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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œhn Trio - Magnésie (Mad Chaman, 2017) 프랑스 출신의 Christophe Waldner (p, comp), Cyril Billot (b), Kevin Borqué (ds) 등으로 구성된 풴 트리오의 데뷔 앨범. 우리에게는 낯선 그룹이지만 유럽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수 많은 무대 경험을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한 신예 트리오로 소개되고 있다. 알프스의 북쪽에서 내려오는 고온 건조한 바람을 뜻하는 풴에서 유래한 트리오의 이름은 자신들이 들려주고 있는 음악과 무척 닮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스타일 면에서는 온기 가득하고 때로는 열정적이지만 그 표현 방법은 명료하고 정갈하다. 매우 복잡한 패턴의 리듬을 활용하고 있지만 피아노가 만드는 라인은 꾸밈이 없고 스트레이트한 편이라 이러한 대비 만으로도 극적인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콘트라스..
Luca D'Alberto - Endless (7K!, 2017)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겸 연주가 루카 디 알베르토의 첫 정규 앨범. 이 앨범은 알베르토가 작년 말부터 싱글로 발표했던 다섯 곡을 포함 총 9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으며 심지어 뮤지션의 홈페이지에도 의미 있는 프로필을 얻을 수 없다. 다만 30년 역사의 독일 !7K 레이블에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뮤지션들을 지원하기 위해 새롭게 서브 브랜드 7K!을 설립한 이유가 알베르토의 음악을 발매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 그리고 첫 발매작이 알베르토의 싱글들과 앨범이었다는 점에서 뮤지션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모던 클래시컬 계열 뮤지션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은 작가의 음악적 상상력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수 많은 시간과 정성을 융해시킨 끝에..
Roger Waters - Is This the Life We Really Want? (Columbia, 2017) 마침내 풀 타임 앨범으로 공개된 로저 워터스의 네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 오페라 사운드트랙 Ça Ira (2005)를 제외하면 Amused to Death (1992) 이후 25년만에 발매된 록 음반이다. Pink Floyd의 해체와 각 멤버들의 솔로 활동, 2005년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의 재결성 공연, 뒤 이은 Syd Barrett과 Richard Wright의 타계 등. 핑크 플로이드의 미래에 대해 묻는 질문에 David Gilmour는 '우리 나이가 이미 60을 넘겼다'는 말을 남기고 자신들의 과거 그룹 활동을 정리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던 중에 The Endless River (2014)를 발표한다. 이 순간에도 워터스는 과거 자신의 음악과 관련한 침묵을 계속 이어갔다. 오랜 침묵 끝에 워터스는 ..
Black Hill & Cousin Silas - Roaming In Teesdale (self-released, 2017) 쿠쟁 실라스와 블랙 힐의 두 번째 컬래버레이션 앨범. 쿠쟁 실라스는 영국 출신 소설가이자 전자 음악가 David Hughes의 무대 활동명이며 블랙 힐은 헝가리 출신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István Csarnogurszky의 솔로 프로젝트 이름이다. 쿠쟁 실라스는 2000년대 초부터 자신의 SF소설을 모티브로한 음악활동을 이어왔다면 블랙 힐은 2~3년 전부터 주로 다른 뮤지션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작업들을 통해 주목을 끌기 시작한다. 그 중 대표적인 앨범이 Bridges of the South (2015)로 쿠뱅 실라스와 블랙 힐의 첫 번째 협업작이다. 전작의 경우 한 곡을 제외하면 협연이 아닌 각각의 트랙을 서로 나누어 각자의 연주를 담고 있는 협업 앨범으로 이번 신보 역시 그 성격을 같이 한다. 일렉트..
Jamie Saft, Steve Swallow, Bobby Previte - Loneliness Road (RareNoise, 2017) 키보드 연주자 제이미 사프트, 베이스 주자 스티브 스왈로우, 드러머 바비 프리바이트 트리오의 두 번째 앨범. 이번 신보에는 특별히 보컬리스트 Iggy Pop이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사프트와 프리바이트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Beta Popes나 Swami LatePlate와 같은 그룹 활동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 Beta Popes 트리오의 경우 메탈에 기반한 프리 임프로바이징을 선보였고, Swami LatePlate 듀엣은 둠 재즈 스타일의 독특한 음악으로 주목을 끌었다. 때문에 이들 둘이 스왈로우와 함께 트리오를 결성했을 때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들고 나올지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이들의 첫 앨범 The New Standard (2014)는 트리오라는 고전적인 포멧으로 재즈의 전통적인..
