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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o Saluzzi Group – El Valle de la Infancia (ECM, 2014) 살루치 옹의 신보이자 근 10여 년 만에 동생, 아들, 조카 함께 모여 선보이는 가족 밴드의 레코딩. 앨범의 타이틀을 보고 우리 살루치 할아버지 올해 연세 어떻게 되셨기에 이토록 멜랑콜리한 제목을 뽑았나 싶어 잠시 검색해보니, 헉~ 1935년 생이시다. 그의 음악이 지닌 장르적 특징을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그의 나이를 염두에 둔다면 이미 타이틀에서 그가 이 앨범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가족과 함께 전해주고 있다는 것 또한 각별한 느낌으로 전해진다. 각각의 연주자들에게 개방된 공간 안에서도 일체감이 느껴지는 톤과 프레이즈는 사전 조율의 결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개별 곡들에 대한 집단적 공감과 이해에 기반한 이들 그룹 나름의 인터플레이 방식..
Paul Bley – Play Blue: Oslo Concert (ECM, 2014) 피아니스트 폴 블레이의 ECM 신보. 올해로 만82세인 블레이옹에 대해 부연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불필요한 짓거리겠지만, ECM과의 관계만 잠시 언급한다면 레이블의 1000번대 초창기 카탈로그 넘버와 가장 최근 번호에 걸쳐 자신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몇 안되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이 앨범은 2008년, 레코딩 엔지니어 콩쇽과 프로듀셔 겸 사장인 아이어가 기획한 Oslo Jazz Festival에서의 솔로 실황을 담고 있다. 폭풍치듯 몰아치던 초기의 과감한 표현들과는 달리 세월과 연륜은 추상적 표현 속에서도 감정과 묘사를 이끌어내는 디테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난해한 미학의 상징과 기호들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언어는 결코 일상적인 것이 아니고 이미 그 ..
Vera Kappeler & Peter Conradin Zumthor – Babylon-Suite (ECM, 2014) 스위스 출신의 여성 피아니스트 베라 카펠라와 역시 스위스 태생의 퍼커션 주자 페터 콘라딘 줌터의 ECM 데뷔 앨범. 개인적으로는 이들 두 사람의 음악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카펠라의 경우 전위적인 락 성향의 트리오 앨범 한 장 들어본 것이 전부고, 줌터의 경우 실험적인 듀엣 컬래버레이션 앨범 몇 장이 이 번 앨범을 접하기 전에, 이들에 갖고 있던 인상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도미니크 블룸과 줌터의 듀엣 앨범의 특징을 기억하고 이 앨범에서도 그와 같은 분위기가 전해지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이번 레코딩에서 전해진 느낌은 전혀 달랐다. 어쩌면 카펠라와 줌터가 기존에 자신들이 선보였던 표현들에서 조금은 벗어나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담아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라이너 노트에 적힌 사전적 정보에 ..
Billy Hart Quartet – One Is the Other (ECM, 2014) 칠순 노장 드러머 빌리 하트의 2014년 신보이자 ECM에서의 두 번째 타이틀. 2012년에 ECM의 첫 앨범 발표 소식을 접했을 때 혹시 동명 이인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 빌리가 이 빌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보면 찰스 로이드, 베니 머핀, 보보 스텐손 등의 ECM 앨범들에서 오래 전부터 그가 세션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잡설은 여기서 그만 접어두고.. 이번 앨범은 그의 전작 All Our Reasons (2012)에 참여했던 Mark Turner, Ben Street, Ethan Iverson 등이 그대로 함께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앨범의 성격 역시 2012년 레코딩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밥과 포스트-밥의 언어를 ..
Colin Vallon Trio – Le Vent (ECM, 2014) 콜랭 발롱 트리오의 두 번째 ECM 레코딩. 이번 앨범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발롱과 호흡을 맞춰온 Samuel Rohrer 대신 Julian Sartorius가 드러머로 참여했으며, Patrice Moret는 이번 앨범에서도 베이스 연주자로 함께한다. ECM 이전의 음반들에서는 주로 임프로바이징과 이를 통해 구성되는 음악적 진행에 집중했다면, ECM에서 발표된 전작에서는 트리오 인터플레이의 긴장과, 관계의 변화를 통해 확장되고 구체화되는 테마들이 중심이 된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줬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의 기본적인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멤버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놀랍다. 새로운 드러머 사르토리우스는 피아노가 개방한 공간 위에, 마치 섬세한 붓터치와 점묘로 이미지를 완성해가듯 다양한 ..
