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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ptiste Bailly - Suds (Neuklang, 2021) 스페인에서 활동 중인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Baptiste Bailly의 솔로 앨범. 지금까지 듀오와 트리오로 각각 한 장씩의 앨범들을 발표한 이후, 이번 녹음에서는 솔로 공간에서의 연주와 음악을 선보이게 된다. 밥티스트의 음악을 발매 순서로 들어보면 조금씩 조심스럽게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기타리스트 David Minguillón과의 듀엣 앨범에서는 라틴적인 색감을 강하게 표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트리오 녹음에서는 자신의 음악적 콘트라스트를 낮추는 대신 폭넓은 표현의 가능성들을 시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솔로 녹음에서도 라틴적인 감성을 밑바탕에 깔고 있지만, 장르적인 유연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다양한 기악적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Martin Tingvall - When Light Returns (Skip, 2021) 스웨덴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Martin Tingvall의 솔로 앨범. 우리에게 마르틴의 이름은 Tingvall Trio를 통해 알려졌지만 솔로 연주자로서의 모습 또한 이제는 익숙하고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호평을 받은 The Rocket (2019)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솔로 리코딩이며 통산 네 번째 독주 앨범이다. 트리오의 공간에서 보여주는 구성의 엄밀함과 미적 긴장이 주는 인상적인 음악적 경험을 전해준다면, 솔로는 마르틴 개인의 사적 정서에 기반을 둔 듯한 서정적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어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사적인 경험이나 사고를 음악으로 반영하는 솔로 작업은 이번 앨범에서도 잘 반영되어 있는데, 미국 공연 이후 귀국한 고국 스웨덴에서 마주하게 된 펜데믹과 봉쇄의 경험을 담고 ..
Hilary Geddes Quartet - Parkside (ABC Jazz, 2021) 호주 재즈 기타리스트 Hilary Geddes의 쿼텟 앨범. 힐러리는 호주와 독일에서 전문 재즈 기타리스트로 교육을 받은 촉망받는 젊은 신예로 지목되고 있다. 38세의 나이에 타계한 호주 출신 피아니스트 Jann Rutherford를 추모하기 위해 제정된 JRMA에서 힐러리는 2019년에 수상을 했고, 호주 방송 협회에서 마련한 장학 프로그램 ABC Jazz Scholar에서는 첫 번째 수혜자 세 명 중 한 명으로 그녀의 이름을 올린다. 이번 앨범은 그 일환으로 ABC Jazz의 후원을 받아 녹음된 힐러리의 데뷔 앨범으로 피아노 Matt Harris, 베이스 Max Alduca, 드럼 Alexander Inman-Hislop 등 그녀의 젊은 동료들과 함께 진행된 리코딩을 담고 있다. 앨범에서 힐러리는 장..
Jack Bartman - Innerwars (MJVA, 2021) 프랑스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Jack Bartman의 OST 앨범. 고전적인 테크노, 힙합, 일렉트로 팝 등 주로 대중적인 취향의 개인 작업들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상업 및 영상 관련 분야에서는 매우 진지하면서도 신중한 장르적 접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앨범은 우크라이나 배우 겸 감독 Masha Kondakova의 다큐멘터리 Inner Wars (2020)를 위한 음악을 담고 있다. 감독 마샤는 어린 시절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를 겪으며 이와 같은 정치적인 격변이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굴절시켰는지를 삶을 통해 체험하게 되는데, 그 결과 부정부패, 여성 인권, 정치 파벌주의 등에 대한 냉철한 관심을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게 된다. 이번 영화는 2014년, 우크라이나 내 EU 통합 지지파와 친 러시아 ..
Jason van Wyk - Threads (n5MD, 2021) 남아프리카 전자음악가 겸 프로듀서 Jason van Wyk의 앨범. 2018년 n5MD 레이블은 제이슨과의 계약 소식을 알려 팬들을 환호하게 했는데,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야 이번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Opacity (2017)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 정규 작업이며 그의 통산 네 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물론 그 기간 중에 OST나 여러 편의 싱글 등이 발표되긴 했지만 이번 앨범은 4년이라는 공백의 의미를 우리에게 각인시키려는 듯한 큰 폭의 음악적 진전과 깊이 있는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모던 클래시컬을 근간으로 하는 현대 작곡의 경향적 특징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 그의 음악이 드러나는 형식에서는 앰비언트적인 세계관을 수용하고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묘사적 ..
