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1622)
Arve Henriksen - The Nature of Connections (Rune Grammofon, 2014) 노르웨이 출신 트럼펫주자 아르베 헨릭센의 루네 그라모폰 신보. 그는 ECM에서도 앨범을 발표한 적이 있으며 RG레이블의 대표적인 연주자로 손꼽힌다. 이번 레코딩은 그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앨범들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오래 전부터 구상해왔던 현악 4중주와의 협연을 완성시킨 작품으로 바이올리니스트 Nils Økland와 Gjermund Larsen, 첼리스트 Svante Henryson, 더블 베이스 Mats Eilertsen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게스트로 협연한 드러머 Audun Kleive의 이름도 무척 반갑다. 아르베는 이번 실내악 편성의 녹음을 위해 이전에 그가 발표했던 곡들을 새롭게 편곡한다. 기존의 음악들은 에스닉 계열의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곡에서부터 현대 고전음악의 경향적..
Peter Van Huffel’s Gorilla Mask - Bite My Blues (Clean Feed, 2014)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캐나다 출신 색소폰주자 피터 반 후펠이 Roland Fidezius (EB & Effects), Rudi Fischerlehner (Ds) 등과 결성한 ‘펑크 재즈’(이것은 본인 스스로의 명명이다) 트리오 고릴라 마스크의 두 번째 레코딩. 이 앨범은 지난 해 이틀간 캐나다에서 펼쳐진 공연을 정리한 라이브 앨범이다. Fresh Sound와 Clean Feed를 번갈아 오가며 발매하는 반 후펠의 앨범들은 각각의 레이블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을 준다. CF에서 발매된 GM 트리오의 앨범 역시 레이블 칼라에 맞게 임프로바이징의 역할이 강조되어 있다. 라이브라는 조건을 잘 살린 연주는 강한 비트를 활용한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엑스페리멘탈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색소폰의 프레이즈는 격..
This Will Destroy You - Another Language (Suicide Squeeze, 2014) 포스트락 그룹 TWDY의 세 번째 공식 스튜디오 앨범. 장르적 특징에 충실한 음악과 해당 장르에서 청자가 기대하는 것 사이에는 늘 간극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물론 둘 사이에는 늘 접점이 존재하며 그 범위가 얼마나 넓으냐에 따라 해당 뮤지션에 대한 호불호가 갈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 그룹은 개인적인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장르적 특징에도 비교적 충실하다. 그 언어에 있어서도 오소독스하다는 느낌을 줄 만큼 그 표현 또한 장르적 경향성과 잘 부합된다. 이들이 들려주는 사운드의 스타일이나 음악적 진행과 구성 등은 개인적인 취향과 부합하는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정돈된 느낌보다는 러프하게, 다소 거칠게 드러나는 음악적 표현들은 밴드의 음악에 대한 개인적 공감을 밀치는 듯 하다. 엠비언트적인 느낌의 사운드 이펙트..
Roman Ott - If You Lived Here You’d Be Home by Now (Fresh Sound, 2014) 독일 출신의 젊은 알토주자 로만 오트의 신보. 이번 앨범은 통산 3번째이며 기타리스트 Kurt Rosenwinkel과의 꼴라보 형식의 두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템포에 차분한 프레이즈가 인상적이다. 화려한 외연보다는 라인의 축을 이끄는 알토와 기타의 균형과 긴장에 보다 더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음악의 내적 긴밀감과 밀도가 부각된다. 전체 8곡 중 7곡이 리더의 오리지널이고 작곡과 편곡 과정에서 로만은 기타리스트와의 관계를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는 흔적이 역력하다. 유니즌 프레이즈로 때로는 다양한 화성적 접근으로 알토와 기타가 만들어내는 테마의 공간감은 매력적이다. 물론 곡의 진행에 있어서는 솔로의 역할과 비중이 배분되는 전통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솔로이스트에게 사운드..
Thirteen Senses - A Strange Encounter (B-Sirius, 2014) 4인조 영국 그룹 Thirteen Senses의 정규 신보. 2004년 데뷔 앨범의 대박으로 Coldplay나 Keane과 비교되며 스타덥에 부상하나 싶었는데 2집과 3집의 연이은 부진으로 사람들에게 서서히 잊혀져 가던 그룹. 개인적인 생각에는 1집 수록곡 “Into The Fire”의 성공이 워낙 엄청나서 이후에도 이와 같은 성공의 요소들을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으나 스타일의 유사성이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었던 듯. 10년 전의 우연한(?) 성공이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퇴색시키고 스스로를 평범한 브릿팝 그룹으로 떨어뜨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문득. 이번 앨범은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혹은 하는) 음악적 방향을 재점검 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인상을 받는다. 기존의 앨범에서 보여줬던 멜랑콜리한 ..
