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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Is An Astronaut - Epitaph (Napalm, 2018) 아일랜드의 3인조 포스트-록 그룹 GIAA의 신보. 2002년 쌍둥이 형제 Torsten Kinsella (g, key)와 Niels Kinsella (b)에 의해 결성된 GIAA의 통산 아홉 번째 앨범으로 초기부터 이들과 함께해온 Lloyd Hanney (ds) 역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중 취향과는 거리를 둔 장르에서 이들처럼 오랜 시간을 꾸준하게 달려올 수 있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해당 분야에서 GIAA가 차지하는 음악적 위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은 Helios | Erebus (2015) 발표 이후 가족 내의 슬픈 사고에 대한 기억과 고통이 반영된 듯한 타이틀로 발표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기본적인 음악적 스텐스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렉트릭 ..
The Nels Cline 4 - Currents, Constellations (Blue Note, 2018) 미국의 재즈 기타리스트 넬스 클라인의 쿼텟 신보. 블루 노트 데뷔작 Lovers (2016) 이후 선보이는 두 번째 레이블 작업이며 새롭게 선보인 TNC4의 첫 녹음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에서 전자 및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넬스를 포함하여 Julian Lage (eg), Scott Colley (b), Tom Rainey (ds)가 함께하고 있다. 넬스가 자신의 카운터로 같은 기타리스트 줄리언을 지목했다는 점이 이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미 Room (2014) 앨범에서 듀엣 연주를 통해 쌍둥이와 같은 음악적 구성을 선보이기도 했고, 넬스의 블루 노트 전작에서도 부분적인 협연을 펼치기도 했다. 때문에 듣는 관점에 따라 이번 앨범은 듀엣의 확장 버전이라는 측면도 존재하며, 동시에 넬스가 자..
Nouvelle R - Sénescence (self-released, 2018) 프랑스의 재즈 트리오 누벨 에흐의 신보. Sylvain St-Onge (g), Carl Mayotte (eb), Olivier Bussières (ds, perc)로 이루어진 트리오는 30분 분량의 EP L'emporte-Piece (2015)로 데뷔했고 이번 앨범은 사실상 이들의 첫 풀타임 녹음이다. 구성에서 예상할 수 있는 에너지와 더불어 웜톤의 포근한 사운드가 조합을 이루어 연출하는 익숙한 분위기는 이들 트리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앨범의 표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환경오염에 관한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들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인류와 지구의 관계에 대한 반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심각한 주제를 구성하는 아홉 편의 타이틀은 그 단어들만으로 의미를 짐작하기 쉽..
Kali - Riot (Ronin Rhythm, 2018) 독일에서 결성된 재즈 트리오 칼리의 데뷔 앨범. 2015년 Raphael Loher (p), Urs Müller (g), Nicolas Stocker (ds) 등으로 결성된 트리오는 피아니스트 Nik Bärtsch의 지원으로 Ronin Rhythm 레이블에서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트리오 칼리의 음악적 성격은 이미 이들 멤버의 조합에서 모든 답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즈와 록의 음악적 공존에 관한 6말 7초의 실험 이후 재즈-록이라는 장르적 규범으로 정형화된 듯한 이 음악적 양식은 그 이후에도 그리고 최근에도 끊임없는 진화와 분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와 같은 규범화된 양식에서 칼리의 음악을 본다면 록과 임프로바이징의 극대화된 표현을 실험적인 현대 고전음악의 인과관계 속에서 진행을 이어가는, ..
Erik Friedlander - Artemisia (Skipstone, 2018)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재즈 첼로 연주자 에릭 프리들랜더의 신보. 재즈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니지만 에릭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인정받는 첼로 뮤지션으로 손꼽힌다. 첼로라는 악기의 희소성에 따른 호기심도 있겠지만 광범위한 활동 범위를 보여주는 에릭 자신의 노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음은 당연하다. 영화 음악과 관련한 그의 작업과 더불어, Joe Lovano, Lee Konitz, Dave Douglas, Nels Cline, Michael Moore 등 다양한 뮤지션들과 포스트-밥의 정통적인 어법에서 프리 혹은 아방가르드에 이르는 협연은 에릭 음악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John Zorn과 함께 혹은 그의 도움으로 완성된 일련의 작업은 재즈 첼리스트의 음..
