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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jay Iyer – Mutations (ECM, 2014) 피아니스트 비제이 아이여의 ECM 데뷔 앨범. 그동안 이러저러한 뮤지션들의 사이드맨으로 활동하며 Savoy에서 간헐적으로 앨범을 발표했고 몇 장의 리더 작을 ACT에서 녹음했는데, 최근 3-4년 사이에 아이여는 다분히 점진적으로 음악적 변화를 모색하는 듯 보였다. 포스트-밥 혹은 모던 크리에이티브 계열의 범주들을 부지런히 왕래했지만 결국 그 종착점은 언제나 재즈라는 형식적 틀 내에 머물렀다는 인상이 컸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특히 그의 전작들을 기억하고 있는 입장이라면, 수화기 넘어에서 ‘고갱님 당황하셨어여?’라고 누가 물어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첫곡과 두번째 곡에서는 전에 없던 신중함이 지배적이다. 조심스럽다 못해 소심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예전의 과감함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Leszek Możdżer – Komeda (ACT, 2011) 폴란드 출신 중진 피아니스트 레젝 모즈체르의 Krzysztof Komeda 재해석 앨범. 모즈체르가 이러한 앨범을 녹음한 것에 일단 아무런 거부감은 없[고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폴란드 출신 재즈 뮤지션들 중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인 만큼, 실력이나 재능 면에서 논란을 두는 일은 전혀 없을 듯 하다. 경쾌하고 빠른 손놀림의 테크닉은 현대적 장르의 모든 기교들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만큼 출중하고 또한 정교하다. 전음역대에 걸친 고른 활용으로 풍부한 효과들을 만들어내는데, 한 마디로 이론과 살력을 겸비한 비범함을 짐작하게 한다. 오른손은 1-2옥타브 높게 자리를 잡아 경쾌한 라인에 신비감을 더하고 왼손은 저역에서 중역대를 커버해 넓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조롭게 흐를 수 있는 ..
Jens Thomas – Speed of Grace: A Tribute to AC/DC (ACT, 2012) 개인적으로 만날 일이 있다면 엉덩이 세 번 토닥거려주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옌스 토마스의 2012년 앨범. 전작들을 통해 스팅과 모리코네의 음악들을 대상으로 엽기발랄한 음악적 재구성을 선보인 토마스는 거의 10년 가까운 공백 끝에 발매한 이번 레코딩에서 AC/DC를 조준하고 있다. 음악적 소재에 대한 의외의 선택에 일단 맛가도록 즐길 준비를 하게 되는데, 막상 앨범을 들어보면 이번 작업에서 그가 보여준 또 한 번의 의외성에 놀라게 된다. 브라이언 존슨의 샤우팅 대신 나레이션에 가까운 보컬이 있고, 영씨 형제의 속주가 아닌 슬로우 템포에 근접한 섬세한 피아노 울림이 자리잡는다. 오리지널 원곡에서의 폭발적 에너지는 완전해 해체된다. 토마스는 원곡에서 최소한의 핵심만을 추려 뼈대로 심고 그 위에 다시 곡을 쓰..
Arild Andersen – Mira (ECM, 2014) ECM에서 2년만에 발표하는 안데르센의 신보이며, Paolo Vinaccia 및 Tommy Smith와는 6년만에 재회한 트리오 레코딩. 2008년 작과의 연속성도 존재하지만 1972년 Triptykon 트리오(Edward Vesala & Jan Garbarek)와 편성에서의 유사성도 엿보인다. 의도적으로 힘을 과시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힘을 뺀, 미드 혹은 슬로우 템포의 발라드 스타일의 곡들이 주를 이룬 이번 앨범은 어쩌면 두 전작들과 상이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차이보다는 연관성에 더 주목하게 된다. 각각의 연주자들이 점하는 자율적 위상, 인터플레이의 과정에서 내적으로 응축(발산이 아닌)되는 에너지는 트리오의 독특한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때문에 폭잘적이지는 않지만 응집력이 강하고, 차분하지만 강..
