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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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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i Rissanen - Hyperreal (Edition, 2023) 핀란드 피아노/키보드 연주자 겸 작곡가 Aki Rissanen의 새로운 트리오 프로젝트 Hyperreal의 앨범. 아키의 음악에 매번 주목하게 되는 것은, 재즈가 지닌 언어와 그 표현의 확장성을 그보다 더 극적으로 활용하는 뮤지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양식의 피아노 트리오 작업에서도 오소독스한 접근에서부터 아방가르드에 이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니며, 공간의 자율성과 집합적 합의를 아우르는 유연함으로 연출하는 다이내믹 속에 노르딕 특유의 감성까지 더한 독특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솔로 작업에서는, 단순히 주변 여러 장르와의 다양한 연관과 경계의 확장을 다루는 것을 넘어,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접근을 통해 그 표현을 구체화하는 치밀함을 포함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트럼펫 Verneri Po..
Eyolf Dale - The Wayfarers (Edition, 2023) 노르웨이 재즈 피아니스트 Eyolf Dale의 트리오 앨범. 에욜프는 2000년대 중반, 학부와 대학원에서 재즈 공연 및 즉흥 연주 관련한 전문 교육을 받았고, 졸업과 거의 동시에 André Roligheten과 연이어 협업 작업을 선보였으며, 솔로 연주를 수록한 Hotel Interludes (2011)와 Hometown Interludes (2013) 연작을 통해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이후 Edition과의 계약은 그의 대중적 인지도를 더욱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레이블을 통해 선보인 일련의 작업은 에욜프의 음악적 성장과 탐험이 거장의 길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전작 Being (2021)과 마찬가지로, 베이스 Per Zanussi와 드럼 Audu..
Fergus McCreadie - Forest Floor (Edition, 2022) 스코틀랜드 재즈 피아니스트 Fergus McCreadie의 트리오 앨범. 통산 세 번째 트리오 녹음인 이번 앨범에서도 기전 멤버들인 베이스 David Bowden와 드럼 Stephen Henderson이 함께하고 있다. 전작 Cairn (2021)이 보여준 놀라운 성과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번 녹음에서도 민속적 요소와 재즈를 결합한 표현은 물론, 이를 트리오의 밀도 있는 공간에서 완성한 응집력 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전작과 관련해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앨범의 타이틀이 지닌 표제적 성격으로, 확실히 그 제목에 따라 녹음을 통해 담고자 하는 음악적인 분위기와 내용이 미묘한 차별을 이룬다는 점은 흥미롭다. 상대적인 비교이긴 하지만, 전작이 ‘표지석’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지닌..
Mário Laginha - Jangada (Edition, 2022) 포르투갈 재즈 피아니스트 Mário Laginha의 앨범. 마리우는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이지만 미국과 꾸준한 교류를 통해 현대적인 본토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이를 유러피언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활기로 재구성하는 작업에 많은 열정을 기울이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이와 같은 자신의 기본적인 음악적 틀을 중심으로 민속과 클래식 등 주변 장르의 요소들을 내면화하는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 해당 분야의 연주자들과 활발한 공동 작업을 통해 표현을 확장하는 끊임없는 시도를 지속하기도 한다. 이번 녹음의 경우 베이스 Bernardo Moreira와 드럼 Alexandre Frazão가 참여하고 있는데, 마리우의 지난 경력에 비춰본다면 기본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포맷으로 ..
Slowly Rolling Camera - Where the Streets Lead (Edition, 2021) 영국 재즈 그룹 Slowly Rolling Camera의 앨범. SRC는 Juniper (2018)를 계기로 보컬이 빠지고 피아노/키보드 Dave Stapleton, 드럼 Elliot Bennett, 신서사이저 Deri Roberts 등의 트리오로 편성을 바꾸면서 자신들의 통합적인 음악적 언어를 굳건히 하면서, 동시에 확장적인 사운드의 근간을 마련하게 된다. 트립-합, 소울, 일렉트로닉을 근간으로 하는 장르적 다면성을 지닌 사운드 스케이프에 재즈적인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개방하면서 SRC만의 독특한 음악을 완성했고, 나아가 이를 표현의 확장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함으로써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협연의 가능성 또한 열어두게 된다. 이번 앨범에서는 SRC의 사운드에 8인조 스트링 섹션을 더하고 밴드 제4의 멤버..
