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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Wadley - I Carry You With Me (Sony, 2021) 미국 작곡가 Jay Wadley의 OST 앨범. 크고 작은 여러 시상식에서 제이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과 더불어 최근 공개 예정인 여러 작품에서도 그가 스코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 관련 업계에서 확실히 대세 중 한 명임은 분명한 듯하다. 이번 앨범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I Carry You With Me (2020)을 위한 음악을 담고 있다. 영화는 최근에서야 북미에서 개봉되었고 멕시코 계 미국 이민, 불법체류, 동성애 등 우리나라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소재도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 관람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공식 트레일러만 본 상황에서 사회적 문제를 다룬 드라마 성격을 지닐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유형의 음악이 수록되지 않았을까 예상을 했는데, 의외로 장르적으로 ..
Nicola Guida - Speleology (Totally Imported, 2021) 영국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Nicola Guida의 데뷔 앨범. 니콜라는 재즈와 관련된 논문으로 음악은 물론 철학 석사학위까지 보유한 나름 학구파 피아니스트로 전해진다. 작년 말에 공개된 두 편의 싱글과 더불어 Greg Osby의 후원으로 앨범이 제작된다는 소식에 기대를 하고 있었던 작업이기도 하다. 이번 녹음은 베이스 Eddy Cicchetti와 드럼 Dario Panza와 함께 하는 트리오 포맷을 기본으로 Karnival Kid와 Francesco Fratini를 포함 그레그 등이 게스트로 참여해 진행되었다. 이번 앨범에 대한 인상은 사실상 작년 말에 발표한 "Anamnesys"와 "Come Inside" 두 편의 싱글에 의해 지배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첫 번째 싱글에서 ..
Eli Keszler - Icons (LuckyMe, 2021) 미국 타악기 연주자 겸 작곡가 Eli Keszler의 앨범. 타악기와 전자음향을 이용한 실험적인 표현을 통해 다양한 서사를 이어가는 데 있어 엘리만큼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뮤지션은 찾기 힘들 듯싶다. 설치 구조물에 걸린 와이어들이 바람에 따라 비정형적인 마찰음을 일으키는 임의적인 사운드에 주목하는가 하면 공허하게 들릴 수 있는 일상의 소리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음악적 구조물로 주조하는 등 그의 음악적 실천들은 마치 예술적 퍼포먼스를 떠올리게 하는 강한 힘이 있다. 이번 앨범은 지난 1년 동안 맨해튼에 격리된 채 생활하며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평소 추구했던 실험적 창의와 도발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전의 작업보다 더 과감한 접근을 통해 깊이 있고 내밀한 사운드의 총합을 완성하고 ..
Clark - Lisey's Story (WaterTower, 2021) Clark라는 활동명으로 잘 알려진 영국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Chris Clark의 OST 앨범. 경쟁 OTT 업체들보다 자체 제작사도 없고 이렇다 할 킬링 콘텐츠도 부재한 상황에서 애플 TV+는 최근 들어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어 자사의 오리지널 시리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작품이 현재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Lisey's Story (2021) 일 것이다. 2006년 발매된 Stephen King의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작가 본인이 직접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고 있으며, 화려한 캐스팅은 물론 거장 Darius Khondji가 촬영을 맡는 등 한눈에 봐도 이 드라마에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클라크가 영화 음악을 담당하고 있어 ..
Gregory Paul Mineeff - Scrape Away The Snow (Cosmicleaf, 2021) 호주 작곡가 겸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Gregory Paul Mineeff의 앨범. 그레고리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모던 클래시컬 등에 걸친 다양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어쩌면 이번 앨범은 최근 그의 솔로 피아노에서부터 앰비언트적인 배경을 지닌 곡에 이르는 다양성을 반영한 작업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음악이 지닌 명료한 특성 때문에 이와 같은 다양성은 크게 서로 대비를 이루거나 이질적인 느낌 없이 전체적인 분위기에 동화되고 있다는 점이 앨범의 장점이기도 하다. 앨범 타이틀은 그림 형제의 "황금열쇠"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내러티브의 구성을 지니지는 않고 다분히 정서적 표출을 강조한 듯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앨범은 크게 두 가지 경향적..
