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1622)
Avishai Cohen - Cross My Palm With Silver (ECM, 2017) 1년 만에 발매 된 트럼펫 연주자 아비샤이 코헨의 두 번째 ECM 앨범. 하지만 이번 신보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전작 Into the Silence (2016) 와는 다른 인상을 준다. 퀸텟으로 녹음된 2016년 앨범은 마치 분위기와 감성에 초점을 맞춘 정돈된 스튜디오 레코딩의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쿼텟 앨범은 개별 곡들의 해석과 진행에 다양한 긴장의 요소들을 담아내려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번 레코딩에는 최근 라이브 투어에 함께하고 있는 Jonathan Avishai (p), Barak Mori (b), Nasheet Waits (ds) 등이 참여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2016년 발매된 앨범 관련 투어가 레코딩에 참여했던 퀸텟이 아닌 이들 쿼텟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관련한 부트렉들을 들어보면..
Trichotomy - Known-Unknown (Challenge, 2017) 호주 출신 트리오 트리코토미의 신보. Topology와의 컬래버레이션 이후 3년 만이며 트로오 정규 앨범 기준 4년만에 발매한 신작이다. 지난 공백 동안 멤버들 각자의 개별 프로젝트와 활동 끝에 베이스를 담당했던 Pat Marchisella이 탈퇴하고 Samuel Vincent이 새롭게 참여했다. 물론 Sean Foran (p)과 John Parker (ds)는 연주자와 작곡가로서의 중심적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트리오 전작 Fact Finding Mission (2013)에서는 게스트들의 참여를 통해 음악적 디렉팅과 협업자의 역할이 강조되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트리오 본연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룹 이름이 암시하듯 이들은 각자의 공간에 대한 자율성과 유기적 연관성을 강조하는 유러피언적 스타..
Helge Lien Trio - Guzuguzu (Ozella, 2017) 3년만에 선보인 헬게 리엔 트리오의 통산 아홉 번째 앨범. Frode Berg (b)와 Per Oddvar Johansen (ds)은 전작에 이어 이번 신보에서도 함께 참여한다. 리더인 헬게 리엔의 음악적 활동을 되돌아 보면 강박증에 가까운 형식적 집착을 느끼게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와 같은 옵세시브한 징후들이 그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색들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공간을 개방하는 대신 철저하게 통제함으로써 내적 긴밀감을 강조한다거나, 임프로바이징의 영역에서조차 실내악적 엄격함을 유지하는 방식 등은 이미 이들 트리오의 미학적 스타일로 완성된지 오래다. 이번 앨범에서는 각각의 곡에 형식과 표현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는 듯 보인다. 마이너 펜타토닉으로 몰입감을 강조한 "Guzuguzu (Moving Slowl..
Tale of Us - Endless (Deutsche Grammophon, 2017) 최근 몇 년 전부터 Deutsche Grammophon이나 Decca와 같은 정통 클래식 레이블에서 흔히 모던 클래시컬 계열로 분류되는 일련의 음반들을 발매했다. 물론 그 중에는 Max Richter나 Ludovico Einaudi와 같이 현대 고전음악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 받은 작곡가들의 앨범도 포함되어 있지만 Joep Beving, Anoice, Sophie Hutchings, Theo Alexander 등과 같이 마이너한 장르로 소외되었던 작가들의 작업까지 선보이는 것은 흥미롭다. 물론 마이너한 장르적 제한이나 열악한 작업 환경 등이 이들의 음악적 수준을 대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이들이 메이저 레이블과 작업할 자격(sic!)이 있는지 여부를 따지려는 것 역시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현..
Oddarrang - Agartha (Edition, 2016) 핀란드 출신의 5인조 밴드 오다랑의 통산 네 번째 앨범이자 영국 에디션 레이블에서의 두 번째 발매작. 이번 앨범에서는 재즈라는 장르의 음악적 외연 확장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의 데뷔 앨범 Music Illustrated (2006)에서 보여줬던 인접 장르 간의 결합이 기계적이었고 다소 산만한 인상을 남겼다면, 오랜 침묵 끝내 발표한 두 번째 Cathedral (2012)에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스텐스를 취하기도 한다(물론 다른 기준에서 바라 봤을 때 이들 두 앨범 그 자체의 뛰어난 완성도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논외로 한다). 그 어느 때보다 파격적인 변신은 에디션 레이블로 이적한 이후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2012년 앨범에서는 트롬본을 이용한 테마와 라인의 구성에 많은 공을 ..
