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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 Riebl - Do Not Move Stones (INNI, 2021) 호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Rose Riebl의 데뷔 앨범. INNI 레이블 카탈로그 검색 중에 우연히 알게 된 뮤지션으로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간략한 프로필 외에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니스트로 훈련을 받았고 몇 편의 짧은 영상 음악을 작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아노를 기본으로 하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곡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현악기를 활용해 차가운 공기와 같은 애트모스피어를 연출하고, 곡에 따라 필드 리코딩을 활용해 음악적 디테일을 완성한다. 피아노에 현악을 함께 운용하고 있지만 실내악적인 엄밀한 분위기보다는 비교적 자유로운 구성적 활용에 초점을 맞춘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현악은 고전적인 합주의 라인을 구성하기도 하고 사운드 스케이프의 텍스쳐를 형성하..
Trio Kàla - Indaco Hanami (Abeat, 2021) 이탈리아 재즈 피아니스트 Rita Marcotulli, 베이스 Ares Tavolazzi, 드럼 Alfredo Golino 등으로 구성된 Trio Kàla의 앨범. 이 앨범은 일단 라인-업에서 반 이상 먹고 들어간다. 6, 70대 레전드급 연주자들로 이루어졌다는 경력 만능주의에 근거한 평가를 배척한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특출한 개성은 물론 배경 또한 독특한 뮤지션들이 어떻게 음악적 합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만으로도 이번 녹음은 꼭 한 번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들 트리오의 가장 큰 특징은 각자의 공간에 대한 강력한 존재감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 어느 파트 하나 뒤로 물러서거나 자신의 색을 뒤로하지 않고, 마치 정교한 힘의 균형을 이루는 정삼각형을 떠올리게 하는 팽팽한 텐션이 ..
Nainita Desai - The Reason I Jump (Mercury KX, 2021) 인도계 영국 영화음악 작곡가 Nainita Desai의 OST 앨범. 나인타의 이름은 그리 익숙하지는 않지만 영화 음악인으로 그녀가 작업한 필모그래피를 보면 비록 대중적인 흥행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깊이 있는 울림을 전달해준 인상적인 영화가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인타가 작업한 영화 The Reason I Jump (2020)은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어 국내 개봉은 전혀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평단은 물론 영화를 관람한 일반인들로부터 많은 호평이 이어지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나는 왜 팔짝팔짝 뛸까?"라는 제목으로 번역 소개되었던 13세의 일본 소년 히가시다 나오키가 쓴 책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지적 장애를 수반하지 않은 비언어적 자폐에 대해 어른이나 전문가의 시선이 아닌 당사자..
Paul Haslinger - Exit Ghost II (Artificial Instinct, 2021) 오스트리아 전자음악가 Paul Haslinger의 앨범. 전설의 독일 전자음악 그룹 Tangerine Dream 출신으로 이제는 영화음악 작곡가로 더 친숙한 것이 그의 이름이다. 최근 들어 Artificial Instinct 레이블을 통해 폴 자신의 개인 작업들을 종종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앨범은 작년 초에 발매된 Exit Ghost (2020)의 후속이다. 전작에서 다양한 음악적 편성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선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 또한 그 후속으로써의 맥락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작업 역시 모던 클래시컬을 바탕으로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현대 작곡의 다양한 면모를 담아내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일렉트로닉의 배음 속에서도 고전주의적인 서정적 취향이 반영된 곡들이 주를 이루..
Hania Rani - Music for Film and Theatre (Gondwana, 2021) 폴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Hania Rani의 앨범. 지난해 발매된 Home (2020)에서 하니아는 자신의 보컬을 이용한 음악을 선보였는데, 확실히 영상이나 무대 공연을 위한 작곡과 본인 스스로를 위한 작업에는 일련의 간격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또한 자신의 작업 내에서도 표현의 다양성을 위한 계기들을 끊임없이 이어간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한편에서는 그녀의 음악이 지닌 진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니아의 참모습은 피아노 연주와 영상을 위한 작곡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앨범은 타이틀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후자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어 반가운 작업이기도 하다. 물론 연주자로서 깊이 있는 감정을 전달하는 하니아 특유의 플레이를 감상할 수도 있다. 이 앨범에는..
