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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Vallon - Danse (ECM, 2017) 콜랭 발롱 트리오의 세 번째 ECM 앨범. 이번 앨범에서도 전작과 같이Julian Sartorius (ds)와 Patrice Moret (b)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발롱은 ECM 데뷔 이후 피아노 트리오에 대한 새로운 공간 구성을 선보이며 그 표현의 음악적 내밀함을 강조해왔다. 이번 앨범 역시 Rruga (2011)와 Le Vent (2014)의 연장 속에서 살펴볼 여지가 충분하다. 임프로바이징을 중심으로 한 진행이나 표현의 추상적 전개에 관심을 보였던 ECM 이전의 스타일과는 달리 레이블 데뷔 이후 발롱은 트리오라는 구성적 공간의 균형, 그리고 그 안에서의 텐션 및 변화의 관계에 집중하게 된다. 미니멀하지만 디테일하고 고요하지만 긴장감이 감도는 음악적 표현은 발롱 트리오만의 고유한 음악적 텍스쳐와 분위..
Roscoe Mitchell - Bells For The South Side (ECM, 2017) 1940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미국의 색소폰 연주자 로스코 미첼의 신보. ECM에서는 7년만에 발매하는 앨범이며 Art Ensemble of Chicago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40년 가까운 시간을 레이블과 함께하는 셈이다. 현대음악총서라는 레이블의 위상이 확립되기까지 미첼과 같은 뮤지션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반대로 AACM과 같은 창조적 뮤지션들의 진보가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에 ECM은 어떤 지원을 제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상 무의미할 듯 싶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일군의 뮤지션들에 의해 시카고 남부에서 태동했던 정치적 음악 활동이 유럽인들의 공감을 얻으며 많은 청자들에 의해 중요한 음악적 저항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연주자들과 레이블의 유대는 견고했다는 사실이고, 40여년이 지난 오늘 날까지 ..
Francois Couturier & Tarkovsky Quartet - Nuit Blanche (ECM, 2017)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쿠투리에가 타르코프스키 쿼텟 명의로 발표한 세 번째 ECM 앨범. 6년만에 쿼텟으로 발매된 이번 레코딩에서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Anja Lechner (violoncello), Jean-Marc Larche (ss), Jean-Louis Matinier (accrd)가 함께하고 있다. Nostalghia - Song for Tarkovsky (2006)에서 타르코프스키 감독에 대한 음악적 헌정에서 출발한 쿼텟은 10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러시아 감독의 이름을 떠올리고 있다. 감독의 영화에서 음악은 일상에 존재하는 소리처럼 여겨졌지만, 그것은 영화 속 음악의 역할을 상대화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극중 역할을 담당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불연속성과 ..
Bill Frisell & Thomas Morgan - Small Town (ECM, 2017)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과 베이스 연주자 토마스 모건의 ECM 신보. 이 앨범은 뉴욕 Village Vanguard에서의 듀엣 라이브 중 일부를 수록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전해지며 최근에는 고인이 된 Paul Motian의 마지막 세션으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이번 레코딩은 두 사람이 평소 보여줬던 음악적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익숙함을 가장 큰 미덕으로 하고 있다. 친숙한 톤의 프레이즈와 예측의 범위 내에서 전개되는 진행 등은 이들의 음악에서 기대했던 일상성을 범위로 하고 있다. 대신 이들은 듀엣 라이브라는 조건 속에서 평소 자주 다루었던 레퍼토리들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완성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마치 하나의 텍스트를 두고..
Ferenc Snétberger - Titok (ECM, 2017) 헝가리 출신 기타리스트 페렝 스네트베르게의 두 번째 ECM 발매작. 솔로 라이브 환경에서 녹음된 레이블 데뷔 앨범 In Concert (2016)와 달리 이번 신보는 Anders Jormin (b) 및 Joey Baron (ds)과 함께 Rainbow Studio에서 진행된 레코딩을 담고 있다. 이미 1990년대 Enja 레이블 시절부터 집시와 플라멩코를 결합시킨 전통적인 연주 스타일을 바탕으로 클래식에 기초한 현대적인 자작곡을 선보이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뮤지션이었기 때문에 ECM에서의 음반 발매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페렝의 가장 큰 음악적 미덕은 친절함과 온화함에 있다. 하지만 친절하다고 개몽주의적인 것은 아니며 온화하다고 헐거운 것도 아니다. 그의 연주를 악보로 기보해 보면 엄..
