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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y Anderson - Nuit (self-released, 2021) 미국 작곡가 겸 전자음악가 Tony Anderson의 앨범. 토니는 2010년 초부터 영상 매체는 물론 상업 음악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꾸준히 자신의 개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전자 혹은 가상 악기의 사용 비중이 높지만 피아노와 같은 연주 악기의 활용에도 적극적이어서 모던 클래시컬한 취향이 반영되기도 한다. 이번 앨범 역시 그의 음악이 지닌 감각적 특징은 물론 작곡가의 음악적 상상력 또한 잘 부각되고 있다. '밤'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지만 그 분위기는 심각하거나 무겁지는 않다. 평소 토니가 선보였던 음악과 유사한 밝고 화려한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지만 다만 그 톤이 살짝 다운되었다는 느낌만 들뿐이다. 때문에 마치 고요한 밤의 정적 속에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타임랩스와 같은 이미지가 그려질..
Michel Portal - MP85 (Label Bleu, 2021) 프랑스 색소폰/클라리넷 연주자 Michel Portal의 앨범. 1935년생으로 서양식 나이로 올해 85세를 맞이한 미셸을 기념하기 위해 앨범 제목부터가 MP85가 되었다. 피아노 Bojan Z, 베이스 Bruno Chevillon, 트롬본 Nils Wogram, 드럼 Lander Gyselinck 등 비교적 폭넓은 연령대의 중진들이 참여한 퀸텟 녹음으로 축하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시기상으로 미셸의 85세에 맞춰 녹음하긴 했지만, 이 밴드는 노장의 새로운 퀸텟을 염두에 두고 결성되었고, 폐쇄 기간에 조심스럽게 리코딩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앨범 자체에서는 제목 말고는 어떤 특별한 축하나 자축을 상징하는 대목은 눈에 띄지 않으며 지나온 과정처럼 새로운 일상의 활동을 준비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
Scott DuBois - Summer Water (Sunnyside, 2021) 미국 재즈 기타리스트 Scott DuBois의 솔로 앨범. 10년 이상 자연이나 환경과 관련한 일련의 테마로 꾸준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스콧의 상징적 대표작은 아무래도 ACT 레이블에서 발매한 Winter Light (2015)와 Autumn Wind (2017)가 아닐까 싶은데, 이번 앨범은 이러한 계절 시리즈의 연장에서 이루어진 녹음이다. 쿼텟으로 녹음된 전작들과 달리 이번 녹음음 솔로로 진행되었다. 이전 작업들의 형식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사운드의 구성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녹음이 솔로라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계절에 상관없는 차가운 기타 톤은 기존 앨범을 포함해 이번 녹음에서도 독특한 앰비언스를 연출하며 스콧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
Edward Perraud - Hors Temps (Label Bleu, 2021) 프랑스 재즈 드러머 Edward Perraud의 트리오 앨범. 베이스 Arnault Cuisinier와 피아노 Bruno Angelini가 참여하고 있으며 트럼펫 Erik Truffaz가 게스트로 두 트랙에서 함께 연주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 에두아르가 보여주는 리더로서의 스텐스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합의의 영역에서 작곡과 편곡을 통해 이루어지는 철저한 통제는 개방 공간에서 보여주는 자율적 진행과 분명한 대비를 이루며 앨범 전체를 통해 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공동명의로 발표한 트리오 협업작 Espaces (2018)과도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유연안 인터플레이의 계기를 확장한 연주와는 확실히 다른 접근이다. 고전적 전통과 일정한 연관과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이고 모..
Various Artists - Piano Cloud Series Vol. 6 (1631 Recordings, 2021) 스웨덴 레이블 1631 Recordings의 컴필레이션 앨범. 2015년 사운드 엔지니어 겸 프로듀서 Mattias Nilsson과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David Wenngren가 공동 설립한 1631 Recordings는 모던 클래시컬, 현대 작곡, 실험 음악 등을 전문 분야로 한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두 공동 설립자가 지금까지 음악계에서 이룬 성과에 힘입어, 여기에 UMG 산하 Decca Publishing의 지원으로 해당 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한 음악적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다. 덕분에 신생 레이블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굵직한 스타급 중견 뮤지션들이 이곳을 통해 음악을 발표하는가 하면, 뛰어난 기량을 지닌 신인들에게도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여섯 번째인 올해의 Piano Cloud Se..