Il Pergolese – Il Pergolese (ECM, 2013) 피아니스트 François Couturier와 비올론첼리스트 Anja Lechner의, Tarkovsky Quartet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 그룹 Il Pergolese의 첫 앨범. 그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작업에서 이들이 재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페르골레시의 음악들이다. 감상부터 이야기한다면, 마치 페르골레시의 음악에서 고전주의의 특징들에 주목하고 이를 현대음악적 언어들로 바이패스 직결시킨 듯하다. 여기에 실내악적 특징과 밴드적 긴장을 더해 독특한 레코딩을 완성한다. Maria Pia De Vito의 보이스는 이러한 연관들을 구체적인 방식으로 형상화하는 혁할을 하는데, 때로는 두 음악적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교란시키기도 하고 직접적인 관계를 부연하기도 한다. 이러한 역할은 Michele..
Eleni Karaindrou – Medea (ECM, 2014) Trojan Women (2001) 이후, Antonis Antypas의 무대 공연을 위한 두번째 음악 작업이자 카라인드루 누님의 따끈한 신보. 한참 음악 열심히 듣던 시절 자렛 횽아의 앨범 속지에서 ‘think of your ears as eyes’라는 간지 돋는 말(작년에 있었던 한국 ECM 전시회의 타이틀이기도 하다)을 발견한 이후, 개인적으로 이 워딩은 ECM 앨범들을 감상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ECM의 디렉팅과 특성에 가장 어울리는 뮤지션을 꼽는다면 단연 카라인드루 누님이 그 중 한 명. 이번 앨범에서는 민속음악적 특징들을 보다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실내악 규모의 소편성과 코러스를 활용하고 있다. 미니멀한 음계나 펜타토닉 등의 현대음악적 요소들, 낯선 민속 악기들과 보이스를 ..
Nils Landgren – Eternal Beauty (ACT, 2014) ‘트롬본 연주도 잘하는 란드그렌’의 2014년 신보. 란드그렌의 앨범들을 듣다 보면 10여년 전인가, LG 아트센타에서의 조지 벤슨 공연이 떠오른다. 1시간 반이 넘는 공연 내내 거의 모든 레파토리를 기타가 아닌 보컬로 소화했던, 개인적으로는 신났지만 조금 당혹스러웠던 공연. 그 때 아마도 공연 후기에 ‘기타 연주도 잘하는 벤슨’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번 란드그렌의 앨범에 대한 인상도 딱 여기에서 머문다. 그의 보컬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마치 옆 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대화하는 듯이 노래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주파수음역대의 보컬은 굳이 힘을 싣지 않아도 호소력까지 얻게 된다(그의 보컬에 맞게, 독특하게 편곡된 터너 누님의 “We Don’t Need Another Her..
Bugge Wesseltoft & Henning Kraggerud – Last Spring (ACT, 2012) 이번 앨범에서 베셸토프트는 자신의 음악 파트너로 보컬 대신 현악기를 맞이했고, 크라게루드는 협주를 위한 오케스트라가 아닌 단 한 대의 피아노와 협연을 벌인다. 두 연주자는 자신들의 음악적 개성을 잠시 내려 놓고 서로를 배려하며 최대한의 공통 분모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하지만 서로 간만 찔금 보다 끝난 것은 아니다. 의외로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범위는 무척 넓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는 앨범 전체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 듯 하다. 바흐 시대부터 후기 낭만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 양식들을, 적절한 임프로바이징의 개입과 현대음악적 조성의 감각적(혹은 감성적) 활용을 통해 그들 둘 만의 음악으로 재현한다. 주로 클래식(슈포어, 그리그, 시벨리우스 등)에서 모티브를 차용하고 있는 듯 하지만..