Tomasz Stanko New York Quartet - December Avenue (ECM, 2017) 폴란드 출신 트럼펫 연주자 토마스 스탄코의 뉴욕 쿼텟 두 번째 앨범. 전작 Wisława (2013)에서 베이스를 담당했던 Thomas Morgan 대신 Reuben Rogers가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David Virelles (p)와 Gerald Cleaver (ds)는 이번 신보에서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스탄코와 ECM의 40년이 넘는 관계 속에서는 인상적인 수 많은 음악적 계기들을 존재했는데, 미국에서 활동 중인 젊은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새로 결성한 뉴욕 쿼텟은 의외성이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2013년 전작의 경우 음악의 표제적 성격이 강했다면 이면 앨범은 연주 중심의 네러티브가 강조되고 임프로바이징의 영역에서 인터플레이의 모티브를 확장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략은 확실히 초창기 스..
Avishai Cohen - Cross My Palm With Silver (ECM, 2017) 1년 만에 발매 된 트럼펫 연주자 아비샤이 코헨의 두 번째 ECM 앨범. 하지만 이번 신보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전작 Into the Silence (2016) 와는 다른 인상을 준다. 퀸텟으로 녹음된 2016년 앨범은 마치 분위기와 감성에 초점을 맞춘 정돈된 스튜디오 레코딩의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쿼텟 앨범은 개별 곡들의 해석과 진행에 다양한 긴장의 요소들을 담아내려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번 레코딩에는 최근 라이브 투어에 함께하고 있는 Jonathan Avishai (p), Barak Mori (b), Nasheet Waits (ds) 등이 참여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2016년 발매된 앨범 관련 투어가 레코딩에 참여했던 퀸텟이 아닌 이들 쿼텟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관련한 부트렉들을 들어보면..
Louis Sclavis Quartet - Silk And Salt Melodies (ECM, 2014) 프랑스 출신의 클라리넷 연주자 루이 스클라비의 10번째 ECM 타이틀이자 신보. 이번 앨범은 스클라비 자신의 Atlas Trio의 멤버들인 Gilles Coronado (G), Benjamin Moussay (P, Key)와 이란 출신의 퍼커션 연주자 Kevyan Chemirani와 함께 녹음했다. 스틀라비 만큼 앨범 타이틀이 자신의 음악적 성격과 일치하는 뮤지션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비단과 소금이 동서교역의 상징이라면 이번 앨범의 타이틀 역시 그 성격을 드러내는 은유적이자 음악적 표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의 아틀라스 트리오 앨범에서는 펜더나 기타 디스토션을 활용해 프리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확대하는 진화된 사운드를 들려줬다면, 이번 쿼텟 레코딩은 중동의 에스닉한 모티브들을 기존 자신의 음악적..
Stefano Bollani - Joy in Spite of Everything (ECM, 2014) 이탈리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스테파노 볼라니의 ECM 신보. 최근 몇 년 동안 주로 듀엣과 트리오 편성의 음악들을 선보여왔던 볼라니가 이번에는 퀸텟 포멧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2009년에 발매된 트리오 앨범의 맴버들인 Jesper Bodilsen (B)와 Morten Lund (Ds)를 기본으로 하고 Mark Turner (TS)와 Bill Frisell (G)이 참여하고 있다. 볼라니의 리스너들은 그에게서 어떤 새로운 음악적 시도나 표현 등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대신 전통의 범위 내에서 표현될 수 있는 현대적 요소들을 그의 연주에서 발견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앨범 역시 볼라니적인 특징들을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퀸텟의 형식이지만 이번 레코딩을 위해 새롭게 ..
Benedicte Maurseth & Åsne Valland Nordli – Over Tones (ECM, 2014) 노르웨이 출신의 두 젊은 여성 뮤지션 베네딕테 마우르세트와 아스네 발란드 노르들리의 ECM 데뷔 앨범이자 통산 두 번째 듀엣 레코딩. 각각 노르웨이의 전통 현악기인 아르당에르 피들과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두 뮤지션은 자국의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전통 민속음악은 물론 자신들이 이번 레코딩을 위해 작곡한 곡들을 포함하고 있다. 민속음악을 소재로 한 에스닉 계열의 연주에서 피들과 보컬이라는 듀엣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은 음악적 해석과 진행에서 유연성이 개입할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자국의 민속음악이라는 기본 축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그 주변에서는 다양한 음악적 접점들이 발견되는 것도 사실이다. 자칫 서술적 모티브의 나열로 산만해질 수 있는 함정..
Vilde&Inga – Makrofauna (ECM, 2014) 바이올리니스트 Vilde Sandve Alnæs와 베이스주자 Inga Margrete Aas 듀엣의 ECM 데뷔 앨범. 함께 노르웨이 음악원에서 클래식을 공부한 두 젊은 뮤지션들이 선보인 음악은 프리 임프로바이징을 극단화한 매우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서로 다른 음역대의 두 현악기로 구성할 수 있는 듀엣 임프로바이징의 영역은, 이미 편성의 형식에서 그 음악적 내용이 제한될 여지가 많다. 이와 같은 협소한 표현의 공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기능적으로 이해하고, 사전에 합의된 역할에 자신을 가두는 방식으로 듀엣의 음악을 완성한다. 때문에 다른 여느 임프로바이징 음악들과 달리 인터액티브한 모습은 많이 생략되어 있다. 한 사람이 공간의 배경을 만들면 다른 사람은 그 안에서 솔로 임프로바이징으로 사..
