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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rose Akinmusire – The Imagined Savior is Far Easier to Paint (Blue Note, 2014) 미국 재즈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는 앰브로스 아킨무시르에의 두 번째 블루 노트 신보이자, 통산 세 번째 앨범. 어느 분야에든 기대치가 높은 사람이 있고, 그 기대치를 늘 상회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인물이 있기 마련인데, 앰브로스 역시 그들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Thelonious Monk International Jazz Competition과 Carmine Caruso International Jazz Trumpet Solo Competition 등 북미 재즈의 가장 권위 있는 두 경연을 석권하고 혜성처럼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전인 고딩 시절 스티브 콜맨의 눈에 띄어 유럽 투어의 맴버로 활동했고, 이후 남가주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한다. 흔한 말로 타고난 재능에 이론적 배경..
Konstantin Ionenko Quintet – Deep Immersion (FancyMusic, 2014) 우크라이나 출신의 베이스 연주자 콘스탄틴 이오넨코의 2014년 앨범. 팬시뮤직은 ECM과 Blue Note 등의 모스크바 디스트리뷰터로 사업을 시작해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들을 발매하기 시작한 레이블이다. 현대음악과 재즈를 기본 타이틀로 하고 있어 러시아판 ECM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레이블만의 고유한 특징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다만 재즈 분야만 놓고 본다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모던 크리에이티브 계열의 장르적 취향을 보인다는 점은 분명한 듯 하다. 이 레이블은 비교적 젊은 뮤지션들에게도 레코딩 기회를 개방하고 있어, 소비에트 해체 이후 젊은 세대의 뮤지션들이 생산하는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콘스탄틴 이오넨코 역시 그..
GoGo Penguin – v2.0 (Gondwana, 2014) 만나면 쓰담해주고 싶은, 영국 멘체스터 출신의 귀엽고 깜찍한 고고 펭귄 트리오의 신작이자 두 번째 앨범. 학교 일진들로부터 빵셔틀 당했을 법한 외모들과 달리 영국왕립음악원 출신들이다. 음악원 재학 중이었던 시절 Chris Illingworth (피아노), Nick Blacka (베이스), Rob Turner (드럼) 등이 모여 결성한 고고 펭귄은 스스로 ‘Aphex Twin to Brian Eno, Debussy to Shostakovich and Massive Attack to EST’ 등으로부터 음악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러한 영향은 단순한 음악적 차용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출처를 찾기 어려울 만큼, 분명한 자신들의 음악적 색을 표출할 만큼의 강력한 음악적 융합을 이뤄내고 ..
David Linx & Diederik Wissels – Winds Of Change (Just Looking, 2013) 보컬리스트 데이비드 링스와 피아니스트 디에데릭 비셀 콤비의 2013년 앨범. 각자의 개별 활동도 뛰어나지만, 역시 이들은 둘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완전체처럼 느껴진다. 이들의 음악적 알케미가 이뤄낸 시너지는 이미 지난 앨범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며 이 앨범 역시 그 연장에 있다. 작사/작곡의 분업과 편곡에서의 협업은 이들 음악의 유기성을 더욱 강화시키며 자신들의 농밀함을 더해간다. 간결하고 명료한 타건으로 비셀의 피아노가 배경을 만들면 링스는 흑백을 넘나드는 다양한 보이스로 그 위에 화사한 분위기의 색을 입힌다. 이는 단순한 피아노 트리오 반주와 보컬의 관계와는 다르다. 보컬은 쿼텟의 일부로 자신의 위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그것은 곡의 진행 과정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보다 분명히 할 수 있는 ..
Vyacheslav Gayvoronskiy, Andrei Kondakov & Vladimir Volkov – Russian Romances: Tribute to Dargomyzhsky (ArtBeat, 2013) 2000년대 초에 3개월 가량 러시아에 장기출장 간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인 시간이 허락된 하루 날 잡아 주소 하나 들고 그 때만 해도 유일했던 재즈 레이블 Boheme 사무실을 찾아갔다. 당시 기준 한 장당 3000원 정도 했던 CD들을, 미리 출력해간 레이블의 재즈 리스트 전체를 싹쓸이 해 담아 가져왔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허락되면, 겁도 없이 혼자 비행기 타고 뮤지션들이 자주 모인다는 상 페테스부르크까지 날아가 공연을 직접 보기도 했는데, 두 번 정도 운 좋게 그들의 사석에 합석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콘다코프와 볼코프도 그 때 만났던 적이 있다. 러시아에 무슨 재즈냐?라고 무식인증 스스로 할 사람 (설마?) 아직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만큼의 개인..