Sion Dey - Folding Walls (Manners McDade, 2021) 영국 작곡가 겸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Sion Dey의 앨범. 지금까지는 영화나 다큐멘터리와 같이 주로 영상 관련 음악 작업들을 이어왔는데, 이번 녹음은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표출되었던 시온의 음악적 세계관을 앨범의 형식으로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지난 작업들은 그의 음악적 특징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아쉬울 만큼 짧은 단편들이 주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상이 워낙 강하게 작용해 이번 앨범에 대해 큰 기대를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그의 작업들은 삶과 죽음, 혹은 그 경계에서의 생존 등 주로 무거운 주제와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우연이겠지만 이번 앨범 또한 지난 영상 음악 작업이 연상되는 비장함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시온은 이번 앨범의 주제를 기억과 정신적 외상이라고 밝..
Monique Crettol - The Tree of Dreams (Evidence, 2021) 스위스의 일러스트 작가 겸 뮤지션 Monique Crettol의 앨범. 미술을 전공했고 관련 활동을 이어오던 중 평소 자신의 작업 및 일상과 가까이 있던 음악을 직접 작곡하게 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아티스트다. 하지만 흔히들 말하는 방구석 뮤지션이라고 모니크가 들려주는 음악들은 기존 음악인들의 작업 못지않은 상당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으며, 그녀만의 독특한 특징을 내포하고 있어 강한 매력을 지닌다. 물론 여기에는 음향 엔지니어 겸 뮤지션인 Nicolas Meury의 도움도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모니크 음악의 특징 중 하나는 간결한 편성을 활용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이다. 정교한 음악적 특징들로 짐작해보면 DAW를 이용해 작업한 것처럼 보이는데, 풍부하게 연출된 사운드의 볼륨감..
Laura Masotto - WE (7K!, 2021)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Laura Masotto의 앨범. 이번 작업은 Fireflies (2019) 이후 로라가 선보이는 두 번째 풀타임 리코딩이다. 전작에서는 실내악적인 내밀함을 극대화한 인상적인 작업을 선보였다면, 이번 녹음에서는 보다 확장된 무대에서 펼치는 음악적 표현을 담고 있으며 Roger Goula, Hior Chronik, AT?MI 등 현대 작곡 및 전자 음악가들과의 협연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 전작에 비해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렉트로닉과 오케스트레이션을 활용한 외연의 확장에 있다. 전작 이후 그녀가 독립적으로 발표한 싱글에서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작업을 선보인 적이 있어 이번 앨범에서의 확대된 표현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일렉트로닉의 배음과 효과..
Island People - II (Raster, 2021) 네 명의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 뮤지션, 즉 마스터링 엔지니어 Conor Dalton, 그래미상 수상 프로듀서 David Donaldson, DJ 겸 전자음악가 Graeme Reedie, 기타리스트 Ian Maclennan으로 구성된 Island People의 앨범. 이들이 처음으로 음악적 합을 맞춘 셀프 타이틀 앨범 Island People (2017)에 이은 두 번째 녹음이다. 전작에서 IP가 선보였던 음악적 조합의 결과는 마치 네 명의 합을 통해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탐색의 의미가 강했다는 인상을 준다. 다양성을 통해 다면적인 합의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코어가 부재했다는 아쉬움을 가졌는데, 이번 녹음은 이러한 점에서 확실히 더욱 완성된 형식을 보여주는 것이 큰 차..
JARR - An Echo In Her Skin (Hush Hush, 2021) Yellow6라는 솔로 프로젝트로 활동 중인 영국 기타리스트 Jon Attwood와 Wodwo라는 활동명으로 알려진 전자음악가 Ray Robinson의 듀오 JARR의 앨범. 이제 겨우 3년 남짓한 짧은 커리어를 지닌 레이에게 30년 넘는 음악 경력을 통틀어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존이 듀오 프로젝트를 먼저 제안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것도 레이가 데뷔 이후 얼마 되지 않은 2019년 둘의 협업이 처음 논의되었고, 이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로 인해 라이브 쇼 대신 온라인 컬래버레이션 방식으로 각자의 아이디어와 스타일을 공유했고, 이 과정에서 서서히 레이어들이 쌓이면서 지금의 JARR를 완성하게 된다. 포스트-록 특유의 스웰링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미니멀한 주제를 확장하는 존의 앰비언트와 모..
Daniel Thatcher - Waterwheel (Shifting Paradigm, 2021) 독일 출신 미국 베이스 연주자 Daniel Thatcher의 앨범. 20년 가까운 그의 음악 커리어를 생각하면 이번 앨범이 리더로 발매되는 첫 타이틀이라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녹음을 위해 기타 John Kregor와 Matt Gold, 드럼 Devin Drobka 등 다니엘과 동시대를 공유하는 뮤지션들이 함께하고 있다. 기타리스트 두 명을 스테레오 좌우에 배치한 포맷으로 리코딩을 진행한다면 누구나 예측 가능한 공간적 구성을 떠올릴 수 있는데, 베이스 연주자가 리드하는 녹음임에도 다니엘은 섣불리 나서서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묘하게 서로 다른 톤을 지닌 두 개의 기타를 양옆에 전진 배치해 둘 사이의 대비가 연출하는 효과를 오히려 더욱 부각하는 방식으로 녹음을..
