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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 Evans - touchless (Whatever's Clever, 2021) 미국 드러머 겸 작곡가 Matt Evans의 앨범. 타악기 혹은 드럼 연주자로 알려졌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피아노, 신서사이저, 필드 리코딩을 메인으로 하는 음악적 표현에 집중하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은 맷의 동료자 2019년 자전거 사고로 사망한 사회 활동 예술가 Devra Freelander에 대한 기억과 흔적을 음악으로 담고 있는데, 앨범의 커버 아트는 그녀의 대표작 CMYK Sunset 시리즈 프린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맷 또한 자신의 음악을 환경 및 인권 활동에 연관을 지으며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한 예술적 참여는 물론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실험적 실천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 또한 이러한 맷의 음악 활동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번 녹음은..
Jussi Fredriksson Trio - Archipelago Sea Tales (Flame Jazz, 2021) 핀란드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Jussi Fredriksson의 트리오 앨범. 10대 청소년 시절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 주시는 현재 핀란드 재즈 신의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핀란드의 재즈 프로젝트와 관련한 다양한 행정적 헌신 외에도 여러 페스티벌의 기획 및 감독으로도 깊은 관여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왕성한 그의 활동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주시는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연은 물론 여러 그룹을 통해 연주자로서의 기량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그의 연주는 재즈 내의 어느 특정 장르적 경향성에 머무르지 않는 폭넓은 표현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2014년 처음 결성된 주시의 트리오는 비교적 명료한 정통적 스텐스를 바탕으로 감각적인 라인들을 선보였는데, 이와 같은 스타일은 데뷔..
Ákos Nagy - Lineaments I (Hunnia, 2021) 헝가리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Ákos Nagy의 앨범. 전자음악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소리를 탐험한다는 목적의식에서 출발했지만, 다양한 분화와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때로는 어쿠스틱 음향에 근접한 사운드의 발생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흔히들 일렉트로어쿠스틱이라고 통칭하는 이와 같은 경향적 흐름은 연주 악기가 지닌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전자 음향을 통해 반영하려 하는가 하면, 기존 어쿠스틱 악기의 발성에서 출발해 그 표현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가상적 사운드에 대한 상상력을 펼치기도 한다. 큰 틀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아코스가 선보였던 음악들은 이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코스는 여기에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며 그 반대의 접근을 선보이게 되는데, 기존 전자 음..
Underwater Sleep Orchestra - The Night And Other Sunken Dreams (Cryo Chamber, 2021) 미국 전자음악가 Bruce Moallem과 스웨덴 작곡가 Pär Boström의 듀오 프로젝트 Underwater Sleep Orchestra의 첫 앨범. 브루스는 God Body Disconnect라는 솔로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정과 정서를 다루며 지극히 자기 성찰적인 엄숙한 분위기의 앰비언트 사운드를 들려줬다면, 파르는 Cities Last Broadcast를 비롯한 여러 활동명을 사용하며 종교적 장엄 혹은 공포에서부터 가상의 신비에 이르기까지 주로 이미지너리 한 테마들을 활용하고 있어 서로 다른 음악적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들은 Miles to Midnight (2018)과 같은 앨범에서는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이용한 접점의 가능성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번 USO 프로젝트의..
Miguel Angel Tolosa - Nostalgia: Circa 1987 (Line, 2021) 독일에서 활동 중인 스페인 출신 작곡가 겸 사운드 엔지니어 Miguel Angel Tolosa의 앨범. 지금까지는 주로 실험적인 사운드의 조합을 통해 구조화된 일련의 체계를 음악적으로 선보였기 때문에 사실상 그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음악적 구성에 맞춰진 일종의 사운드 콜라주와 같은 성격도 보이는가 하면 반복적인 음향과 효과 그 자체가 유발하는 긴장을 강조하는 등 무척 단순하면서도 난해한 세계관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 역시 큰 범주에서 이와 같은 미구엘의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가 선보였던 음악과는 다른 이 앨범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인상적으로 느껴지는데, 이번 타이틀에서도 드러난 '향수'라는 키워드가 녹음 전체를..
