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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 Bałdych & Yaron Herman – Duo Art: The New Tradition (ACT, 2014) ACT레이블의 Duo Art 시리즈, 바이올린 연주자 Adam Bałdych와 피아니스트 Yaron Herman의 2014년 레코딩. 아담 발디크는 재즈 씬에서는 흔치 않은 바이올리니스트지만, 포스트-밥과 에스닉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어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트래디션’한 뮤지션들과는 다른 음악적 지형을 점유하고 있다. 때문에 심미적인 피아니즘을 추구하는 야론 에르망과의 조합은 의외이면서 동시에 참신하다. 전체적인 연주는 발디크의 에스닉한 라인들을 에르망은 전통적인 어법들로 차분하게 정리하며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들의 연주에서 조화의 합일점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는, 단순히 인터플레이의 상호작용으로 환원되지 않는, 다양한 음악적 유형들을 하나의 공통 언어로 구성하려는 뮤지션..
Jean Louis Matinier & Marco Ambrosini – Inventio (ECM, 2014) 장-루이 마티니에와 마르코 암브로시니의 ECM 듀엣 앨범. 이들 두 뮤지션의 연주는 이들이 각자 사용하는 악기들 만큼이나 독특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출신인 이들은 각각 아코디언과 니켈하르파라는 민속적 특성이 강한 악기를 연주하고 있지만, 연주 자체는 악기의 본원적 성격에서 벗어난 다른 음악적 지반에서 펼쳐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들은 다원적이며 장르 접합적 특징이 강하다. 이러한 공통의 특징을 지닌 두 뮤지션이 함께 작업한 이번 앨범 또한 이들의 음악적 특색이 잘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바흐, 비버, 페르골레시 등 바로크 시대의 음악들을 모티브로 활용하여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지닌 다원적 성격을 더욱 발본화하고 있다. 바로크의 원전들은 현대음악의 문법들로 해체되고, 민속적 악..
Wolfgang Muthspiel – Driftwood (ECM, 2014) 마침내 발매된 볼프강 무스피엘의 ECM 리드 데뷔 앨범. 랄프 타우너와의 기타 트리오 앨범을 통해 ECM과의 음악적 색체의 조화 가능성을 검증했던 터라 이번 앨범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또한 연주자로서의 음악적 집중력이 잘 표현되었던 트리오 형식의 레코딩을 선보이고 있는데, 마크 존슨 대신 Larry Grenadier가 참여했고, 무스피엘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던 Brian Blade가 드럼을 연주한다. 어쿠스틱과 일렉 기타를 번갈아 연주하고 있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연주의 기조는 마치 피아노 트리오를 기타 연주로 재연하는 듯한 균형과 긴장에 맞춰져 있다. 실제로 각각의 악기들이 점하는 공간의 위상 역시 피아노 트리오와 유사하며 스튜디오 레코딩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실내악적 분위기를 ..
Andy Emler, Claude Tchamitchian, Eric Echampard – Sad and Beautiful (La Buissonne, 2014) 2014년 초에 발매된 Andy Emler, Claude Tchamitchian, Eric Echampard 트리오의 신보. 전통적인 피아노 트리오 포멧의 연주로 더 이상의 그 어떤 새로운 음악적 창의가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엠레가 주축이 된 트리오의 이번 앨범을 듣고 있으면 그 가능성에 대한 일말의 해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새로운 음악적 표현을 위해 많은 뮤지션들이 재즈의 경계에서 주변 장르와의 점접을 모색한다면, 이들 트리오의 경우 컨템포러리 계열의 기본적 언어를 중심으로 미니멀리스트 체임버와 락적인 다이나믹을 동시에 수용하는 독특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들 트리오의 음악은 기존 엠레의 메가 옥텟의 음악적 지형을 트리오라는 형식으로 옮겨와 새롭게 재구성했다는 인상도 존재한다. 하..
Ketil Bjørnstad – Sunrise: A Cantata on Texts by Edvard Munch (ECM, 2014) 피아니스트 케틸 비에른스타 신보. 음악과 앨범에서의 표제적 특성을 누구보다도 강조한 케틸이 이번 레코딩에서 핵심적인 에피그라프로 삼은 것은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표현주의 화가인 에드바르트 뭉크이다. 음악가는 화가의 삶과 작업을 전기적인 방식으로 서술하는 대신 뭉크의 작업에서 핵심에 주목하고, 이를 중심으로 케틸 자신의 음악적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음악가가 생각한 핵심은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Soloppgang, 즉 Sunrise이다. 뭉크는 작업 전에 자기 작업의 동기에 대한 텍스트를 남기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는 다양한 시기에 걸쳐 Sunrise라는 테마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음악가는 뭉크의 텍스트를 음악적으로 재현하는데 있어 자신의 모든 음악적 경험은 물론 작가로서의 인문학적 지식까지 활용하..