Shalosh - The Bell Garden (self-released, 2014) 뉴욕과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한 신생 트리오 샬로쉬의 데뷔 앨범. 웹을 통한 음원 발표와 유통이 수월해진 상황에서 수 많은 뮤지션들이 저 마다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지만, 순수함을 가장해 자신들의 미숙함과 아마추어리즘을 감추려는 의도를 지닌 음악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샬로시와 같이 실력과 재능을 갖추고도 (물론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독자적인 음원 발행의 수단으로 웹 릴리징을 택한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트리오의 뱀버들인 Gadi Stern (P), Matan Assayag (Ds), Daniel Benhorin (B) 등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사이로 예루살렘 시절 고등학교 때 함께 음악을 만들며 연주하던 것이 계기가 되어 팀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재즈를 기반으로 하고..
Jan Gunnar Hoff - Fly North! (Losen, 2014) 노르웨이안 피아니스트 얀 군나르 호프의 신보. 개인적으로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때 자주 듣기도 하고, 어쩌면 여기에 글로 남겨진 감상문 중 호프 횽아의 앨범에 관한 것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래 나 이 사람 빠돌이다. 어느 뮤지션의 이름을 들으면 그와 관련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존재하고, 일종의 선입견일 수도 있는 이러한 배경은 그 사람의 새로운 음악을 듣는 레퍼런스가 되기도 하고 기대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물론 호프에게도 이와 같은 연상 이미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뮤지션들과 달리 그에 대해 그려지는 이미지는 ‘투명하고 맑은 공기’라는, 어쩌면 음악을 표현하거나 설명하는 방식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이번 앨범 역시 그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피아니스트 특유의 투명함..
Atomic Ape – Swarm (Mimicry, 2014) 밴드 Estradasphere, Secret Chiefs 3, Orange Tulip Conspiracy 등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인 Jason Schimmel이 새롭게 결성한 Atomic Ape의 데뷔 앨범. LA를 배경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밴드는 재즈와 락을 기반으로 집시 음악을 가미한 복합적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때문에 불가리안 서프, 로만틱 집시 메탈, 스파게티 이스턴 등의 명칭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표방했던 Estradasphere 그룹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점이 발견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Atomic Ape의 직접적인 전신이기도 한 Orange Tulip Conspiracy에서도 이러한 음악적 경향이 보였던 것을 기억한다면 이번 그룹과 앨범은 리더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완성..
Benedicte Maurseth & Åsne Valland Nordli – Over Tones (ECM, 2014) 노르웨이 출신의 두 젊은 여성 뮤지션 베네딕테 마우르세트와 아스네 발란드 노르들리의 ECM 데뷔 앨범이자 통산 두 번째 듀엣 레코딩. 각각 노르웨이의 전통 현악기인 아르당에르 피들과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두 뮤지션은 자국의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전통 민속음악은 물론 자신들이 이번 레코딩을 위해 작곡한 곡들을 포함하고 있다. 민속음악을 소재로 한 에스닉 계열의 연주에서 피들과 보컬이라는 듀엣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은 음악적 해석과 진행에서 유연성이 개입할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자국의 민속음악이라는 기본 축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그 주변에서는 다양한 음악적 접점들이 발견되는 것도 사실이다. 자칫 서술적 모티브의 나열로 산만해질 수 있는 함정..
Fire! Orchestra – Enter (Rune Grammofon, 2014) 프로젝트 그룹 Fire! Orchestra의 2014년 루네 그라모폰 신보. 이 팀은 Mats Gustafsson (Sax), Johan Berthling (B) and Andreas Werliin (Ds)이 주축이 되었는데, 이들은 각자 The Thing, Tape, Wildbirds &Peacedrums 등 서로 다른 음악적 지향을 지닌 밴드에 몸담고 있다. 이들 세명을 축으로 하여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활동 중인 여러 뮤지션들 규합하여 매시브 오케스트랄 뮤직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어 Exit (2013) 앨범을 발표한다. 이 앨범은 이와 같은 작업의 연장선 상에 놓여 있으며, 전작의 음악적 특징들을 그대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세 명의 주축 멤버들을 포함 총 28명의 뮤지션들이 ..
Vilde&Inga – Makrofauna (ECM, 2014) 바이올리니스트 Vilde Sandve Alnæs와 베이스주자 Inga Margrete Aas 듀엣의 ECM 데뷔 앨범. 함께 노르웨이 음악원에서 클래식을 공부한 두 젊은 뮤지션들이 선보인 음악은 프리 임프로바이징을 극단화한 매우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서로 다른 음역대의 두 현악기로 구성할 수 있는 듀엣 임프로바이징의 영역은, 이미 편성의 형식에서 그 음악적 내용이 제한될 여지가 많다. 이와 같은 협소한 표현의 공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기능적으로 이해하고, 사전에 합의된 역할에 자신을 가두는 방식으로 듀엣의 음악을 완성한다. 때문에 다른 여느 임프로바이징 음악들과 달리 인터액티브한 모습은 많이 생략되어 있다. 한 사람이 공간의 배경을 만들면 다른 사람은 그 안에서 솔로 임프로바이징으로 사..