Matt Ridley - The Antidote (Ubuntu, 2021) 영국 재즈 베이스 연주자 Matt Ridley의 퀸텟 앨범. 대학에서 재즈를 전공했고 이후 클래식 더블 베이스로 학위를 받았으며 2006년부터 Darius Brubeck 쿼텟의 멤버로 활동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2013년 이후 자신의 쿼텟을 결성해 밴드 리더로서의 커리어도 축적하며 이후 발표한 두 장의 앨범은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번 녹음은 지난 작업들과 달리 퀸텟으로 진행되었는데, 전작들에서 라인을 이끌었던 Jason Yarde 대신 색소폰 Alex Hitchcock와 기타 Ant Law를 전면에 배치하고 피아노/키보드 Tom Hewson, 드럼 Marc Michel 등과 함께 팀을 꾸려 완전히 새롭고 젊은 진영으로 앨범을 완성한다. 이번 작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깊이 있는 테..
Jonny Martyr - Impossible Space: Reworked (Pretty Decent, 2021) 영국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Jonny Martyr의 앨범. 시각 디자이너라는 본업 외에 부업(?)으로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데, 전업 음악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인상적인 작업들을 자주 선보이는 뮤지션이다. 여러 편의 상업 광고 음악은 물론 Field Waves라는 활동명으로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을 들려줬고, 본인의 실명으로는 피아노가 중심을 이루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현대 작곡을 발표하는 등 나름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작 Impossible Space (2020)의 수록곡들을 대상으로 여러 뮤지션이 참여해 재구성한 작업들을 담고 있다. 원작의 경우 피아노의 역할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다양한 일렉트로닉의 배음과 효과를 활용해 풍부한 감성적 면모를 선보..
Niklas Paschburg - Post-Svalbard (7K!, 2021)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Niklas Paschburg의 앨범. 이번 앨범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니클라스의 전작 Svalbard (2020)에 대한 일련의 리믹스와 리워크 작업들을 수록하고 있다. 전작 발매 이후 수록곡 "If"를 대상으로 본인은 물론 Pjusk, Nils Hoffmann 등의 재구성 작업들이 싱글로 선보인 적이 있었고, 그 외 다른 곡들에 대한 리믹스와 재해석을 개별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은 전작의 수록곡 전체를 그 순서에 따라 여러 뮤지션들이 참여하여 새롭게 구성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전작의 경우 일렉트로닉 계열의 언어에 기반을 두고 모던 클래시컬과 앰비언트적인 감각을 더해 니클라스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완성했다면, 이번 앨범은 그 작업들이 어떻게 새로운 표현을..
Slowly Rolling Camera - Where the Streets Lead (Edition, 2021) 영국 재즈 그룹 Slowly Rolling Camera의 앨범. SRC는 Juniper (2018)를 계기로 보컬이 빠지고 피아노/키보드 Dave Stapleton, 드럼 Elliot Bennett, 신서사이저 Deri Roberts 등의 트리오로 편성을 바꾸면서 자신들의 통합적인 음악적 언어를 굳건히 하면서, 동시에 확장적인 사운드의 근간을 마련하게 된다. 트립-합, 소울, 일렉트로닉을 근간으로 하는 장르적 다면성을 지닌 사운드 스케이프에 재즈적인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개방하면서 SRC만의 독특한 음악을 완성했고, 나아가 이를 표현의 확장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함으로써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협연의 가능성 또한 열어두게 된다. 이번 앨범에서는 SRC의 사운드에 8인조 스트링 섹션을 더하고 밴드 제4의 멤버..
Lorenzo Montanà - TexTrue (Projekt, 2021) 이탈리아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Lorenzo Montanà의 앨범. 90년대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해 재즈, 록 등은 물론 IDM, 앰비언트, 드론 등 다양한 장르적 경험을 축적하며 이제는 전자음악가로 나름의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로렌조의 음악들은 그의 다양한 경험을 반영한 복합성과 다면성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주는데, 어느 특정한 장르적 우위를 보여주는 작업에서조차도 이와 같은 특징들은 절묘하게 드러나곤 한다. 복합적인 리듬 패턴들이 전면에 부각된 전작 DUNUC (2020)에서도 기계적인 펑크와 초기 앰비언트 테크노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활용해 공간적 묘사를 이어갔다면, 이번 작업은 드론과 사운드 스케이프를 바탕에 둔 복합적인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이 앨범에서 흥미로운 점은 두 가지다. 첫..
