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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eil Cowley - Hall of Mirrors (Mote, 2021)

영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Neil Cowley의 솔로 앨범. 몇 해 전, 닐이 전자음악가 Ben Lukas Boysen과 함께 Grains & Motes (2019)라는 EP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동명이인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팬인 Neil Cowley Trio의 닐과 지금의 닐이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놀라움은 매우 컸고, 무엇보다 트리오의 해체 소식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음악적 지반 위에서 새로운 활동을 선보이는 닐이지만, 재즈라는 영역 속에서 그가 표출했던 실험적 표현들은 물론 장르적 확장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보여준 다면적 특성들을 되돌아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변화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징후는 NCT 명의로 발표한 앨범 Spacebound Tapes (2018)에서 보여준 일련의 일렉트로닉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었지만, 트리오 활동을 벗어나 독자적인 방식으로 장르적 변신을 이끌 것으로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닐은 자신의 음악적 방향성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에 찬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일렉트로닉과 엠비언트의 특징을 바탕에 두면서도 자신의 피아노를 이용해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창의를 선보이는 전략적 선택은 가장 닐 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사운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은 그가 활용하는 레이어 하나하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극도로 진부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절대 쓰고 싶지 않은 단어 중에 '고급스럽다'가 있는데, 이 앨범에서 사용된 사운드에 대해서는 이 표현 외에 다른 적절한 대체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레이어마다 적용되는 미세하게 각기 다른 리버브를 통해 연출하는 공간의 울림은 물론 미묘한 텍스쳐의 대치를 거쳐 완성되는 하모니와 텐션의 연속은 이전 닐의 모습은 물론 현 장르 내의 그 어떠한 뮤지션들에게서도 발견하기 힘든 유니크한 특징들로 가득하다. 기존의 장르적 텍스트를 따르면서도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난 진행과 구성은 풍부한 이미지를 연출하며 묘사적인 특성은 물론 나름의 시네마틱 한 내러티브까지 포괄하는 다면적 매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해당 장르에서는 이제 첫발을 홀로 내디뎠을 뿐이지만, 그 성과는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것임은 분명하다. 음악은 테크닉과 창의성에 의존한 천재들의 작업임을 닐의 이 앨범은 증명하고 있다.

 

 

20210307

 

 

 

related with Neil Cow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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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il Cowley Trio - Spacebound Tapes (Phases, 2018)

- Neil Cowley - Hall of Mirrors: Reflected (Mot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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