Godspeed You! Black Emperor - G_d’s Pee AT STATE’S END! (Constellation, 2021) 캐나다 포스트-록 그룹 Godspeed You! Black Emperor의 앨범. 1994년, 현재에도 원년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기타 Efrim Menuck와 베이스 Mauro Pezzente 등에 의해 4인조로 출발 이후 8-9명까지 규모가 커졌고, 2003년부터 2010년까지의 공백 끝에 9인조로 재결성을 알렸다. 이번 작업은 10명의 뮤지션이 함께 녹음을 완성한 통산 7번째 정규 앨범이자 Luciferian Towers (2017) 이후 오랜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오랜 활동 기간과 더불어 독특한 GY!BE의 스타일은 물론 뛰어난 무대 공연 등으로 인해 장르 내에서의 영향력은 상당한데, 특히 이들이 매번 앨범마다 담고자 했던 강한 메시지는 대중적 공감을 만드는 요소이기도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 어..
Ruptured World - Shore Rituals (Cryo Chamber, 2021)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스코틀랜드 출신 전자음악가 Ruptured World의 앨범. 그의 본명은 Alistair Rennie로 판타지 공포 소설 작가로도 유명하다. 소설 작가와 음악가라는 다른 영역이긴 하지만 장르적 특성에서는 유사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서로 긴밀한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다. Cryo Chamber 레이블에서 발매하는 음악이 다크 앰비언트라는 경향적 특성을 포괄하지만, 그 안에서도 세밀하게 구분되는 다양성이 존재하는데, 하나의 가상적인 세계관을 설정하고 이를 스토리 텔링 구성에 따라 음악적인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작업 방식을 택하는 음악가들이 몇 명 존재한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알리스테어이고, 스토리와 음악의 연관성에서도 가장 완성된 성과를 이룬 예로 손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알..
Federico Mosconi - Dreamers and Tides (Dronarivm, 2021) 이탈리아 기타리스트, 작곡가, 전자음악가 Federico Mosconi의 앨범. 페데리코의 음악 경력은 독특하다. 기타리스트로서 전문 교육을 받고 오케스트라와 앙상블과 협연도 벌였고, 작곡 학위도 보유하여 무대 음악은 물론 관현악을 위한 작품 등 현대 작곡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의 경력에서 이색적인 점은 6인조 Cardew Ensemble의 활동으로, 일렉트로-어쿠스틱 계열에 즉흥적 모티브를 활용한 색다른 음악적 실험을 선보인 적도 있다. 이번 앨범은 장르적으로는 일렉트로닉 계열로 구분될 수 있지만, 한편에서는 지금까지 페데리코가 펼쳤던 다양한 음악 활동들을 전자 장치를 이용해 총괄하는 듯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전자 악기를 메인으로 활용하고 여기에 일렉트릭 및 어쿠스틱 기타를 더하고 ..
Moss Covered Technology - Seafields (Dronarivm, 2021) Moss Covered Technology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영국 전자음악가 Greig Baird의 앨범. 작년 한 해,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이르기까지 많은 뮤지션들이 발표하는 작업은 보건 위기가 일상의 음악적 삶을 어떻게 굴곡을 주고 있는지를 보여주곤 한다. 이 앨범 또한 상황의 스트레스와 연관되어 있으며, 평소 자신의 삶과 가까이 있던 '해변'을 모티브로 불안을 정화하고 음악적 영감을 얻으려 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정한 공간적 모티브를 표제로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그리그는 묘사적 방식보다는 심리적 접근을 우위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특히 MCT라는 솔로 프로젝트에서 자주 선보였던 모듈러 장치를 통해 표현되는 섬세한 사운드의 조합은 이번 앨범에서도 그의 정서적 단면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
Rudy Adrian - As Dusk Becomes Night (Spotted Peccary, 2021) 뉴질랜드 전자음악가 Rudy Adrian의 앨범. 30년 가까운 루디의 음악 여정은 이제 자신의 독특한 색깔로 사람들에게 깊이 인식되는 듯하다. 빈티지 신서사이저가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독특한 질감이며, 멜로디 라인이 연상하게 하는 7, 80년대의 실험적 부흥기의 향수는 물론, 평소 그의 음악이 지향하는 자연에 대한 묘사 등은 다양한 사고의 가능성을 개방하는 듯한 문제제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다분히 고전적인 표현에 의지하면서 스타일에서는 과거 프로그레시브와 관련된 인상을 주는가 하면 이념적으로는 초기 뉴에이지의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루디의 일관된 언어가 늘 자기 성찰에 기반한 진솔한 표현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음악이 지닌 현재적 성격에서는 그 어떠한 의구심도 허락하지 ..
