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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jay Iyer - Uneasy (ECM, 2021)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Vijay Iyer의 트리오 앨범. Break Stuff (2015)에 이어 ECM에서 발매하는 두 번째 트리오 앨범이며 이번 녹음에서는 말레이시아 출신 호주 베이스 Linda May Han Oh, 미국 드럼 Tyshawn Sorey가 참여해, 이전 녹음과 다른 멤버 구성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그가 선보였던 음악들을 보면 비제이에게 있어 트리오 포맷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편성의 실험 속에서 재즈의 고전적 문법을 갱신하고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선보이려고 했던 노력에 비한다면, 트리오는 기존의 오소독스 한 관행과 어떠한 방식으로든 연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비제이는 기존의 통상적인 문법을 고스란히 트리오의 공간에 들여오고,..
Sinikka Langeland - Wolf Rune (ECM, 2021) 노르웨이 뮤지션 Sinikka Langeland의 앨범. 이번 앨범에서 시니카는 북유럽 민속 악기인 칸텔레를 이용한 연주와 자신의 보컬로 이루어진 솔로 녹음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재즈라는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민속적 테마를 담아내는 작업을 진행했다면, 이번 리코딩은 전적으로 북유럽의 민요와 이로부터 영감을 받은 자신의 오리지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포크 싱어로서의 시니카의 재능은 물론 칸텔레 연주자로서의 면모도 감상할 수 있다. 범신론적인 세계관이 지배적인 북유럽의 민속적 전통은 자연에 대한 사색적 태도로 이어지며, 이는 앨범은 물론 개별 곡의 타이틀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특히 북유럽 고대 문자 혹은 시어를 뜻하는 'Rune'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자신의 음악이 지닌 의미..
Thomas Strønen, Ayumi Tanaka, Marthe Lea - Bayou (ECM, 2021) 노르웨이 드러머 Thomas Strønen와 클라리넷 및 보컬 Marthe Lea, 일본 피아니스트 Ayumi Tanaka가 모여 녹음한 앨범. 이제 토마스를 ECM의 대표 뮤지션 중 한 명으로 손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Food 프로젝트로 첫 레이블 데뷔작을 선보인 이후 Time Is A Blind Guide (2015)를 통해 어쿠스틱의 표현에 기반을 둔 음악적 접근을 안착시키는 등, ECM과 토마스의 접점은 이미 충분히 확인하고도 남는다. 여기에 토마스는 또 하나의 음악적 계획을 현실화시키려고 하는데, 이번 앨범이 그 첫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이번 녹음은 트리오 구성을 이루고 있지만, 기존 TIABG 퀸텟의 공간을 추상화하고 여기에 새로운 구체적 표현을 더한 ..
Nik Bärtsch - Entendre (ECM, 2021) 스위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NikBärtsch의 앨범. 지금까지 주로 Ronin이나 Mobile 등의 그룹을 통해 선보였던 닉의 음악적 세계관이 Hishiryo - Piano Solo (2002) 이후 20여 년 만에 솔로 공간에서 재현된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무척 특별하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닉은 자신의 음악적 핵심을 요약하는 "Modul"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곡과 연주가 확장되고 응용될 다양한 가능성을 사고하게 되는데, 닉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마치 '무술의 기본 훈련'과 같은 템플릿으로 비유된다. 지금까지 닉은 이와 같은 다양한 "Modul"들을 앙상블의 확장을 사고하는 어쿠스틱 그룹 Mobile이나 재즈와 주변 장르와의 접점을 현대 작곡의 시점에서 접근하는 밴드 Ron..
Ferenc Snétberger & Keller Quartett - Hallgató (ECM, 2021) 헝가리 기타리스트 Ferenc Snétberger와 바이올린 연주자 András Keller가 이끄는 Keller Quartett의 라이브 협연 앨범. 페렝의 집시 스타일 연주 이면에 존재하는 클래식 배경은 물론 현대 작곡의 특징을 반영한 그의 오리지널들을 생각해보면, 재즈 뮤지션들과의 공동 작업만큼이나 클래식 공간 속에서의 협연도 상당한 음악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고 훌륭한 선례 또한 존재한다. 켈러 사중주 역시 바로크에서 현대에 이르는 여러 원곡에 대한 창의적 해석을 통해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20년 가까운 안드라스와 페렝의 교류는 협연을 위한 좋은 조건임은 분명하다. 앨범은 페렝의 오리지널을 비롯해 쇼스타코비치, 존 다울런드, 새뮤얼 바버 등 여러 시대를 넘나드는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개인적으..
