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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mming x Lambert - Exodus (Kryptox, 2018) 독일에서 활동 중인 전자 음악가 Martin Stimming과 피아니스트 Paul Lambert의 듀엣 음반. 비록 20분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의 미니 앨범이고 7개의 곡들 모두 1-3분 내외의 단편들이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과 경향성을 지닌 두 뮤지션들이 어떻게 새로운 음악적 합의를 완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결과를 담고 있다. 하우스나 IDM으로 몽환적인 스테이지를 선보였던 스티밍과 장엄한 작곡에 가면을 착용한 퍼포먼스로 신비감을 불러일으켰던 램버트는 상상력의 공간을 개방하는 음악적 조합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일렉트로닉과 모던 클래시컬의 만남이라고 단순하게 정의할 수도 있지만 정작 이들이 완성시킨 음악의 합의는 자신들의 기존 장르적 경향성을 벗어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본인들 스스로 이러한 ..
Anenon - Tongue (Friends Of Friends, 2018)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뮤지션 Brian Allen Simon의 프로젝트 언엔온 신보. 일렉트릭 믹스나 신시사이저를 이용하거나 필드 리코딩을 활용하는 예는 유사한 앰비언트 계열의 뮤지션들에게 거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브라이언의 경우 색소폰을 이용한 미묘한 톤의 라인을 활용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특징이 있다. EP와 리믹스를 제외하면 통산 네 번째 앨범에 해당하는 이번 음반에서도 브라이언은 색소폰의 임프로바이징과 앰비언트의 요소들에 기대어 자신의 음악적 유니크함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이번 앨범 역시 장르적 규범을 혼란스럽게 하는 브라이언 특유의 모호한 음악적 스탠스를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르 접합적 특징을 지닌 음악들은 경계와 범위를 비교적 선명하..
Brad Mehldau - After Bach (Nonesuch, 2018)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의 솔로 신보. 이번 앨범은 멜다우가 Three Pieces After Bach라는 타이틀로 2015년부터 몇 차례의 진행했던 공연의 레퍼토리를 수록하고 있다. 재즈 뮤지션들에 의한 바흐 해석은 이제 재즈의 하위 장르로 여겨질 만큼 무수한 예들이 존재한다. 바흐 자체가 하나의 매뉴얼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 텍스트이기 때문에 재즈 뮤지션들은 자신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재]해석이라는 형식을 빌려 연주에 투영하기도 했다. 때문에 적어도 재즈 신에서 이루어지는 바흐를 대상으로 하는 작업은 얼마나 재즈스럽게, 혹은 얼마나 바흐에 충실(?)하게 등의 단편적인 기준이 아니라 해석을 통해 드러난 음악 속에 뮤지션의 음악적 의지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
Sylvain Daniel - Palimpseste (ONJ, 2018) 프랑스의 베이스 연주자 실뱅 다니엘의 신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음악적 행보를 보여준 실뱅이지만 이번 음반을 발매한 레이블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현재 Orchestre National de Jazz의 멤버이기도 하다. 재즈가 지닌 정형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표현과 장르적 접합의 실험을 이어온 ONJ로서는 실뱅처럼 창의성 번뜩이는 뮤지션과 함께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Laurent Bardainne (sax), Manuel Peskine (p, key), Mthieu Penot (ds) 등이 참여한 이 앨범에 실뱅은 '디트로이트 폐허로 상상 여행'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실뱅은 Yves Marchand와 Romain Meffre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디트로이트의 황폐한 모습을 담은 ..
Various Artists - Erased Tapes Collection IX (Erased Tapes, 2018) 런던에 기반을 둔 독립 레이블 Erased Tapes의 아홉 번째 컬렉션. 2007년, 실험적인 음악인들의 출반을 지원하기 위해 Robert Raths에 의해 설립된 레이블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음악적 성과를 축적한다. 이미 모던 클래시컬이나 앰비언트 계열에서는 비중 있게 다뤄질 뿐만 아니라 현대 음악, 아방가르드, 포스트-록 등의 성과들도 꾸준히 발매하고 있다. 2008년 첫 발매 이후 1-2년 주기로 무료 배포하고 있는 이 컬렉션은 단순한 프로모션뿐만 아니라 지난 기간 자신들이 발매한 앨범들을 정리 요약하고 현재적 흐름에 대한 개요를 총괄하는 의미도 지닌다. 지난 컬렉션 VIII에 이미 포함된 Allred & Broderick과 Daniel Brandt을 제외하면 작년과 올해까지 음반..