Masabumi Kikuchi Trio – Sunrise (ECM, 2012) 일본인 피아니스트 마사부미 기쿠치의 ECM 데뷔 앨범이자, 고 Paul Motian의 공식적인 마지막 레코딩. 폴 모션과 기쿠치의 인연은 1990년대 초 Tethered Moon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 되었다. Gary Peacock이 참여했던 TM 트리오와는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Thomas Morgan이 베이스로 참여한다. 차이는 여기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기존 TM의 앨범들이 커트 웨일, 에디트 피아프, 지미 헨드릭스 등의 대상을 지녔다면 이번 앨범 만큼은 기쿠치 자신의 음악적 영감과 그 표제들이 유일한 대상이다. 이는 TM 트리오 시절 뿐만 아니라 폴 모션의 타이틀로 발매되었던 기쿠치의 참여작들과도 확연히 다른 점을 보여준다. TM 트리오만 보더라도 마치 사무라이 검 위에서 건반이 춤을 ..
Norma Winstone – Dance Without Answer (ECM, 2014) 보컬리스트 노마 윈스턴의 신보. 이번 앨범에서도 어김 없이 피아노와 관악기의 단촐한 트리오 형식으로 레코딩이 이루어졌고, 또한 어김 없이 윈스턴 언니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그런 목소리를 들려준다. Glauco Venier와 Klaus Gesing의 영이독 3국 연합팀 조합으로 3번째 앨범이며 80년대에도 이와 같은 편성으로 녹음한 앨범이 있고 Azimuth 시절의 활동을 되돌아 봐도 뭐, 비슷비슷하다. 메너리즘처럼 보여지기도 하지만, 조금 애정을 갖고 바라본다면 윈스턴 자신의 보컬 스타일에 가장 적합한 형식의 조합이 이와 같은 소규모 편성이라고 봐도 될 듯 하다(서로 다른 입장의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같은 말이다). 선의를 갖고 정리한다면 윈스턴은 자신의 보이스가 지닌 장점이 잘 표현될 ..
Vijay Iyer – Mutations (ECM, 2014) 피아니스트 비제이 아이여의 ECM 데뷔 앨범. 그동안 이러저러한 뮤지션들의 사이드맨으로 활동하며 Savoy에서 간헐적으로 앨범을 발표했고 몇 장의 리더 작을 ACT에서 녹음했는데, 최근 3-4년 사이에 아이여는 다분히 점진적으로 음악적 변화를 모색하는 듯 보였다. 포스트-밥 혹은 모던 크리에이티브 계열의 범주들을 부지런히 왕래했지만 결국 그 종착점은 언제나 재즈라는 형식적 틀 내에 머물렀다는 인상이 컸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특히 그의 전작들을 기억하고 있는 입장이라면, 수화기 넘어에서 ‘고갱님 당황하셨어여?’라고 누가 물어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첫곡과 두번째 곡에서는 전에 없던 신중함이 지배적이다. 조심스럽다 못해 소심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예전의 과감함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Arild Andersen – Mira (ECM, 2014) ECM에서 2년만에 발표하는 안데르센의 신보이며, Paolo Vinaccia 및 Tommy Smith와는 6년만에 재회한 트리오 레코딩. 2008년 작과의 연속성도 존재하지만 1972년 Triptykon 트리오(Edward Vesala & Jan Garbarek)와 편성에서의 유사성도 엿보인다. 의도적으로 힘을 과시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힘을 뺀, 미드 혹은 슬로우 템포의 발라드 스타일의 곡들이 주를 이룬 이번 앨범은 어쩌면 두 전작들과 상이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차이보다는 연관성에 더 주목하게 된다. 각각의 연주자들이 점하는 자율적 위상, 인터플레이의 과정에서 내적으로 응축(발산이 아닌)되는 에너지는 트리오의 독특한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때문에 폭잘적이지는 않지만 응집력이 강하고, 차분하지만 강..
Il Pergolese – Il Pergolese (ECM, 2013) 피아니스트 François Couturier와 비올론첼리스트 Anja Lechner의, Tarkovsky Quartet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 그룹 Il Pergolese의 첫 앨범. 그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작업에서 이들이 재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페르골레시의 음악들이다. 감상부터 이야기한다면, 마치 페르골레시의 음악에서 고전주의의 특징들에 주목하고 이를 현대음악적 언어들로 바이패스 직결시킨 듯하다. 여기에 실내악적 특징과 밴드적 긴장을 더해 독특한 레코딩을 완성한다. Maria Pia De Vito의 보이스는 이러한 연관들을 구체적인 방식으로 형상화하는 혁할을 하는데, 때로는 두 음악적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교란시키기도 하고 직접적인 관계를 부연하기도 한다. 이러한 역할은 Michele..
