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1622)
Dominic Miller - Vagabond (ECM, 2023) 유럽에서 활동 중인 아르헨티나 기타리스트 Dominic Miller의 앨범. 개인적으로 나에게 도미니크는 마치 종교와도 같은 일상적 냉담이자 맹목과도 같다. 열혈 신도는 절대 아니면서도 일상 속에서 늘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마주하는 존재이며, 그가 무엇을 하든 그의 뜻이면 무조건 이해하고 보는 그런 뮤지션이다. 도미니크가 연주한 "Shape of My Heart”는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유일한 휴대폰 벨소리이자 아침 알람이었고, 오디오 시스템에 케이블 하나라도 바꾼 날이면 일종의 습관적인 의식처럼 가장 먼저 “David”를 듣는다. 그러면서도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도미니크의 팬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1960년 아르헨티나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아일랜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
Tangent - Presence Reverts to Absence (n5MD, 2023) 네덜란드 드러머 겸 사운드 디자이너 Ralph van Reijendam과 보컬리스트 겸 사운드 엔지니어 Robbert Kok의 듀오 프로젝트 Tangent의 앨범. 10여 년 전, 두 명의 뮤지션은 전자 음악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를 반영하여 탄젠트라는 듀오 프로젝트를 결성했고, 각자의 재능을 결합하여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을 접목한 작업을 선보이게 된다. 연주 악기와 전자 음향의 대비에 주목한 이들의 초기 작업은 이후 둘 사이의 유기적 연관을 포착하고 이를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이루었으며, 그만큼 각각의 앨범은 저마다의 고유한 특징과 더불어, 탄젠트의 음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잘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들어 탄젠트의 음악에서 어쿠스틱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우아한 멜로디..
Grandbrothers - Late Reflections (City Slang, 2023) 독일계 터키 피아니스트 Erol Sarp와 스위스 엔지니어 Lukas Vogel의 듀오 프로젝트 Grandbrothers의 앨범. 10여 년 전 독일 뒤셀도르프의 대학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지는 애롤과 루카스의 GB는, 각기 다른 분야의 재능을 지닌 두 사람이 완성한 창의적인 성과를 대변하고 있다. 능숙한 재즈 피아니스트였던 애롤과, 기계공이자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이인 루카스는 클래식 작곡을 기반으로 프로덕션의 작법을 접목한 새로운 음악의 창작을 모색했고, 그 결과 현재의 GB가 탄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Dilation (2015)를 시작으로 매번 인상적인 성과를 담은 작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피아노와 전자 음향을 결합한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적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이와 같은 흐름에 스스로를 제..
Fire! Orchestra - Echoes (Rune Grammofon, 2023) 북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 재즈 밴드 Fire! Orchestra의 앨범. F!O는 목관악기 Mats Gustafsson, 베이스 Johan Berthling, 드럼 Andreas Werliin으로 이루어진 그룹 Fire!를 원형으로 하여, 트리오가 지닌 실험적인 양식을 보다 확장적인 형식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아방가르드한 실험적인 표현과 즉흥적 모티브의 확장을 기반으로 하는 프리 재즈는 물론 반복적인 리듬 패턴을 응용한 몽환적인 텍스쳐 등을 종합하는 Fire!의 음악적 내용을 확대된 공간 속에서 재현하고 있으면서도, 풍부한 사운드의 레이어를 활용해 F!O만의 접근과 표현을 보여주고 있어, 트리오와 오케스트라는 유기적인 연관을 지니면서도 각각의 고유한 음악적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한다. 2012년 ..
Floris Kappeyne Trio - Closer (ZenneZ, 2023)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Floris Kappeyne의 트리오 앨범. 1995년생인 플로리스는 재즈와 클래식을 전공했고, 이 두 가지 언어의 음악적 조화는 물론 새로운 음향 조건을 활용한 표현의 확장에도 섬세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선보인 솔로 작업을 비롯해, 종합 예술 공연의 일환으로 기획된 Echo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의 개인 작업은 물론, 다른 뮤지션들의 고정 멤버와 공연 세션 등에 참여하며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는 뮤지션이다. 트리오는 베이스 Tijs Klaassen과 드럼 Wouter Kühne 등, Conservatory of Amsterdam 출신이라는 인연으로 모인 90년대생들로,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선보인 뮤지션들로 이루어졌다. 2012년부터 함께 활동을..
