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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ke Howard - Open Heart Story (Mercury KX, 2018) 호주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루크 하워드의 신보. 지금까지 하워드가 선보였던 음악을 하나의 일관된 흐름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솔로, 듀오, 트리오, 리믹스 등의 다양한 양식을 통해 발현되는 그의 음악은 그 형식에 따라 서로 다른 음악적 언어에 기반을 둔 표현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리오의 경우 유러피언의 특징이 반영된 재즈의 문법에 근거해 연주를 펼치고, 듀오에서는 모던 클래시컬과 임프로바이징의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접근을 보이는가 하면, 솔로 작업은 현대 작곡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음악적 발언을 유지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와 같은 유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워드는 고전 음악의 가치를 오늘날의 음악적 지반 위에서 사고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다양한 양식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
Chris Beier - Scarborough Variations: Piano Works XI (ACT, 2018) 독일의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크리스 베이어의 신보. 이번 앨범은 베이어가 Aeolian Green: Piano Works VIII (2008) 이후 ACT에서 10년 만에 발매한 두 번째 작업이며,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2005년에 시작하여 2010년 이후 명맥이 끊긴 Piano Works의 재기를 상징하는 녹음이기도 하다.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베이어는 초기 포스트-밥에 기반을 둔 정통적인 연주에서부터 이후 구성의 해체를 통한 새로운 표현의 실험을 담고 있는 아방가르드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베이어는 이와 동시에 뮤지컬이나 실내악 소품은 물론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등을 작곡하며 현대 작곡에서도 성과를 축적한 뮤지션으로 알려졌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피아노 솔로..
Joshua Redman - Still Dreaming (Nonesuch, 2018) 미국의 색소폰 연주자 조슈아 레드맨의 신보. Nonesuch로 이적한 이후 주로 트리오 포맷의 연주와 협업을 통한 새로운 표현에 음악적 기여를 해왔다면, 이번 앨범은 Ron Miles (cornet), Scott Colley (b), Brian Blade (ds)라는 고전적 형식을 취하고 있다. 2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이들의 연주 영상이 공개되곤 했는데, 드디어 앨범으로 정식 발매가 이루어진 셈이다. 조슈아가 데뷔 당시 누구의 아들이라는 수식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 한참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을 보고 그의 아버지 Dewey Redman가 참여했던 Old and New Dreams를 연상하게 된다. 물론 의도한 우연이겠지만 이번 조슈아 앨범의 라인업은 과거 듀이의 밴드에 참여했던..
Joachim Mencel Quintet - Artisena (For Tune, 2018) 폴란드의 재즈 피아니스트 요아힘 멘셀의 퀸텟 신보. 재즈에서 흔히 생각하는 퀸텟 편성과 달리 JMQ는 Weronika Plutecka (violin), Szymon Mika (g), Paweł Wszołek (b), Szymon Madej (ds)라는 다소 낯선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앨범은 자신의 기존 정통적인 재즈 퀸텟 대신 슬라브 음악과의 접합을 염두에 둔 새로운 포맷으로 녹음되었다. 여기에서 멘셀은 피아노와 함께 손풍금의 일종인 허디거디라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데, 앨범의 콘셉트에 맞게 새로운 악기에 대한 도전도 함께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멘셀이 선보였던 음악은 재즈의 기본적인 어법에 비교적 충실한 태도를 보이면서 동시에 유러피언 특유의 개방성에 의지한 유연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
Theo Alexander - Broken Access (Luau, 2018) 런던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 테오 알렉산더의 신보.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뮤지션으로 분류되는 테오의 작업은 피아노의 미니멀한 테마를 바탕으로 그 위에 루프, 필드 리코딩, 드론 효과 등의 레이어가 더해진 사운드가 특징이다. 1631 Recordings에서 발매된 Waiting For You To Die (2017)에서는 이와 같은 특징이 서정적이고 명료한 사운드로 표현되었고, 그 이전의 Fixations (2015)에서는 현악의 레이어를 이용한 고전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Blank Editions 레이블에서 발표한 Points of Decay (2017)에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운드의 텍스쳐를 선보였는데, 이전의 명징한 사운드 대신 로우파이를 의도한 듯한 불투명한 음질을 드러낸..