Daniel Herskedal - Harbour (Edition, 2021) 노르웨이 튜바 연주자 Daniel Herskedal의 신보. 북유럽 특유의 싸늘한 서정을 저변에 두고 에스닉과 클래식의 화법들을 재즈의 다양한 전통적 표현 속에서 재현하는 그만의 음악적 창의는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도 다니엘의 오랜 동료들인 피아노/첼레스타 Eyolf Dale, 드럼/마림바 Helge Andreas Norbakken과 함께 하고 있어 기존 작업들과의 연관성을 이어가면서도, 더욱더 과감한 접근과 내밀화된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더욱 정교해진 집합적 표현은 물론 풍부해진 사운드의 배합을 통해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진화의 과정에 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넓은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프레이즈에서도 여..
Aki Rissanen - Divided Horizon (Edition, 2021) 핀란드 재즈 피아니스트 Aki Rissanen의 앨범. 지금까지 주로 트리오를 비롯해 동료들과의 협업 공간에서 음악적 창의를 펼쳤다면 이번 앨범은 Sturm (2015)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솔로 녹음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녹음 역시 피아노라는 솔로 공간을 활용한 연주 외에도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음악적 구성은 물론 현악의 질감을 재현하는 독특한 건반 악기인 옴니베르크(Omniwerk)를 선보임으로써 전작에서 보여준 표현의 다양성을 새롭게 드러내고 있다. 라이브적인 요소보다 스튜디오에서 연출할 수 있는 음악적 가능성을 다양하게 선보이는데, 이는 단순히 표현의 영역에 국한된 것이라기보다 아키가 가진 다면적인 장르적 경향성을 자신의 방식에 따라 표출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롭다..
Dave Holland - Another Land (Edition, 2021) 영국 베이시스트 Dave Holland의 앨범. 이번 앨범은 기타 Kevin Eubanks와 드럼 Obed Calvaire이 참여하고 있어, 인적 구성만 보더라도 대충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레이블의 지난 Good Hope (2019)는 물론 그 전후로 거의 매년 발매된 여러 작업들을 보더라도 어느 하나 공통점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적 표현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쯤 되면 이제는 노장께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여생 음악과 즐겁게 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엿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케빈과 오베드의 조합이면 당연히 그루브 가득한 음악을 연상하게 될 텐데,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데이브는 더블베이스는 물론 베이스 기타까지 연주하며 이번 조합을 통해 표현 가능한 거의..
Eyolf Dale - Being (Edition, 2021) 노르웨이 재즈 피아니스트 Eyolf Dale의 앨범. 이번 녹음은 드러머 Audun Kleive, 베이스 연주자 Per Zanussi가 참여한 트리오 포맷으로 진행된다. 에욜프가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 중 하나가 Hayden Powell Trio의 피아니스트로서였는데, 인제야 트리오 앨범을 발표한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지금까지의 대편성 혹은 듀오와는 다른 형식에도 불과하고 에욜프의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선명한 테마와 라인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공간 구성의 치밀함을 통해 음악적 의도를 관철하는 리더로서의 역량 또한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트리오지만 기존의 앙상블에서처럼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리더십으로 미묘함과 섬세함을 끌어내는 과정은 인상적이다. 물론 개방 공간 안..
Fergus McCreadie - Cairn (Edition, 2021) 스코틀랜드 재즈 피아니스트 퍼거스의 두 번째 트리오 앨범. 본인 및 트리오 데뷔작 Turas (2018)와 같이 베이스 David Bowden과 드럼 Stephen Henderson이 함께하고 있다. 데뷔 앨범에서 보여준 재즈와 포크의 관용적 표현의 우아한 융합은 이번 앨범에서 더 안정되고 진화한 양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퍼거스의 피아노 자체가 워낙 거침없고 대담한데 여기에 화려한 상상력이 더해진 오리지널이 더해져 무척 경쾌하고 힘이 넘치는 연주를 완성한다. 사전에 기획된 편곡 의도에 충실한 엄밀함이 지배적이지만 한편에서는 그 자체가 이들의 고유한 음악적 내밀함을 완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재즈 트리오의 전통적인 스텐스에도 불구하고 진행 자체가 극적이고 감각적일 수 있었던 것은 언어가 표출되는 방식..