Akpé Motion - Loco Motion (Cristal, 2014) 프랑스 출신의 트럼페터 Alain Brunet가 주축이 된 5인조 그룹. 도회적인 분위기의 뮤트 트럼펫과 일렉 효과가 적절히 배합된 사운드는 후기 마일즈의 실험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물론 더 세련된 방식으로). 하지만 반복적 비트의 배열과 전자악기의 사용이라는 표현만으로 이들의 사운드는 단순화되지 않는다. 서술적 진행과 그 진행이 만들어내는 효과에 주목하는 방식은 포스트-락적인 표현과 부분적으로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솔로이스트의 임프로바이징 공간이 명료하다는 점이나 맴버들 간에 인터플레이를 구성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이들의 재즈적인 근간은 분명하다. 이들은 사운드 그 자체의 임펙트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각각의 악기들이 지닌 톤은 분명하고 이는 앨범 전체를 통해 큰 폭을 두고 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Jacob Young – Forever Young (ECM, 2014) 야콥 영의 새로운 퀸텟의 타이틀이자 6년만에 선보이는 ECM 신보. 무엇보다 이번 앨범의 맴버 구성이 가장 놀랍니다. 테너와 소프라노에 같은 노르웨이 출신의 Trygve Seim를 비롯해 폴란드의 Marcin Wasilewski Trio 성원 전체(Slawomir Kurkiewicz, Michal Miskiewicz) 등 레이블의 대표적인 중진급 선수들이 이번 레코딩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2012년 Oslo Jazz Festival을 계기로 결성된 새로운 퀸텟을 위해 야콥은 새로운 오리지널들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은 사운드와 진행에 있어서의 균형과 안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색소폰이 라인을 이끌고 기타와 피아노가 번갈아가며 중심을 잡는, 다소 메커닉한 유기성을 보여주고 있..
Dino Saluzzi Group – El Valle de la Infancia (ECM, 2014) 살루치 옹의 신보이자 근 10여 년 만에 동생, 아들, 조카 함께 모여 선보이는 가족 밴드의 레코딩. 앨범의 타이틀을 보고 우리 살루치 할아버지 올해 연세 어떻게 되셨기에 이토록 멜랑콜리한 제목을 뽑았나 싶어 잠시 검색해보니, 헉~ 1935년 생이시다. 그의 음악이 지닌 장르적 특징을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그의 나이를 염두에 둔다면 이미 타이틀에서 그가 이 앨범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가족과 함께 전해주고 있다는 것 또한 각별한 느낌으로 전해진다. 각각의 연주자들에게 개방된 공간 안에서도 일체감이 느껴지는 톤과 프레이즈는 사전 조율의 결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개별 곡들에 대한 집단적 공감과 이해에 기반한 이들 그룹 나름의 인터플레이 방식..
Nils Petter Molvær – Switch (OKeh, 2014) 닐스의 2014년 신보. 이 앨범은 닐스 자신에게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의 트리오 해체 이후 밴드 형식으로 녹음한 첫 앨범이며, 기존 자신의 음악과 사운드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닐스는 새로운 사운드를 위해 페달의 조작으로 피치의 변화를 주는 페탈 스틸 기타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스틸 기타리스트 Geir Sundstøl의 연주는, 슬라이드 주법을 활용한 블루스 연주나 하와이언 음악에서 활용된 잉잉거리는 스틸 기타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마치 투명한 물 속에 떨어진 퍼플 톤의 잉크 한 방울이 퍼지듯, 공간 속에 도회적 고립감을 은은하게 퍼뜨리는 효과를 연출해내고 있다. 네 개의 “Intrusion” 시리즈는 닐스 자신의 새로운 사운..
Joachim Kühn & Alexey Kruglov – Duo Art: Moscow (ACT, 2014) 칠순 노장 피아니스트 요하임 쿤과 러시아의 색소폰주자 알렉세이 쿠루글로프의 듀엣 앨범으로 ACT 레이블의 Duo Art 시리즈 중 하나. 전도유망한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즐기는 요하임옹과 젊고 재능이 풍부한 연주자들에게 레코딩의 기회를 자주 제공하는 레이블이 만났기 때문에 이런 앨범의 녹음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2012년 러시아의 초청으로 진행된 공연 일정 중에 요하임이 직접 현지의 젊은 뮤지션과의 협연을 제안했고 러시아의 재즈에 일가견이 있는 평론가의 추천으로 알렉세이를 소개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알렉세이는 냉전시대 전후로 러시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프리재즈 씬의 계보를 잇는 인물로 평가받을 뿐만 아니라 LEO 레이블에서의 디스코그라피들이 증명하듯 프리-아방 분야에서는 나름의..
Paul Bley – Play Blue: Oslo Concert (ECM, 2014) 피아니스트 폴 블레이의 ECM 신보. 올해로 만82세인 블레이옹에 대해 부연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불필요한 짓거리겠지만, ECM과의 관계만 잠시 언급한다면 레이블의 1000번대 초창기 카탈로그 넘버와 가장 최근 번호에 걸쳐 자신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몇 안되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이 앨범은 2008년, 레코딩 엔지니어 콩쇽과 프로듀셔 겸 사장인 아이어가 기획한 Oslo Jazz Festival에서의 솔로 실황을 담고 있다. 폭풍치듯 몰아치던 초기의 과감한 표현들과는 달리 세월과 연륜은 추상적 표현 속에서도 감정과 묘사를 이끌어내는 디테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난해한 미학의 상징과 기호들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언어는 결코 일상적인 것이 아니고 이미 그 ..
