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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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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y & Robbie - Nordub (OKeh, 2018) 자메이카 출신 드러머 Sly Dunbar와 베이스 연주자 Robert Shakespeare가 함께한 S&R의 신보. 드럼과 베이스로 이루어진 이 단출한 리듬 세션이 45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한 생명력을 이어오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음악적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경외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들의 음악적 지형을 스스로 변화시켰고, 어느 순간부터는 음악적 협업을 위한 플랫폼으로도 기능하곤 했다. 레게와 덥을 기반으로 힙합, 소울, 드럼앤베이스, 테크노 등은 물론 협업의 과정 중에 샹송, RnB 등에 이르는 폭넓은 적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에는 Nils Petter Molvær (tp), Eivind Aarset (g), Vladislav Delay ..
Hoff Ensemble - Polarity (2L, 2018) 노르웨이 출신 피아니스트 Jan Gunnar Hoff의 호프 앙상블의 신보. Quiet Winter Night (2012) 이후 호프 앙상블이라는 이름으로 6년 만에 발매되는 앨범이다. 전작에서는 6인조 편성에 보컬들까지 참여한 앙상블을 보여줬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최소한의 형식을 갖춘, Anders Jormin (b)과 Audun Kleive (ds)가 참여한 트리오 녹음을 선보이고 있다. 대신 전작과 마찬가지로 An Acoustic Jazz Project라는 부제를 이번 앨범에서도 사용하고 있어 그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호프에게 있어 트리오와 어쿠스틱이라는 두 가지 화두가 공존했던 예는, 예상과 달리 쉽게 찾기 힘들다. Alex Acuna와 Per Mathisen과 함께 했던 AHM 트리..
Hely - Bordeland (Ronin Rhythm, 2018) 스위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Lucca Fries와 드러머 Jonas Ruther로 이루어진 재즈 듀오 헬리의 신보. 2011년 결성되어 지금까지 Rapture (2015)와 Jangal (2016) 등의 앨범을 발표했고, 이번이 이들의 세 번째 녹음이다. 흔히들 피아노-드럼 구성의 듀엣에서 연상할 수 있는 재즈의 내용은 임프로바이징에 한정되지만, 이들은 개별적 표현보다는 집합적 합의가 이루는 음악적 내밀함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엄밀한 실내악적 규범을 이용해 둘 사이의 인터액티브와 다이내믹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역량을 쏟아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앨범에서는 더욱 극적인 모습으로 음악적 응집력을 끌어내고 있다. 이를 ..
Daniel Erdmann & Christophe Marguet - Three Roads Home (Das Kapital, 2018) 독일 출신 색소폰 연주자 다니엘 에르드만과 프랑스의 드러머 크리스토프 마게의 신보. 이번 앨범은 Together, Together! (2014) 이후 4년 만에 선보인 공동 작업이다.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Henri Texier와 Claude Tchamitchian 등 두 명의 베이스 연주자도 참여하고 있다. 두 베이스주자는 각기 다른 트랙에서 연주는 물론 4곡에서 함께 참여하는 등 예전과는 다른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포맷의 변화는 물론 내용에서도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전작에서는 둘만의 자율적 공간에서 확장된 임프로바이징의 계기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때로는 진행에서의 형식적 규범까지 과감하게 해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비교해 이번 앨범에서는 독립된 연주 공간을 베이스에게..
Kristjan Randalu - Absence (ECM, 2018) 에스토니아 출신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란달루의 ECM 데뷔 앨범. Dhafer Youssef를 비롯하여 다른 뮤지션의 피아니스트로 그동안 보여준 섬세한 심미적 표현들을 떠올리면 ECM에서의 앨범 발표는 그의 음악 커리어에서 어쩌면 당연한 순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2000년대 초에 재즈계에 입문했고 뒤늦게 2010년대에 들어서 평단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지만, 그의 역량에 비교하면 폭넓은 대중적인 인지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나마 그의 이름을 주목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Ben Monder와 함께 Fresh Sound New Talent에서 발표한 Equilibrium (2012) 덕분이었는데, 이번 앨범은 피아니스트와 기타리스트가 6년 만에 재회한 녹음인 셈이다. 또한 이번 앨범에는 핀란드 출신의 ..