Floating Points, Pharoah Sanders, The London Symphony Orchestra - Promises (Luaka Bop, 2021) Floating Points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영국 전자음악가 Sam Shepherd,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미국 재즈의 전설 Pharoah Sanders, 그리고 LSO의 현악이 녹음한 앨범. 이 무슨 거짓말 같은 조합일까 싶지만, 이 계획은 파라오가 5-6년 전 우연히 샘의 음악을 듣게 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앨범의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커버 아트가 아닐까 싶다. 샘의 작곡에 기반한 일렉트로닉, LSO의 스트링 파트, 파라오의 솔로 라인이 마치 각기 독립적인 레이어를 구성하며 그 층위의 역할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전체적으로 다분히 일렉트로닉의 형식적 구성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그 효과로 드러나는 음악적 지향은 파라오의 공간을 개방하는 것에 있다. 이..
The Vernon Spring - A Plane Over Woods (Lima Limo, 2021) 영국 싱어송라이터 Sam Beste의 솔로 프로젝트 앨범. The Vernon Spring이라는 이름 붙여진 샘의 솔로 작업은 그가 10년 이상 몸담고 있는 그룹 Hejira와는 전혀 다른 음악적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어 색다른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흔히 말하는 성인 취향의 대중적 콘셉트의 음악과는 동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화려하고 세련된 기존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 솔로를 메인으로 하고 있으며, 펠트 한 업라이트에 바이닐을 통해 재생되는 듯한 로우-파이의 공간적 묘사를 연출하고 있다. 장르적으로는 재즈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일렉트로닉 이펙터나 여러 공간 계열 필터 등을 활용해 앰비언트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렇다고 해서 샘은 현란한 피아노의 테크닉을 펼치는 것도..
Doppler Trio - Archean (Berthold, 2021) 유럽에서 활동 중인 Doppler Trio의 앨범. 트리오의 두 번째 앨범으로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Daniël van der Duim와 베이스 연주자 Floris-jan van den Berg, 독일 드러머 Hendrik Eichler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네덜란드 음악원 ArtEZ Conservatory 출신의 젊은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트리오는 Esbjörn Svensson과 Avishai Cohen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 재즈의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데,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일종의 동기부여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당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전작 Nebula (2019)보다는 사운드는 보다 안정된 느낌을 주고 음악적 모티브를 이루는 요소들 또한 명료해졌지만, 기본적인 지..
Norman Westberg & Jacek Mazurkiewicz - First Man in the Moon (Hallow Ground, 2021) 미국 기타리스트 Norman Westberg와 폴란드 베이스 연주자 Jacek Mazurkiewicz의 듀엣 앨범. 198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Swans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노만과 재즈 베이시스트 야체크가 만나 앰비언트 계열의 앨범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파격적인 작업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 노만이 자신의 솔로 작업에서 독특한 기타 스웰이 연출하는 몽환적 분위기의 음악을 선보였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야체크가 실험적 베이스와 전자악기를 통해 다양한 표현주의적 실험을 꾸준히 이어왔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 둘의 조합은 의외이면서도 절묘하다는 의견에 동감을 보낼 것이다. 오래전부터 두 사람은 서로 알고 지냈지만, 본격적인 공동 작업을 기획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전해진..
Hindemit - Insomnia Sketches (Runemark, 2021) Hindemit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리투아니아 전자음악가 Marijus Adomatis의 앨범. Ten Walls 또는 Mario Basanov라는 활동명으로 발표한 앨범들과는 달리 그의 최근 프로젝트 힌데미트는 다운템포 계열의 여유로운 BPM에서 전개되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어, 기존 마리우스의 팬들에게는 다소 놀라운 작업일 수 있다. 마치 흥겨운 댄스 플로어의 열기를 식히는 듯한 서정적 긴장은 마리우스의 그 어떠한 프로젝트 활동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라 신선하고 또 흥미롭다. "Largo", "Nocturne", "Allegro", "Sonatina" 등과 같은 클래시컬한 개별 곡의 타이틀은 그 제목에서뿐만 아니라 구성에서도 고전적 형식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물론 기존 자신의 하우스..
Natalia Skvortsova Trio - Empathy (FancyMusic, 2021) 러시아 재즈 피아니스트 Natalia Skvortsova의 트리오 앨범. 녹음에는 베이스 Daria Chernakova와 드럼 Alexander Zinger가 참여하고 있다. 소비에트 연합의 종주국이라는 러시아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과연 재즈가 그곳에서 가능할까 싶지만, 국영 Melodiya 시절 현대음악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몇몇 타이틀이나 연방 해체 이후 Boheme Music과 같은 군소 전문 레이블에서 발표한 앨범들을 들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와 남다른 독창성을 겸비한 수준에 놀라게 된다. Fancymusic 레이블은 그 전통과도 깊은 연관이 있으며, 현대의 새로운 음악 출간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자국에서는 러시아의 ECM으로 비유하곤 한다. 나탈리아는 1974년생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