Keith Jarrett & Charlie Haden – Last Dance (ECM, 2014) 키스 자렛과 찰리 헤이든이 4년만에 다시 선보이는 ECM 듀엣 신보. 이와 같은 ‘닥치고 들어!’ 계열의 음반들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적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나와 같은 단순한 청자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신보지만, 앨범을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인간들에게는 분명 고통일 것이다. 음악적 소비를 돕는 리뷰어들이 다른 뮤지션들에게 들이대는 가혹한 잣대를 이들의 앨범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없을 뿐더러, 작은 아쉬움조차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고 장점이나 특징을 찾기 위해 모든 신경을 귀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오랜 우정이니 음악성이니 감성이니 하는 단어들을 어떻게 자신의 글에 배열할지 고민해야 하고, 그 와중에도 자신의 글이 다른 리뷰어의 것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도 시달릴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
Jean Louis Matinier & Marco Ambrosini – Inventio (ECM, 2014) 장-루이 마티니에와 마르코 암브로시니의 ECM 듀엣 앨범. 이들 두 뮤지션의 연주는 이들이 각자 사용하는 악기들 만큼이나 독특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출신인 이들은 각각 아코디언과 니켈하르파라는 민속적 특성이 강한 악기를 연주하고 있지만, 연주 자체는 악기의 본원적 성격에서 벗어난 다른 음악적 지반에서 펼쳐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들은 다원적이며 장르 접합적 특징이 강하다. 이러한 공통의 특징을 지닌 두 뮤지션이 함께 작업한 이번 앨범 또한 이들의 음악적 특색이 잘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바흐, 비버, 페르골레시 등 바로크 시대의 음악들을 모티브로 활용하여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지닌 다원적 성격을 더욱 발본화하고 있다. 바로크의 원전들은 현대음악의 문법들로 해체되고, 민속적 악..
Wolfgang Muthspiel – Driftwood (ECM, 2014) 마침내 발매된 볼프강 무스피엘의 ECM 리드 데뷔 앨범. 랄프 타우너와의 기타 트리오 앨범을 통해 ECM과의 음악적 색체의 조화 가능성을 검증했던 터라 이번 앨범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또한 연주자로서의 음악적 집중력이 잘 표현되었던 트리오 형식의 레코딩을 선보이고 있는데, 마크 존슨 대신 Larry Grenadier가 참여했고, 무스피엘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던 Brian Blade가 드럼을 연주한다. 어쿠스틱과 일렉 기타를 번갈아 연주하고 있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연주의 기조는 마치 피아노 트리오를 기타 연주로 재연하는 듯한 균형과 긴장에 맞춰져 있다. 실제로 각각의 악기들이 점하는 공간의 위상 역시 피아노 트리오와 유사하며 스튜디오 레코딩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실내악적 분위기를 ..
Ketil Bjørnstad – Sunrise: A Cantata on Texts by Edvard Munch (ECM, 2014) 피아니스트 케틸 비에른스타 신보. 음악과 앨범에서의 표제적 특성을 누구보다도 강조한 케틸이 이번 레코딩에서 핵심적인 에피그라프로 삼은 것은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표현주의 화가인 에드바르트 뭉크이다. 음악가는 화가의 삶과 작업을 전기적인 방식으로 서술하는 대신 뭉크의 작업에서 핵심에 주목하고, 이를 중심으로 케틸 자신의 음악적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음악가가 생각한 핵심은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Soloppgang, 즉 Sunrise이다. 뭉크는 작업 전에 자기 작업의 동기에 대한 텍스트를 남기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는 다양한 시기에 걸쳐 Sunrise라는 테마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음악가는 뭉크의 텍스트를 음악적으로 재현하는데 있어 자신의 모든 음악적 경험은 물론 작가로서의 인문학적 지식까지 활용하..
Jacob Young – Forever Young (ECM, 2014) 야콥 영의 새로운 퀸텟의 타이틀이자 6년만에 선보이는 ECM 신보. 무엇보다 이번 앨범의 맴버 구성이 가장 놀랍니다. 테너와 소프라노에 같은 노르웨이 출신의 Trygve Seim를 비롯해 폴란드의 Marcin Wasilewski Trio 성원 전체(Slawomir Kurkiewicz, Michal Miskiewicz) 등 레이블의 대표적인 중진급 선수들이 이번 레코딩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2012년 Oslo Jazz Festival을 계기로 결성된 새로운 퀸텟을 위해 야콥은 새로운 오리지널들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은 사운드와 진행에 있어서의 균형과 안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색소폰이 라인을 이끌고 기타와 피아노가 번갈아가며 중심을 잡는, 다소 메커닉한 유기성을 보여주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