Macha Gharibian – Mars (Bee Jazz, 2013) 유럽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겸 싱어 마샤 가리비안의 데뷔 앨범. 국내 수입사에서 모 잡지사를 통해 배포한 레이블 샘플러와 수록된 안내문은 이 앨범의 구매 의지를 꺾기 충분했다. 한참이 지난 뒤 누군가의 권유로 이 앨범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수입사에서는 판매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음. 아무튼, 데뷔 앨범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장미여관급에 해당하는 10년 경력의 중고 신인이다. 민속음악과 클래식을 바탕으로 한 음악 경력에 뒤늦게 재즈를 접하면서 그녀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다양해진다. 이 앨범은 그녀의 음악적 배경들이, 백과사전적 방식의 나열이 아닌, 마치 한 알에 다양한 종류의 영양성분들이 가득 담긴 연질캅셀과도 같은 압축적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때문에 마샤의 앨범은 ..
Nils Petter Molvær & Moritz von Oswald – 1/1 (EmArcy, 2013) 자신의 트리오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이후 닐스가 멀티 뮤지션 모리츠 폰 오스발트와 공동으로 선보인 2013년 앨범. 두 장르의 이종결합을 통한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암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1/1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했다. 이 앨범의 발매 전후로 재즈라는 장르 안에서 시도되고 있는 컬래버레이션 방식의 일렉-재즈의 실험들이 어떤 새로운 음악적 형식을 결과로 가져올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그 지반이 서서히 확대되고 있고 다양한 방식들을 통해 경향적 특성을 넓혀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닐스와 모리츠는 이러한 경향적 확산 속에서 자신들만의 유니크함을 드러내려고 한 흔적을 이 앨범을 통해 읽을 수 있다. 기존의 여러 시도들에서 보였던 단순한 형식적 차용이 아닌, 각자 본연의 장르가 지닌 고유한 음악..
Nir Felder – Golden Age (OKeh, 2014) 드디어 마침내 우리 펠더 군이 자신의 첫 타이틀을 발매했다. 그 동안 여러 유명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활동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실력 검증은 하이페스로 통과하고, 이제는 뮤지션으로서의 그의 음악적 재능에 주목해볼 차례다. 펠더는 자신의 데뷔 앨범을 통해 작곡가로서의 재능은 물론 프로듀서로서의 능력까지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Golden Age라는 묵시적인 타이틀은 최근 미국 경제의 양극화와 민주주의적 질서의 후퇴라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는 듯 하다.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보편적 인권과 시민의 권리 확대의 요구가 가장 크게 주장되었던 시기는 경제적으로 부의 분배에 있어 불균형의 격차가 가장 적었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그 둘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각자 알아서 살펴 보시고). 미국의 역사..
Jakob Bro – December Song (Loveland, 2013) 덴마크 출신의 대표적인 기타리스트 야콥 브로의 2013년 앨범. 자켓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앨범은 Balladeering (2009)와 Time (2011)을 잊는 연작의 성격을 지닌다. Paul Motian, Bill Frisell, Lee Konitz, Ben Street 등이 참여한 2009년 앨범 이후, 폴 모션의 건강 악화로 2011년 레코딩에서는 드럼이 없는 상태로 녹음을 진행한다. 폴 모션의 드럼을 따로 더빙하려고 계획하였지만 그의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고, 레코딩 두 달 후 그가 타계하자 결국 드럼 없는 녹음 상태로 발표하게 된다. 2011 앨범에서는 벤 스트리트 대신 Thomas Morgan이 베이스로 참여한다. 그 후 2013년 이 앨범이 발매되는데, 2011년의 라인업에 피아니스트..
Billy Hart Quartet – One Is the Other (ECM, 2014) 칠순 노장 드러머 빌리 하트의 2014년 신보이자 ECM에서의 두 번째 타이틀. 2012년에 ECM의 첫 앨범 발표 소식을 접했을 때 혹시 동명 이인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 빌리가 이 빌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보면 찰스 로이드, 베니 머핀, 보보 스텐손 등의 ECM 앨범들에서 오래 전부터 그가 세션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잡설은 여기서 그만 접어두고.. 이번 앨범은 그의 전작 All Our Reasons (2012)에 참여했던 Mark Turner, Ben Street, Ethan Iverson 등이 그대로 함께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앨범의 성격 역시 2012년 레코딩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밥과 포스트-밥의 언어를 ..
Colin Vallon Trio – Le Vent (ECM, 2014) 콜랭 발롱 트리오의 두 번째 ECM 레코딩. 이번 앨범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발롱과 호흡을 맞춰온 Samuel Rohrer 대신 Julian Sartorius가 드러머로 참여했으며, Patrice Moret는 이번 앨범에서도 베이스 연주자로 함께한다. ECM 이전의 음반들에서는 주로 임프로바이징과 이를 통해 구성되는 음악적 진행에 집중했다면, ECM에서 발표된 전작에서는 트리오 인터플레이의 긴장과, 관계의 변화를 통해 확장되고 구체화되는 테마들이 중심이 된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줬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의 기본적인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멤버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놀랍다. 새로운 드러머 사르토리우스는 피아노가 개방한 공간 위에, 마치 섬세한 붓터치와 점묘로 이미지를 완성해가듯 다양한 ..