Vera Kappeler & Peter Conradin Zumthor – Babylon-Suite (ECM, 2014) 스위스 출신의 여성 피아니스트 베라 카펠라와 역시 스위스 태생의 퍼커션 주자 페터 콘라딘 줌터의 ECM 데뷔 앨범. 개인적으로는 이들 두 사람의 음악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카펠라의 경우 전위적인 락 성향의 트리오 앨범 한 장 들어본 것이 전부고, 줌터의 경우 실험적인 듀엣 컬래버레이션 앨범 몇 장이 이 번 앨범을 접하기 전에, 이들에 갖고 있던 인상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도미니크 블룸과 줌터의 듀엣 앨범의 특징을 기억하고 이 앨범에서도 그와 같은 분위기가 전해지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이번 레코딩에서 전해진 느낌은 전혀 달랐다. 어쩌면 카펠라와 줌터가 기존에 자신들이 선보였던 표현들에서 조금은 벗어나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담아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라이너 노트에 적힌 사전적 정보에 ..
Snarky Puppy – We Like It Here (groundUP, 2014) 2014년 그래미 어워드 수상팀, 스나키 퍼피의 2014년 신보. 베이스 연주자 겸 프로듀서인 Michael League를 비롯해 몇몇 핵심 맴버들을 제외하면 투어나 레코딩 마다 참여 인원이 들쭉날쭉한데, 이번 레코딩에는 기본 맴버만 13명이 참여했고 그 외의 뮤지션이 참여해 고비용 고효율 음악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독특한 것은 (미국이 아닌) 네델란드의 스튜디오에서 4일 밤 동안 녹음된 앨범이지만 라이브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레코딩 영상을 보면 실제 녹음이 진행되는 동안 뮤지션들 양옆과 주변에 관객들이 (모두 모니터링 해드폰을 끼고!) 함께 참여하고 있다. 때문에 이 앨범은 스나키 퍼피가 라이브에서 선보인 음악적 다이나믹과 스튜디오 세션의 정리된 사운드를..
Jeremy Pelt – Face Forward, Jeremy (High Note, 2014) 트럼펫 연주자 제레미 펠트의 2014년 신보. 데뷔 초기부터 본토 평단에서 전도유망한 뮤지션이라고 워낙 띄워줘서 알만한 사람들은 거의다 알고 있고, 이제는 신입티를 완전히 벗어던졌기 때문에 구태여 ‘학구적’이니 ‘천부적’이니 하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법하지만, 국내 수입사 앨범 안내문에는 이런 식의 표현을 주저 없이 사용한다. 음악공부 열심히 한 것도 맞고, 어렸을 때부터 재능 발휘한 것도 사실이지만 펠트 정도 짬밥에는 사용하기 낯간지러운 표현이다. 이제는 기존 그의 작업들에 비추어 그가 어떠한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선보일 것인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수입사에서 왜 그런 구태의연한 표현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딱히 그런 말 외에는 적당한..
John Lurie National Orchestra – The Invention Of Animals (Amulet, 2014) 존 루리의 프로젝트 그룹 JLNO의 2014년 앨범. 혹시 이 존 루리가 그 존 루리냐,라고 질문하신다면 맞다. 영화 배우이자 감독이며 10여년 전부터는 본격 화가로 등단해 호평까지 얻어 냈지만 그 동안 음악을 멀리했던 멀티아티스트 존 루리다. 물론 그 전부터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여러 영화와 TV에서 음악감독을 맞기도 했으며, 만만치 않은 디스코그라피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음악 활동 중 The Lounge Lizards 그룹의 경우 펑크-락적인 베이스에 재즈의 임프로바이징이 접목된 독특한 색체를 보여줬다면 1993년에 첫 선을 보인 JLNO의 경우 반복적 리듬에 우위를 둔 특징을 지닌다. 이 앨범은 20년 만에 선보인 JLNO의 두 번째 앨범이다. Men with Sticks 앨범과 마찬가지로 이번 ..
The Bad Plus – The Rite of Spring (OKeh, 2014) 배드 플러스의 반가운 2014년 신보. 앨범 타이틀을 보고 혹시? 하셨던 분, 역시! 그거다. Igor Stravinsky의 ‘봄의 제전’을 이 깜찍한 트리오가 커버한 것이다. 봄이라는 계절에 대해 사람들이 품는 희망이라는 감정의 모호하고 허구적인 은유들을 벗어던진다면 그 뒤에 감춰진 감춰진 불안과 불쾌함이 우리와 마주하게 된다. 음악이 진실을 들어내는 가장 명료한 언아라는 가정을 받아들인다면 스트라빈스키는 봄에 대한 허상이 아닌 인간 본연의 감정에 가장 충실한 표현을 자신의 방식으로 표출시켰다고 할 수 있다. 스트라빈스키가 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봄의 제전’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지 101년이 지났다. 아직까지도 수 많은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는 이 문제적 텍스트에 대해 배드 플러스는 트리오라는 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