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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ania Rani - The Lost Flowers of Alice Hart (Lakeshore, 2023)

 

폴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Hania Rani의 OST 앨범.

 

하니아의 새 정규 앨범의 출시가 오는 10월로 예고된 가운데, 그 기다림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드라마를 위한 OST 음반이 공개되었다. 호주 작가 Holly Ringland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는 최근 Prime Video에서 첫 방영을 시작했고, 총 7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폭력 가정에서 생활하던 어린 소녀가 집에 발생한 화제 사건과 그로 인한 부모의 죽음을 겪고, 꽃 농장 할머니와 그곳에 모인 여러 세대의 아픔 있는 여성들이 함께하는 생활을 그린다고 전해진다. 드라마에 대한 전문 사이트의 평가는 호의적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보다 OST를 담당한 하니아의 음악이 극 속에서 어떻게 녹아들었는지가 더 궁금하다.

 

본격적인 데뷔 이전부터 하니아는 단편과 공연을 위한 음악에 다수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전편의 공개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작업의 일부를 편집해 Music for Film and Theatre (2021)를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Venice: Infinitely Avantgarde (2022)에서 음악을 담당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영화 속 내용의 일부로 하니아의 음악과 연주를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본격적인 스코어 작업과는 성격을 조금 달리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하니아의 첫 번째 시리즈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며, 어쩌면 지금까지 선보였던 영화나 영상 관련 작업과는 다른, 본격적인 OST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기존 영상 관련 음반들이 상당 부분 하니아의 개인적 표현의 연장 속에서 다뤄졌다면, 이번 앨범은 영화 혹은 드라마 음악에서 흔히 사용하는 통상적 작법에 적지 않게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로 평소 하니가의 음악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퍼커션, 클라리넷, 보이스 등의 요소들을 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기존의 익숙한 피아노와 현악의 소스들 또한, 색다른 기악적 레이어들과의 연관 속에서 새로운 조합의 양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주로 극이 표현하고 있는 순간의 긴장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듯하며, 때로는 정서적 동요를 음악으로 담아낸 것 같은 표현을 들려주기도 하여, 전체적으로 OST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한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통상적인 영상 관련 작법이 기존 하니아의 음악적 언어와 이루는 균형과 조화는, 그녀의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사하기도 하여, 이 자체로 하나의 흥미로운 시선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번 앨범이 제공하는 큰 매력이기도 하다.

 

앨범은 퍼커시브한 사운드나 브라스 계열의 소스를 이용해 연출하는 김장감의 묘사와 같이 평소 하니아의 음악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요소들을 이번 OST에서 접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영화적인 표현에서도 간결하면서도 능숙한 표현을 보여주기도 한다. 연주 악기의 특성을 지닌 여러 소스들의 개별적인 움직임을 레이어링 하여 독특한 감정이나 상황적 묘사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는 해당 트랙의 제목을 보면 사운드의 조합과 플로우가 무엇을 담아내고자 했는지에 대한 영상적 관련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상황에 대한 묘사 외에도 정적 내면을 포착하는 듯한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사운드의 조합이 눈에 띄며, 이는 통상적인 영화 음악적 표현과도 적절히 부합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트랙 제목과의 연관 속에서 개별 곡들이 지닌 묘사적 특징은 비교적 명료하게 드러나면서도, 곳곳에 하니아 특유의 감성과 감각을 반영한 표현이 눈에 띄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시퀀싱 혹은 모듈레이션을 이용해 사운드의 동적 변화를 하나의 음악적 흐름으로 엮은 순간은 물론, 피아노를 이용한 정교한 코드 진행을 기반으로 정적인 플로우의 완성 과정에서도 하니아 특유의 인상적 표현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레뉼한 소리의 반짝임이 현악 혹은 전자 음향과 레이어를 이루는 방식은 정교한 정서적 느낌을 반영하면서도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감성적 깊이를 훌륭하게 재현하기도 한다.

 

피아노와 현악의 사운드를 중심으로 신서사이저를 활용한 다양한 음향적 표현을 유기적으로 조합하고 있어, 하니아 특유의 감각을 이번 작업에서도 충분히 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여기에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서스펜스를 중심으로 하는 영화적 표현 또한 능숙하게 재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의 개인 창작 외에도 영상 관련 작업에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담아내고 있어 인상적이며, 이후 하니아가 이 분야에서 어떤 성취를 이룰지 기대하게 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물론 이와 같은 성과가 그녀의 개인 작업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도 갖게 하는 앨범이다.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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