Bodø Domkor – Meditatus (Grappa, 2007) 보되 돔코르가 누구인지 아무리 검색해봐라, 나오나 ㅎㅎ 노르웨이에 있는 카톨릭 성당 Bodø Domkirke의 성가대를 지칭하는 이름이다. 앨범의 타이틀에는 이들 성가대의 이름이 올라 있지만 실제 이 앨범의 숨은 주인공은 Jan Gunnar Hoff Group이다. 이 앨범은 2004년부터 약 1년여 동안 이루어진 두 팀의 컬래버레이션을 기록하고 있다. 이 활동으로 호프는 노르웨이의 창작음악가들에게 수여되는 Edvard Prize를 2005년에 수상하기도 했는데, 수상한 분야는 다름 아닌 교회 음악이었다. 교회 음악이라는 기본적인 장르적 특성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르네상스나 바로크 시대의 성가곡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아르보 푀르트와 같은 현대 작곡가들의 비장함과 유사한 것..
Alex Acuña, Jan Gunnar Hoff & Per Mathisen – Barxeta (Losen, 2012) 페루 출신의 퍼커션 연주자 아쿠냐, 노르웨이 출신의 피아니스트 호프와 베이시스트 마티센의 두번째 공동 앨범. 우선 앨범의 기본적인 성격은 이들 팀의 전작인 Jungle City (2009)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두번째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와는 다른 스타일의 의외성 탓에 이번 앨범에서 또한 신기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여전하다. 아쿠냐는 그렇다 치더라도 호프와 마티센은 평소 잘 사용하지 않았던 전자 악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음악적 스타일 역시 흔히들 말하는 퓨전에 가깝다. 호프의 경우 자신의 Jan Gunnar Hoff Group의 활동을 통해 전기 기타 등을 활용한 사운드를 선보이긴 했지만, 엄연히 포스트-밥의 언어를 베이스로 한 활용이었지, 이번처럼 음악적인 언어까지 새롭게 선보..
Blank & Jones – Relax: Jazzed (Sound Colours, 2012) 독일 출신의 트랜스 듀오 B&J의 2012년 Relax 시리즈. 이들이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이나 싱글들은 어찌나 많은지, 여기에 월간 윤종신 류의 앨범까지 꾸준하게 발표해주신다. B&J의 음악은 가끔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Relax 시리즈나 Mix 앨범 몇 장 들었던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심오하게 들어본 적도 없는, 일상의 배경음악들 중 하나다. 간혹 이들은 뜻밖의 뮤지션들을 참여시켜 녹음한 앨범을 발표하기도 하는데, 여기 이 앨범에는 Julian & Roman Wasserfuhr가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J&R의 앨범이라 하고 들려주면 영락없는 J&R 형제의 음악들이다. 반대로 B&J의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이전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지만 누가 뭐래도 B&J의 음악이다. 서로 다..
Julian & Roman Wasserfuhr – Running (ACT, 2013) 트럼펫과 피아노를 연주하는 줄리안과 로만 바셀푸아 형제의 2013년 앨범이자, 네 번째 ACT 발매작. 17세와 20세에 함께 데뷔하여 이제 겨우 20대에 불과한 나이지만 이미 유럽에서는 확고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듯 하다. 전작의 앨범들이 유명 선배 뮤지션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되었다면 이번 앨범은 두 형제 자신들의 힘으로 완성시킨, 어찌보면 자신들의 네 발로 무대에 오른 상징적인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한 뮤지션들 역시 예전과 달리 라이브 무대에서 자주 호흡을 맞춰왔던 자신들 또래의 영건들이고, 게스트들을 참여시켜 나름 다양한 색을 선보이려고 했던 연출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또한 전작들에 비해 자신들의 오리지널의 비중도 넓힘으로써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
Mats Eilertsen Trio – Sails Set (Hubro, 2013) 노르웨이 출신의 베이스 연주자 마츠 아일에르스텐의 2013년 앨범. 아일에르스텐은 다들 아시듯 토르드 구스타브센의 앨범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의 앨범들은 구스타브센에 비해 질감이 풍부하다는 느낌을 준다. 확실히 그만의 음악적 색깔이 존재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Harmen Fraanje (피아노), Thomas Strønen (드럼)과 함께 녹음한 두 번째 앨범으로, 전작 Elegy (2010)와는 조금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2010년 앨범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북유럽 특유의 전통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다소 실험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각각의 악기가 점유하는 공간 영역이 전에 비해 넓을 뿐만 아니라, 사운드의 응집력 보다는 내적 교감에 더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