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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geny Grinko - Orange Marmalade (self-released, 2021) 러시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Evgeny Grinko의 앨범. 젊은 시절 사이키델릭과 실험적인 일렉트로니카 스타일의 아방가르드 록 그룹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지는 에브게니는 밴드 공연이 쉬는 기간에 피아노를 위한 소품을 쓰기 시작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의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업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유형의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전원생활을 선택했고 여러 편의 영화 음악과 개인 작업을 꾸준히 선보인다. 에브게니의 음악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바비첼 등의 소규모 현악이나 솔로 악기를 배치해 앙상블을 이루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일상적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풍부한 감수성을 반영한 작곡과 편하게 다가서도록 배려한 연출을 통해 나름의 차별점을 두기도 한다. 이번 작업은 미니 앨범 N..
From The Mouth of The Sun - Light Caught the Edges (Lost Tribe Sound, 2021) 미국 첼리스트 겸 작곡가 Aaron Martin과 스웨덴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Dag Rosenqvist의 듀오 프로젝트 From The Mouth of The Sun의 앨범. 오늘날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을 보여주는 뮤지션들로 조합을 이루어 팀을 결성한다면, 여기 애론과 더그처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면서도 기대 이상의 완벽한 합을 이루는 듀오는 좀처럼 찾기 힘들 것이다. 2011년 FTMOTS를 결성하고 공동 작업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매우 인상적인 음악적 성과를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각자 자신의 진화에 발맞춰 팀 역시 그에 걸맞은 진전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통산 네 번째 정규 작업인 이번 앨범은 Hymn Binding (2017)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FTMOTS의 음..
Enrico Coniglio - Alpine Variations (Dronarivm, 2021) 이탈리아 작곡가 Enrico Coniglio의 앨범. 엔리코는 기타리스트로도 유명하며 필드 리코딩과 사운드 아티스트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때문에 그의 작업은 각각의 고유한 개별적 특징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자연과 환경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은 공통으로 드러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의 표지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알프스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엔리코의 작업과 연관성이 드러난다. 이번 앨범은 고산의 품위와 차가운 자태를 염두에 두기라도 하듯 바람을 연상하게 하는 섬세한 패드와 드론을 비롯해 필드 리코딩과 주변적인 효과, 그리고 피아노와 기타 등과 같은 연주 악기를 이용한 음악적 조합을 선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작업에서 다분히 서사적 내러티브를 떠올리게 하는 진행을..
The Black Dog - Music For Photographers (Dust Science, 2021) 영국 전자음악 그룹 The Black Dog의 앨범. 1980년대 말 Ken Downie, Ed Handley, Andy Turner의 조합으로 결성되어 테크노를 "하우스 리스닝"의 미학으로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살아 있는 화석과도 같은 그룹이다. 1990년대 중반 에드와 앤디는 최근까지도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듀오 Plaid 프로젝트를 위해 팀을 떠났고, 켄은 긴 공백과 골절 끝에 2000년대 초 Dust Science 레이블의 오너인 Richard and Martin Dust와 새롭게 현 TBD의 진용을 갖추게 된다. '사진가를 위한 음악'이라는 앨범 제목은 사진을 취미로 하거나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만한 타이틀임은 분명하다. 실제 앨범의 커버 아트는 마틴의 작품들로, 그는 자신의 사진..
Vanessa Amara - That Kind Of Faint Hope / Excerpts, Outtakes & Radio Edits (Posh Isolation, 2021) 덴마크 뮤지션 Birk Gjerlufsen과 Sebastián Santillana의 듀오 프로젝트 Vanessa Amara의 앨범. 2013년 3인조로 결성되었고 이후 듀오로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VA의 가장 큰 음악적 특징은 흔히들 일렉트로닉을 이용해 만드는 드론이나 루프 백 같은 효과를 아날로그 장치들을 이용해 연출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실제로 가상 악기나 신서사이저 대신 피아노, 첼로, 오르간, 기타 등과 같은 연주 악기를 이용해 테이프 머신, 마이크, 스피커 등을 배열한 복잡한 렌더링을 거쳐 사운드를 굴절시켜 현실과 가상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확장한다. 이와 같은 방식의 작업을 단지 스튜디오라는 통제된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라이브와 같은 개방된 환경에서 재현하고 있어 실험적인 창의..