Nightports & Matthew Bourne - Nightports w/ Matthew Bourne (The Leaf Label, 2018) 영국 출신 프로듀서 겸 뮤지션 Adam Martin과 Mark Slater로 이루어진 나이트포츠와 피아니스트 매튜 본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이들의 협업 결과물들이 단편 형태로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앨범 전체는 어떤 형상을 취하고 있을지 짐작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접했던 나이트포츠의 음악 자체가, 마치 여러 개의 여권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다중 국적자처럼, 일렉트로닉과 어쿠스닉의 경계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활보하는가 하면 매번 발표하는 앨범들 마다 특정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는 변화무쌍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매튜의 경우 영국 재즈 신에서는 보기 드문 프리 임프로바이저로 비교적 확고한 자신의 음악적 기반이 있는 뮤지션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총 세 차례..
John Raymond & Real Feels - Joy Ride (Sunnyside, 2018) 미국의 트럼펫 및 플뤼겔호른 연주자 존 레이몬드의 리얼 필즈 트리오 신보. 2014년 기타리스트 Gilad Hekselman과 드러머 Colin Stranahan 등으로 결성된 트리오는 연이어 발매된 Real Feels (2016)와 Live Vol. 1 (2016)을 통해 독특한 구성과 사운드를 선보이며 미국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다. 2012년 데뷔한 레이몬드에게 있어 이번 앨범은 통산 다섯 번째이며 트리오로는 세 번째 발매작으로 북미의 재즈 명문 Sunnyside를 통해 발표되었다. 베이스 없이 호른-기타-드럼으로 구성된 트리오 포맷은 낯설지만 Ron Miles, Bill Frisell, Brian Blade의 2012년 작업은 이와 같은 형식의 성공적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레이몬드 본인 스스로..
Belle & Sebastian - How to Solve Our Human Problems (Matador, 2018)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 벨 앤 세바스티앙의 신보. 지난해 12월부터 연이어 발매한 3장의 EP들을 하나의 CD에 담아 발매한 앨범으로, 정규 음반에 포함시킨다면 10번째에 해당한다. 1990년대 말, 신촌에 가면 습관적으로 들렸던 향뮤직에서 형 아우 하며 지내던 젊은 매장 스태프가 엄지 척하며 추천해준 앨범이 B&S 것이었다. 12번 좌석 버스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집으로 가는 길에 휴대용 CDP로 들었던 B&S의 첫 느낌은 20년 가깝게 흐른 지금에도 생생하다. 20세기 말의 암울함과 밀레니엄의 불안감을 감추려는 화려한 밤길 풍경을 조롱하고 냉소하기라도 하듯 자신들만의 유쾌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때로는 음악이 우리 주변 현실에 직접 개입하여 직접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호기심과..
Mathias Eick - Ravensburg (ECM, 2018) 노르웨이 출신 트럼펫 연주자 마티아스 아익의 ECM 신보. 2004년 Jacob Young의 앨범을 통해 레이블과 인연을 맺었고 The Door (2008)로 ECM 데뷔 이후 네 번째 녹음이다. Håkon Aase (volin), Andreas Ulvo (p), Audun Erlien (eb), Torstein Lofthus (ds), Helge Andreas Norbakken (ds, perc) 등이 참여하고 있어, 다른 멤버들이지만 기본 구성에 있어서는 전작 Midwest (2015)와 거의 동일하다. 또한 바이올린과 트럼펫의 두 공간이 구성하는 조화와 긴장의 반복이라는 앨범 전체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민속적 요소들을 활용한 진행이라는 기본적인 음악적 내용에서도 연관성이 존재한다. 전작에서는 자신이 ..
Keith Jarrett, Gary Peacock, Jack DeJohnette - After The Fall (ECM, 2018) 키스 자렛, 게리 피콕, 잭 디조넷으로 구성된 이른바 스탠더드 트리오의 신보. Manfred Eicher의 제안에 따라 Standards, Vol. 1 & 2 (1983)와 Changes (1983)를 연이어 발표한 이후 30년 가까운 활동을 유지했지만 2009년에 녹음된 Somewhere (2013) 이후의 트리오 기록은 더 이상 음반으로 접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 앨범 역시 새로운 녹음이 아닌 기존에 발표되지 않았던 기록을 뒤늦게 발표한 것으로 1998년 말 뉴저지 주 뉴어크에서의 공연을 담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2년간의 공백 직후에 열린 공연이며 1999년 파리에서의 트리오 공연을 담고 있는 Whisper Not (2000) 보다 앞서 펼쳐진 라이브다. 공식..
Awali - Ad Astra (XION, 2018) 프라하에서 활동 중인 우크라이나 출신 뮤지션 Tamara Sofia Shmidt의 프로젝트 아왈리의 신보. 소피아는 피아노 사운드를 중심에 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들을 선보이는데,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스타일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시네마틱한 앰비언트 사운드를 연출한다. 이번 앨범은 그녀의 세 번째 정규 음반으로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하게 선보였던 자신의 음악 세계를 이어가고 있다. 피아노와 전자 키보드, 그래도 때로는 자신의 보컬을 이용해 풀어내는 소피아의 음악은 어느 특정한 장르적 경향성에 귀결되지 않는 복합적인 특징들을 드러내고 있다. 앰비언트, 인더스트리얼, 트립합 등의 스타일이 얽혀 있으면서도 모던 클래시컬과 일렉트로닉의 경계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공배수만을 취하는 정갈한 표현은 무척 우아..
