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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d Willis - Mother Of: Piano Reworks (Mesh, 2021) 미국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Reid Willis의 미니 앨범. 레이드는 복합적인 질감의 사운드를 조합해 웅장한 비주얼을 연상하게 하는 시네마틱 한 분위기의 음악을 주로 선보인다. 다분히 무겁고 때로는 어두운 느낌도 들지만 감각적인 전개와 과감한 사운드 큐레이팅으로 극적인 내러티브를 완성하여 나름의 고유한 매력을 어필한다. 특히 그는 어린 시절 고전적인 클래식 훈련과 대학 때의 전문 교육을 바탕으로 작곡에서 뛰어난 음악적 구성력을 보여주는데, 이는 그의 음악 전반에 걸쳐 깔린 우울함을 자극하는 미묘한 화음과 질풍노도와도 같이 거칠게 내딛는 진행을 예술적으로 완성하는 바탕을 이룬다. 이와 같은 레이드의 음악적 특징이 집약된 가장 최근의 예가 Mother Of (2020)로 복잡하게 얽힌 리듬 패턴과 다양하게..
Snorri Hallgrímsson - Landbrot I (Moderna, 2020) & Landbrot II (Moderna, 2021) 아이슬란드 작곡가, 프로듀서 겸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Snorri Hallgrímsson의 미니 앨범 두 장. 개인적으로 OTT 서비스를 이용해 외국 드라마를 종종 관람하곤 하는데, 그러다 인상적인 배경 음악이 나오면 해당 작곡가를 검색해서 그의 음악을 찾아 들을 때가 있다. 스노리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작곡가로 형사사건을 다룬 Broadchurch (2015-2017) 시리즈에서 사건 중심의 서술 대신 극 중 인간 심리 내면의 감정에 천착하는 그의 음악은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스노리스는 영상 음악을 전공하고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시에, 같은 아이슬란드 출신인 Ólafur Arnalds와 오랜 기간 협업 진행하며 여러 편의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노리는 클래식을..
Olivia Block - Innocent Passage in the Territorial Sea (Room40, 2021) 미국 미디어 아티스트 겸 작곡가 Olivia Block의 앨범. 올리비아는 음악 외에도 설치 전시와 사진 등의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도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음악은 현대 예술의 일부로 기능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은데, 1990년대 말부터 이어진 음악 활동 또한 다양한 실험적 구성들로 가득하다. 때로는 사운드를 통해 일상을 조직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반대로 주변의 소리들과 합성된 음향을 이용해 음악적 형식을 완성하는 등 남다른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그녀의 난해하고 급진적인 표현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인식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올리비아의 작업을 꾸준히 살펴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녀가 소리를 조직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는 무척 명료하지만, 어쩌면..
Jessica Moss - Phosphenes (Constellation, 2021) 캐나다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Jessica Moss의 앨범. 제시카는 독주 악기 연주자로 클래식은 물론 포스트-록, 민속 음악을 비롯해 실험적인 작업에도 다수 참여하며 비교적 다양한 범주의 음악적 스타일을 소화한다. 그녀의 개인 작업 또한 이와 같은 다양성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각각의 앨범마다 고유한 음악적 표현을 담아내기도 하는데 Pools Of Light (2017)에서는 클라즈마를 바탕으로 실험적인 해체를 선보이는가 하면 Entanglement (2018)의 경우 일렉트로닉과 관현악의 공간 속에서 솔로이스트의 기량을 개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 선보였던 다양한 표현을 일정 부분 정리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양식을 완성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눈에 띈다. 특히..
William Ryan Fritch - Built Upon a Fearful Void (Lost Tribe Sound, 2021) 미국 작곡가 William Ryan Fritch의 앨범. 2008년 데뷔 이후 매년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온 덕분에 지금까지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뮤지션이기에 그의 음악을 단순하게 요약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 매체에서도 윌리엄은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동시에 꾸준히 개인 작업을 선보이는 왕성한 창작 의지를 드러내는 작곡가 겸 연주자임은 분명하다. 클래식과 포크 등에 기반을 둔 다면적인 음악적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얽힌 선율들로 조합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쿠스틱 악기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무척 미묘한 음악적 질감을 완성한다. 다분히 실험적인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사운드의 텍스쳐는 음악의 복합적 구성으로 인해 정서적 질감처럼 전달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번 작업 역시 ..