Romain Pilon - Copper (Jazz & People, 2018) 프랑스의 기타리스트 로맹 필롱의 신보. 그리 많은 수의 앨범은 아니지만 필롱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연주들은 대부분 정통적인 포스트-밥의 어법에 충실한 것이었다. 이번 앨범은 트리오의 기본 포맷을 유지하고 있지만, 로드와 키보드를 연주하는 Tony Paeleman과 드러머 Fred Pasqua가 참여하고 있어 어쿠스틱 베이스를 중심으로 했던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베이스의 자리에 키보드를 대신하면서 기존 기타의 역할을 그대로 고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예전의 오소독스한 공간 구성은 물론 전통적인 표현 방식까지 변화를 주면서 기존 자신과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게 된다. 확실히 분위기에 있어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법과 표현에서도 재즈-록적인..
Paper Relics - The Road Home (Whitelabrecs, 2018) 영국 출신 Harry와 Stuart Towell 형제의 프로젝트 페이퍼 레릭스의 신보. 2000년대 말부터 해리는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Spheruleus라는 이름의 솔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여기에 전자 기타를 연주하는 스튜어트와 함께 PR을 결성해 Over Exposure (2011)를 발표한다. 하지만 이후 해리의 솔로 활동만 이어졌을 뿐 PR이라는 듀엣 작업은 유명무실하던 중 오늘 이야기할 이들의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된 것이다. 이번 앨범은 여러 면에서 전작과는 다른 음악적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전작은 네오포크와 블루스 등에 기반을 두고 로우-파이, 필드 리코딩, 일렉트로닉 등을 활용한 앰비언트적인 요소들이 주를 이루는 사운드가 지배적이었다. 다소 공허한 듯한 긴 호흡의 사운드는 ..
World's End Girlfriend - Meguri (Virgin Babylon, 2018) 일본 뮤지션 Katsuhiko Maeda의 솔로 프로젝트 WEG의 신보. Last Waltz (2016) 이후 새로운 음악 세 곡을 담고 있는 EP 음반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을 기다렸지만, 이번 음반에는 어린 가족을 잃은 카츠히코의 슬픔을 담고 있어 반가운 신보라는 통상적 표현은 쓰기 힘들다. WEG는 2000년대 초반 데뷔 이후 포스트-록에 기반을 둔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데, 우리와 나름 소소한 인연이 있다. 2000년대 중후반 국내에서 해당 장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무렵 일본의 Mono와 함께 내한하기도 했고, 배두나 주연의 일본 영화 "공기인형" (2009)의 음악을 맡는가 하면, 소설가 김연수는 WEG에서 이름을 따와 "세상의 끝 여자친구"라는 책을 발표한다. WEG 초기만 해도 포스트-록..
Echo Collective - Echo Collective Plays Amnesiac (7K!, 2018) 벨기에 출신의 바이올린 및 하프 연주자 Margaret Hermant과 비올라 연주자 Neil Leiter가 주축이 된 7인조 앙상블 에코 콜렉티브의 신보. 2012년 데뷔 당시만 해도 실내악적 규범에 기반을 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앙상블로 평가되었지만 이후 A Winged Victory for the Sullen, Johann Johannsson, Dustin O'Halloran, James Heather 등과 같은 당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거치면서 이제는 이들의 활동이 마치 협업을 위한 하나의 플랫폼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최근 예로 Erasure는 EC와의 협업을 통해 World Beyond (2018)를 완성했다. 또한 EC는 록이나 메탈 밴드의 앨범을 커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데,..
Daniel Karlsson Trio - 5 (Brus & Knaster, 2018) 피아니스트 다니엘 칼쏜이 이끄는 트리오의 신보. 인상적인 연주를 남긴 스웨덴 출신 피아니스트들의 이름을 떠올리다 보면 칼쏜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오늘날 스웨덴 재즈계를 대표하는 수많은 뮤지션을 배출한 Fredrik Noren Band 출신에, Magnus Ostrom의 피아니스트 등 활동 외에도, 1990년대 말부터 이어진 재즈-록 그룹 Oddjob의 리더 역할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트리오는 칼쏜의 음악 활동에 있어 또 하나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앨범에는 2013 트리오 데뷔부터 함께 해온 Fredrik Rundqvist (ds)와 2016년에 합류한 Christian Spering (b)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앨범을 포함..
Cazzip Project - Stories (Tmc Film Muzik, 2018) 터키에서 활동 중인 피아노 트리오 카지프 프로젝트의 데뷔 앨범. 2012년 Aslı Ozer (p), Erhan Ertetik (eb), Ertuğrul Biber (ds) 등으로 결성된 CP 트리오는 현지에서 여러 경연과 공연에 참여하면서 나름의 인지도를 축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을 통해 연주 실력과 더불어 작곡 능력에서의 뛰어난 재능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물론 활동 이전의 학업 성과도 있겠지만 지난 5년 동안 이들이 축적한 다양한 경험들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이야기들을 데뷔 앨범에 담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동과 유럽의 경계에 위치한 터키의 지리적 특징이 반영되기라도 한 듯, 고유..