Lars Danielsson - Liberetto III (ACT, 2017) 라르스 다니엘손이 2012년에 처음 선보였던 Liberetto 시리즈의 세 번째 앨범. 피아노와 건반에 Tigran 대신 Grégory Privat이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이번 신작에서도 John Parricelli와 Magnus Öström의 연주를 계속 접할 수 있다. 5년 가까운 시간의 흐름이 있었지만 이번 앨범 역시 2014년의 두 번째 앨범과 마찬가지로 새로움 보다는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적 조화를 계속 이어간다는 느낌을 준다. 공간적 분할과 긴장 대신 실내악적 편성의 엄밀함을 활용해 음악의 서정적 응축에 집중한다. 인터플레이의 공간을 곡의 진행 속에 내면화함으로써 테마를 중심으로 한 진행의 엄격한 특징 또한 기존의 앨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시각적 대상을 마치 음악적 언어를 이용한 이미..
Daniel Herskedal - The Roc (Edition, 2017) 노르웨이 출신의 작곡가 겸 튜바 연주자 다니엘 헤르스케달이 에디션 레이블에서 발표한 3번째 앨범. 이번 신보에서는 전작 Slow Eastbound Train (2015)에서 선보였던 장르 복합적인 특징들을 연장하고 있다. 북유럽적인 정서를 기반으로 재즈의 언어에 에스닉과 클래식의 화법들을 배치하는가 하면, 모던 크리에이티브적 표현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포스트-)밥과 프리 임프로바이징의 경계까지 무효로 만드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서양 음악과 다른 언어와 감성 체계가 여러 방식들로 교차하며 다양한 형식의 음악적 분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표현들을 하나의 체계로 일치시키려는 노력은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는 듯 하다. 즉 분화된 각자 그 자체의 형식과 표현들로 개별적인 음악들을 선보이는 ..
Astralia - Solstice (self-released, 2017) 스페인 출신의 포스트-락 그룹 아스트랄리아의 신보. 사운드의 디테일, 진행의 플로우를 구성하는 방식 등 음악적 형식에서 기존의 EP와 앨범에서 보여준 것에 비해 한발 더 나갔음은 분명하다. 전반적으로 이전 EP와 앨범에 비해 음악적 구체성에 대한 집착이 강하게 느껴진다. 예전의 명료함에 덧붙여 진지함을 한층 더 깊이 있게 담아내려는 흔적 역시 엿보인다. 때문에 전작들에서 선명하게 다가왔던 테마와 진행이 다소 복잡한 구성을 지니게 됨으로써 청자의 즉자적 반응을 끌어내기에는 한 템포 더딜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확실히 이번 앨범은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기억되기보다는 귀를 기울이고 자세하게 관찰한 만큼 더 많이 들린다. 기존에 비해 전체적인 사운드의 무게 중심이 낮아진 것도 특징이다. 앰비언트적인 표현들(ex...
Whale Fall - The Madrean (self-released, 2014) 미국 LA에 기반을 둔 5인조 포스트-락 혹은 인스트루멘탈 락 밴드 웨일 폴의 두 번째 앨범. 어떠한 장르든 처음 태동했을 때의 실험적인 성격들이 이후의 과정 속에서 '장르적 특성'으로 고착되어 식상함을 재생산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애초의 문제의식은 사라지고 그 형식만 남는 것이다. 음악 컨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변별력이 떨어지는 취향이라는 기준으로 차별성이 모호한 장르 내의 음악들을 선택하게 된다. 각각의 생산자들이 밝히는 타인과의 차이는 너무나도 모호하다. 하지만 웨일 폴의 음악은 컨텐츠 그 자체가 동일 장르 내의 다른 음악들과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장르적 특성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다.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다양한 음악적 형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이야기하고 있..
Anne Quillier 6tet - Daybreak (Pince-Oreilles, 2015) 프랑스 출신 여성 피아니스트 안느 퀼리에가 주축이 된 6인조 그룹의 신보. 피아니스트와 그룹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단지 이번 앨범 한 장만으로 이들에 대한 인상을 적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음악의 집약적 성격과 그 구성에서의 모던한 감각은 기존 어느 유명 그룹이나 뮤지션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이들의 음악은 정교함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대신 그 빈 공간을 자율적인 리듬과 창의적인 프레이즈로 채워가고 있고, 진행과정에서 응집되는 긴장들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방식들로 자신들의 음악적 특징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드럼/베이스의 리듬 파트와 더불어 트럼펫, 클라리넷, 색소폰 등의 관악으로 이루어진 이들의 음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존의 전통적..
Billy Childs - Map To The Treasure: Reimagining Laura Nyro (Sony Masterworks, 2014) 피아니스트 빌리 차일드의 신보. 빌리 차일드의 음악 감독으로써의 개인적인 취향과 열망이 이번 앨범에서도 충분히 반영된 듯한 느낌을 준다. 이전 앨범들에 비해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하기 그지 없는 게스트들의 면모인데, 마치 콘체르토의 형식을 염두에 둔 듯, 피아노가 지휘하는 재즈 오케스트레이션과 여러 협연자들의 컬래버레이션은 앨범에 수록된 각각의 곡마다 특별한 의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워낙 화려한 게스트들이다 보니 피아니스트로써의 빌리의 존재감은 뒤로 한 발 물러선 듯한 느낌을 주지만, 각각의 곡 마다 자신의 음악적 특징이 잘 반영된 편곡과, 오케스트레이션과 협연자들의 조화를 완성시키는 음악 감독으로써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그가 이전에 선보였던 일련의 재즈 ..