Ill Considered - Liminal Space (New Soil, 2021) 영국 재즈 임프로바이징 그룹 Ill Considered의 앨범. 2010년대 중반 쿼텟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이후 소소한 구성원의 변화를 거치면서 최근 트리오 포맷으로 재편을 이루게 된다. 이번 앨범에는 색소폰/클라리넷 Idris Rahman과 드럼 Emre Ramazanoglu 등 원년 멤버를 포함 최근 새로 합류한 베이스 Liran Donin이 핵심 라인-업을 이루며 플루트 Tamar Osborn, 튜바 Theon Cross, 색소폰 Kaidi Akinnibi 등 10명 가까운 슈퍼 세션들이 게스트 형식으로 다수의 트랙에 참여한다. 이와 같은 그룹 진용의 변화는 IC의 음악에도 일정 부분 미묘한 변화를 암시하는 듯하다. 트리오 포맷을 기본 형식으로 게스트의 참여를 개방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편곡 양..
Portico Quartet - Monument (Gondwana, 2021) 두 명의 영국 뮤지션 Duncan Bellamy와 Jack Wyllie로 이루어진 그룹 Portico Quartet의 앨범. 대단히 창의적이면서도 풍부한 창작 의지를 지닌 그룹이지만 6개월 간격으로 신보를 선보인 것은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이번 앨범은 지난 5월 Terrain (2021)을 선보인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발매가 예고되기도 했고 2-3달 전에 이미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최종 마스터링 원본도 미리 접할 수 있었는데, PQ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두 작업은 동일한 시기에 같이 제작이 이루어진 것들로 이번 릴리즈가 나머지 반을 채우고 완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5월 발매분과 이번 11월 릴리즈는 동일한 지반 위에서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연주로 담고자 했던 음악적인 내용이나 이를 통해 표현..
Jonny Greenwood - Spencer (Mercury KX, 2021) Radiohead 출신 영국 뮤지션 Jonny Greenwood의 OST 앨범. 이번 OST는 최근 북미에서 개봉한 칠레 Pablo Larraín 감독의 장편 Spencer (2021)의 스코어를 수록하고 있다. 은밀한 왕가의 사생활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20세기 최대의 가십으로 손꼽히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스캔들은 결별과 불행한 사고 이후에도 끝없는 세간의 관심을 이어오고 있다. 작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The Crown Season 4 (2020)에서는 해당 사건을 직접 다루면서 다시 한번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문제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비극을 가공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즐길 거리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북미 개봉 이후 이번 영화와 관련된 평가에서도 이러한 비판은 ..
Olivia Belli - Sol Novo (XXIM, 2021)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Olivia Belli의 앨범. 올해 초부터 거의 매달 새로운 싱글을 선보이며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던 올리비아의 레이블 데뷔 앨범으로 그동안 단편으로만 전해졌던 연주들을 포함 총 16개의 트랙을 담고 있다. 현대 고전은 물론 기존 클래식에 대한 해석과 새로운 접근을 통해 연주 실력 외에도 창의적 표현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으며, 자신의 오리지널을 통한 풍부한 정서적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메이저를 통한 첫 앨범의 발매에 맞춰 올리비아는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표현을 담아내기 위해 집중한 흔적이 역력하다. 고전 영화 속 대사로도 유명한 '새로운 태양'을 타이틀로 달고 있어 '새로운 날'에 대한 희망적인 염원을 담고 있는데, 이와 같은 메시지는 올리비아 자신의 일상에 대한 관..
Eydís Evensen - Bylur Reworks (XXIM, 2021)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Eydís Evensen의 앨범. 이번 작업은 올해 초에 발매된 에이디스의 데뷔 앨범 Bylur (2021)의 수록곡 중 일부를 여러 뮤지션들이 리믹스하고 재구성한 트랙들을 수록하고 있다. Janus Rasmussen, Ed Carlsen, Uèle Lamore, Paddy Mulcahy, Slow Meadow, Thylacine 등 이름만 들어도 오늘날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와 분야의 작곡가 및 프로듀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에이디스 또한 이 과정에 참여해 자신의 원곡을 새롭게 리믹스 한 곡을 선보이고 있어 앨범에는 총 7개의 트랙이 실려 있다. 원곡 앨범의 경우 피아노를 위한 작곡을 중심으로 현악과 관악을 비롯해 일렉트로닉을 중첩하여 고립, 불안, 방황 ..
Poppy Ackroyd - Pause (One Little Independent, 2021) 영국 연주자 겸 작곡가 Poppy Ackroyd의 앨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피아니스트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여러 녹음과 무대에서의 활동과 더불어 포피는 자신의 개인 작업을 통해 작곡가로서의 재능 또한 드러낸다. 녹음의 거의 전 과정을 솔로로 진행하는 대신 멀티 트랙 녹음을 이용해 피아노를 비롯한 현악의 레이어링을 구성한 앙상블을 들려줬는데, 묘사와 서술에서의 디테일은 물론 정서적으로 내면화된 음악적 표현은 그녀가 일상과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포피의 통산 네 번째 정규 앨범인 이번 녹음은 레이어링을 배제하고 오직 피아노 한 대에만 의존해 음악적 표현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이전 작업인 Sketches (2017)와 닮았다..