Apocalyptica [with MDR Symphony Orchestra] – Wagner Reloaded: Live in Leipzig (BMG, 2013) 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 MDR과의 협연을 담은 앨범이자 3년만에 선보인 정규 타이틀. 드러머를 정식 멤버로 영입한 앨범을 발표했을 때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한 조치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에서는 기존 사운드의 한계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이번 MDR과의 협연 앨범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제 올 때까지 다 왔구나,라고 혼자 생각을 하기도. 막상 CD를 들어보면 이러한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케스트레이션에 압도 당했다는 인상이 컸고 곳곳에 그룹의 부재가 느껴지기도 했다. 연주에서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적으로 반띵 겨우 넘는 정도. [이상은 오디오 CD만 들었을 때의 짧은 생각] 하지만 독일에서 방송된 공연 영상을 보면 그 느낌은 완전히 ..
Daniel Hope – Spheres (Deutsche Grammophon, 2013) 몇 년 전, 비발디의 원전연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니엘 호프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관심과 호기심의 연장에서 구입한 앨범. 베스트호프나 바흐의 곡도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20~21세기의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곡이 주 레파토리를 이루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조금은 당혹스러운 느낌. 피타고라스의 이론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인지 아니면 스트라우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앨범 타이틀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 관련성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난감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앨범에서 호프는 현대 작곡가들의 곡들로 아름다운 감성을 제공하려고 했다는 점이다(뭐.. 여기까지는 나쁜 것은 아니다). 에이나우디나 포레의 곡을 예쁘게 연주했다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이러한 시도를 ..
Mogwai – Rave Tapes (Sub Pop, 2014) 다음 달 2월에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 데뷔 20년 차를 향해 달려가는 스코틀랜드 출신 포스트 락 그룹 모과이의 신보. 장르의 개척자라는 타이틀과 그 특성을 구축한 밴드로 이들의 위상은 케리어만큼 굳건하다. 기존의 테크닉과 보컬 중심의 락 대신 사운드 그 자체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미 고정화된 전통적인 곡 진행 형식에서 탈피해 서사적 구조를 도입하는 등의 시도는 이번 모과이의 음반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음악적 형식의 문제제기로 작용한다. 그 내용에 있어서도 장르의 유연성을 개방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기존 프로그레시브 락에서 종종 선보였던 장르의 단순한 물리적 결합과는 다른 방식이다. 이를테면 경계 밖에 있던 음악의 영역들이 이들의 연주를 통해서 내적 요소..
Clint Mansell [performed by Kronos Quartet & Mogwai] – The Fountain OST (Nonesuch, 2006) 영화 때문에 음반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반대의 예도 없으라는 법은 없다. 순전히 크로노스 쿼텟의 연주를 듣기 위해 앨범을 구했고 음악적 관심의 연장에서 영화까지 봤[는데, 쩝.. 호기심이 지나쳤]다. 죽음과 맞서기 위해 분투하지만 결국 죽음이 영생에 이르는 길이라는 철학적(인 척하는) 내용의 중세 환타지 로멘틱 의학 멜로물(뭐냐, 넌 -.,-). 영화 전반에 걸쳐 마치 상황과 인물의 감정을 설명하는 나레이션처럼 먼셀의 음악은 강렬하게 깔린다. 영화 사운드 스코어 씬에서 선보인 그의 작업들은 현대 클래식의 맥락에서도 주목해볼 가치가 있으며 이번 OST에서는 그 요소들이 충분히 관찰된다. 크로노스 쿼텟과 모과이 둘 사이의 서로 다른 장르에서 접점의 요소를 찾아낸 먼셀의 디렉팅은 절묘하다. 정적 위에..
