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1894)
lazy day #20140619
Penguin Cafe – The Red Book (Penguin Cafe, 2014) Arthur Jeffes와 Emily Young이 주축이 된 그룹 Penguin Cafe의 두 번째 앨범. 첫번째 앨범이 아버지 사이먼 제프스와 PCO의 음악적 업적을 이어가기 위한 아더 제프스의 선언적 출사표였다면 이번 앨범은 계승자로서의 입지를 분명히 하는 계기를 갖는다. 장르 통합적 성격을 지니면서도 탈장르적인 특징을 동시에 아우르는 아더 제프스의 음악적 메시지는 의외로 명료하다. 익숙한 음악적 언어들에 기대고 있지만 그것들을 자신의 음악적 컨텐츠로 새롭게 구성하고 완성하는 방식은 창의적이며, 때로는 실험적인 내용들조차 난해함으로 귀결시키지 않고 일상적 표현들로 서술하는 천재적 면모까지 드러내고 있다. 가업 계승의 성공적 사례 중 하나로 손꼽을만하다.20140617
lazy day #20140617
Keith Jarrett & Charlie Haden – Last Dance (ECM, 2014) 키스 자렛과 찰리 헤이든이 4년만에 다시 선보이는 ECM 듀엣 신보. 이와 같은 ‘닥치고 들어!’ 계열의 음반들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적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나와 같은 단순한 청자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신보지만, 앨범을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인간들에게는 분명 고통일 것이다. 음악적 소비를 돕는 리뷰어들이 다른 뮤지션들에게 들이대는 가혹한 잣대를 이들의 앨범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없을 뿐더러, 작은 아쉬움조차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고 장점이나 특징을 찾기 위해 모든 신경을 귀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오랜 우정이니 음악성이니 감성이니 하는 단어들을 어떻게 자신의 글에 배열할지 고민해야 하고, 그 와중에도 자신의 글이 다른 리뷰어의 것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도 시달릴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
lazy day #20140615 식사 후 아이와 함께하는 티타임. 일상이 되어버린 습관.
Adam Bałdych & Yaron Herman – Duo Art: The New Tradition (ACT, 2014) ACT레이블의 Duo Art 시리즈, 바이올린 연주자 Adam Bałdych와 피아니스트 Yaron Herman의 2014년 레코딩. 아담 발디크는 재즈 씬에서는 흔치 않은 바이올리니스트지만, 포스트-밥과 에스닉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어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트래디션’한 뮤지션들과는 다른 음악적 지형을 점유하고 있다. 때문에 심미적인 피아니즘을 추구하는 야론 에르망과의 조합은 의외이면서 동시에 참신하다. 전체적인 연주는 발디크의 에스닉한 라인들을 에르망은 전통적인 어법들로 차분하게 정리하며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들의 연주에서 조화의 합일점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는, 단순히 인터플레이의 상호작용으로 환원되지 않는, 다양한 음악적 유형들을 하나의 공통 언어로 구성하려는 뮤지션..
lazy day #20140613 아이와 산책 중에 갑작스런 비를 만났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mind scape #20140612
Jean Louis Matinier & Marco Ambrosini – Inventio (ECM, 2014) 장-루이 마티니에와 마르코 암브로시니의 ECM 듀엣 앨범. 이들 두 뮤지션의 연주는 이들이 각자 사용하는 악기들 만큼이나 독특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출신인 이들은 각각 아코디언과 니켈하르파라는 민속적 특성이 강한 악기를 연주하고 있지만, 연주 자체는 악기의 본원적 성격에서 벗어난 다른 음악적 지반에서 펼쳐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들은 다원적이며 장르 접합적 특징이 강하다. 이러한 공통의 특징을 지닌 두 뮤지션이 함께 작업한 이번 앨범 또한 이들의 음악적 특색이 잘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바흐, 비버, 페르골레시 등 바로크 시대의 음악들을 모티브로 활용하여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지닌 다원적 성격을 더욱 발본화하고 있다. 바로크의 원전들은 현대음악의 문법들로 해체되고, 민속적 악..
Wolfgang Muthspiel – Driftwood (ECM, 2014) 마침내 발매된 볼프강 무스피엘의 ECM 리드 데뷔 앨범. 랄프 타우너와의 기타 트리오 앨범을 통해 ECM과의 음악적 색체의 조화 가능성을 검증했던 터라 이번 앨범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또한 연주자로서의 음악적 집중력이 잘 표현되었던 트리오 형식의 레코딩을 선보이고 있는데, 마크 존슨 대신 Larry Grenadier가 참여했고, 무스피엘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던 Brian Blade가 드럼을 연주한다. 어쿠스틱과 일렉 기타를 번갈아 연주하고 있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연주의 기조는 마치 피아노 트리오를 기타 연주로 재연하는 듯한 균형과 긴장에 맞춰져 있다. 실제로 각각의 악기들이 점하는 공간의 위상 역시 피아노 트리오와 유사하며 스튜디오 레코딩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실내악적 분위기를 ..