Jakob Bro, Arve Henriksen, Jorge Rossy - Uma Elmo (ECM, 2021) 덴마크 기타리스트 Jakob Bro, 노르웨이 트럼펫 연주자 Arve Henriksen, 스페인 드러머 Jorge Rossy의 트리오 앨범. 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트리오인가? 수록된 9개 트랙 모두 야콥의 오리지널이지만 이들의 연주를 듣다 보면 리더의 존재를 특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묘한 협업적 공간 구성을 이룬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마치 3개의 독립된 레이어가 중첩을 이루며 우연한 조우 속에서 조심스러운 교감을 나누는 듯한 모습은, 때로는 서로에 대해 관조적이다가도 또 어느 순간 무척 기민한 연관을 이루며 고요한 역동을 보여준다. 야콥, 아르베, 호르헤가 구성하는 개별 라인을 하나씩 나누어 살펴보면 상호 연관성을 발견하기 쉽지 않지만, 막상 그 연주를 앙상블 속에서 들어보면 절묘한 화성..
Joe Lovano - Garden of Expression (ECM, 2021) 흔히 Trio Tapestry로 일컬어지는 색소폰 Joe Lovano, 피아노 Marilyn Crispell, 드럼 Carmen Castaldi의 두 번째 ECM 앨범. 트리오 전작에 해당하는 Trio Tapestry (2019)의 연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며 내용에서도 유사하다. 6말7초의 노장들이 새로운 앨범을 녹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작업은 반 이상 먹고 들어가겠지만, 이번 리코딩에서도 여전히 드러나는 창의적 감각은 놀랍고 경의롭다. 비교적 차분한 템포에 부드러운 호흡을 이어가는 멜로디가 주를 이루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형식의 긴장과 조화의 균형을 이끌며 냉철한 다이내믹을 형상화하는 모습은 신비하기까지 하다. 이 모든 과정과 진행이 개방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효과라는 점 또한 놀라운데..
Shai Maestro - Human (ECM, 2021) 피아노 Shai Maestro, 트럼펫 Philip Dizack, 베이스 Jorge Roeder, 드럼 Ofri Nehemya 등으로 구성된 쿼텟의 ECM 신보. The Dream Thief (2017)에서 보여준 트리오의 심미적 냉철함을 기억한다면 이번 앨범은 당시의 멤버들이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고 여기에 트럼펫이 더해진 포맷을 하고 있어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확장된 공간은 기존 앨범에서 보여준 피아니즘을 중심이 되었던 구성과는 다른 형상을 요구하는데, 멜로디와 라인의 분업과 공통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프레이즈 등은 트리오에 비해 확실히 입체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이는 단지 사운드에서 뿐만 아니라 샤이의 음악적 표현의 확장을 보장하는 동시에 민속적인 클레즈머를 재즈의 언어로 번안함에 있어 ..
Marco Ambrosini & Ensemble Supersonus - Resonances (ECM, 2019) 이탈리아의 뮤지션 마르코 암브로시니와 Anna-Liisa Eller (Kannel), Anna-Maria Hefele (Polyphonic Overtone Singing, Harp), Wolf Janscha (Jew’s Harp), Eva-Maria Rusche (Harpsichord, Square Piano) 등으로 이루어진 앙상블 수페르소누스의 ECM 신보. 이번 앨범에서 마르코는 니켈하르파를 연주하면서 스페르소누스와의 교접 범위를 최대한 넓히려 애쓴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업 전체에 흐르는 단일한 콘셉트는 사운드의 텍스처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하인리히 비버의 고전에서부터 민속 곡은 물론 마르코와 수페르소누스의 오리지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펼친다..
Michele Rabbia, Gianluca Petrella, Eivind Aarset - Lost River (ECM, 2019) 이탈리안 드러머 미켈레 라비아와 트롬본 연주자 잔루카 페트렐라, 그리고 노르웨이 출신의 기타리스트 아이빈트 오르셋의 ECM 신보. 이러한 트리오 조합은 예상 가능하면서도 참신하다. 이미 여러 차례 서로 개별 조합의 구성을 통해 연주를 남긴 기록은 있지만, 이번 앨범은 마치 트리오로 하나의 완전체를 이룬 듯한 인상을 준다. 일렉트로닉 혹은 앰비언트와 재즈의 결합은 이제 낯선 조합의 언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레이블에서 본격적으로 이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는 별개로 이들의 음악 그 자체가 제기하는 진지한 질문은 무척 흥미롭다. 레이블에서는 포스트-앰비언트라는 표현으로 이들 음악의 성격을 정의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앰비언트라는 장르적 특성에서 새로운 경향성이 추가되거나 기존의 관행적 습관에..