Eluvium - Virga II (Temporary Residence Ltd., 2021) Eluvium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미국 전자음악가 Matthew Robert Cooper의 앨범. 2019년 말, 매튜는 기존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에서 조금은 벗어난 새로운 유형의 작업을 선보이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이는 당시의 전 세계 모든 인류에게 다가올 불안과 암울함을 상징하는 묵시적 예고처럼 들렸다. 강수가 지표에 도달하기 전에 증발하면서 하늘에는 마치 꼬리가 땅을 향하는 모습의 구름이 만들어지는데, 매튜는 이와 같은 미류운이 지닌 은유적 상징성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Virga I (2019)을 발표했고 이번 앨범은 그 후속에 해당한다. 집합적인 사운드를 통해 밀도 있는 공간의 애트모스피어를 만들어내고 길게 무한 반복되는 일련의 루프 플로우를 조합해 고유한 앰비언트를 연출한다는 기본적인 특징은..
AES Dana - (a) period. (Ultimae, 2021) 프랑스 전자음악가 겸 프로듀서 Vincent Villuis의 솔로 프로젝트 AES Dana의 앨범. 뱅상은 Ultimae 레이블을 장르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한 설립자이면서 40년 가까운 음악 활동 기간을 통해 다운템포, IDM, 테크노는 물론 실험적인 음악적 시도를 통해 전자음악의 지평을 확장한 주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뱅상의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도 AD는 마치 그의 음악적 총체성을 상징하는 듯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일렉트로닉 내의 다양한 장르적 경향성들을 하나의 언어적 표현으로 종합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AD 음악의 특징 중 하나는 진행 속에서 일련의 내러티브적인 구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이는 하나의 공간 속에서 균일한 애트모스피어를 이어가며 그 안에서 다양한 변화의 모티브를 발견하..
Amaro Freitas - Sankofa (Far Out, 2021) 브라질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Amaro Freitas의 트리오 앨범. 음악 비즈니스에서 뛰어난 연주 실력이나 창의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지만 여기에 적절한 스토리 텔링이 가미되면 마케팅에서 더욱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는 것은 분명하다. 아마로의 프로필에도 이와 같은 점을 잘 부각하고 있는데, 다인종 국가에 비교적 인종차별이 덜 하다고 하지만 노예 제도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설탕 농장 출신의 아프로-브라질리언으로 피아노를 소유할 수 없는 가난한 환경에서, 마치 '퀸스 갬빗'의 주인공처럼 침실에서 가상의 키보드를 통해 음악적 상상력을 키웠고, 명문 음악학교에 입학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아마로는 베이스 Jean Elton과 드럼/퍼커션 Hugo ..
Sailcloth - Woodcut (Lost Tribe Sound, 2021) 미국 베이시스트 겸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Alex Luquet의 솔로 프로젝트 Sailcloth의 앨범. 몇 해 전, 4트랙 카세트 리코더로 녹음한 Close Keeping (2018)라는 인상적인 작업을 선보인 이후 오랜만에 발매한 신작이다. 전작에서는 일렉트로어쿠스틱 계열의 내밀한 음악적 세계관을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은 업라이트 베이스의 적극적인 활용을 전면에 부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표현 가능한 다양한 장르적 특성들을 반영하고 있다. 음악적 애트모스피어를 강조하는 앰비언트적인 접근 속에서도 연주 악기 중심의 멜로디에 대한 흔적을 부각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장르적 특징들이 은연중에 드러나기도 한다. 일렉트로닉이나 모던 클래시컬은 물론 포크, 클래식, 때로는 가벼운 팝의 느낌까지, 하나의 곡에..
Seifert & Steinbeuchel - Missions (self-released, 2021) 독일 사운드 엔지니어 겸 전자음악가 Erik Seifert와 일렉트로닉 뮤지션 Josef Steibuechel의 듀오 프로젝트 앨범. 10년 가까이 이어온 이들 두 뮤지션의 공동 작업은 흔히들 베를린 스쿨이라고 불리는 전통적 스타일의 현재성을 드러내는 음악적 예시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는 듯하다. 지금까지 발표한 각각의 앨범마다 고유한 주제와 그에 걸맞은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고전적인 사운드의 현재적 가치와 유효성을 증명했다면, 이번 앨범은 그 어느 때보다 음악 및 음향과 관련한 강한 목적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특별한 목적 혹은 지고한 사명 수행할 목적으로 파견되는 사람에게 맡겨지는 임무를 흔히 '미션'이라면,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여정 중 하나는 우주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다. 서양에서는 이를 ..