Dustin O'Halloran - Silfur (Deutsche Grammophon, 2021) 유럽에서 활동 중인 미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Dustin O'Halloran의 앨범. Bella Union에서 발매된 Sundoor (2019)가 Deutsche Grammophon을 통해 재발매가 이루어지며 더스틴이 지금의 독일 음반사에서 새 앨범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생각보다 그 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순전히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 덕분이다. 이 앨범은 폐쇄 기간 중 그가 거주하던 아이슬란드에서 녹음된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작곡 대신 기존 곡들에 대한 재해석이 주를 이룬 이 앨범은 더스틴이 2000년대 초반부터 발표했던 솔로 작업들 중 일련의 "Opus" 시리즈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Piano Solos (2004), Piano Solos Vol. 2 (2006), Vorle..
Brad Mehldau & Orpheus Chamber Orchestra - Variations on a Melancholy Theme (Nonesuch, 2021)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Brad Mehldau와 Orpheus Chamber Orchestra의 협연 라이브 앨범. 1972년 창단한 OCO는 지휘자 없는 집단적 지휘 체계를 확립하여 음악적 해석에서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수많은 솔로이스트들과의 협연 속에서도 독특한 오케스트라의 질감을 선보임으로써 창의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브래드와의 협연에서 이러한 OCO의 특징은 어쩌면 서로에 대해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고 봐도 무관할 듯싶다. 이들의 투어는 2013년 카네기 홀에서의 공연을 포함하여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며, 앨범에는 "Melancholy Theme"와 11편의 "Variations", 그리고 "Cadenza"와 "Postlude"를 비롯해 앙코르 연주 "Variatio..
Stephan Micus - Winter's End (ECM, 2021) 독일 음악가이자 작곡가 Stephan Micus의 앨범. 1977년 이후 ECM 및 JAPO에서만 발표한 24번째 앨범으로, 40년 가까운 그의 음악 생활을 돌이켜 보면 이제 스테판 미쿠스라는 이름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뉴에이지라는 개념이 장르적 경향성 혹은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로 그 의미가 퇴색된 이후에도, 스테판은 그 단어를 우회하면서도 6말7초 음악적 실천으로서의 초기 뉴에이지 운동이 지닌 본연의 내연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스테판은 Chikulo, Nohkan, 12-string Guitar, Tongue Drums, Voice, Kalimba, Sinding, Charango, Ney, Sattar, Tibetan Cymbal..
ROB - Oxygen (Milan, 2021) ROB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프랑스 팝 뮤지션 겸 영화음악 작곡가 Robin Coudert의 OST 앨범. 롭이 이번에 작업한 음악은 우리나라에서 O2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Oxygen의 수록곡이다. 한정된 산소가 고갈되어 가는 폐쇄 공간 속에서 깨어난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라는 요약글을 보고 뻔한 진행과 결론을 생각하며 영화를 봤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과 이어지는 결말을 접하며 기대보다 흥미롭게 감상하게 되었다. 기억과 실존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생존이라는 현실 상황과 결부해 이야기로 풀어가는 방식이 나름 신선하게 느껴졌다. 영화 속 음악은 철저하게 묘사적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두 개의 상반된 텍스쳐를 설정하여 현재 직면한 위기와 관련된 긴장된 음악과, 그 ..
Lindsay Wright - Lines (Manners McDade, 2021) 영국 작곡가 Lindsay Wright의 미니 앨범. 린제이의 이름은 낯설지만 게임,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 주고 미디어 관련 음악을 작업했던 작곡가로 알려져 있으며, OTT 서비스에서 방영된 몇몇 시리즈에서 은연중에 그녀의 작업을 접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사이트에 개인 작업을 올린 것 외에 린제이의 이름으로 발매된 작업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EP에서 린제이는 소규모 실내악에 일렉트로닉을 얹은 듯한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기본적으로는 피아노와 스트링의 클래시컬한 텍스쳐를 바탕에 두고 있지만, 다운 템포 계열의 비트 시퀀싱이나 일렉트로닉의 섬세한 패드 사운드를 통해 모던하면서도 감각적인 색을 덧입히고 있다. 공간적으로 둘을 구분하기보다는 기능적으로 활용해 그 표현의 디테일을 완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