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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Pelt – Face Forward, Jeremy (High Note, 2014) 트럼펫 연주자 제레미 펠트의 2014년 신보. 데뷔 초기부터 본토 평단에서 전도유망한 뮤지션이라고 워낙 띄워줘서 알만한 사람들은 거의다 알고 있고, 이제는 신입티를 완전히 벗어던졌기 때문에 구태여 ‘학구적’이니 ‘천부적’이니 하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법하지만, 국내 수입사 앨범 안내문에는 이런 식의 표현을 주저 없이 사용한다. 음악공부 열심히 한 것도 맞고, 어렸을 때부터 재능 발휘한 것도 사실이지만 펠트 정도 짬밥에는 사용하기 낯간지러운 표현이다. 이제는 기존 그의 작업들에 비추어 그가 어떠한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선보일 것인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수입사에서 왜 그런 구태의연한 표현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딱히 그런 말 외에는 적당한..
lazy day #20140401
John Lurie National Orchestra – The Invention Of Animals (Amulet, 2014) 존 루리의 프로젝트 그룹 JLNO의 2014년 앨범. 혹시 이 존 루리가 그 존 루리냐,라고 질문하신다면 맞다. 영화 배우이자 감독이며 10여년 전부터는 본격 화가로 등단해 호평까지 얻어 냈지만 그 동안 음악을 멀리했던 멀티아티스트 존 루리다. 물론 그 전부터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여러 영화와 TV에서 음악감독을 맞기도 했으며, 만만치 않은 디스코그라피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음악 활동 중 The Lounge Lizards 그룹의 경우 펑크-락적인 베이스에 재즈의 임프로바이징이 접목된 독특한 색체를 보여줬다면 1993년에 첫 선을 보인 JLNO의 경우 반복적 리듬에 우위를 둔 특징을 지닌다. 이 앨범은 20년 만에 선보인 JLNO의 두 번째 앨범이다. Men with Sticks 앨범과 마찬가지로 이번 ..
The Bad Plus – The Rite of Spring (OKeh, 2014) 배드 플러스의 반가운 2014년 신보. 앨범 타이틀을 보고 혹시? 하셨던 분, 역시! 그거다. Igor Stravinsky의 ‘봄의 제전’을 이 깜찍한 트리오가 커버한 것이다. 봄이라는 계절에 대해 사람들이 품는 희망이라는 감정의 모호하고 허구적인 은유들을 벗어던진다면 그 뒤에 감춰진 감춰진 불안과 불쾌함이 우리와 마주하게 된다. 음악이 진실을 들어내는 가장 명료한 언아라는 가정을 받아들인다면 스트라빈스키는 봄에 대한 허상이 아닌 인간 본연의 감정에 가장 충실한 표현을 자신의 방식으로 표출시켰다고 할 수 있다. 스트라빈스키가 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봄의 제전’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지 101년이 지났다. 아직까지도 수 많은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는 이 문제적 텍스트에 대해 배드 플러스는 트리오라는 미니..
river breeze #20140325
Ambrose Akinmusire – The Imagined Savior is Far Easier to Paint (Blue Note, 2014) 미국 재즈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는 앰브로스 아킨무시르에의 두 번째 블루 노트 신보이자, 통산 세 번째 앨범. 어느 분야에든 기대치가 높은 사람이 있고, 그 기대치를 늘 상회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인물이 있기 마련인데, 앰브로스 역시 그들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Thelonious Monk International Jazz Competition과 Carmine Caruso International Jazz Trumpet Solo Competition 등 북미 재즈의 가장 권위 있는 두 경연을 석권하고 혜성처럼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전인 고딩 시절 스티브 콜맨의 눈에 띄어 유럽 투어의 맴버로 활동했고, 이후 남가주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한다. 흔한 말로 타고난 재능에 이론적 배경..
Konstantin Ionenko Quintet – Deep Immersion (FancyMusic, 2014) 우크라이나 출신의 베이스 연주자 콘스탄틴 이오넨코의 2014년 앨범. 팬시뮤직은 ECM과 Blue Note 등의 모스크바 디스트리뷰터로 사업을 시작해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들을 발매하기 시작한 레이블이다. 현대음악과 재즈를 기본 타이틀로 하고 있어 러시아판 ECM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레이블만의 고유한 특징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다만 재즈 분야만 놓고 본다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모던 크리에이티브 계열의 장르적 취향을 보인다는 점은 분명한 듯 하다. 이 레이블은 비교적 젊은 뮤지션들에게도 레코딩 기회를 개방하고 있어, 소비에트 해체 이후 젊은 세대의 뮤지션들이 생산하는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콘스탄틴 이오넨코 역시 그..