Neil Cowley Trio - Spacebound Tapes (Phases, 2018) 영국 닐 코울리 트리오의 리믹스 신보. 이번 음반은 커버와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전작 Spacebound Apes (2016)에 수록된 네 개의 곡을 새로운 장르적 표현으로 재구성한 작업을 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데뷔 이후 NCT는 각각의 앨범마다 뚜렷한 특징을 담아내기 위한 시도를 지속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전작의 경우 NCT의 새로운 음악적 표현을 위한 실험은 물론 트리오 구성을 넘어선 확장까지 시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곡들이 보여준 장르 외적 요소들이 이번 EP 작업을 가능하게 했던 계기가 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로 전작에서는 프렌치 호른의 합주나 합창은 물론 기타나 이펙트의 활용을 통해 예전과는 다른 사운드 스케이프의 묘사를 보여주기도 하고, 트리오의 연주에도 음향..
Brad Mehldau Trio - Seymour Reads the Constitution! (Nonesuch, 2018) 미국 재즈 트리오의 아이콘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 신보. Blues and Ballads (2016)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BMT의 작업이며, 이번 앨범에도 역시 2005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Larry Grenadier (b)와 Jeff Ballard (ds)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멜다우 개인으로서는 듀오 혹은 솔로 공간에서의 여러 작업을 통해 다양한 자기 언어를 선보이고 있지만, 어쩌면 그 자신을 가장 대표하는 표현은 트리오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소독스한 트리오의 문법을 강조하는 북미의 재즈 씬에서 BMT가 수행했던 역할과 그 위상은 독특하다. 실제로 BMT는 전통적인 트리오의 외연이나 경계의 확장보다는 정통적인 문법에 기반을 두고 그 형식을 내밀하게 발전시켜 그 안에서 새로운 표현..
Marc Sinan & Oğuz Büyükberber - White (ECM, 2018) 터키-아르메니아계 독일인 기타리스트 마크 시난과 터키 출신 클라리넷 연주자 오우즈 뷔위크베르베르의 듀엣 신보. 시난에게는 Fasil (2009)과 Hasretim - Journey to Anatolia (2013)에 이은 세 번째 ECM 작업이며 뷔위크베르베르로서는 첫 레이블 데뷔작인 셈이다. 이들 두 뮤지션은 터키 음악과 재즈의 관계를 수용하는 방식에서는 비록 다른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중동의 음악적 모티브를 재즈의 즉흥 공간에 활용한 연주를 선보였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와 같은 특징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앨범에서 시난과 뷔위크베르베르는 각자의 음악적 의지를 반영한 각자의 오리지널을 서로 제공하며 공통의 합의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난은 "Upon No..
Steve Tibbetts - Life Of (ECM, 2018) 미국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티벳츠의 ECM 신보. 이번 앨범에서도 1970년대 말부터 스티브의 음악 동료이자 여행 친구로 같은 길을 걸어온 퍼커션 주자 Marc Anderson이 참여하고 있으며, 첼리스트 Michelle Kinney도 이들의 음악 여정에 함께하고 있다. Northern Song (1982)으로 ECM 첫 녹음을 발표한 이후 80년대에는 비교적 꾸준히 작업을 발표했지만, The Fall Of Us All (1994), A Man About A Horse (2002), Natural Causes (2010) 등으로 발매 주기가 길어진다. 물론 중간에 티베트 음악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녹음들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이번 앨범 역시 8년 주기 끝에 나온 ECM 신작이다. 이러한 8년의 주..
Ketil Bjørnstad & Anneli Drecker - A Suite of Poems (ECM, 2018) 노르웨이 출신 피아니스트 케틸 비에른스타와 가수 겸 배우 아넬리 드렉커의 듀엣 앨범. ECM에서는 A Passion for John Donne (2014)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로, 이번 앨범에서 케틸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작가 겸 시인인 Lars Saabye Christensen의 시에 곡을 붙여 녹음한다. 1970년대부터 여러 편의 작품을 집필한 문학 작가이기도 한 케틸에게 있어 이러한 유형의 작업은 익숙한 것으로, 시와 문학을 대상으로 한 앨범은 여럿 존재한다. 2014년 ECM 전작 외에도 The Light (2008)에서도 16, 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과 글을 다룬 Sunrise (2013) 등도 문학 텍스트에 기반을 둔 케틸의 음악 작업..