Høbama - II (AMP, 2021) 네덜란드 트럼펫/플루겔호른 연주자 Claus Højensgård, 이탈리아 드러머 Nelide Bandello와 키보드 Emanuele Maniscalco가 주축이 된 Høbama의 앨범. 트리오는 클라우스가 2년 동안 이탈리아에 머물던 중 2016년에 결성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현재의 팀 이름은 이들의 첫 공동 타이틀 앨범 제목을 각 멤버들의 성에서 첫 알파벳 두 자씩을 조합해 Høbama (2018)라고 발표한 것에서 유래한다. 클라우스는 전통적인 재즈를 비롯해 프리와 아방가르드를 넘나드는 폭넓은 표현을 선보이는 동시에 일렉트로닉을 접목한 실험적인 작업도 선보였고, 넬리드 또한 록, 펑크, 팝, 포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면서도 독자적인 작곡과 즉흥에 바탕을 둔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Stavros Lantsias Trio - Live at St. Paul’s Anglican Church, Athens (Argo, 2021) 키프로스 피아니스트 Stavros Lantsias의 트리오 라이브 앨범. 세션이나 작곡 및 편곡에서 스타브로스의 이름을 들을 기회는 많았지만 정작 그의 개인 작업과 관련해서는 소수의 녹음과 몇 편의 OST가 전부다. 이번 앨범은 2017년 초, 아테네 성 바오로 성공회 유적지에서 있었던 공연을 수록하고 있는데, 해당 라이브에서 스타브로스는 피아노 외에 멜로디카와 카리용의 일종인 글로켄슈필 등 소형 악기도 함께 연주하고 있으며, 그리스 출신 Andreas Polyzogopoulos는 트럼펫과 플루겔호른, Yiorgos Kaloudis는 첼로와 더불어 그리스 전통 현악기 크레타 리라를 비롯해 다양한 퍼커션을 활용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트리오라는 범위를 넘어선 다채롭고 풍부한 사운드의 조합을 들려주고 있다. ..
Rembrandt Frerichs Trio - A Wind Invisible Sweeps Us Through the World (Jist Listen, 2021) 네덜란드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Rembrandt Frerichs의 트리오 앨범. 렘브란트의 음악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테마를 다루면서도 이를 하나의 표현으로 통합하려는 대신 각각의 곡들이 지닌 개별적 특징과 의미가 부각될 수 있도록 자신의 언어를 보편화하는 시도를 보이는 듯하다. 그의 음악은 재즈의 임프로바이징을 주요한 표현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 테마나 특성에서는 클래식은 물론 제3세계의 민속적 특징들을 담아내는 복합적인 수용성을 지닌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로 이란의 전통 현악 연주자인 Kayhan Kalhor와 RFT가 함께 녹음한 It’s Still Autumn ‎(2019)를 들 수 있는데, 트리오는 중동의 민속적인 테마와 모티브를 어떤 방식으로 대면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음악적..
Tom Hamilton Jr. & Holly Bowling's Lacuna - Lacuna (Royal Potato Family, 2021) 미국 기타리스트 Tom Hamilton Jr.와 피아니스트 Holly Bowling의 듀오 프로젝트 Lacuna의 앨범. 2016년 톰이 몸담고 있던 American Babies의 객원 키보드 연주자로 홀리를 섭외하면서 이 둘은 처음 만났고, 이후 2019년 Ghost Light 밴드를 결성하며 함께 활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록을 바탕으로 했던 밴드의 활동은 감염병 사태로 인해 멈추게 되었고, 첫 아이를 임신한 홀리는 남편과 함께 대륙을 횡단해 가족을 보고 오는 길에 톰이 거주하던 스튜디오에 방문해 이번 앨범을 녹음했다고 한다. 이들은 어떤 음악적 합의나 오버 더빙 없이 원-테이크로 연주를 이어가며 46분에 달하는 녹음을 완성한다. 이후 녹음을 8개의 트랙으로 나누고 각각에 타이틀을 붙여 완성한 것..
Resina - Speechless (FatCat, 2021) Resina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폴란드 첼리스트 겸 작곡가 Karolina Rec의 앨범. 레지나는 실험적인 양식의 음악을 선보이면서 그 안에 엄밀한 작곡의 의도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어 현세대의 여러 창의적인 첼리스트들의 작업을 떠올리게 할 만큼 강한 매력을 지닌다. 그녀의 데뷔작 Resina (2016)에서는 첼로가 지닌 기악적 표현에 의지해 자연 사물들의 미세한 움직임과 동요를 숨 막히게 묘사하면서도 복합적인 라인의 비정형적인 유기성을 음악적으로 완성하는 인상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이후 그녀는 Traces (2018)에서는 멜로디에 바탕을 두면서도 체계화된 편곡을 통해 관철되는 연주에서의 엄밀한 규범적 양식을 선보이며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선보이게 된다. 이후 Vampire Th..
Maybeshewill - No Feeling Is Final (The Robot Needs Home Collective, 2021) 영국 포스트-록 그룹 Maybeshewill의 앨범. MBSW은 2006년 결성되어 인상적인 멜로디와 다양한 기악적 특성을 반영한 극적 구성을 통해 확고한 음악적 입지를 다졌던 그룹이다. Fair Youth (2014) 앨범 이후 잠정적인 해체 수순을 밟는가 싶었는데, 2018년 Meltdown Festival의 요청으로 잠시 재결성을 이루어 컴백에 대한 여지를 남겼으나 그 이후에도 멤버들은 각자의 활동을 이어갈 뿐 희망적인 소식은 요원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던 작년 중에 라이브 컴백 소식이 들리는가 싶더니 감염병 사태로 인해 이 또한 무산되었는데, 올해 초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개별 멤버들의 모습을 공개하며 마침내 7년 만에 재결성 앨범 소식을 전하게 된다. 이번 앨범은 베이스 ..