Blake Ewing - We Don’t Deserve Dogs (Forthwest, 2021) 미국 작곡가 겸 미디어 음악가 Blake Ewing의 OST 앨범. 이번 작업은 현재 애플 TV+에서도 시청 가능한 다큐멘터리 감독 Matthew Salleh의 We Don’t Deserve Dogs (2020)를 위한 음악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매튜 감독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고기와 불을 조합해 만든 음식이 한 사회의 공동체 및 전통과 어떤 연관을 보여주는가를 추적한 Barbecue (2017)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 다소 도발적인 제목을 지닌 이번 영화 또한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영화는 개가 인간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하나의 팩트를 다룬다기보다는 참과 거짓이 불명확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경험적 실증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기도..
Victor Hernández Stumpfhauser - Somos (Maisie, 2021) 멕시코 영화음악가 겸 작곡가 Victor Hernández Stumpfhauser의 OST 앨범. 이번 작업은 최근 국내에서는 '우리는 보았다'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Somos (2021)를 위한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멕시코의 작은 마을 아옌데에서 있었던 실재 비극을 모티브로 제작된 시리즈에는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공간과 환경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만 등장한다. 드라마는 애써 무엇인가를 연관 지으려 하거나 설명하려 들지 않고 단지 각각의 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일들과 상황만을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드라마의 시선은 물방울 하나 없을 만큼 무척 건조하여 갈등, 분노, 기쁨은 물론 풋풋한 사랑의 순간에서도 아무런 감정의..
Giancarlo Erra - Departure Tapes (Kscope, 2021) 영국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작곡가 겸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Giancarlo Erra의 앨범. 지금까지 알려진 Nosound라는 활동명 대신 본인의 실명 등판 이후 발표한 두 번째 작품. 이번 앨범은 기존 자신의 음악과 현재의 지향 사이에 어떠한 차이와 공백이 존재하는지를 조금은 분명히 드러내는 듯하다. 전작 Ends (2019)에서는 기존에 선보였던 감각적 취향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선에서 새로운 음악적 모색을 보여줬다면 이번 앨범은 이전에는 흔히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를 암묵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앨범의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떠남' 혹은 '출발'이라는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단어에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고통을 반영하기도 하고, 생활 터전과 고향을 오가며 기록된 녹음을 담..
Dewa Budjana - Naurora (MoonJune, 2021) 인도네시아 기타리스트 Dewa Budjana의 앨범. 로컬 기반 뮤지션이지만 데와의 활동은 북미에서도 나름의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MoonJune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일련의 작업들은 그의 음악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녹음에 함께 참여한 뮤지션들의 이름만으로도 그가 지닌 음악적 커리어와 위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앨범 또한 Ben Williams, Dave Weckl, Gary Husband, Joey Alexander, Paul McCandless, Simon Phillips 등과 같은 거물급 게스트들이 참여해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데와의 음악에서 드러나는 민속적인 모티브는 그의 스타일을 유니크하게 정의하는 요소 중 ..
Sebastian Plano - Save Me Not (Mercury KX, 2021) 미국을 거쳐 현재 독일에서 활동 중인 아르헨티나 출신 첼리스트 겸 작곡가 Sebastian Plano의 앨범. 세바스티안의 음악적 창의를 집약했던 Verve (2019) 이후 선보이는 솔로 앨범이며 네 번째에 해당하는 개인 타이틀이다. 이번 앨범에서 세바스티안은 자신을 더욱 고립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 내면의 모든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베를린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밤에 녹음을 진행했고 앨범에서 재현하고 있는 모든 앙상블을 자신의 연주로 완성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색적인 것은 독특한 사운드 스케이프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에서는 전자 음향의 사용을 배제한 채 아날로그 악기와 디지털 효과를 통해 테이크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그는 이번 녹음은 구성을 최소..
Daniel Herskedal - Harbour (Edition, 2021) 노르웨이 튜바 연주자 Daniel Herskedal의 신보. 북유럽 특유의 싸늘한 서정을 저변에 두고 에스닉과 클래식의 화법들을 재즈의 다양한 전통적 표현 속에서 재현하는 그만의 음악적 창의는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도 다니엘의 오랜 동료들인 피아노/첼레스타 Eyolf Dale, 드럼/마림바 Helge Andreas Norbakken과 함께 하고 있어 기존 작업들과의 연관성을 이어가면서도, 더욱더 과감한 접근과 내밀화된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더욱 정교해진 집합적 표현은 물론 풍부해진 사운드의 배합을 통해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진화의 과정에 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넓은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프레이즈에서도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