Eleni Karaindrou – Medea (ECM, 2014) Trojan Women (2001) 이후, Antonis Antypas의 무대 공연을 위한 두번째 음악 작업이자 카라인드루 누님의 따끈한 신보. 한참 음악 열심히 듣던 시절 자렛 횽아의 앨범 속지에서 ‘think of your ears as eyes’라는 간지 돋는 말(작년에 있었던 한국 ECM 전시회의 타이틀이기도 하다)을 발견한 이후, 개인적으로 이 워딩은 ECM 앨범들을 감상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ECM의 디렉팅과 특성에 가장 어울리는 뮤지션을 꼽는다면 단연 카라인드루 누님이 그 중 한 명. 이번 앨범에서는 민속음악적 특징들을 보다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실내악 규모의 소편성과 코러스를 활용하고 있다. 미니멀한 음계나 펜타토닉 등의 현대음악적 요소들, 낯선 민속 악기들과 보이스를 ..
Myung Whun Chung – Piano (ECM, 2013) 이 앨범에 대해 언급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뭐 어짜피, 누구 이 글 읽을 사람도 없는데 어떠냐 하는 마음에 소심하게 몇 자 끄적 거리기로.. 마에스트로가 과거 피아니스트로 연주했던 몇 장의 협주곡 앨범이나 정트리오 시절의 기록을 기억해보면 연주자로써의 능력은 동시대 그 누구에도 견줄만큼이다. 아들의 권유로 오랜만에 발표한 피아노 앨범이고, 두 번 째 한국인 ECM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듣기 전부터 큰 기대를 두었다. 피아니스트는 이 앨범에서 유명 소품들에 대한 차분한 해석을 선보인다. 정감어린 언어로 차분하게 이어가는 연주는 마치 아이에게 동화책 읽어주듯 친절하기까지 하다. 분명 연주 그 자체만으로는 몇 번의 커튼콜은 충분하다. 하지만 ECM 타이틀로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은 더 적..
Tord Gustavsen Quartet – Extended Circle (ECM, 2014) 2년만에 발매된 구스타브센의 신보이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테너 섹소폰이 참여한 쿼텟 포멧으로 녹음되었다. 내적 구성력이 강한 긴밀한 인터플레이로 감정의 고조를 향해 진행되는 특유의 몰입 역시 이번 앨범에서도 유효하다. 피아노의 섬세한 타건으로 각 세션의 연관들을 조율해내고 있다면, 리듬과 라인의 유연한 유기성은 아일에르스텐의 역할이 크다. 리듬이며 그 자체가 라인이 되기도 하는 베이스는 구스타브센에게 보다 여유로운 공간과 진행을 개방하고 있다. 그 공간 속에서 피아노는 자신의 심미적 발성들을 차분하게 표현하고, 전체적인 구성에서 쿼텟(단순한 트리오의 연장이 아닌)의 음악을 완성하는 계기들을 마련하게 된다. 테너가 배제된 트리오만의 연주에서 세 악기가 점하는 위치와 쿼텟 진행에서 보여주는 각 파트별 위상의 ..
David Darling – Journal October (ECM, 1979) 달링이 발표한 지금까지의 앨범들 중 그의 음악이 보여준 다양성과 실험성이 집약된 대표적인 앨범으로 손꼽을 수 있을 듯. 현대음악 이후에 변모된 음악 언어의 여러 경향성은 물론 재즈라는 범주의 경계적 특성들 중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에게서 멜랑콜리한 연주를 기대했다면 “Minor Blue” 한 곡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지만 위에서 서술한 사항들에 주목한다면 보다 많은 점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솔로 앨범이긴 하지만 마치 수 많은 자신의 내면들을 반영하듯, 자신의 연주 위에 라인을 더하는 녹음들도 인상적이다. 20140123
Giya Kancheli [performed Dino Saluzzi, Gidon Kremer, Andrei Pushkarev] – Themes From The Songbook (ECM, 2010) Dino Saluzzi, Gidon Kremer, Andrei Pushkarev 세 사람의 협연 만큼이나 기야 칸첼리에 대한 헌정과 그의 음악에 대한 재해석 사이의 묘한 긴장이 앨범 전체를 더 크게 압도하는 듯. 오묘한 이 트리오의 구성에서 재해석의 방향을 이미 충분히 짐작(결코 뻔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엄청나게 기대된다는 말씀!)할 수 있지만 각자의 악기는 자신의 개입을 절제하며, 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칸젤리의 음악 위에 마치 살짝 물감 몇 방울 풀며 색을 입히는 듯한 진행은 차분하면서도 인상적이다. 뭐, 촉촉한 날에 들어도 어울리겠지만 미세먼지 가득한 오늘 같은 날에 분위기 맞춰가며 궁상떨기에도 좋은 듯.. 20131205
lazy day #2013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