1954 - A Part Of Me (Project Mooncircle, 2018) 프랑스 출신의 신예 뮤지션 Ivan Arlaud의 프로젝트 1954의 데뷔 앨범. 이반의 개인 프로필에 대해서는 데뷔 전 순수미술을 전공했다는 것, 비주얼 아티스트이기도 하며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젊은 뮤지션이라는 단편적인 내용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일렉트로닉에 기반을 둔 다운템포, 덥 스텝에 브로큰 비트, 보코더를 이용한 메카닉 보이스 등은 개인적으로 즐겨 듣는 음악의 요소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 앨범을 처음 접했던 올 초부터 지금까지 운전 중이나 휴식이 필요할 때 가장 많이 재생했던 음악 중 하나다. 이반의 음악이 플레이될 때 센터패시아 스크린이나 폰 액정 위에 뜨는 앨범 표지를 보는 것도 좋았고, 불안한 비트와 디튠된 보컬이 만드는 비현실적인 앰비언트가 의식을 자극하는 묘한 각성 효과..
Zinovia Arvanitidi - Ivory (Kitchen. Label, 2018)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그리스 출신 작곡가 지노비아 아르바니티니의 솔로 신보. 이번 앨범은 올해 Piano Day 행사에 맞춰 발매된 앨범이다. 피아노 건반 수에 맞춰 한 해의 여든여덟 번째 날에 시작하는 이 행사는 2015년 처음 개최했고 지금까지 매년 피아노 연주와 관련된 다양한 공연과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 앨범은 Hior Chronik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그리스 출신의 작곡가 Giorgos Papadopoulos와 결성한 듀엣 프로젝트 Pill-Oh의 Vanishing Mirror (2012)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작업이라 지노비아 개인으로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앨범은 6년 전 필-오의 작업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바닷가를 바라보는 뒷모습이 담긴 Aëla Labbé의 전작과 이번 앨..
Tim Linghaus - Memory Sketches (1631 Recordings, 2018) 독일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팀 린그하우스의 신보. 17분 분량의 미닌 앨범 Vhoir (2016)와 이후 선보였던 싱글 몇 개가 팀에 대해 알 수 있는 사전 정보의 모든 것이며, 동시에 이번 앨범은 그의 공식적인 첫 풀타임 리코딩인 셈이다. 지금까지 팀이 선보였던 음악에는 하나의 기본적인 특징이 있다. 피아노 라인으로 메인 테마를 구성하고 신시사이저로 배경을 묘사한 다음 필드 리코딩이나 노이즈로 디테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와 같은 기본 방식은 유지되고 있다. 또 한가지 팀 음악의 특징은 강한 묘사적 성격과 이를 배경으로 하는 표제적 특징이다. 이전 EP에서 6개의 곡 중 3개의 트랙에서 "Travel Sketches"라는 제목에 상황에 따른 부제를 붙였는데, 이번에는 앨범의 타이틀에..
Dominique Vantomme - Vegir (MoonJune, 2018) 벨기에 출신의 키보드 연주자 도미니크 반톰므의 신보. 도미니크의 음악적 진폭이 워낙 크긴 하지만 공식적인 프로필에는 자신을 재즈 뮤지션으로 강조하고 있다. 실제 전문 교육을 받았고 현재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Mahieu-Vantomme Quartet에서 선보였던 정통적인 스텐스를 제외하면 상당수 도미니크의 음악은 재즈-록적인 접근에서 작곡과 연주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의 ROOT 트리오가 록의 어프로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재즈의 경계를 넘어서기 위한 과감함을 보여줬다면, 어쩌면 이번 앨범은 대놓고 담치기를 감행하는 대범한 사운드를 담아내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는 재즈와 록 사이의 경계에 대한 그 어떠한 형식의 과감한 해석도 포용하는 MoonJune 레이블의 존재 그 자체가 큰 역할을 했음은 너무나도..
Eyolf Dale - Return to Mind (Edition, 2018) 노르웨이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에욜프 달의 신보. Daniel Herskedal과 Hayden Powell Trio의 피아니스트로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는 에욜프의 개인 통산 네 번째 앨범이다. 이번 녹음에서는 Edition 레이블에서 발매된 전작 Wolf Valley (2016)과 동일한 음악적 스텐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 이전의 작품에서는 주로 솔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음악적 형상을 묘사하는 방식이나, 아니면 이번 앨범에도 참여하고 있는 색소폰 연주자 Andre Roligheten과 함께한 듀오 Albatrosh와 같은 미니멀한 편성에서의 표현을 선호했다. 이와 비교하면 전작을 포함한 이번 앨범은 기존 솔로나 듀엣 공간에서 펼쳤던 음악적 관심을 보다 큰 규모의 협주 공간에서 어떻..
Joshua Trinidad - In November (RareNoise, 2018) 미국의 트럼펫 연주자 조슈아 트리니다드의 신보. 조슈아의 통산 일곱 번째 음반으로 알려진 이번 녹음에서는 Jacob Young (g)과 Stale Liavik Solberg (ds)가 참여하고 있어 예전과는 다른 질감의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 출신이긴 하지만 그동안 조슈아는 질주하듯 몰아치는 빠른 속도의 화려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연주와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자 음향이 만들어내는 앰비언스를 배경으로 프레이즈와 호흡 사이의 간격을 여유 있게 가져감으로써 정적이고 사색적인 모멘텀을 이어가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때문에 다분히 유러피언, 특히 북유럽 트럼펫 연주자들의 모습이 조슈아에게서 종종 오마주 되곤 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노르웨이언 뮤지션들과 트리오 포맷으로 자신의 음..