Marc Sinan & Oğuz Büyükberber - White (ECM, 2018) 터키-아르메니아계 독일인 기타리스트 마크 시난과 터키 출신 클라리넷 연주자 오우즈 뷔위크베르베르의 듀엣 신보. 시난에게는 Fasil (2009)과 Hasretim - Journey to Anatolia (2013)에 이은 세 번째 ECM 작업이며 뷔위크베르베르로서는 첫 레이블 데뷔작인 셈이다. 이들 두 뮤지션은 터키 음악과 재즈의 관계를 수용하는 방식에서는 비록 다른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중동의 음악적 모티브를 재즈의 즉흥 공간에 활용한 연주를 선보였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와 같은 특징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앨범에서 시난과 뷔위크베르베르는 각자의 음악적 의지를 반영한 각자의 오리지널을 서로 제공하며 공통의 합의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난은 "Upon No..
Steve Tibbetts - Life Of (ECM, 2018) 미국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티벳츠의 ECM 신보. 이번 앨범에서도 1970년대 말부터 스티브의 음악 동료이자 여행 친구로 같은 길을 걸어온 퍼커션 주자 Marc Anderson이 참여하고 있으며, 첼리스트 Michelle Kinney도 이들의 음악 여정에 함께하고 있다. Northern Song (1982)으로 ECM 첫 녹음을 발표한 이후 80년대에는 비교적 꾸준히 작업을 발표했지만, The Fall Of Us All (1994), A Man About A Horse (2002), Natural Causes (2010) 등으로 발매 주기가 길어진다. 물론 중간에 티베트 음악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녹음들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이번 앨범 역시 8년 주기 끝에 나온 ECM 신작이다. 이러한 8년의 주..
Ketil Bjørnstad & Anneli Drecker - A Suite of Poems (ECM, 2018) 노르웨이 출신 피아니스트 케틸 비에른스타와 가수 겸 배우 아넬리 드렉커의 듀엣 앨범. ECM에서는 A Passion for John Donne (2014)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로, 이번 앨범에서 케틸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작가 겸 시인인 Lars Saabye Christensen의 시에 곡을 붙여 녹음한다. 1970년대부터 여러 편의 작품을 집필한 문학 작가이기도 한 케틸에게 있어 이러한 유형의 작업은 익숙한 것으로, 시와 문학을 대상으로 한 앨범은 여럿 존재한다. 2014년 ECM 전작 외에도 The Light (2008)에서도 16, 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과 글을 다룬 Sunrise (2013) 등도 문학 텍스트에 기반을 둔 케틸의 음악 작업..
Nik Bärtsch’s Ronin - Awase (ECM, 2018) 스위스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닉 베르취가 이끄는 그룹 로닌의 신보. Nik Bärtsch’s Mobile 이름으로 발매된 Continuum (2016)이 존재하지만, 로닌의 타이틀로는 Live (2012)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앨범이다. 2001년 데뷔 이후부터 구성원에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팀 이름을 바꿔 사용하기 때문에 모빌과 로닌의 차이에 대해서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 이제 Sha (bcl, as), Thomy Jordi (b), Kaspar Rast (ds)로 새로운 쿼텟으로 진용을 정비하고 로닌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베르취에게 있어 팀 이름이 로닌인지 모빌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데뷔 당시부터 "Modul"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일련의 연속된 작업이 그의 음악적..
Elina Duni - Partir (ECM, 2018) 알바니아에서 태어나고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 엘리나 두니의 신보. 그녀의 쿼텟 이름으로 발매된 Matanë Malit (2012)와 Dallëndyshe (2015)에 이은 세 번째 ECM 앨범으로, 이번은 피아노, 기타, 퍼커션을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 솔로 녹음이다. ECM 전작들을 포함해 그 이전의 발매작에서도 민속적 요소를 재즈의 언어로 통합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을 선보이며 높은 비평적 가치를 얻기도 했다.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반영된 음악적 표현은 재즈의 즉흥 공간에서 엘리나의 독창적인 해석 가능성을 개방했고 이는 그녀만의 유니크한 표현으로 자리 잡게 된다. 엘리나는 이번 음반에서 솔로 공간의 특징을 반영해 자신의 음악적 기원은 물론 다양한 관심을 폭넓게 확인하는 계기..
Kristjan Randalu - Absence (ECM, 2018) 에스토니아 출신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란달루의 ECM 데뷔 앨범. Dhafer Youssef를 비롯하여 다른 뮤지션의 피아니스트로 그동안 보여준 섬세한 심미적 표현들을 떠올리면 ECM에서의 앨범 발표는 그의 음악 커리어에서 어쩌면 당연한 순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2000년대 초에 재즈계에 입문했고 뒤늦게 2010년대에 들어서 평단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지만, 그의 역량에 비교하면 폭넓은 대중적인 인지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나마 그의 이름을 주목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Ben Monder와 함께 Fresh Sound New Talent에서 발표한 Equilibrium (2012) 덕분이었는데, 이번 앨범은 피아니스트와 기타리스트가 6년 만에 재회한 녹음인 셈이다. 또한 이번 앨범에는 핀란드 출신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