Menagerie - The Arrow of Time (Freestyle , 2018) 호주에서 활동 중인 뉴질랜드 출신 기타리스트 겸 뮤지션 Lance Ferguson이 이끄는 메나쥬리의 신보. 이번 앨범에서는 총 11명의 인원이 참여해 전작 They Shall Inherit (2012)에서 보여줬던 대규모 합주의 통쾌함을 다시 재현하고 있다. 이번 녹음에도 Michael Meagher (b, eb), Rory McDougall (ds), Mark Fitzgibbon (p, ep), Phil Noy (ts, as, ss) 등이 참여해 전작과의 연속성을 부각하고 있으며 퍼거슨은 기타, 보컬은 물론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의 핵심 역할을 도맡아 수행하고 있다. 재즈에서는 이미 모달 어프로치 자체는 보편적 표현 양식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에 기반을 두어 퓨전과 소울 스타일을 차용해 대..
Richard Luke - Voz (1631 Recordings, 2018) 스코틀랜드 출신 뮤지션 리처드 루크의 데뷔 앨범. 작년 말, 정식 음반 발매를 예고하며 1631 Recordings에서 발표한 9분 남짓한 분량의 EP Beachcombing (2017)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번 앨범의 형상이 지금과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EP의 세 트랙 중 타이틀곡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듀엣으로 이루어졌고 나머지 두 곡은 피아노 솔로였던 탓에 이번 정식 앨범 또한 일반적인 독주로 채워졌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EP는 이번 앨범을 발매하기 위한 중간 과정의 성격으로, 피아노 솔로라는 미완의 작업이 바이올린 연주와 만나 어떤 음악적 완성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경과를 유추할 수 있는 하나의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정식 앨범에서는 작곡 과정에도 함께 참여..
Florian Favre Trio - On a Smiling Gust of Wind (Traumton, 2018)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스위스 출신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파브르의 트리오 신보. 파브르는 앞서 이야기했던 스위스 트리오 Escape Argot에서 피아노를 담당했던 인물로 정규 교육 과정 중에 William Evans, Colin Vallon, Andreas Scherrer, Thierry Lang 등으로부터 사사한 엘리트 코스 출신 뮤지션이다. 다양한 음악가들과의 협연은 물론 개인 프로젝트도 병행하며 음악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데, 솔로와 더불어 트리오는 파브르에게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활동이다. 이번 앨범은 T'inquiete Pas, Ca Va Aller (2013)와 Ur (2016)에 이은 세 번째 녹음으로 트리오의 오랜 동료인 베이스 주자 Manu Hagmann은 여전히 함께하고 있으..
Escape Argot - Still Writing Letters (Traumton, 2018) 드러머 Christoph Steiner가 이끌고 Christoph Grab (sax)와 Florian Favre (p, moog)가 참여한 스위스의 재즈 트리오 이스케이프 아겟의 신보. 2015년부터 함께 연주를 시작한 이들 팀은 비록 프로젝트의 성격이 강하지만 참여하고 있는 뮤지션들로만 보면 현재 스위스 재즈 신을 대표하는 중량급으로 구성된 것은 분명하다. 지금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카바레 음악과 아방가르드의 절묘한 조합으로 관심을 끌었던 그룹 Hildegard Lernt Fliegen으로 유명한 스타이너를 비롯해, 1990년대부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중진의 입지를 다진 그라브, 솔로와 트리오 활동 등으로 주목을 받는 파브르 등, 이들의 구성만 놓고 보면 재즈 내의 다양..
Dexter Britain - Solo Volume 2 (self-released, 2018) 영국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 겸 프로듀서 덱스터 브리튼의 신보. 이번 앨범은 Solo (2013)의 후속 작업으로 평소 그가 선보였던 오케스트레이션이 아닌 독립 공간에서 직접 연주한 곡들을 담고 있다. 2012년에 데뷔한 젊은 뮤지션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덱스터가 이룩한 음악적 성취는 대단하다. 데뷔와 동시에 2012년 한 해에만 아홉 장의 풀타임 리코딩을 쏟아냈고, 지금까지 일곱 편이 발표된 Creative Commons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저작물을 공유하는 한편 그의 원곡을 활용한 다양한 후속 작업들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스스로 음악을 공부하고 마이너한 장르에서 스트리밍 수입에 의존하며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주류에 안착해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광고 분야에서도 활발한 창작을 이어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