Raffaele Grimaldi - Icon Song/s (Believe, 2021)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Raffaele Grimaldi의 앨범. 2000년대 중후반 유럽의 여러 콩쿠르는 물론 작곡 경연에서도 수상하며 데뷔 초부터 확실한 존재감을 확인시켜준 뮤지션이다. 독주자로 유명 오케스트라나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펼치는 동시에 작곡은 물론 제작자와 지휘자로도 활동하면서 그의 작품은 여러 다양한 앙상블을 통해 연주되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라파엘은 연주자로서의 개인 작업도 꾸준히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동안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마치 개인의 음악적 표현을 연주를 통해 정교하게 표출하기 위한 많은 고민의 흔적들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의 표현은 단순히 고전적인 양식에만 머물지 않고 흔히 말하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다양한 경향성을 수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실험적인 ..
Nick Sanders - Phantoms of Memory (Sunnyside, 2021) 미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Nick Sanders의 앨범. 지금까지는 주로 트리오를 통해 많은 음악을 선보였던 닉이 이번에는 피아노 솔로 녹음을 들려주고 있다. 솔로라는 형식 자체도 흥미롭지만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앨범에서 재즈보다는 클래식에 근접한 음악적 양식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그의 기존 연주에서 이와 같은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고, 색소폰 연주자 Logan Strosahl와의 듀엣 Janus (2016)에서는 폭넓은 음악적 공간 속에서 고전적인 영향력을 받아들인 진행을 선보인 경험이 있어 그리 생소한 표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번 앨범 또한 본격적인 클래식 혹은 현대 고전의 작업으로 해석되기에는 재즈 고유의 관습적 표현들이 많이 묻어 있지만, 근본적인 표현에서는 확실히 고전적인..
Marco Beltrami, Ceiri Torjussen, Buck Sanders - The Shadow in My Eye (Miso Film, 2021) Ole Bornedal 감독이 연출한 영화 The Shadow in My Eye (2021)의 OST. 지금까지 주로 스릴러물을 제작했던 덴마크 감독이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연출한 점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Marco Beltrami와 Buck Sanders 콤비를 비롯해 Ceiri Torjussen 등과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전문 작곡가들이 OST에 참여한 점이 눈길을 끈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종전을 불과 한 달 정도 앞둔 1945년 3월 21일, 연합군의 영국 공군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게슈타포 본부를 폭격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한 학교를 목표로 삼아 120여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 그중 86명이 어린이인 것으로 밝혀진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작품은 1차 ..
Ricardo Donoso - Progress Trap (Denovali, 2021) 미국에서 활동 중인 브라질 출신 전자음악가 Ricardo Donoso의 앨범. 히카르두 음악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신서사이저나 시퀀서로 연출된 공간에 유연한 비트를 활용해 강한 생동감을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정형화된 일련의 패턴에 따라 조직된 것이 아니라 마치 리얼 퍼커션을 현장에서 즉흥적 모티브에 의존해 연주하는 듯한 생생한 비트는 곡의 진행에 따라 능동적인 개입과 구성을 이루는데, 타악기 연주자로서의 그의 경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는 신서사이저나 스텝 시퀀싱에 의해 연출된 다양한 사운드와 구성적인 합을 이루며 히카르두 특유의 고유한 표현을 완성한다. 특히 이번 앨범의 경우 전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일관된 분위기는 물론 사운드 자체가 보여주는 공간적인 밀도에 있어 완성형이라고 해도 무방..
Hammock - Elsewhere (Hammock Music, 2021) Marc Byrd와 Andrew Thompson이 결성한 미국 프로젝트 듀오 Hammock의 신보. 2004년 이후 지금까지 해먹은 포스트-록,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모던 클래시컬을 포괄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완성한다. 하지만 장르 혼합적인 이들의 음악적 범주는 넓은 폭을 지향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언어와 표현을 집적한 유니크 함을 특징으로 하며 음악적 깊이를 더해가는 방향을 향한다. 본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마치 혼란스러운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발길이 덜 한 길을 위한 작업으로, 자기 성찰과 사색을 위한 음악적인 문제 제기인 동시에 상처로부터 위안을 제공하는 휴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해먹이 걸어온 음악의 궤적을 살펴보면 늘 우리의 일상과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