Otarion - Under Surface (MellowJet, 2018) 독일의 전자 음악가 Rainer Klein의 프로젝트 오타리온 신보. 1961년생인 라이너는 1970년대부터 일렉트로닉에 기반을 둔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1990년대 중반 들어 전자악기와 신시사이저를 결합한 오타리온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된다. 시기적으로는 베를린 스쿨이 정점을 이룬 당시와 라이너의 활동은 겹치고 실제로 그 영향 하에서 이루어진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Es Werde Licht (1997)로 데뷔했고, Neu Harmony 레이블을 통해 2000년에서 2004년 사이 3장의 앨범을 발표한다. 이후 긴 잠적 끝에 MellowJet를 통해 Out Of Eden (2013)의 발매를 계기로 매년 꾸준한 작업을 선보이게 된다. 10년 가까운 침묵 사이에는 일정한 음악적 변화가 존재한..
Jean-Michel Blais - Dans Ma Main (Arts & Crafts, 2018)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장-미셸 블라이스의 신보. 대중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데뷔작 Il (2016)에 이은 블라이스의 두 번째 앨범이다. 흔히들 모던 클래시컬 계열로 분류되는 블라이스의 음악은 현대 작곡의 다양한 작법으로 완성된 곡을 뛰어난 실력의 연주로 재현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장르 내의 다른 뮤지션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의 음악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중의 취향과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요소들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인데, 정통적인 클래식의 어법은 물론 스스로 모티브를 발전시켜 음악적 공간을 개방하는 즉흥 연주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그의 음악은 사적 정서에 기대어 표현되는 다른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일반적 흐름에서 크..
Vidar K. Schanche - Awakening (Bekk, 2018)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재즈 기타리스트 비달 산체의 신보. 산체는 프리랜서 뮤지션이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그는 현재 거주 중인 스타방에르의 로컬 밴드이자 Alexander von Schlippenbach, Evan Parker, Django Bates 등과 작업하며 진보적인 음악을 선보인 Kitchen Orchestra의 멤버로 10년 이상 기타리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기타-드럼-색소폰으로 구성된 EGG3 트리오 역시 그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또 하나 산체를 대표하는 프로젝트는 The Norwegians로, 목가적이고 평온할 것 같은 그룹 이름과 달리 데이비드 린치의 Twin Peaks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새로운 Awakening 프로젝트의 출발을..
Max Richter - The Blue Notebooks (15 Years Edition) (Deutsche Grammophon, 2018) 영국에서 활동 중인 독일 출신 작곡가 막스 리히터의 재발매 앨범. 2004년 발표된 이 앨범은 리히터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힐 뿐만 아니라 21세기 이후 발표된 현대 작곡 작업 중 중요하게 언급될 작품의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이 앨범을 통해 리히터는 세계적인 현대 작곡가의 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 앨범은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경험했던 폭력에 대한 기억과 연관해 1주일 만에 작곡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와 친숙한 여배우 Tilda Swinton이 참여해 카프카의 The Blue Octavo Notebooks와 체슬라브 밀로즈의 Unattainable Earth 및 Hymn Of The Pearl에 수록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는가 하면 비정통적인 작..
Oly Ralfe - Notes From Another Sea (Ghost Ship, 2018) 영국의 작곡가 올리 랄프의 솔로 데뷔 앨범. 랄프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Ralfe Band라는 그룹을 이끌며 음악 활동을 이어온 나름 중견 뮤지션이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밴드 활동은 사실상 중단되고 랄프 개인 또한 이렇다 할만한 작업을 선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작년 초 Piano Day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재기를 알렸고 마침내 오늘의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지난 랄프 밴드와 이번 피아노 작업 사이에는 커다란 음악적 간격이 존재한다. 밴드에서는 주로 인디 팝 혹은 포크에 기반을 둔 음악적 특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솔로 작업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지반 위에서 이루어진 성과를 담고 있다. 본인 스스로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 자기 음악의 핵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A Cerulean State - I Thought You Would Give Me a Place (AmbientMusicalGenre, 2018) 스웨덴 출신의 젊은 뮤지션 Alexander Skoog의 프로젝트 어 세룰리안 스테이트의 신보. 모던 클래시컬이나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을 접하다 보면 전문적인 음악적 훈련 없이 단순한 취미에서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작업을 꾸준히 발표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론과 형식으로부터 자유롭게 사적 경험과 자율적 훈련을 바탕으로 완성된 작업의 결과는 간혹 빛나는 상상력과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난 신선한 창의의 예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미 익숙한 언어적 습관을 반복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알렉산더의 작업은 엄밀히 말해 후자에 가깝다. 익숙하고 검증 완료된 친숙한 음악적 레토릭에 기반을 두고 있고, 그가 표현하는 음악적 이미지 또한 잔잔한 일본식 애니메이션 영화의 한 장면과 어울릴 것 같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