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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a Rani - Ghosts (Gondwana, 2023)

komeda 2023. 10. 6. 21:00

 

독일에서 활동 중인 폴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Hania Rani의 앨범.

 

지금까지 하니아는 여러 편의 앨범을 선보였지만, 순수한 개인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작업은 Esja (2019)와 Home (2020)에 이은 세 번째 녹음이기도 하다. 피아노, 키보드, 신서사이저 등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의 특성은 여전히 유지하면서도, 지금까지의 음악적 경험을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전환을 위한 나름의 모색을 담아내기라도 하듯, 이번 앨범은 기존의 접근과는 다른 새로운 요소들을 다수 포함하는가 하면, 이러한 특징을 전면에 부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음악은 나의 의사소통 방식이며, 나는 예술과 음악을 장르적인 구분 없이 전체적인 것으로 본다”라는 그녀의 최근 인터뷰 내용을 실천적으로 증명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긴밀관 음악적 관계를 유지해 온 여러 뮤지션들과의 공동 작업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며, 이 또한 하니아의 음악적 총체성을 구성하는 일련의 과정처럼 드러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On Giacometti (2023)의 작업을 위해 스위스 산속 고립된 장소에서 오랜 시간 머물려 생활하던 시기에, 상당 부분의 모티브가 작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작이 OST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그 내용에서 영화와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배경이 존재했지만, 그 과정에서 비롯한 다양한 일상의 경험과 내면의 사색이 이번 작업에서는 보다 다양한 양식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상당 부분의 모티브가 전작의 제작 기간 중에 작성된 것이지만, 그 내용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표현은 기존 자신의 음악과의 관계 속에서 펼쳐 보이기도 하며, Patrick Watson, Ólafur Arnalds를 비롯해 Portico Quartet의 Duncan Bellamy와의 협연을 다룬 트랙을 통해 담아내기도 한다. 영상과 함께 공개한 수록곡 중 일부는 무용단과의 실질적인 공동 작업을 다루기도 하여, 이러한 모든 협업은 하니아의 기존 음악적 특징을 새로운 방식으로 명확하게 부각하는가 하면, 때로는 새로운 확장을 위한 모색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 다루고 있는, 이와 같은 공동 작업의 다양한 예시만으로도 그녀의 음악이 지닌 고유의 특징은 물론, 풍부한 확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 앨범은 하니아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적 세계관을 한층 넓히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잘 사용하지 않았던 자신의 보컬을 이용해 가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은 물론, 장르적 경계에 대한 보다 다양한 접근을 선보이며 그 모호성에서 비롯하는 독특함을 자신의 언어로 체계화하려는 듯한 접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피아노와 일렉트로닉의 접점에서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성을 강화하려 했던 기존 하니아의 음악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이루고 있으며, 기악적 흐름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던 이전의 양식에 비해, 그 관계를 새로운 공간적 배경 속에서 다시금 정의하거나, 신서사이저의 모듈레이션을 전면화하는 등, 다양한 접근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시퀀싱의 플로우와의 관계에 의해 피아노 연주가 정의되기도 하고, 적극적인 모듈레이션을 통한 기악적 표현을 완성하기도 한다. 보컬을 전면화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음악을 다루는 새로운 접근을 선보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다른 주변 장르적 요소들을 목소리를 통해 내면화하는 흥미로운 모습을 포착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그녀의 흔적들이 어떤 새로운 장르적 도전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오히려 하니아는 이 모든 양식과 특징을 하나의 언어적 체계로 통합하기 위한 부단하면서도 다양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기존 자신의 음악과의 연관 속에서 발전적인 양식으로 사고한다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앨범은 특정한 장르적 지향점을 지니지 않는 듯하며, 어느 한 가지 양식으롤 수렴하지도 않지만, 이와 같은 다양성은 음악 그 자체가 지닌 총체성을 증명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분명한 점은 이 모든 것이 하니아의 고유한 언어적 체계에서 비롯된 것임이라는 점을, 앨범을 통해 명확하게 입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령’이라는 단어가 포함하는 은유가 삶과 죽음, 빛과 어둠 등의 경계 속 실존을 고민하게 만든다면, 하니아는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엮어 자신만의 소리로 담아내고자 한 사색과 노력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하다.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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