Bruno Sanfilippo - Unity (Dronarivm, 2018) 스페인에서 활동 중인 아르헨티나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브루노 산필리포의 신보. 정규 클래식 교육 과정을 거친 브루노는 2000년 데뷔 이후 모던 클래시컬 계열에서 꾸준한 일련의 작업들을 선보이며 자신의 음악적 영향력을 높여왔다. 그의 음악은 크게 두 가지 특징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는 현대 고전음악의 계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의 고유한 음악적 언어를 펼친다는 점인데, 일반적으로 미니멀리즘이라고 통칭되는 특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는 전통 악기와 전자 악기의 조합 가능성에 대한 꾸준한 탐색을 통해 흔히들 일렉트로어쿠스틱이라고 이야기하는 표현 영역들을 내밀한 음악적 체계 속에서 완성시키고 있다. 이러한 음악적 특징들은 각각의 앨범들 마다 서로 다른 형태의 공존 양식을 통해..
Eric Vloeimans, Jeroen van Vliet, Kinan Azmeh - Levanter (V-Flow, 2018) 네덜란드 출신 트럼펫 연주자 에릭 블로이만스가 피아니스트 예로엔 판 블리에, 그리고 시리아 출신 클라리넷 연주자 키난 아즈메와 함께 녹음한 트리오 앨범. 이와 같은 멤버 구성만으로도 10점 만점에서 8.5점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간다. 어쩌면 이 점이 이 앨범의 감상을 방해하는 유일한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 어떠한 선입견 없이 들어도 결과는 어차피 마찬가지 일 것이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음반은 재즈, 클래식, 월드 뮤직 등의 접점에서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의 결합을 담아내고 있다. 결국 이미 수 없이 많이 존재하는 이와 같은 음악적 시도들 속에서 어떻게 자신들만의 단일한 음악적 규범과 언어로 이러한 조합을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유니크한 표현을 드러나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블로이만스는 물론 판 블..
Pericopes - What What (Unit, 2018) 이탈리아의 색소폰 연주자 Emiliano Vernizzi와 피아니스트 Alessandro Sgobbio의 듀오 프로젝트 페리코프스의 신보. 2007년 결성 이후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들은 때로 Pericopes + 1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머 Nick Wight를 참여시켜 트리오 포맷의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듀오와 트리오 포함 여섯 번째 작품으로 페리코프스 특유의 공간 구성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작품이다. 베르니치는 재즈 신에서 여러 활동들을 통해 유러피언, 아방가르드, 누재즈 등에 이르는 폭넓은 표현력을 선보였고, 스고비오는 전통적인 방식에서부터 일렉트로하우스에 이르는 다양한 연주를 바탕으로 재즈의 새로운 해석을 모색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조금은 상이한 음악적 배경을 지니고 있지는..
Federico Albanese - By the Deep Sea (Neue Meister, 2018) 독일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페데리코 알바네세의 신보. 어린 시절 여러 악기들에 흥미를 갖고 연주를 했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편견 없이 접했고, 영화 업계에서 몇 년 간 스텝으로 일을 했고, 여자 친구와 La Blanche Alchimie라는 드림팝 계열의 듀오를 결성해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페데리코의 음악을 듣고 나면 이러한 경험들이 1982년 생 작곡가의 작업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음을 누구나 느끼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발매된 데뷔작 The Houseboat and the Moon (2014)은 보수적인 클래식 평단에서도 관심을 끌었고 페테리코를 주목할 만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젊은 뮤지션들 중 한 명으로 언급하게 된다. Berlin Classics은 뉴..
Ryuichi Sakamoto - Async-Remodels (Milan, 2018) 작년에 발매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2017)에 수록된 곡들을 여러 뮤지션들이 참여해 리믹스한 신보. 2014년 암 진단 소식이 알려진 이후 처음 발매된 작년 작품에서 류이치는 투병 중 자신의 음악에 대한 진솔한 생각들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리와 음악에 대한 근원적인 자기 질문에서 시작하여 신시사이저와 피아노는 물론 필드 리코딩을 활용해 대답에 접근하는 과정을 앨범으로 전해줬다. 5년 만에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음반의 발매 이후 사카모토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발표하는데, 가상의 타르코프스키 영화에 대한 사운드 트럭을 콘셉트로 녹음된 앨범의 의미를 살려 자신의 곡을 활용한 뮤직 비디오를 공모하는 한편, 다른 뮤지션들의 손을 거친 재구성 음반의 제작 소식을 전한다. 그 결과물로 세상에 선보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