GoGo Penguin - Everything Is Going to Be OK (XXIM, 2023) 영국의 창의적인 어쿠스틱 일렉트로니카 트리오 GoGo Penguin의 앨범. 2012년 피아노 Chris Illingworth, 베이스 Nick Blacka, 드럼 Rob Turner 등 영국 Royal Academy of Music 출신 세 명의 엘리트 뮤지션이 모여 결성한 GGP는 재즈가 지닌 언어의 개방적 특성에 주목하고 그 표현의 확장을 담은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 주변 장르와의 유연한 관계를 통해 재즈의 경계를 넓혔으며, 통상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표현 또한 새롭게 갱신하는 GGP만의 독창성을 확인할 수 있다. GGP는 지금까지 재즈, 일렉트로닉, 록, 미니멀리즘, 클래식 등의 요소들이 유기적인 상호 연관을 형성하며, 이와 같은 다면성을 자신들만의 고유한 언어를 통해 체계화된 양식으로 표출해..
Samuel Savenberg - Unsung (Präsens Editionen, 2023) 독일과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DJ 겸 프로듀서 Samuel Savenberg의 앨범. 1987년생인 사무엘은 전자 외에도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2000년대 말부터 대중적인 취향을 지닌 다양한 그룹 경험을 거쳤고, 2010년대 중반 S S S S라는 예명으로 자신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된다. 흔히들 정의하는 테크노의 큰 범주에 속한 작업이지만 브로큰 비트나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특징을 적극 수용하며 자신만의 강한 개성을 지닌 음악을 선보인다. 댄서블 한 감각적인 리듬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 구성에서는 실험적인 양식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특성을 지니며, 특히 최근 들어 강한 에너지와 밀도를 지닌 일련의 작업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분위기를 특화하는데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S..
Nightports - Minster (The Leaf Label, 2023) 영국 프로듀서 겸 뮤지션 Adam Martin과 Mark Slater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듀오 Nightports의 앨범. 2010년대 중반 데뷔 이후, NP는 지금까지 자신들만의 엄격한 규칙에 입각한 일련의 작업을 선보였다. 작업의 대상이 되는 해당 뮤지션이 제작한 사운드만 사용하는 대신, 해당 음원의 변형이나 가공 등의 모든 후작업을 통해 NP만의 음악을 완성한다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제한적인 원칙을 보여주고 있다. NP는 지금까지 피아니스트 Matthew Bourne, Betamax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드러머 Maxwell Hallett, 베이시스트 Tom Herbert 등이 연주한 음원을 활용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각각 3장의 앨범을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공고하게 ..
Arrowounds - In the Octopus Pond (Lost Tribe Sound, 2023) 미국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Ryan S Chamberlain의 앰비언트 프로젝트 Arrowounds의 앨범. 라이언은 2000년대 초부터, 둠, 슬러지, 노이즈, 포스트-록 등의 다양한 특징을 혼합한 메탈 밴드 Lions Of Tsavo의 기타리스트와 보컬로 활동했으며, 그룹의 잠정적인 해체를 전후한 2010년대 말부터 Arrowounds라는 활동명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지평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복합적인 요소를 다룬 밴드 활동의 경험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라이언의 개인 작업 또한 포스트-펑크,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슈게이즈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포괄한다고 밝히는데, 듣는 이의 취향과 경험에 따라 그보다 더 많은 특징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라이언의 솔로 프로젝트가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
Jeff Greinke - A Thousand Year Flood (Projekt, 2023) 미국 작곡가 겸 연주가 Jeff Greinke의 앨범. 제프는 1980년에 기상학을 전공하면서 작곡과 연주를 시작했고, Rob Angus와 레이블 Intrepid를 설립해 실험적인 구성을 지닌 일련의 전자 음악 작품들을 발표하며 본격 음악가로 데뷔한다. 이후 그는 작곡 및 연주 외에도 사운드 디자이너와 비주얼 아티스트 등으로도 활동하며, 영화 및 영상은 물론 무용과 연극을 비롯해 설치 예술 등의 여러 분야에서 음악을 작곡했고, 연주 악기에 대한 실험은 물론 스튜디오 프로덕션을 적극 도입하며 자신만의 음악적 특징을 구축하는 한편,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직접 주도하면서 재즈와 민속 등과 같은 테마를 다루기도 한다. 그래도 제프의 음악적 특징을 나타내는 것은, 대학 전공의 영향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기..
Rémi Fay - Funambulist (Les Productions Rayées, 2023) 프랑스 작곡가 Rémi Fay의 앨범. 레미는 최근에 데뷔한 젊은 작곡가로, Université de Lyon에서 영화 작곡 석사 학위를 받았고, 몇 개의 단편 영화 및 다큐멘터리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에는 관악, 현악, 내레이션 등으로 이루어진 소편성의 짧은 곡 8개를 엮은 15분 내외의 미니 앨범 Pleurésie (2020)를 통해,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자신의 음악 세계를 선보이기도 했다. 레이의 첫 번째 풀-랭스 리코딩인 이번 앨범은 전작에서 보여준 구성의 단출함을 더욱 극단화했고, 간결한 멜로디와 화성적 대칭을 이루는 기악적 편성을 극소화하여 피아노 중심의 연주를 선보인다. 전작에서도 보여준 미니멀한 특징을 부각하여 멜로디는 극히 추상적인 축약을 보여주고 있으며, 편성 또한 솔로를 ..