Pierrick Pédron – Kubic’s Cure (ACT, 2014) 프랑스 출신 알토 연주자 피에릭 페롱의 2014년 신보. 2년 전 몽크의 곡들을 커버한 앨범을 발표했던 페롱이 이번에는 락그룹 더 큐어의 오리지널들을 작업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와 같은 도발을 위한 라인업은 전작에 참여했던 베이스 주자 Thomas Bramerie와 드러머 Franck Agulhon으로 동일하다. 몽크 때와는 달리 이와 같은 소규모 편성의 밴드로 더 큐어의 곡들을 재구성하기에는 어느 정도의 한계를 예상할 수 있다. 포스트-펑크, 뉴-웨이브, 고딕 등 35년이 넘는 큐어의 역사 만큼이나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포괄하면서, 페롱 자신의 음악적 재해석을 단일한 언어와 표현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페롱은 큐어의 80년대 초중반의 음악들, 그것도 비교적 우리의 귀에 익숙한 곡들..
AR Quartet – AR Quartet (Fredriksson, 2014) 피아니스트 Artturi Rönkä가 주축이 되어 Sampo Kasurinen (SS, TS), Eero Seppä (B), Jonatan Sarikoski (Ds) 등 핀란드 출신의 젊은 뮤지션들로 구성된 AR Quartet의 첫 공식 데뷔 앨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그룹이지만, 이들은 팀 결성 이후 북유럽 지역에서는 꽤 주목 받는 신인으로, 이들이 수상한 여러 개의 굵직한 상들이 이들의 실력을 검증해주고 있다. 리더인 룬가는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재즈를 전공했고, 그룹이 결성된 이후 비교적 최근까지 현대 고전음악과 작곡을 공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AR Quartet은 룬가의 개인 프로젝트의 하나로 전해지고 있으며, 실제로 앨범을 들어보면 리더 개인의 음악적 재능이 쿼텟의 형식을 통해 형상화 되었음..
Neil Cowley Trio – Touch & Flee (Naim, 2014) 언제나 믿고 듣는 닐 코울리 트리오의 통산 5번째 스튜디오 앨범. 전작 The Face Of Mount Molehill (2012)부터 참여했던 Rex Horan이 베이스를 맞고 있고, 드러머 Evan Jenkins 역시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오늘 날의 재즈씬에서 트리오 형식의 음악이 보여줄 수 있는 창의적 예를 들라면 NCT가 그 중 하나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피아노의 스케일이나 화성에서는 특별히 전통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그것을 활용한 라인에 있어서는 오소독스한 진부함을 전혀 허락하지 않는다. 주변 장르의 음악적 특징들을 적극 활용한 코울리의 라인들은, 청자에게 변화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끊임 없는 긴장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감각적으로 분할되는 드럼비트는..
Penguin Cafe – The Red Book (Penguin Cafe, 2014) Arthur Jeffes와 Emily Young이 주축이 된 그룹 Penguin Cafe의 두 번째 앨범. 첫번째 앨범이 아버지 사이먼 제프스와 PCO의 음악적 업적을 이어가기 위한 아더 제프스의 선언적 출사표였다면 이번 앨범은 계승자로서의 입지를 분명히 하는 계기를 갖는다. 장르 통합적 성격을 지니면서도 탈장르적인 특징을 동시에 아우르는 아더 제프스의 음악적 메시지는 의외로 명료하다. 익숙한 음악적 언어들에 기대고 있지만 그것들을 자신의 음악적 컨텐츠로 새롭게 구성하고 완성하는 방식은 창의적이며, 때로는 실험적인 내용들조차 난해함으로 귀결시키지 않고 일상적 표현들로 서술하는 천재적 면모까지 드러내고 있다. 가업 계승의 성공적 사례 중 하나로 손꼽을만하다.20140617
Keith Jarrett & Charlie Haden – Last Dance (ECM, 2014) 키스 자렛과 찰리 헤이든이 4년만에 다시 선보이는 ECM 듀엣 신보. 이와 같은 ‘닥치고 들어!’ 계열의 음반들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적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나와 같은 단순한 청자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신보지만, 앨범을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인간들에게는 분명 고통일 것이다. 음악적 소비를 돕는 리뷰어들이 다른 뮤지션들에게 들이대는 가혹한 잣대를 이들의 앨범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없을 뿐더러, 작은 아쉬움조차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고 장점이나 특징을 찾기 위해 모든 신경을 귀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오랜 우정이니 음악성이니 감성이니 하는 단어들을 어떻게 자신의 글에 배열할지 고민해야 하고, 그 와중에도 자신의 글이 다른 리뷰어의 것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도 시달릴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