GoGo Penguin – v2.0 (Gondwana, 2014) 만나면 쓰담해주고 싶은, 영국 멘체스터 출신의 귀엽고 깜찍한 고고 펭귄 트리오의 신작이자 두 번째 앨범. 학교 일진들로부터 빵셔틀 당했을 법한 외모들과 달리 영국왕립음악원 출신들이다. 음악원 재학 중이었던 시절 Chris Illingworth (피아노), Nick Blacka (베이스), Rob Turner (드럼) 등이 모여 결성한 고고 펭귄은 스스로 ‘Aphex Twin to Brian Eno, Debussy to Shostakovich and Massive Attack to EST’ 등으로부터 음악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러한 영향은 단순한 음악적 차용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출처를 찾기 어려울 만큼, 분명한 자신들의 음악적 색을 표출할 만큼의 강력한 음악적 융합을 이뤄내고 ..
lazy day #20140320
river breeze #20140318
David Linx & Diederik Wissels – Winds Of Change (Just Looking, 2013) 보컬리스트 데이비드 링스와 피아니스트 디에데릭 비셀 콤비의 2013년 앨범. 각자의 개별 활동도 뛰어나지만, 역시 이들은 둘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완전체처럼 느껴진다. 이들의 음악적 알케미가 이뤄낸 시너지는 이미 지난 앨범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며 이 앨범 역시 그 연장에 있다. 작사/작곡의 분업과 편곡에서의 협업은 이들 음악의 유기성을 더욱 강화시키며 자신들의 농밀함을 더해간다. 간결하고 명료한 타건으로 비셀의 피아노가 배경을 만들면 링스는 흑백을 넘나드는 다양한 보이스로 그 위에 화사한 분위기의 색을 입힌다. 이는 단순한 피아노 트리오 반주와 보컬의 관계와는 다르다. 보컬은 쿼텟의 일부로 자신의 위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그것은 곡의 진행 과정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보다 분명히 할 수 있는 ..
mind scape #20140317
Vyacheslav Gayvoronskiy, Andrei Kondakov & Vladimir Volkov – Russian Romances: Tribute to Dargomyzhsky (ArtBeat, 2013) 2000년대 초에 3개월 가량 러시아에 장기출장 간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인 시간이 허락된 하루 날 잡아 주소 하나 들고 그 때만 해도 유일했던 재즈 레이블 Boheme 사무실을 찾아갔다. 당시 기준 한 장당 3000원 정도 했던 CD들을, 미리 출력해간 레이블의 재즈 리스트 전체를 싹쓸이 해 담아 가져왔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허락되면, 겁도 없이 혼자 비행기 타고 뮤지션들이 자주 모인다는 상 페테스부르크까지 날아가 공연을 직접 보기도 했는데, 두 번 정도 운 좋게 그들의 사석에 합석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콘다코프와 볼코프도 그 때 만났던 적이 있다. 러시아에 무슨 재즈냐?라고 무식인증 스스로 할 사람 (설마?) 아직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만큼의 개인..
Macha Gharibian – Mars (Bee Jazz, 2013) 유럽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겸 싱어 마샤 가리비안의 데뷔 앨범. 국내 수입사에서 모 잡지사를 통해 배포한 레이블 샘플러와 수록된 안내문은 이 앨범의 구매 의지를 꺾기 충분했다. 한참이 지난 뒤 누군가의 권유로 이 앨범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수입사에서는 판매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음. 아무튼, 데뷔 앨범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장미여관급에 해당하는 10년 경력의 중고 신인이다. 민속음악과 클래식을 바탕으로 한 음악 경력에 뒤늦게 재즈를 접하면서 그녀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다양해진다. 이 앨범은 그녀의 음악적 배경들이, 백과사전적 방식의 나열이 아닌, 마치 한 알에 다양한 종류의 영양성분들이 가득 담긴 연질캅셀과도 같은 압축적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때문에 마샤의 앨범은 ..
Nils Petter Molvær & Moritz von Oswald – 1/1 (EmArcy, 2013) 자신의 트리오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이후 닐스가 멀티 뮤지션 모리츠 폰 오스발트와 공동으로 선보인 2013년 앨범. 두 장르의 이종결합을 통한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암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1/1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했다. 이 앨범의 발매 전후로 재즈라는 장르 안에서 시도되고 있는 컬래버레이션 방식의 일렉-재즈의 실험들이 어떤 새로운 음악적 형식을 결과로 가져올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그 지반이 서서히 확대되고 있고 다양한 방식들을 통해 경향적 특성을 넓혀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닐스와 모리츠는 이러한 경향적 확산 속에서 자신들만의 유니크함을 드러내려고 한 흔적을 이 앨범을 통해 읽을 수 있다. 기존의 여러 시도들에서 보였던 단순한 형식적 차용이 아닌, 각자 본연의 장르가 지닌 고유한 음악..
Nir Felder – Golden Age (OKeh, 2014) 드디어 마침내 우리 펠더 군이 자신의 첫 타이틀을 발매했다. 그 동안 여러 유명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활동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실력 검증은 하이페스로 통과하고, 이제는 뮤지션으로서의 그의 음악적 재능에 주목해볼 차례다. 펠더는 자신의 데뷔 앨범을 통해 작곡가로서의 재능은 물론 프로듀서로서의 능력까지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Golden Age라는 묵시적인 타이틀은 최근 미국 경제의 양극화와 민주주의적 질서의 후퇴라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는 듯 하다.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보편적 인권과 시민의 권리 확대의 요구가 가장 크게 주장되었던 시기는 경제적으로 부의 분배에 있어 불균형의 격차가 가장 적었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그 둘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각자 알아서 살펴 보시고). 미국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