MultiTraction Orchestra - Reactor One (Superpang, 2023) 유럽에서 활동 중인 미국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Alex Roth가 결성한 슈퍼밴드 MultiTraction Orchestra의 앨범. MTO의 존재를 처음 알린 것은 감염병 사태로 인한 봉쇄가 막 시작할 무렵인 2020년 5월 공개한 싱글 “Emerge Entangled”이었다. 봉쇄에 대한 창의적 대응으로 8개국 15개 도시에서 27명의 뮤지션이 참여해 원격으로 이루어진 곡으로, 10분 분량의 연주 속에 다양한 레이어로 이루어진 즉흥연주로 강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놀라운 곡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 해당 작업의 프로듀서인 알렉스는 다시 한번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모아 본격적인 녹음을 감행하게 된다. MOS의 첫 공식 타이틀인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녹음에 참여한 뮤지션들이다. 트럼펫 ..
Tim Hecker - No Highs (Kranky, 2023) 캐나다 출신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Tim Hecker의 앨범. 팀은 댄스 플로어의 DJ로 음악 활동을 처음 시작했고, Jetone이라는 활동명으로 첫 프로듀싱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팀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존 댄스 음악과는 다른 실험적인 양식의 일렉트로닉 작품을 선보이게 되고, 그의 작업이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해당 분야의 주요한 뮤지션 중 한 명으로 성장하게 된다. Ben Frost를 비롯한 유럽 유명 아티스트들은 물론 포스트-록그룹과의 협업 등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폭넓은 음악 활동을 펼쳤으며, 영화와 미디는 물론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활발한 기여를 하고 있다. 데뷔 이후에도 오랜 기간 캐나다 정부 정치 분석가로 일했고, 사회 정책 관련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
Richard Skelton - Selenodesy (Phantom Limb, 2023) 영국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Richard Skelton의 앨범. 리처드는 음악가이면서 영화와 매체를 아우르는 여러 미디어에 걸쳐 창작 활동을 펼치는 예술가이며, 작가인 동시에 고고학, 인류학, 지질학 등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력을 이어오는 학자이기도 하다. 레이블을 직접 운영하며 야생 풍경과 관련한 음악적 견해를 조직하기도 했으며, 출판사를 설립해 생태 시학에 관한 작업을 큐레이팅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환경이라는 단어 대신 풍경(landscape)이라는 용어를 개념화하여, 자신의 다양한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용어는 장소성과 더불어 정서적 공감을 함께 포착하는 듯하며, 리처드의 음악이 단순한 묘사적 표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가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가..
Wadada Leo Smith & Orange Wave Electric - Fire Illuminations (Kabell, 2023) 미국 트럼펫 연주자 겸 작곡가 Wadada Leo Smith가 이끄는 새로운 그룹 Orange Wave Electric의 앨범. 1941년생인 와다다는 미시시피 흑인 음악의 전통 속에서 성장하며 10대 시절부터 다양한 재능을 발휘했고 정규 교육을 통해 자신의 연주와 창작을 개념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음악가로 성장하게 된다. 1960-70년대 이후 재즈의 다양한 음악적 격변과 실험 속에서, 자신의 음악을 늘 갱신해 왔고. ‘창조적 음악’이라고 정의한 자신의 활동을 통해 영적 조화는 물론 현실의 사회 및 문화적 이슈에 대한 음악가로서의 통합적인 기록을 보여주기도 했다. 80이 넘은 오늘날에도 그의 활동은 늘 현실과 호흡하며 자신의 창의적 표현을 꾸준히 갱신하고 있음을 이번 앨범은 증명하고 있다. 와다다는 시..
London Brew - London Brew (Concord, 2023) 런던 재즈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밴드 London Brew의 앨범. 이번 앨범은 그룹 이름과 타이틀, 커버 아트 등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Miles Davis의 앨범 Bitches Brew (1970)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2020년 앨범 발매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Martin Terefe와 총괄 프로듀서 Bruce Lampcov는 영국을 포함 유럽 전역 주요 도시에서 공연을 기획했지만, 감염병 사태로 인해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고, 결국 2020년 12월 런던의 더 처치 스튜디오에서 12명의 뮤지션들을 모아 3일간의 세션 녹음을 진행하게 된다. 녹음에는 색소폰/플루트 Nubya Garcia, 색소폰/목관악기 Shabaka Hutchings, 드럼/퍼커션 To..