Tom Ashbrook - Solitudes (The Other Songs, 2021) 영국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Tom Ashbrook의 앨범. 톰은 지금까지 주로 영화나 영상 관련 작곡을 해왔고 작년부터 간헐적으로 일련의 싱글을 발표한 이후 Sensibus (2020)를 계기로 본격적인 개인 작업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앨범 또한 작년 말부터 발표했던 몇몇 싱글 및 두 편의 EP를 앨범으로 엮은 일종의 합본이다. '고독들'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감염병 사태로 인한 봉쇄 기간 동안 톰은 자신의 방식으로 감정과 생각을 기록했고 이는 다양한 유형적 특징을 지닌 음악들로 표출된다. 피아노 솔로, 현악과의 협연, 호른의 피처링, 신서사이저 등 공간을 채색하는 다양한 접근만큼이나 그 형식에서도 여러 장르적 표현들이 복합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각각의 음악마다 자신의 고유..
Hollie Kenniff - The Quiet Drift (Western Vinyl, 2021) 미국/캐다나 뮤지션 겸 보컬리스트 Hollie Kenniff의 앨범. Goldmund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남편이자 레이블 동료인 Keith Kenniff도 그렇지만, 부부가 Mint Julep라는 듀오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인디-팝 취향의 일렉트로닉과 달리 각자의 솔로 활동에서는 앰비언트 계열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앨범에서 홀리는 기타, 베이스, 신서사이저 등을 연주하며 곡에 몽환적인 보이스 허밍을 레이어링 하여 전작인 The Gathering Dawn (2019)에서 보여줬던 독특한 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다. 홀리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부유하는 듯한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이는 사운드가 연출하는 공간적인 느낌이면서 동시에 포스트-록,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등 다양한 장르적 ..
Sebastian Plano, Sophie Hutchings, Lambert, Luke Howard - MKX x SXSW (Mercury KX, 2021) 1987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시작된 영화, 음악, 미디어 관련 국제 행사인 South by Southwest (SXSW)는 매년 그 규모가 확대되어 뮤직 페스티벌 분야의 경우 2,000여 팀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은 100여 개 이상의 공연장 무대에 직접 오르거나 축제를 위해 제공하는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행사에 참여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모델 사례로도 언급되는 기업형 행사이기도 하다. 2020년에는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로 인해 처음으로 그 행사가 취소되었고, 올해 3월에는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음악 관련 페스티벌이 진행되었다. 국내 그룹 해파리(Haepaary), 잠비나이(Jambin..
Michael Mantler - Coda: Orchestra Suites (ECM, 2021) 오스트리아 트럼펫 연주자 겸 작곡가 Michael Mantler의 앨범. 지금까지 마이클의 작업을 ECM / WATT 레이블에 한정해서 살펴보더라도 그는 자신의 과거 작업 속에서 현재를 갱신할 새로운 근거를 찾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곤 했다. 최근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The Jazz Composer's Orchestra Update (2014) 일 것이며, 이 작업은 기존 자신의 음악들을 오케스트라로 재편곡한 것을 넘어서 새로운 음악적 지향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계기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재창조를 담아낸 역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녹음 역시 2014년 작업의 연장이며 평소 마이클이 좋아했던 기존 곡들에 대한 재구성을 통한 새로운 창의를 담고 있다. 이 앨범에서 새롭게 구성된 곡들은 13 & 3/..
Joep Beving - ZERO: Hanging D Remixes (Deutsche Grammophon, 2021)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Joep Beving의 앨범. 다음 달 3부작 합본 앨범 발매를 앞두고 깜짝 선물처럼 등장한 이번 작업은 Henosis (2017)에 수록되었던 "Hanging D"와 더불어 이를 대상으로 Max Cooper, Polynation, Afrodeutsche, Alva Noto, Colin Benders, Cello Octet Amsterdam 등 여러 뮤지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트랙들을 담고 있다. 이처럼 쟁쟁한 뮤지션들이 이번 리믹스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달라진 윱의 음악적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Bm 스케일의 D 키 하나만을 반복적으로 연속해 타건하고 여기에 3개의 기본 코드와 응용 코드들을 간단한 주법들로만 연주하면서..
Lorenzo Masotto - i=r (Whitelabrecs, 2021)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Lorenzo Masotto의 솔로 앨범. 지금까지 발표한 작업들마다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한 테마를 부각하고 그에 맞는 음악적 형식 속에서 자기 생각을 펼쳐왔다는 점에서 로렌조는 진지한 사색의 계기를 우리에게 제공하곤 한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또한 스넬 혹은 굴절의 법칙과 관련된 공식을 사용하고 있다. 매질에 따라 입사각과 굴절각의 관계가 달라지는데 로렌조는 굴절률이 1인 상황, 즉 파동이 굴절하지 않고 직진하는 i=r을 가정하고 이를 우리 일상의 여러 사물과 현상에 대비해 음악으로 풀어가고 있다. 물리학에서는 그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는 개념이 존재하겠지만, 우리의 평범한 인식 속에서는 투명함이나 순수함 혹은 진솔함 등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되며 이와 같은 느낌은 로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