
Dominique Pifarély Quartet - Nocturnes (Clean Feed, 2021) 프랑스 재즈 바이올린 연주자 Dominique Pifarély의 앨범. 이번 녹음에는 피아노 Antonin Rayon, 베이스 Bruno Chevillon, 드럼 François Merville 등이 참여하고 있어 ECM에서 발매된 이전 쿼텟 앨범 Trace Provisoire (2016)와 동일한 라인업을 보여준다. 실제로 두 앨범 모두 프랑스 남부 Studio La Buissonne에서 녹음이 이루어졌으며 시간적으로도 2년 정도의 차만 두고 있을 뿐이다. 각자의 음악적 개성이 강한 ECM과 Clean Feed 두 레이블에서 각각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앨범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기본적으로는 서로 비슷한 음악적 콘텍스트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작곡과 즉흥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