Echo Says Echo - Pause (Fluttery, 2021) 프랑스 포스트-록 그룹 Echo Says Echo의 데뷔 앨범. 두 대의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4인조 ESE는 2015년 처음 결성한 이후 지금까지 주로 라이브 필드에서 실력을 다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트-록 및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Fluttery 레이블을 통해 첫 앨범을 발표한 것만으로도 이들이 지금까지 어떤 역량을 축적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ESE가 지금까지 작곡하고 필드에서 함께 공유했던 자신들의 오리지널을 담고 있는데, 개별 곡 일부에서는 공교롭게도 우리 시대 현재 상황을 반영한 듯한 타이틀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이와 같은 예상들은 실재 이 앨범을 들어보면 강한 몰입과 호소력을 지닌 사운드 덕분에 상당 부분 음악적으로 현..
Keenan Meyer - The Alchemy of Living (BandaBanda Agency, 2021) 남아프리카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Keenan Meyer의 앨범. 남아공과 재즈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조합이지만 Abdullah Ibrahim과 같은 레전드의 이름을 기억한다면 그리 생경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에 기반한 훈련을 해왔던 키넌은 압둘라가 추구했던 음악은 물론 노장의 음악적 실천과 관련해서도 일정한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키넌은 남아프리카 인종 차별 정책에서 음악의 역할을 조사한 논문을 발표한 학자로도 알려졌다. 이번 데뷔 앨범은 키넌의 사회적 의식과 음악적 관심사를 폭넓게 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앨범 전체는 서구적인 음악적 언어와 문법을 따르고 있어 남아프리카 특유의 민속적 특징을 전면적으로 반영한 작업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일정 부분 ..
Eguana - Freedom (Cosmicleaf, 2021) Eguana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러시아 전자음악가 Sergey Severin의 미니 앨범. 이구아나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음악을 특정하기 어려울 만큼 워낙 다양한 스타일의 작업을 들려주고 있는 데다, 또 왕성한 창의력을 바탕으로 거의 매달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다만 그가 최근에 무엇에 몰두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작년 말부터 꾸준하게 발표하는 일련의 Cosmos 시리즈인데, 1시간에 가까운 연주곡 하나로 한 장의 앨범을 구성하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지금까지 Episode 9까지 발매된 상황이다. 그 와중에 연작과는 별도로 짧은 단편들을 다섯 곡 수록한 이번 EP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리즈와는 다른 음악적 결을 보여주고 있어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경험하..
Aki Rissanen - Divided Horizon (Edition, 2021) 핀란드 재즈 피아니스트 Aki Rissanen의 앨범. 지금까지 주로 트리오를 비롯해 동료들과의 협업 공간에서 음악적 창의를 펼쳤다면 이번 앨범은 Sturm (2015)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솔로 녹음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녹음 역시 피아노라는 솔로 공간을 활용한 연주 외에도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음악적 구성은 물론 현악의 질감을 재현하는 독특한 건반 악기인 옴니베르크(Omniwerk)를 선보임으로써 전작에서 보여준 표현의 다양성을 새롭게 드러내고 있다. 라이브적인 요소보다 스튜디오에서 연출할 수 있는 음악적 가능성을 다양하게 선보이는데, 이는 단순히 표현의 영역에 국한된 것이라기보다 아키가 가진 다면적인 장르적 경향성을 자신의 방식에 따라 표출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롭다..
Scratching Fork - Scratching Fork (Fundacja Słuchaj, 2021) 폴란드 재즈 트리오 Scratching Fork의 앨범. 트리오는 기타리스트 Marek Malinowski의 주도로 베이스 Robert Rychlicki-Gąsowski와 드럼 Wojciech Zadrużyński가 참여하여 2015년에 결성된 것으로 전해지며 이번 앨범은 2017년 말에 녹음된 기록을 담고 있다. 하지만 트리오의 음악은 비슷한 시기에 마레크가 결성한 자신의 쿼텟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때문에 기존 쿼텟에서의 서정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의 신중한 접근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이번 앨범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구조적으로 체계화된 잘 짜인 테마와 타협점을 끊임없이 뒤로 미루는 듯한 자율적인 임프로바이징의 대비적인 구성은 이들 트리오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
Mansur - Minotaurus (Denovali, 2021) 네덜란드 멀티 인스트루먼트 뮤지션 Jason Köhnen의 새로운 프로젝트 그룹 Mansur의 앨범. 제이슨의 이름을 들으면 The Kilimanjaro Darkjazz Ensemble 시절의 실험적이고 몽환적인 사운드를 떠올리게 된다. TKDE의 활동은 이제 중단된 것으로 보여 무척 아쉽지만, 작년 이맘때 즈음 만수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그 빈자리를 대신할 만한 설렘을 갖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음악적인 특징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중동 현악기 우드를 연주하는 Dimitry El Demerdashi와 보컬/보이스 Martina Horváth라는 기본 트리오 구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제이슨이 한때 심취했던 중동음악에 기존의 실험적인 재즈..