V.A. – Salzau: Tribute to Esbjörn (2011) 2011년 독일 살자우의 수상 무대에서 펼쳐진 재즈 발틱 공연 중 스벤쏜 헌정 라이브의 기록을 담은 비공식 앨범. EST의 남은 두 멤버들과 닐스 날드그렌, 팻 메스니 등이 주축이 되고 젊은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연주된 대부분의 곡들이 EST의 타이들로 발표된 것이고, 이 곡들은 스벤쏜 한 개인이 아닌 그룹의 공동 작업으로 완성된 점, 그리고 베르글룬트와 외스트룀이 본 공연의 주요 멤버에 참여했음을 감안한다면 전체적인 앨범의 특징을 짐작할 수 있다. 연주의 기본적인 케릭터는 EST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대신 (마치 기본 건축물 안에 인테리어로 개성을 더해가듯)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연주로 각각의 곡들에 헌정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오리지널리티는 살리면서도 뮤지션들이 자신의 특색을 살린 연주를 더..
Michael Wollny Trio – Weltentraum (ACT, 2014) 기존 볼니의 트리오에서 베이스를 연주했던 Eva Kruse 대신 Tim LeFevbre가 참여하면서 팀 이름도 [em]이 아닌 그냥 Trio를 사용했다. 말러의 가곡 중 한 구절에서 앨범의 타이틀을 빌린 이번 앨범에서는 자신의 오리지널 보다는 기존 곡들에 대한 볼니의 해석에 보다 큰 방점이 찍혀 있다. 시대에 따라 새로운 스텐다드가 출현하듯 (멜다우의 “Exit Music”) 볼니는 자신의 방식으로 다양하고 폭넓은 목록들을 이번 앨범을 통해 제안하는 듯 하다. 장르를 아우르는 그의 선곡도 다체롭지만, 그 곡들을 전통적인 언어에 입각한 현대적 연주로 재현해낸 위트와 감각도 귀기울여 볼만 하다. 하지만 뭐 딱히 그 이상 할 말은 생각나지 않는 앨범이다. 20140126
Michael Wollny’s [em] – Easted & Wanted (ACT, 2012) 볼니 트리오의 2012년 앨범. 볼니가 선보인 여러 포멧의 연주들 중 [em] 트리오의 앨범들은 그들 만의 독특한 가치를 지닌 듯 하다. 피아노의 음악적 에너지가 응집되어 있고 그 힘을 트리오라는 구조와 관계 속에서 구성하는 상상력과 재능이 돋보인다. 드럼의 락 비트나 베이스의 미니멀한 코드 분할 등은 이질적(뭐.. 시대가 어느 시대라고,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긴 하지만)이라기 보다 볼니의 연주에 탄력을 더하는 터보 부스터와 같은 역할을 독특히 하고 있다. 전력질주하듯 달리기만 하는 연주들이라면 이들 말고도 다른 스프린터들을 우선 순위로 꼽을 수 있겠지만, 곡의 진행에서의 자유로운 템포 조절이나 숨을 고르는 듯한 의외의 유연성은 이들 트리오가 지닌 팀으로서의 유기성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대목..
Myung Whun Chung – Piano (ECM, 2013) 이 앨범에 대해 언급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뭐 어짜피, 누구 이 글 읽을 사람도 없는데 어떠냐 하는 마음에 소심하게 몇 자 끄적 거리기로.. 마에스트로가 과거 피아니스트로 연주했던 몇 장의 협주곡 앨범이나 정트리오 시절의 기록을 기억해보면 연주자로써의 능력은 동시대 그 누구에도 견줄만큼이다. 아들의 권유로 오랜만에 발표한 피아노 앨범이고, 두 번 째 한국인 ECM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듣기 전부터 큰 기대를 두었다. 피아니스트는 이 앨범에서 유명 소품들에 대한 차분한 해석을 선보인다. 정감어린 언어로 차분하게 이어가는 연주는 마치 아이에게 동화책 읽어주듯 친절하기까지 하다. 분명 연주 그 자체만으로는 몇 번의 커튼콜은 충분하다. 하지만 ECM 타이틀로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은 더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