Ben Wendel - High Heart (Edition, 2020) 연주자로서의 역량도 물론 출중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밴드의 사운드와 진행을 구성하는 리더로서의 재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전반적으로 벤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난 전통적인 어법을 활용한 모던한 표현이 주를 이룬 연주들이다. 여기에 스캇과 허밍을 전담하는 남성 보컬 덕분에 보다 감각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보컬을 포함한 전체적인 사운드와 진행이 워낙 잘 조율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현대적인 미니 오페라를 듣는 듯한 순간도 존재한다. 간혹 PMG가 연상되는 대목도 있다. 그만큼 좋다는 이야기다. 20201206
Alexi Tuomarila Trio - Sphere (Edition, 2019) 핀란드의 재즈 피아니스트 알렉시 투오마릴라 트리오 신보. ATT의 통산 네 번째 앨범이며 전작 Kingdom (2017)을 비롯한 이전 녹음과 마찬가지로 Mats Eilertsen (b)과 Olavi Louhivuori (ds)가 함께하고 있다. 이번 앨범 또한 기존 트리오 작업에서 보여준 음악적 스탠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포스트-밥 이후 최근에 이르는 재즈의 전통적 어법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유러피언 특유의 자율적 공간 개념을 활용해 ATT만의 유니크한 표현을 창조하려는 시도는 이번 앨범에서도 유효하다. 또한 이들에게 기대하는 유연한 역동성도 이번 녹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다. 이러한 동일한 특징 속에서도 이번 작업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과 ..
Slowly Rolling Camera - Juniper (Edition, 2018) 영국의 재즈 그룹 SRC의 신보. 2013년 데뷔 이후 Slowly Rolling Camera (2014)와 All Things (2016)를 포함한 정규 앨범 외에 싱글과 EP 및 비정규 라이브 등을 발표하며 짧은 기간 동안 강한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성공을 거둔다. 이번 앨범은 데뷔 초부터 보컬을 담당했던 Dionne Bennett가 빠지고 Dave Stapleton (key), Deri Roberts (elec), Elliot Bennett (ds) 등 나머지 세 명이 주축이 되어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데뷔 초기부터 여러 게스트를 참여시켜 녹음과 공연을 진행했던 음악 플랫폼의 역할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 명으로 그룹을 재정비한 이후에도 SRC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음악적 분위기..
Dinosaur - Wonder Trail (Edition, 2018) 영국의 재즈-록 그룹 다이너소어의 신보. Together, As One (2016)을 통해 보여줬던 이들의 성공적인 데뷔 이후 2년 만에 발매되는 두 번째 스튜디오 녹음이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Laura Jurd (th, synth), Elliot Galvin (synth), Conor Chaplin (b), Corrie Dick (ds) 등이 참여하고 있다. 쿼텟에 참여하고 있는 개별 멤버들의 면모도 놀랍지만, 다이너소어라는 그룹으로 이들이 만들어낸 음악적 합의를 생각하면 흔히들 말하는 슈퍼세션이라는 찬사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데뷔 앨범에서 보여준 음악적 창의는 이와 같은 편성에서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즈의 레토릭을 제시하..
Tim Garland - Weather Walker (Edition, 2018) 영국의 색소폰 연주자 겸 작곡가 팀 갈란드의 신보. 지금까지 재즈의 영역에서 클래식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다룬 작업은 많은 예를 들 수 있는데, 그 방식에서는 특별히 정형화된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쉽게 느끼게 된다. 우선은 오케스트라의 규모와 형식의 구성에 관한 방법부터 협주의 공간에서 개별 역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에 이르기까지, 공동 작업을 기획하는 뮤지션의 의지 혹은 역량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갈란드는 대규모 편성의 앙상블과 재즈의 표현을 어떻게 하나의 공간 속에서 구현하고 현실화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자기 입장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성과와 경험을 축적한 뮤지션 중 한 명으로 손꼽아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이번 앨범은 35인조 현악으로 구성..
Roller Trio - New Devices (Edition, 2018) James Mainwairing (ts, elec), Chris Sharkey (g, b), Luke Reddin-Williams (ds) 등으로 이루어진 영국의 재즈-록 그룹 롤러 트리오의 신보. 이번 앨범은 Roller Trio (2012)와 Fracture (2014)에 이은 세 번째 스튜디오 녹음이며 기존 기타리스트 Luke Wynter 대신 새로운 멤버로 재정비한 이후 발표한 첫 작업이기도 하다. 4년 만에 발표된 이번 앨범은 구성원의 변화만큼이나 사운드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이 두드러진다. 예전의 두 앨범에서는 트리오라는 정합적인 공간 구성 내에서의 집단적 창의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다이내믹한 결집이 특징적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와 같은 롤러 트리오의 기본적인 특징이 기존과는 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