river breeze #20140605
Andy Emler, Claude Tchamitchian, Eric Echampard – Sad and Beautiful (La Buissonne, 2014) 2014년 초에 발매된 Andy Emler, Claude Tchamitchian, Eric Echampard 트리오의 신보. 전통적인 피아노 트리오 포멧의 연주로 더 이상의 그 어떤 새로운 음악적 창의가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엠레가 주축이 된 트리오의 이번 앨범을 듣고 있으면 그 가능성에 대한 일말의 해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새로운 음악적 표현을 위해 많은 뮤지션들이 재즈의 경계에서 주변 장르와의 점접을 모색한다면, 이들 트리오의 경우 컨템포러리 계열의 기본적 언어를 중심으로 미니멀리스트 체임버와 락적인 다이나믹을 동시에 수용하는 독특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들 트리오의 음악은 기존 엠레의 메가 옥텟의 음악적 지형을 트리오라는 형식으로 옮겨와 새롭게 재구성했다는 인상도 존재한다. 하..
Ketil Bjørnstad – Sunrise: A Cantata on Texts by Edvard Munch (ECM, 2014) 피아니스트 케틸 비에른스타 신보. 음악과 앨범에서의 표제적 특성을 누구보다도 강조한 케틸이 이번 레코딩에서 핵심적인 에피그라프로 삼은 것은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표현주의 화가인 에드바르트 뭉크이다. 음악가는 화가의 삶과 작업을 전기적인 방식으로 서술하는 대신 뭉크의 작업에서 핵심에 주목하고, 이를 중심으로 케틸 자신의 음악적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음악가가 생각한 핵심은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Soloppgang, 즉 Sunrise이다. 뭉크는 작업 전에 자기 작업의 동기에 대한 텍스트를 남기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는 다양한 시기에 걸쳐 Sunrise라는 테마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음악가는 뭉크의 텍스트를 음악적으로 재현하는데 있어 자신의 모든 음악적 경험은 물론 작가로서의 인문학적 지식까지 활용하..
Akpé Motion - Loco Motion (Cristal, 2014) 프랑스 출신의 트럼페터 Alain Brunet가 주축이 된 5인조 그룹. 도회적인 분위기의 뮤트 트럼펫과 일렉 효과가 적절히 배합된 사운드는 후기 마일즈의 실험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물론 더 세련된 방식으로). 하지만 반복적 비트의 배열과 전자악기의 사용이라는 표현만으로 이들의 사운드는 단순화되지 않는다. 서술적 진행과 그 진행이 만들어내는 효과에 주목하는 방식은 포스트-락적인 표현과 부분적으로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솔로이스트의 임프로바이징 공간이 명료하다는 점이나 맴버들 간에 인터플레이를 구성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이들의 재즈적인 근간은 분명하다. 이들은 사운드 그 자체의 임펙트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각각의 악기들이 지닌 톤은 분명하고 이는 앨범 전체를 통해 큰 폭을 두고 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Jacob Young – Forever Young (ECM, 2014) 야콥 영의 새로운 퀸텟의 타이틀이자 6년만에 선보이는 ECM 신보. 무엇보다 이번 앨범의 맴버 구성이 가장 놀랍니다. 테너와 소프라노에 같은 노르웨이 출신의 Trygve Seim를 비롯해 폴란드의 Marcin Wasilewski Trio 성원 전체(Slawomir Kurkiewicz, Michal Miskiewicz) 등 레이블의 대표적인 중진급 선수들이 이번 레코딩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2012년 Oslo Jazz Festival을 계기로 결성된 새로운 퀸텟을 위해 야콥은 새로운 오리지널들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은 사운드와 진행에 있어서의 균형과 안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색소폰이 라인을 이끌고 기타와 피아노가 번갈아가며 중심을 잡는, 다소 메커닉한 유기성을 보여주고 있..
Dino Saluzzi Group – El Valle de la Infancia (ECM, 2014) 살루치 옹의 신보이자 근 10여 년 만에 동생, 아들, 조카 함께 모여 선보이는 가족 밴드의 레코딩. 앨범의 타이틀을 보고 우리 살루치 할아버지 올해 연세 어떻게 되셨기에 이토록 멜랑콜리한 제목을 뽑았나 싶어 잠시 검색해보니, 헉~ 1935년 생이시다. 그의 음악이 지닌 장르적 특징을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그의 나이를 염두에 둔다면 이미 타이틀에서 그가 이 앨범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가족과 함께 전해주고 있다는 것 또한 각별한 느낌으로 전해진다. 각각의 연주자들에게 개방된 공간 안에서도 일체감이 느껴지는 톤과 프레이즈는 사전 조율의 결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개별 곡들에 대한 집단적 공감과 이해에 기반한 이들 그룹 나름의 인터플레이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