Walrus Ghost & Max Frankl - Avenues and Remembrances (Hush Hush, 2018) 왈러스 고스트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Christian Banks와 스위스 출신 재즈 기타리스트 막스 프랑클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유러피언 특유의 감성적 측면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2000년대 중반 데뷔 이후 지금까지 비교적 재즈의 정통적 어법에 근거한 연주를 들려줬던 프랑클이, 일렉트로닉을 근저에 깔고 작업하는 뱅크스와 함께 작업했다는 사실 자체가 다소 의외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둘 다 기타를 연주한다는 공통분모 외에도 뱅크스가 구성하는 일렉트로닉의 앰비언스가 개방적인 형상을 취하고 있어 예상외의 케미스트리를 완성하고 있다. 뱅크스의 데뷔 앨범인 Uplifting Themes For the Naysayer (2014) 발매 전후로 뉴욕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이후 각자의..
Clarice Jensen - For This from That Will Be Filled (Miasmah, 2018) 미국의 첼로 연주자 클라리스 젠슨의 솔로 데뷔 앨범. 이번 음반이 젠센에게는 첫 타이틀일지라도 그녀는 American Contemporary Music Ensemble의 예술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부터 Jóhann Jóhannsson, Bjork, Owen Pallett, Max Richter, Dustin O'Halloran 등의 앨범에 출연하면서 연주자로서 남다른 커리어를 축적해왔고 작곡, 제작, 지휘 등의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줄리아드 출신의 재원이다. 이번 앨범은 총 51분 분량 네 개의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 두 곡에서는 젠슨의 음악적 위상을 짐작할 수 있으며 나머지 두 곡을 통해 현재 그녀가 진행하고 있는 작업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곡 "BC"는 얼마 전..
bvdub - A Different Definition of Love (Dronarivm, 2018) 미국 출신 전자 음악가 Brock Van Wey의 프로젝트 bvdub 신보. 1980년대 후부터 일렉트로닉 관련 장르와 분야에서 DJ와 작곡 등 음악 활동을 이어왔고, 2007년 음반 발매를 시작으로 여러 이름으로 지금까지 40여 장 이상의 앨범을 선보였다. 이번 앨범은 풀타임으로 녹음된 bvdub의 서른 번째 타이틀로 기록된다. 지금까지 반 웨이의 활동들은 딥 하우스 계열의 Earth House Hold와 드럼 앤 베이스로 분류되는 East Of Oceans 등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분화와 연관되어 있는데 bvdub는 앰비언트의 지향을 강하게 반영하면서도 현대 작곡의 특징들도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음반들 마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담은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앨범은 타이틀 자체를 비롯하여 여섯..
36 - Circuit Bloom (3six Recordings, 2018) 영국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 Dennis Huddleston의 앰비언트 프로젝트 36의 신보. 51분을 넘기는 러닝타임이지만 데니스는 이를 EP로 명명하고 있다. 실제로 앨범은 6개의 트랙을 담은 30분 분량의 한정판 테이프로 제작되었지만 이후 "Versions"라고 명명된 리믹스 버전 5개를 더해 지금의 디지털 버전으로 발매되었다. 데니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음반은 연말에 발표할 정식 앨범의 서막 성격으로, 사이버 펑크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소외와 현실 도피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전자음악에서 자신의 출발점을 발견했지만 2009년 36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데니스 음악은 테마를 담고 있는 미니멀한 멜로디와 반복된 루프의 관계에 기반을 둔 시퀀스의 전개를 핵심으로 한다. 데뷔 이후 지금..
Ill Considered - 3 (self-released, 2018)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4인조 임프로바이징 그룹 일 콘시더레드의 신보. 이번 앨범은 Ill Considered (2017)와 Live At The Crypt (2017)에 이은 세 번째 음반으로 이전 작업에서 보여줬던 집단적 합의의 넘치는 에너지를 다시 한번 재현하고 있다. Idris Rahman (sax), Leon Brichard (b), Emre Ramazanoglu (ds), Satin Singh (perc) 등으로 이루어진 그룹은 최소한의 합의된 테마를 중심으로 자율적인 임프로바이징을 전개한다. 하지만 균일한 톤을 따라 전개되는 연주는 표현주의적인 난해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도회적이면서도 쓸쓸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형상을 취하고 있어 묘한 익숙함이 느껴진다. 임프로바이징이라는 재즈의 기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