Yelena Eckemoff Quintet - A Touche Of Radiance (L&H, 2014) 러시아 출신의 여성 피아니스트 옐레나 에케모프의 신보. 지금까지 옐레나가 선보였던 여러 앨범들 중 이번 레코딩이 사이트맨의 구성에서는 단연 압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Mark Turner (Sax), Joe Locke (Vib), George Mraz (B), Billy Hart (Ds) 등이면 그 동안 트리오 앨범에서 함께 연주했던 뮤지션들과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는 인적 구성이다. 이전 트로이 앨범들에서 ECM적인 사운드를 염두에 둔 개인적 욕심을 피력했다면, 이번은 그 욕망을 거의 알몸으로 드러내 놓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옐레나 자신의 콤포싱으로 되어있는 오리지널들은 직접 대 놓고 ECM을 향해 본격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전통적인 펜타토닉 스케일을 활용하면서도 피아노, 테너, 바이브..
Louis Sclavis Quartet - Silk And Salt Melodies (ECM, 2014) 프랑스 출신의 클라리넷 연주자 루이 스클라비의 10번째 ECM 타이틀이자 신보. 이번 앨범은 스클라비 자신의 Atlas Trio의 멤버들인 Gilles Coronado (G), Benjamin Moussay (P, Key)와 이란 출신의 퍼커션 연주자 Kevyan Chemirani와 함께 녹음했다. 스틀라비 만큼 앨범 타이틀이 자신의 음악적 성격과 일치하는 뮤지션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비단과 소금이 동서교역의 상징이라면 이번 앨범의 타이틀 역시 그 성격을 드러내는 은유적이자 음악적 표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의 아틀라스 트리오 앨범에서는 펜더나 기타 디스토션을 활용해 프리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확대하는 진화된 사운드를 들려줬다면, 이번 쿼텟 레코딩은 중동의 에스닉한 모티브들을 기존 자신의 음악적..
Lars Danielsson - Liberetto II (ACT, 2014) 스웨덴 출신의 베이스 및 첼리스트 라르스 다니엘손의 반가운 신보. 앨범의 타이틀에서 이미 모든 것을 다 말해주고 있다. Tigran (P, FR), John Parricelli (G), Magnus Öström (Ds, Perc, Elec) 등 Liberetto (2012)의 라인업이 다시 모여 녹음한 두 번째 앨범이며 Mathias Eick, Dominic Miller, Cæcilie Norby, Zohar Fresco 등 레코딩에 참여한 게스트들의 면모 역시 막강하다. 전작에 비해 트럼펫과 일렉 효과의 역할이 상대화 되었다는 점, 그에 비해 게스트들의 역할이 부각된 곡들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제외한면 거의 동일한 음악적 내용들을 보여주고 있다. 내면으로 침전해 들어가는 듯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재즈, ..
Stefano Bollani - Joy in Spite of Everything (ECM, 2014) 이탈리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스테파노 볼라니의 ECM 신보. 최근 몇 년 동안 주로 듀엣과 트리오 편성의 음악들을 선보여왔던 볼라니가 이번에는 퀸텟 포멧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2009년에 발매된 트리오 앨범의 맴버들인 Jesper Bodilsen (B)와 Morten Lund (Ds)를 기본으로 하고 Mark Turner (TS)와 Bill Frisell (G)이 참여하고 있다. 볼라니의 리스너들은 그에게서 어떤 새로운 음악적 시도나 표현 등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대신 전통의 범위 내에서 표현될 수 있는 현대적 요소들을 그의 연주에서 발견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앨범 역시 볼라니적인 특징들을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퀸텟의 형식이지만 이번 레코딩을 위해 새롭게 ..
Sólstafir - Ótta (Season of Mist, 2014) 아이스랜드 출신 4인조 메탈 밴드 솔스타피르의 2014년 신보. 1995년 결성된 중견 그룹으로 이번 앨범은 다섯 번째 정규 앨범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 그룹에 대한 정보는 찾기 힘들다. 또한 장르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음악을 블랙 메탈로 분류하고 있지만, 그와 같은 경향적 특징들 외에 다른 음악적 요소들이 발견되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프로그래시브 블랙 메탈이니 포스트 블랙 메탈 등의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분류 자체로 귀속되지 않는 이들 음악만의 독창적 성격을 보여주는 해프닝들이 아닌가 싶다. 자신들 역시 밴드의 유니크한 스타일 때문에 “has made it hard to categorize Sólstafir into a specific genre or group o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