Kajsa Lindgren - Momentary Harmony (Recital, 2021) 스웨덴 작곡가 겸 사운드 아티스트 Kajsa의 앨범.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 카이사가 선보였던 음악적 탐험을 총괄하면서도 이번 녹음만의 새로운 음악적 접근을 시도하려는 듯한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WOMB (2018)에서의 사운드 콜라주적인 특징과 아울러 Everyone Is Here (2019)의 다크 앰비언트적인 성격을, 마치 요소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한 이번 앨범은 사운드에서보다 독특한 텍스쳐를 완성하기 위해 베이스 Vilhelm Bromander, 고토/기타/보이스 Maxwell August Croy, 첼로 Åsa Forsberg, 류트 Pär Lindgren, 피아노/보이스 Sean McCann, 색소폰 Jörgen Pettersson 등 다양한 장르의 유명 플레이어들은 물론 일렉트로어쿠스틱 계..
S280F - 28 (i8i, 2021) 미국 전자음악 솔로 프로젝트 S280F의 앨범. 상품 코드와 같은 활동명 외에 그녀의 개인적 프로필에 대해 알려진 바는 전혀 없을 만큼 철저한 익명성 뒤에서 작업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그녀의 음악들은 단편적인 싱글보다는 이와 같은 앨범 형식 속에서 확실한 특징과 매력이 더 부각되는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의 여러 싱글 작업에서는 다양한 음악적 취향을 엿볼 수 있었다면, 이번 앨범을 통해 비로소 그 모든 것들이 그녀의 음악적 세계관 속에서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이번 앨범은 마치 원시 밀림 한가운데 만들어진 문명사회에 등장한 에일리언이 그 경계에서 겪는 서스펜스와 판타지는 물론 정서적 갈등과 심리적 불안까지 표현한 SF 사이콜로지 시네마를 보는 듯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JFDR - Backyard Village (Krúnk, 2021) & Sisterhood (Krúnk, 2021) JFDR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아이슬란드 뮤지션 Jófríður Ákadóttir의 OST 앨범 두 장.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로 수많은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했고, 가수로도 활동하는 등 다채로운 역량을 보여주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여기에 텔레비전과 영화를 위한 음악에서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주는데, 이번 앨범은 각각 영화 Backyard Village (원제 Þorpið í bakgarðinum, 2021)와 TV 시리즈 Sisterhood (원제 Systrabönd, 2021)의 음악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장르와 상관없이 아이슬란드의 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싸늘한 공기가 압도하는 화면과 더불어 유럽과는 다른 낯선 고립감이 느껴지는 정서는 물론 이 모든 것들을 반영하고 있는 듯한 음악 ..
Nikolas Kozik - Violent Lives (Stars Fall Away, 2021) 미국의 젊은 음악가 Nikolas Kozik의 앨범. 스트리밍 사이트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보게 된 인상적인 커버 아트에 이끌려 듣게 된 앨범으로, 우울하면서도 자기 성찰적인 차가운 침울함이 깊게 드리운 인상적인 곡들 전체를 단숨에 듣게 되었다. 놀랍게도 이 깊이 있는 실존적 테마를 다루고 있는 앨범을 제작한 니콜라스는 현재 17세의 청소년으로 주제에 접근하고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물론 음악적으로 지향하는 미적 완성도에서도 뛰어난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다. 이 앨범은 2020년 말에서 2021년 초까지 니콜라스가 16세를 보내는 동안 작업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앨범은 그 기간에 감염병 사태로 인한 사망자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 그리고 자신의 두 가족을 위한 추모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앨범에 ..
Peter Gregson - Untitled for 7 Dancers (Deutsche Grammophon, 2021) 영국 첼리스트 겸 작곡가 Peter Gregson의 미니 앨범. 이번 앨범은 Gauthier Dance Company와 Cayetano Soto를 위해 Theatrehouse Stuttgart의 의뢰를 받아 작곡한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Daniel Pioro와 Carducci Quartet이 연주에 참여하고 있고 피터는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다양한 배음과 효과를 담당하고 있다. 녹음은 2019년 말에 이루어졌지만 감염병 사태로 인해 연기된 공연이 조만간 개최되기로 확정됨에 따라, 그 일정에 맞춰 미리 이번 EP가 발매되었다. 무대를 위한 작업인 데다 곡들이 공연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EP를 듣다 보면 그 분위기가 대략적이나마 연상되기도 한다. 일렉트로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