Xavier Roumagnac Eklectik Band - Sirènes (Gaya, 2017)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자비에르 루마냑 익렉틱 밴드의 첫 정식 앨범. 이 앨범에는 3년 전에 발매된 EP Native (2013)에 수록된 5곡을 포함하는 풀 타임 레코딩으로 발매되었다. 리더인 자비에르는 음악 교사이자 드러머 겸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XREB는 퀸텟을 기본으로 하지만 이번 레코딩을 위해 관악과 타악 파트의 인원을 보충하며 곡에 따라 7-11명의 규모로 녹음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이름으로 사용된 eklectik이라는 단어가 주는 절묘한 느낌은 밴드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우선은 electric이라는 단어와의 유사성이 암시하는 퓨전 재즈 계열의 밴드라는 추론이 가능하며, c 대신 k를 사용해 그 뜻을 강조하려 했던 eclectic 그 자체가 지닌 '절충적'과 '독창적'이라는 ..
Bill Frisell & Thomas Morgan - Small Town (ECM, 2017)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과 베이스 연주자 토마스 모건의 ECM 신보. 이 앨범은 뉴욕 Village Vanguard에서의 듀엣 라이브 중 일부를 수록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전해지며 최근에는 고인이 된 Paul Motian의 마지막 세션으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이번 레코딩은 두 사람이 평소 보여줬던 음악적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익숙함을 가장 큰 미덕으로 하고 있다. 친숙한 톤의 프레이즈와 예측의 범위 내에서 전개되는 진행 등은 이들의 음악에서 기대했던 일상성을 범위로 하고 있다. 대신 이들은 듀엣 라이브라는 조건 속에서 평소 자주 다루었던 레퍼토리들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완성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마치 하나의 텍스트를 두고..
Mario Batkovic - Mario Batkovic (Invada, 2017)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보스니아 출신의 아코디언 연주자 마리오 바트코비치의 솔로 앨범. 바트코비치는 듀오와 트리오와 같은 일련의 프로젝트는 물론 영화 음악 작곡가로 활동 중인 뮤지션으로 전해진다. 보스니아와 아코디언이라는 두 단어가 주는 선입견이 있다면 말끔히 지워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흔히들 민속적 혹은 전통적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기 쉬운 음악적 편견은 바트코비치의 음악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실험적인 현대 음악가들이 피아노의 모든 소리를 해체하여 활용했던 것처럼, 바트코비치는 아코디언 그 자체의 고유의 사운드는 물론 키를 누를 때 발생하는 타건음, 벨로우즈를 움직임이나 에어버튼의 개폐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리까지 적극적으로 음악 속에 담아내고 있다. 바트코비치는 아코디언의 다양한 표현 영역들..
Endless - Lost Lake (Neuklang, 2017) 프랑스 출신 David Haudrechy (ss)와 Grégoire Aguilar (p) 듀엣의 첫 앨범. 사실 이들 두 젊은 뮤지션의 이름은 생소하다. 다비드는 Initiative H라는 빅밴드에서 활동했고 그레그와르는 Jazz Addict Trio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 역시 낯선 이름들이다. 때문에 이 앨범을 들으면서 무의식적으로 Wayne Shorter와 Herbie Hancock의 1 + 1 (1997)을 레퍼런스로 삼아 비교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를 하고 난 후, 이번 레코딩 그 자체를 텍스트 삼아 감상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듣기 시작했다. 형식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20년이라는 시간의 경과와 그 사이에 축적된 음악적 성과가 직접적인 비교 과정에서는 전혀 ..
Vadim Neselovskyi Trio - Get Up and Go (Jazz Family, 2017) 뉴욕에서 활동 중인 우크라이나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바딤 네스롭스카이의 트리오 앨범. 2000년대 중반부터 Gary Burton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작곡과 제작에도 참여했던 그의 경력 만큼이나 개인적으로는 러시아 출신의 Arkady Shilkloper와 녹음한 일련의 앨범들을 통해 선보였던 섬세하고 투명한 연주가 바딤의 이름을 기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범 스라브 계열의 뮤지션들이 들려주는 음악적 스타일이 북유럽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정서적인 면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기란 그리 여럽지 않다. 이와 같은 바딤 정서적인 특징들을 고스란히 표면적으로 더러낸 앨범들이 아카디와의 일련의 듀엣 레코딩이었다면, 이번 트리오 작품은 이를 보편적인 재즈의 언어로 희석시켜 우회적인 방식으로 전달..
Dock In Absolute - Dock In Absolute (CAM Jazz, 2017) Jean-Philippe Koch (p), David Kintziger (b), Michel Meis (ds) 등으로 구성된 신예 재즈 트리오 DIA의 데뷔 앨범. 그룹 이름은 물론 멤버들 조차 낯선 이들이 선보인 레코딩에 대한 의구심이나 호기심이 감탄과 환호로 바뀌는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30여초에 불과하다. 앨범의 첫 트랙 도입부를 듣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 다음 나머지 러닝 타임은 내 의지와 무관한 것이 된다. 트리오의 형식적 규범에 관한 EST의 새로운 제안이 동시대의 뮤지션들을 통해 다양한 음악적 가능성을 개방하는 방식으로 확장됐다면, DIA의 음악 역시 그러한 진화의 한 축 속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이들 트리오에게는 정형화된 형식적 규범이나 역할이 존재..