Anton Batagov - Quietude and Joy: As Envisioned by Russian Painters (FancyMusic, 2021) 러시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Anton Batagov의 앨범. 안톤은 차이콥스키 국제 경연 수상자이면서 바흐에서 글라스에 이르는 폭넓은 연주 레퍼토리를 보유한 피아니스트다. 그가 선보인 바흐의 푸가는 굴드 이후 최고의 연주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을 비롯해 20세기 여러 현대 음악 작곡가에 대한 탁월한 해석으로 평단의 찬사를 끌어내기도 했다. 1990년대 말 이후 안톤은 10년 이상 공연 활동을 중단하고 오직 작곡과 스튜디오 녹음에 몰두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원곡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올 한 해만 하더라도 자신의 초기 작곡을 재해석한 Early Piano Works Revisited (2021), 푸시킨과 하름스 등 러시아 시인들을 모티브로 하는 Optical Illusion (2021) 등을 발표하며 작..
James Beckwith - SE10 (Bridge The Gap, 2021) 영국 키보드 연주자 겸 작곡가 James Beckwith의 앨범. 신서사이저, 보코더, 샘플링 등을 재즈에 활용하는 예는 이제 자주 볼 수 있는 작업 방식이라 그 자체만으로는 신선하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뭔가 어색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활용을 보이는 재즈의 예시에서 사운드나 효과 그 자체가 주는 강한 힘에 의지에 전체적인 음악적 분위기를 압도하는 방식이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라면, 제임스는 조금은 다른 접근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음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연주 그 자체에 있으며 이를 구성하는 다양한 기악적 요소의 하나로 일렉트로닉과 그 효과를 적극 활용한다. 때문에 그 접근은 마치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연주에서 전자 악기를 활용하는 방식과 닮았다는 인상을 주며, 재즈라는 장르 내에..
Bernt Moen Trio - The Storm (Losen, 2021) 노르웨이 재즈 피아니스트 Bernt Moen의 트리오 앨범. 베른트는 여러 앨범에서의 세션과 그룹 활동은 물론 개인 녹음을 통해 인상적인 다수의 작업을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그는 트리오 포맷에 남다른 음악적 애정을 보여준다. 최근 10년 사이만 하더라도 그는 다양한 팀 이름으로 7편의 트리오 녹음을 선보이는 한편 각각의 앨범마다 라인-업의 구성을 조금씩 바꿔가며 미묘하게 조금씩 다른 듯한 공간의 균형과 긴장을 들려준다. 이번 앨범에서는 베른트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던 베이스 Fredrik Sahlander와 함께 새롭게 조합으로 합류한 드럼 Jan Inge Nilsen이 참여한다. 이번 녹음에서도 냉랭한 듯한 서정을 담은 베른트 특유의 테마와 멜로디가 큰 힘을 발휘한다. 고전주의적인 음악 양식을 연..
Trigg & Gusset - Black Ocean (Preserved Sound, 2021) 네덜란드 색소폰 연주자 Erik Van Geer과 피아노/키보드 Bart Knol가 주축이 된 Trigg & Gusset의 앨범. 2010년대 초에 결성된 T&G는 두 뮤지션의 음악적 협업을 위한 프로젝트 그룹이기도 하며 동시에 여러 연주자들을 초대해 함께 작업을 완성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유연한 작업 공간을 통해 선보이는 이들의 음악은 의외로 느린 비트의 진행에 비교적 단출하면서도 정교한 라인 구성으로 이루어진 프레이즈를 여유롭게 이어가는 방식의 연주를 들려주는데, 여기에 일렉트로닉에 기반을 둔 암울한 톤의 앰비언스를 더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흔히들 다크 재즈 혹은 앰비언트 재즈라고 통칭하는 용어로 이들의 음악적 특징을 요약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유형의 연주를 들려주는 여러 그룹..
Idlefon - Coldstream (n5MD, 2021) Idlef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이란 프로듀서 겸 DJ인 Hesam Ohadi의 앨범. 최근 n5MD에서는 자사의 실험적인 일렉트로닉이나 앰비언트 계열의 장르적 경향성에 부합하는 숨은 뮤지션들의 작업을 소개하는데 나름의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헤삼 또한 그 취지에 잘 맞는 예가 아닐까 싶다. 전자 음악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우리에게는 생소한 테헤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2000년대부터 록을 비롯해 일렉트로닉에 이르는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그의 솔로 프로젝트인 아이들폰은 IDM, 글리치, 앰비언트 등의 음악적 양식과 유형을 수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힌다. 지역적인 선입견이 워낙 강하게 작용하는 국가의 출신이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