High Plains - Cinderland (Kranky, 2017) 캐나다의 Scott Morgan과 위스콘신 출신의 첼리스트 Mark Bridges의 듀엣 프로젝트 하이 플레인즈의 데뷔 앨범. 2000년대 초반부터 loscil이라는 일렉트로닉-앰비언트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린 스캇 모건은 이번 앨범을 통해 기존 자신의 음악과 어쿠스틱 연주의 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2014년 Banff Centre for the Arts의 교수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후 부분적인 협업을 이어오던 중 2016년 초 겨울 동안 이번 앨범의 기초가 되는 기본적인 모티브들을 녹음한 것으로 전해진다. 첼로나 피아노와 같은 고전 악기들과 현대 음악 장비들을 활용해 간이 스튜디오 녹음과 필드 레코딩 등을 병행했으며 후반 작업 역시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의 방식으로 음악과 사운드의 디..
Chicuelo y Marco Mezquida - Conexión (Taller de Músics, 2017) 스페인 출신의 기타리스트 치쿠엘로(Juan Gómez 'Chicuelo')와 피아니스트 마르코 메스퀴다의 앨범. 부분적으로 일부 곡에서 Paco De Mode의 퍼커션 조력을 받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기타와 피아노의 듀엣 앨범이다. 치쿠엘로와 피아노의 듀엣이라는 컨셉트를 보고 예전 Maria João Pires와의 협업을 잠시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메스퀴다가 파트너라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예전의 피아노 듀엣과는 다른 내용일 것이라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미 플라멩코 자체가 주변 장르의 음악들과 많은 접점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치쿠엘로의 음악 작업들은 그 표현 양식을 넓히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기도 했다. 피레스와의 협업에서 치쿠엘로는 다소 보수적인 음악적 지반 위에서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양보를 얻어..
Last Days - Seafaring (n5MD, 2017) 영국 출신 앰비언트 뮤지션 Graham Richardson의 프로젝트 그룹 라스트 데이즈의 정규 다섯 번째 앨범. 그레이엄은 첫 풀타임 레코딩이었던 Sea (2006)에서 선보인 '바다'라는 에피그라프를 11년 만에 다시 불러왔다. 하지만 그 동안 그레이엄이 발표했던 앨범들 속에는 바다는 마치 일상처럼 늘 존재했으며 그의 음악이 묘사하는 정서와도 많이 유사하다. 어쩌면 그가 생활하는 일상의 공간이 바다와 가깝고 자신이 감정의 교감을 이루는 주요한 대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촬영한 사진들을 보더라도 바다가 자주 등장한다). 모던 클래시컬이나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 중에는 이와 같이 일상과 맞닿은 테마들이 자주 보인다. 1968년 이후 자연, 환경, 인류, 자유 등과 같은 거대 담론..
Héloïse Lefebvre & Paul Audoynaud - Sun Dew (Laborie Jazz, 2017) 바이올린 연주자 헤로이제 르페브르와 기타리스트 폴 아우도외누아의 데뷔 앨범. 프랑스에서 출생했고 베를린에서 함께 활동 중인 두 젊은 뮤지션의 6인조 투어 밴드의 녹음을 담고 있다.재즈씬에서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차지하는 제한적 역할과 위상 때문에 이 악기를 주로 하는 재즈 뮤지션들 중 주목을 받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손꼽을 만한 몇몇 대표적인 뮤지션들 조차 주로 전통적인 영역에서의 활동에 한정된다. 어쩌면 높은 음역대의 현악기가 재즈의 전통적인 기본 악기들과 음역의 위상차가 큰 탓에 쉽게 하모니를 이루기 어렵고 들뜨는 분위기를 만드는 사정도 존재할 수 있을 듯 싶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제약을 두 가지 방법으로 우회한다. 첫 번째로 첼로를 배치함으로써 현악의 음역을 넓게 만들어 바이올린이 기존의 ..
Søren Bebe Trio - Home (From Out Here Music, 2016) 2016년 말에 발매된 덴마크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쇠렌 베베의 트리오 앨범. 최근에 일련의 발레 음악들을 선보인 것을 예외로 하면 지금까지 쇠렌은 주로 솔로와 트리오 활동에 집중했다. 이 앨범은 트리오 통산 다섯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으로 첫 앨범부터 함께 해온 Anders Mogensen (ds)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오랜 공백 끝에 5년 만에 발매된 전작 Eva (2013)에서는 원년 멤버 Niels Ryde 대신 Marc Johnson이 참여해 관심을 끌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유럽 재즈씬에서 나름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Kasper Tagel (b)이 함께하고 있어 참신한 인재기용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 여기에 북유럽이라는 지리-문화적 특성까지 고려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